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빚잔치-개인부채 탕감 (Consumer Proposal)
예로부터 가난 구제는 나라(나라님/임금)도 못한다 했다. 그 뜻은 어느 누구의 가난한 살림을 도와주기란 끝이 없는 일이어서, 부모형제는 물론 나라의 힘으로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얘기이다.
캐나다는 복지후생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로 알려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캐나다와는 달리 경제대국인 이웃 미국만해도 정부의 의료보험제도가 미비하다.
몇년 전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어린아이 1명을 낳는 비용이 무려 미화 4만불에 육박한다 했다. 그런데 캐나다에선 그 비용 전액을 국가의료보험(OHIP)에서 부담해준다.
또한 노후복지제도가 잘되어 있어서 가난한 은퇴노인(The Old & Poor)들이 굶어죽게 되는 일이 없도록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준다.
평생을 궁핍함에서 살아 온 김치맨이다. 그런데 3년전 만65세가 되고서부터는 연금과 노인복지혜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캐나다의 또 다른 복지제도의 혜택을 크게 받게됐다. 캐나다 연방정부법 Bankruptcy and Insolvency Act(BIA) 규정에 의거 무거운 빚에 억눌려 사는 국민들에게 살 길을 열어주고 숨쉴 구멍을 만들어 주는 부채삭감(Consumer Proposal) 혜택을 받게 됐다. 살아생전 두 번째 빚잔치를 하게 됐다.
김치맨은 80년대 중반에 개인파산(Personal Bankruptcy)을 한 적이 있다. 이민 와서 몇해 동안 공돌이 생활을 하면서 먹고는 살아도 돈을 모을 길이 없었기에 어느날 그 직장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기 위해 은행융자 받아 편의점을 구입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가게 구입한 지 1년만에 그 건물이 헐리게 돼 은행 빚과 가게 전 주인에게 잡힌 VTB 모기지(Vendor Take Back Mortgage) 빚만 잔뜩 남게 됐다. 김치맨에게 가게를 판 그 유태인 영감은 그 건물이 머지않아 헐리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빚쟁이들의 시달림에서 벗어나고자 10년간의 캐나다 생활을 접고 국경선 남쪽의 미국으로 도피해버렸다.
소위 ‘먹튀’ 신세가 됐던 것! 거지에 버금가는 밑바닥 생활, 떠돌이 유랑자로서 1년여를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어디에나 있는 벼룩시장(Flea Market/Swap Meet)에서 흙먼지 뒤집어쓰며 장사를 해서 생계를 유지했다.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는 처량한 떠돌이 장돌뱅이 신세였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편했다.
그런데 어떤 계기가 있게 돼 미운 정 들었던 제2의 고향 토론토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며 개인파산 선고를 받은 다음 40대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 후 30년 동안 내 딴에는 제법 열심히 살아왔건만 이제 또 다시 파산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누구나 자신의 불행의 원인을 남탓으로 돌리기 쉽다. 김치맨이 경제적으로 심하게 쪼들리게 된 탓을 김치맨네 가게를 망쪼 들게 만든 장본인! 웬수같은 임페리얼 담배회사(Imperial Tobacco Canada)에게 돌리고 있다.
2010년 말부터 그 악덕기업체는 공급가격을 차별하는 PPP 소매상 공급가격 차별 프로그램을 시행함으로써 담배매상이 적은 영세규모의 편의점들을 궁지에 빠트렸다. 김치맨네 가게도 인근 경쟁업소들보다 비싼 담배가격으로 말미암아 매상과 고객은 자꾸만 떨어져나갔고 급기야는 폐업해야만 되는 형편이 돼버렸다. 문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
김치맨은 극빈노인네들에게 지급되는 연금과 생활비 지원금을 받게 돼 천만다행이었지만 쌓여있는 묵은 빚들에 허덕이는 상황이 돼버렸고 파산을 고려해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낼모레 7순이 되는데도 은퇴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장사 형편없는 가게에 매달려 있어야만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듯! 얼마 전 편의점가게 폐업하기로 결심한 친구가 Consumer Proposal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며 권유해 주었다. 그래서 그 고마운 친구가 소개해준 회사에 가서 상담을 받고나서 그 혜택을 받기로 결심했다.
개인회생/부채탕감이라고 번역되고 있는 Consumer Proposal은 도저히 갚을 수 없는 과중한 채무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그 빚더미로부터 해방되게 해 주는 캐나다정부의 배려에 의한 제도이다. 이는 Bankruptcy and Insolvency Act의 Section 66.11 - DIVISION II CONSUMER PROPOSALS 에 근거한다.
http://laws-lois.justice.gc.ca/eng/acts/b-3/page-40.html#h-25
Consumer Proposal은 Credit Card와 은행의 신용대출(Line of Credit/ Overdraft) 등의 담보가 설정되지 않은 부채(상한액 25만불)를 대상으로 부채총액의 최고 70%까지 삭감 받을 수 있게 해준다. 그 나머지 부채금액은 무이자로 5년(60개월)간 매월 분할 상환하면 된다. 또한 자신의 주택과 사업체 등 재산을 전부 잃게 되는 파산(Bankruptcy)과는 달리 부채삭감은 사업체를 계속 운영할 수 있다.
이는 파산청산인(Bankruptcy Trustee)이 담당해서 처리해준다. 연방정부 통계에 의하면 2011년 한 해 동안에 4만5,000명의 캐네디언들이 Consumer Proposal의 혜택을 받아 감당하기 어려운 빚더미에서 해방됐다.
김치맨네는 여러 장의 신용카드 빚과 은행 신용대출 등 총 15만불에 달하는 부채를 걸머지고 있었다. 그 부체의 60%인 9만불을 탕감받았다. 나머지 6만불을 무이자로 5년(60개월)동안 매월 1,000불씩 갚아나가면 된다. 캐나다 만세!가 아닐 수 없다.
2016.01.07.
김치맨
* 주간 부동산캐나다 게재
첫댓글 You Owe Money —Consumer proposals
https://www.ic.gc.ca/eic/site/bsf-osb.nsf/eng/br02051.html
대단합니다 응원합니다
RBH 의 횡포도 심하긴햇지만 예전 편의점 하던분들중 뒷담배 거래안하시던분 잇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