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녹두 부침개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귀한 손님 접대엔 녹두 부침개!
지난 번 김재원 선생님 오셨을 때,
11월 12일 추수 이야기 때,
오늘은 아들네 온다고 하여.
오늘도 아침부터 10장쯤 부쳤네요.
녹두 부침개가 뒤집기가 어려워(모양이 흐트러진다고) 쌀가루를 넣기도 하는데 저는 100% 우리 나라 녹두로 합니다.
외국산(페루)은 가격이 싸긴 하지만 우리 녹두의 고소한 맛이 덜합니다.
한번도 모양이 흐트러진 적이 없습니다.
사실 녹두 부침개 만들기 참 번거로워요.
녹두를 5시간 이상 불린 후, 껍질을 또 빼내어야 하고, 믹서기에 갈아야 하고.
고사리 무치고,
돼지고기 갈은 거에 양념하고,
김치 속 털어 국물 꽉 짜내고 송송 썰고,
숙주도 잘게 잘라 넣고...
그런데, 왜 이렇게 녹두 부침개를 잘 하나 생각해 봤더니 제가 글쎄 경력이 40년이 되었더라고요.
결혼해서 명절날 시댁에 가서 음식을 만드는데 제가 도라지무침을 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조미료(미원)를 사용하지 않았지요.
상을 다 차리고 온 식구 둘러앉아 밥을 먹는데 도라지 무침 한 젓가락 드신 시아버지,
"이 도라지 무침 누가 했냐?"
저는 맛있어서 그러는가 싶어 얼른 대답했지요.
"제가 했는데요!"
"너는 다음부터 음식 하지 마라."
얼마나 당황했는지요.
시아버지는 사방팔방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독재자였지요.ㅠㅠ
그리하여 저는 그때부터 주구장창 녹두 부침개만 했다는 거 아니겠어요?
시어머니는 직접 농사 지은 녹두를 맷돌에 갈아 명절 때마다 엄청 많은 양을 준비하셨어요.
그렇게 하여 알게 모르게 저의 실력은 쑥쑥 자라나고 있었던 겁니다.
오늘 세 번째 녹두 부침개를 부치며, 네 번째는 어떤 이를 위해 부치게 될까, 상상해 봅니다.ㅋㅋ
바람숲의 추억여행 끝!
첫댓글 비주얼 끝판왕 입니다.
맛도 좋아요. 가끔 가는 전골집에서는 손바닥만한 녹두부침개 한 장 나오는데 너무 맛있어서 늘 더 먹고 싶었거든요. 근데 더 먹으려면 돈을 내야 해서 꾹 참곤 했는데 며칠 전 그 음식점에 가서 녹두부침개 먹는데 이젠 영 맛이 없는 거예요. 내가 만든 거 먹다보니 맛이 비교가 되더군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