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요 가운데, '으스름 달밤에 개구리 우는 소리, 시집 못 간 노처녀가 안달이 났구나.'하는 가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으스름 달밤'이란 말의 거의 '어스럼 달밤' 또는 '어스름 달밤'이라고 발음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으스름'과 '어스름'의 차이를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으스름'은 '으스름하다'의 준말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달빛이 으슥하게 흐린다는 뜻이어서 약간 무서운 느낌이 들 만큼 고요하다거나 그런 느낌을 주는 달빛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와는 달리 '어스름'은 명사로써 저녁이나 새벽의 어스레한 빛 또는 그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날씨가 조금 어둑하거나 흐린 듯하면 어스레하다거나 어슴푸레하다고 합니다.
요컨대, 으슥한 느낌을 주는 달밤은 '으스름 달밤'이고 흐린 듯하거나 어둑한 날씨는 '어스레한 날씨, 어슴푸레한 날씨'라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 대화(부부간) *
(여) : "철수네가 딸을 여읜다는데, 미리 한번 가서 인사도 하고, 일도 보아 주어야겠어요."
(남) : "내일이라도 한번 다녀오구려. 그 동안 서로 오래도록 소식도 없었으니까 무척 반가워할 거요."
(여) : "시집보낸다는 딸애도 본 지가 하도 오래서, 그 모습조차 아슴푸레한 정도니까 너무 오래 잊고 지냈지요."
(남) :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처럼 사는 게 우리 생활이니까."
(여) : "나들이를 하려면 일기가 좋아야 할 텐데, 날씨가 어떤지 좀 내다보세요."
(남) : "지금은 으스름 달밤이지만, 내일은 청명할 거요. 일기 예보에서도 맑을 거라고 했으니까."
* 여러분 잠깐만! *
차고 싫은 기분이 은근히 느껴지게 추운 모양은 '으스스하다'일까요, '으시시하다'일까요?
'으시시하다'가 옳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도 '으슬으슬 춥다'라든가 '으슬으슬하다'라고 해야 옳습니다. 'ㅅ, ㅈ, ㅊ' 아래서 'ㅡ'가 'ㅣ'로 흔히 발음되지만, 그것이 옳은 발음이 아닙니다.
○으스대다 ×으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