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동서울종합터미널 개발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입점 상인들이 건물주인 한진중공업을 상대로 낸 명도소송에서 1·2심 패소한 데 이어, 대법원이 이들이 낸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동서울터미널 개발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동서울터미널 입주민들이 한진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명도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 사유가 없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 결정을 내렸다.
동서울터미널 입점 상인들은 작년부터 한진중공업과 소송을 진행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18년 상인들이 작성한 제소전 화해조서를 근거로 상인들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조서에는 ‘동서울터미널 재개발 시 상인들은 조건 없이 퇴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화해조서는 명도판결을 받아둔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상인들은 제소전 화해조서 작성 자체가 ‘갑을관계'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임대차 계약 연장을 위해 한진중공업의 요구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해 화해조서를 작성했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1·2심 재판부는 각각 작년 6월과 지난 2월, 상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적 분쟁에서 벗어난 한진중공업은 예정대로 동서울터미널 개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재판 일정에 맞춰 사업 진행 계획을 세워뒀다”면서 “구체적인 일정을 밝힐 수는 없지만, 조만간 나머지 상가에 대한 퇴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서울터미널은 지난 1990년 광진구 구의동 쓰레기 매립지 위에 지하 3층~지상 7층 규모로 지어졌다. 한진중공업이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현대화 사업을 여러번 추진했지만, 재정 상태 악화와 입점 상인들과의 갈등 등으로 사업이 지체됐다.
앞서 지난 2017년 한진중공업은 동서울터미널을 동북권 광역교통 중심지이자 지역발전을 이끄는 랜드마크로 개발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당시 한진중공업은 동서울터미널 부지에 터미널과 문화시설 등으로 이뤄진 최고 32층의 복합건물을 짓고, 터미널 규모도 기존 시설의 120% 이상으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했다.
현재 동서울터미널 개발은 신세계동서울PFV가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동서울PFV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가 동서울터미널 개발을 위해 세운 자회사다. 주주는 신세계프라퍼티(85%)와 한진중공업(10%), KDB산업은행(5%)으로 구성돼 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주축이 돼 동서울터미널 부지를 매입하면서 ‘스타필드'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다. 앞서 신세계는 서울시와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개발사업 논의를 하며 연면적 33만578㎡로 개발하는 것을 추진해왔고, 지상 44~45층 3개동으로 재개발하는 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동서울터미널 개발 사업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남아 있다. 일부 입점 상인들이 ‘상생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퇴거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기준 동서울터미널에 입점한 60여개의 상가 중 남아 있는 곳은 총 16개다. 이미 퇴거를 한 4층 웨딩컨벤션이 제기한 임차권 확인 소송과 상가 창고에 대한 명도 소송도 남아 있다.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처음부터 법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면서 “소송 결과와 관계 없이 상생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단체 행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명도소송이 기각된 후 아직 한진중공업 측에서 연락이 없다. 상대에서 대응하는 맞춰 대응 전략을 수립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신세계프라퍼티 등은 동서울터미널 상인 퇴거→서울시 인가→개발 순서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임차인과의 이슈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판단되면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현재는 동서울터미널 개발안을 검토하는 중”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안으로 상가 임대를 둘러싼 소송에서 모두 승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