일상에 치어 짬을 못 내던 친구(한비)가 연락을 해왔다.
장기재직휴가를 냈으니 강원도 쪽으로 한번 갔다 오자는 것이었다.
여차하면 길을 뜨는 나를 꽤나 부러워하더니 이번에는 단단히 작심한 것 같았다.
그렇잖아도 구실을 찾지 못해 애가 다는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목요일 오전 근무만 마치고 다음날까지 대체휴무를 신청한 뒤 집 앞에서
한비를 만나 평창으로 향했다.
전 날까지 비가 많이 와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비는 오전에 개고
청량한 기운이 대기에 가득해 산도 나무도 오히려 풋풋함을 더하고 있었다.
‘얼마 만에 떠나는 한비와의 여행인가?’
‘대학 M.T 때 가보고 처음인가?’
‘아! 언젠가 오대산 야생화 단지에 한번 같이 갔구나.’
강원도에 가면 으레 그렇듯이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 ‘시인의 집’ 부지를
한바퀴 둘러보는 걸로 여정은 시작되었다
배추가 이상 자라 밭고랑마다 흐뭇함도 함께 크고 있는 걸 확인하고
한비와 나는 장평 쪽 31번 국도를 타고. 달려 이승복 기념관을 지나 목적지인
용평면 앵무새 학교에 도착했다.
예약한 황토방에 짐을 풀고 주인이 구들에 군불을 지피는 동안 두 사내는
마을에 있는 ‘선비촌’이라는 식당에 가서 시장기를 감추고 돌아왔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둘은 주인이 준비해준 모닥불에 점화를 하는 걸로 축제의 막을 당겼다.
연기에 눈물을 질질 짜며 석쇠에 고기를 굽는 냄새랑,
산촌의 밤은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별들의 후광으로 깊어만 가고......
밤새 부어 오른 계곡의 물이 쉴 새 없이 잘잘거리며 지나는 소리는 정말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이러니 어찌 아니 먹고, 아니 마시고 견디겠는가?
흥을 돋운답시고 이 음치가 아는 노래는 다 동원해 불렀다.
두 사낸 아마 그날 밤 마음껏 미쳐봤을 게다.
목이 다 쉬도록 노래하고 마시다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했던 건
너무 추워서였을 게다.(이후 이야기는 2부에서 이어집니다)
-光-
첫댓글 가끔은 일탈을 벗어나 마음 내키는대로 떠나고 싶을때 있습니다 두분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즐거운 시간으로 보내셨네요
좋으시겠어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때 같이 선뜻 따라나설 친구 있으니 마음은 굴뚝 같아도 혹여 같이동행 못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말한번 꺼내보지도 못하고 있는 제가 참 답답해지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