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놀이[한미영]
대호는 따라다니며 졸졸
고무줄 잘랐어요
3교대 출근하던 아버지
동생보기 맡기려다 일터 갈 시간 놓치고
꼴딱 해 져 돌아온 내 머리카락 싹둑 자르고
싸리빗자루 부서져라 종아리 쳤어요
벌겋게 부운 종아리 아래엔
반짝거리던 에나멜 깜장 구두가 놓여있었죠
새신을 신고 노래 부르던 고무줄놀이
펄쩍펄쩍 머리가 하늘까지 닿았어요
신발 닳는 속도도 빨라졌어요
고무줄 자르기가 시들해진
대호는 따라다니며 졸졸
앞창이 닳아 너덜해진 내구두 보고
똥구두똥구두 놀렸어요 웃었어요
이젠 삭은 고무줄처럼 툭툭 끊기는 기억들
고무줄 잡은 손을 뒤로 돌려요 돌려봐요
토막난 시간을 다시 한 번 이어 봐요
나를 끊고 지구 밖으로 튕겨져 나간 아버지
지금은 고무줄놀이 하는 누굴 돌봐주나요?
* 인간과 쥐는 놀이를 즐기는 동물이라 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놀이를 즐기고
어른은 어른대로 놀이를 즐긴다.
전에는 고무줄놀이, 비석치기, 자치기, 팽이돌리기, 술래잡기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등이 있었고
지금은 컴퓨터게임이 대세인 편이다.
고무줄놀이에 미쳐(?) 집에 들어오는 시간을 놓치면 종아리 맞을만 했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이야 컴퓨터게임에 미쳐(?) 밥먹으라는 소리는 들은 척도 안하고 게임만 하는 시절이다.
놀이에 빠지면 식욕도 잊고 시간도 잊고 시름도 잊는다.
그러니 온통 미쳐서 놀이에 몰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넘치는 건 항상 문제여서 병적인 상태가 되어버리니 자칫 가족관계까지도 해칠 염려가 있다.
나를 끊고 다른 세상으로 떠나버린 아버지를 원망하는 딸의 마음은 삭은 고무줄같은 게다.
그리운 까만 고무줄, 노란 고무줄이다.
첫댓글 고무줄놀이 하던 초딩시절이 아슴푸레 떠 오릅니다 ..방과후에 늦게까지 운동장에서 그 놀이를 할때 갑자기 선생님이 나타나셔서 왜 도망갔을까요 ㅎㅎㅎ 아마 두렵고 무서워서였던것 같습니다 뒤쫓아오던 선생님을 피하다 넘어져서 기부스까지했던일이 참 살가운 추억으로 떠오르네요 얼마나 자그마하고 구여웠으면 ㅎㅎㅎ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감상 잘했습니다 ^^
ㅎㅎ 지금쯤 선생님도 지구밖으로 튕겨나간 것은 아닐까요? 그땐 선생님이 무섭기도하고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었죠.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게 참 안타깝죠. 암튼 기부스의 추억, 잘 간직하시길......^^*
노란 고무줄, 까만 고무신... 잊혀지지 않는 옛것이지요... 초딩시절 고무줄 하면서도 교과서를 보던 친구 '정미'가 생각납니다. 지금 어디쯤에서 기억이나 할까 모르겠지만요.
옛것은 좋은 것이지요. 오래된 것은 더 좋은 것이구요.
잊혀지지 않는 것은 더더더 좋은 것이구요. 정미를 잊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