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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게시판 스크랩 [봉하일기16] "봉하오리쌀 당첨됐어요~"
가은 추천 0 조회 26 08.10.24 22:4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봉하일기16] "봉하오리쌀 당첨됐어요~"
2008.10.24 18:51
요즘 봉하마을에서는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황금물결로 출렁이던 마을 앞 들녘은 본격적인 벼 베기에 들어갔고, 언덕 곳곳의 과수원에서는 고운 빛깔로 익은 단감 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새 ‘농사꾼’으로 합류한 대통령과 비서실은 더욱 분주합니다. 대통령이 귀향한 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추진한 친환경 오리농법이 첫 수확을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14명의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이른바 ‘봉하농장’으로 불리는 약 8만㎡(2만 4천여평)의 시범지역에서 35톤의 쌀을 생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오리농법 일등공신인 2,460마리의 오리농꾼들과 마을 주민, 전국 각지에서 주말마다 찾아준 자원봉사자들, 대통령을 비롯한 비서실의 ‘초보 농사꾼’들이 힘을 보탠 결과입니다. 태풍 등 자연재해가 없었던 데다 날씨까지 좋아 더욱 큰 풍작을 이뤘습니다.

모심고 벼베며 크는 아이들

봉하마을 친환경쌀 작목반(반장 황봉호)은 지난 10월 15일 이기우씨 논을 시작으로 추수를 시작했습니다. 18, 19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벼베기 체험행사를 벌였습니다.

6월 6일 자원봉사자 ‘공채1기’로 손모내기 체험 때 심은 벼를 직접 거두기 위해 다시 내려온 세 가족의 열정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를 잡던 아이들은 여름내 튼실하게 여문 알곡만큼이나 자랐더군요.

가족 단위로 참석한 체험자들은 옛 방식 그대로 낫으로 벼를 베고, 전통농기구를 활용한 타작, 볏단 나르기, 새끼 꼬기, 메뚜기 잡기 등을 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조용효 이장과 황봉호 작목반장이 강사로 나서 도시민들에게 ‘농사경험’을 전수하였습니다.

특히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도리깨(이삭을 두드려서 알갱이를 떠는 농기구), 홀태(벼를 훑어서 탈곡하는 농기구), 족탑식 탈곡기(발로 원통을 돌려 탈곡하는 농기구), 풍구(탈곡한 곡물의 쭉정이, 겨 등을 가려내는 농기구) 등 전통 농기구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옛 농기구들은 옆 마을 한림민속박물관에서 빌려왔다고 합니다. 부산에서 자녀, 손자들과 함께 온 최문길씨는 “우리야 자라면서 모두 경험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쌀이 어떻게 나는지도 모르는데 오늘 체험이 좋은 공부가 될 것”이라며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비서실 ‘초보농사꾼’들이었죠. ‘오리아빠’라는 별명까지 붙은 오리농법 일꾼인 김정호 전 비서관은 콤바인 조작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비서실 농사꾼 체험학습 같다”면서 “돈 내고 체험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왔습니다.

“대통령님이 추수 다 하시라 해라”

10월 20일에는 대통령이 직접 콤바인을 몰면서 ‘오리쌀’ 수확에 나섰습니다. 대통령은 “내가 기술자도 아니고 실수하면 어떡하느냐”며 콤바인에 올랐습니다. 사람들이 논 주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서울에서까지 내려왔다는데, 30여명에 달하는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가을 햇살만큼 뜨겁더군요.

작목반원 이병기씨에게 조작법을 설명 듣고 난 대통령이 조심스레 콤바인을 움직였습니다. “우~웅” 엔진소리와 함께 콤바인이 출발하자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잠시 후 잘 나가는 듯하다 콤바인이 멈췄습니다.

이병기씨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이리저리 콤바인을 살펴보던 대통령이 다시금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이번엔 제대로 길을 잡아나갑니다. “춤을 춰서 그렇지 잘 하네, S라인으로 간다~” 등 촌평이 이어졌습니다.

‘초보 농사꾼’ 치곤 대통령의 콤바인 운전솜씨가 뛰어나다고 한마디씩 거듭니다. 대통령 초등.중학교 후배 이기우씨는 “대통령님이 다 하시라 하고 우리는 밥이나 먹자”고 농을 던졌습니다. 다른 주민은 “또 한 사람 직업 잃게 생겼다”며 웃습니다. “고마, (대통령님이) 다 하시소”라는 주문도 나왔습니다.

봉하 들판의 ‘햅쌀’ 추수잔치

한바탕 웃음 속에 대통령의 콤바인 시운전이 끝났습니다. 곧이어 햅쌀로 밥과 떡을 지어 풍년의 기쁨을 나누는 마을의 ‘추수 잔치’가 조촐하게 벌어졌습니다.

먼저 봉하농장 햇찹쌀로 인절미를 만드는 ‘떡메치기’가 시작됐습니다. 대통령이 떡메를 잡았습니다. 수십 번의 떡메치기가 이어지자 인절미 모양이 살아났습니다. 전날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60대 방문객은 “50년 만에 떡메를 쳐 본다”며 추수 잔치의 신명을 즐겼습니다.


벼를 막 베어낸 들판에서는 봉하마을 부녀회가 밥을 짓고, 국을 끊였습니다. 대통령 사저의 가마솥 두 개도 첫 나들이를 했습니다. 대통령은 작목반원, 주민들, 기자들과 함께 들판에 자리를 잡고 즉석에서 지은 밥, 떡, 국과 막걸리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가마솥에서 갓 지어낸 봉하 햅쌀밥은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밥알 한 알이 머금은 투명한 윤기와 찰기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더군요. 구수한 밥 향기까지 더하자 너도나도 수저를 찾았습니다. 봉하 일품요리로 손꼽히는 특별메뉴 ‘삶은 돼지고기’의 인기는 여전히 높았죠.

왁자지껄한 가운데 여기저기 음식을 나르는 부녀회의 손길이 바쁩니다. 마을잔치 때마다 일을 치르느라 고생이 많지 않느냐고 물으니 부녀회장은 손사래를 칩니다. “마을에서 처음 해본 오리농법이 잘 돼서 기분도 좋고, 손님들이 이래 많이 오니까 즐겁지 않느냐”면서 “재미로 하는 것이지, 일로 생각하면 못한다”고 말합니다.

어디선가 “우리 아지매들 없으면 (봉하의) 일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음식 맛보다 더 후하게 인정을 베푸는 부녀회도 봉하마을의 돼지고기 삶는 비법만은 “삶는 비결이 따로 있다”고 할 뿐 절대로 가르쳐주질 않더군요.

“봉하오리쌀 당첨됐어요~”

두 시간여의 ‘추수잔치’가 끝나고, 사람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작목반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7대의 콤바인을 투입해 ‘봉하농장’ 오리쌀을 본격적으로 걷어 들였습니다. 신형콤바인으로 500㎡의 벼를 베는 데는 몇 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봉하농장 추수는 이틀 만에 끝났습니다. 쌀의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신속건조, 신속도정을 거쳐 10월 25일부터 봉하마을 광장에서 현장판매를 하게 됩니다. 시범농사를 지은 올해 전체 오리쌀 생산량은 35톤 정도로 대량판매를 하기엔 적습니다.

그래서 작목반이 결정한 판매방식은 ‘소량다매’(小量多賣). 대통령이 귀향한 뒤 마을 주민과 함께 추진해가고 있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친환경 생태마을 만들기’의 첫 번째 성과물인 오리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1kg씩 소포장 판매하기로 한 것이죠.

개인당 구매량도 1인당 3kg(1박스)으로 제한했습니다. 가격은 시중 일반미보다 조금 비싼 kg당 3500원. 농약을 치지 않는 대신 두 달 동안 아침저녁으로 오리농군들을 풀어주고 가두는 일을 거르지 않았던 농민들의 노고를 감안한 것입니다. 인터넷판매로 70%, 나머지는 현장에서 판매합니다.

이미 추수에 앞서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인터넷 ‘봉하장터’(bongha.net)에서 예약판매를 했는데, 신청자가 9천800명이 넘었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도 예약이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인터넷 판매량을 5천명 분으로 잡았다가 7천명 분으로 늘렸습니다. 예약률이 높은 탓에 10월 19일 대통령 생가마당에서는 방문객 5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하오리쌀 구매자’ 추첨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추첨 떨어진 분들 위해 쌀 내놓겠다”

구매자 추첨 다음 날인 10월 20일 봉하 사무실은 쏟아지는 문의전화로 북새통이었습니다. 판매를 담당한 손성학씨는 인터넷 예약판매 시작 이후 며칠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밤샘 작업을 했는데, 이날은 20초 단위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목이 다 쉬어버렸습니다.

당첨 여부에 따라 예약자들의 희비도 엇갈렸습니다. 당첨자들은 ‘로또 당첨’된 기분이라며 기뻐했고, 낙첨자들은 “쌀봉투라도 보내달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몇몇 분들은 전화를 걸어와 “봉하쌀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도저히 없겠느냐”고 하소연 했습니다.

당첨의 행운을 나누자는 훈훈한 제안도 나왔습니다. 3봉지 중 1개는 기회를 놓친 분께, 1개는 주변의 어려운 분께 주자는 것입니다. 인터넷 ‘봉하장터’에는 낙첨자를 위해 쌀을 내놓겠다는 당첨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여름내 흘린 땀과 정성이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오리쌀의 ‘작은 성공’, 주민들의 변화

봉하오리쌀의 ‘작은 성공’은 분명 여러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봉하마을 안팎에서는 대통령과 마을주민의 친환경농법 도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습니다.

두 달 남짓 짧은 준비기간에, 제대로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 한명도 없는 비서실과 친환경농법 경험이 전무한 주민들이 오리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기로 한 것은 어쩌면 봉하식 ‘무한도전’(무모한 도전)이었을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주민들의 막연한 두려움과 반감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 파동으로 오리농군의 입성이 무산될까봐 마음을 졸였고, 깨끗한 물 확보를 위해 오.폐수 제거와 지하수 파기에 나서야 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 스스로 ‘봉하마을 친환경쌀 생산단지 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친환경농법을 공부하며 봉하오리쌀을 탄생시켰습니다. 여기엔 자원봉사자, 각계 전문가 등 많은 사람들의 지원과 협력이 있었습니다.

오리쌀로 봉하마을은 여러 가지가 변하고 있습니다. 봉하마을의 생태가 달라졌습니다. 오리농법을 도입한 논에 우렁, 민물고동(다슬기), 민물새우가 모습을 드러냈고, 잠자리와 메뚜기들이 가을 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벼 사이를 뛰어다니는 메뚜기를 직접 잡아보면서 “논의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고 기뻐합니다.

봉하오리쌀이 쌀농사의 새 희망이 되려면

가장 큰 변화는 주민들입니다. 이제 봉하마을 친환경농법의 주체로 앞장서고 있습니다. 오리농법 도입 당시 오리관리의 번거로움에 “못한다”고 머리를 흔들었던 이기우씨. 대통령이 “자네 논은 내가 해주께” 하면서 마지막으로 합류했죠. 추수현장에서 만난 그는 “처음에 몰라서 그랬지 (친환경농법) 해보니까 아무 문제 없더라”“농사도 잘 되고 소출이 줄지도 않았다”고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벼베기 체험행사에 자신의 논을 선뜻 내놓은 황봉호 작목반장은 “나락을 좀 버리더라도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한번이라도 더 봉하를 기억하고 찾아주지 않겠느냐”며 현장강사로 맹활약했습니다.

조용효 이장은 내년 친환경농법 확대에 맞춰 농촌체험 행사를 더욱 다양하게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친환경농법으로 볼거리와 체험할 거리 등이 생겨나면서 도시와 농촌의 상생은 물론 개인과 부락의 소득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주민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올해 봉하마을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일지도 모릅니다. 농사짓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사람의 마음까지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봉하마을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엔 마을 앞 들판 전체에서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기로 했습니다.

재배면적은 올해 10배인 80만㎡ 상당(약 24만평)으로 확대되고, 경작자가 50여명으로 늘어납니다. 생산량도 10배가량 늘 것으로 예상돼 식량으로서 판매도 가능해질 듯합니다.

그러나 오리쌀의 ‘작은 성공’은 봉하마을이 친환경농법의 생태마을로 거듭 나기 위한 과정에서 걸음마를 뗀 정도입니다. 안전한 먹을거리와 생명이 살아 숨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길에는 땀 흘리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과 항상 함께 하는 대통령이 있습니다.


※ 봉하오리쌀을 아직 구입하지 못하셨다구요? 늦지 않았습니다. 10월 25일부터 시작되는 현장판매가 있습니다. 다만 1kg짜리 1만개, 3kg 박스 3천여개로 판매량이 한정되니 구입을 원하는 분들은 그날 빨리 봉하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구입 문의는 (055) 344-1022로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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