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그리운 곳.
경주 용강동 원지, 개구리 바위.
월성중학교 3학년 3반 김민욱
집에 있다가 오랜만에 산책 삼아 옛날 학교로 가본다. 지하도를 건너 골목으로 들어가니 6년간 지내온 용황초등학교 보인다. 학교는 별로 안 변했는데 운동장에 그늘막도 설치하고 놀이터도 새걸로 바꾼 등 확실히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방학이라 안은 들어가 보지 못했다. 운동장 가를 쭉 걸으며 뒤로 간다.
(용황초등학교.)
(용황초등학교.)
조금 있으면 이제 중학교도 졸업인데 당분간 여기 오지 못할 걸 생각하니 더욱 그리워진다. 학교 뒤에는 널찍한 공원이 있다. 여기 전체가 사적 제419호로 지정된 용강동 원지 유적이다. 윈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연못과 건물 등이 있던 곳이다. 발굴된 바로는 연못 가운데 인공섬, 다리, 건물터 등 여러 가지 유적이 발견되었다. 작은 월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4학년 때쯤 학교에서 창문 밖으로 보면 밭 한가운데에 문화재 안내판만 덩그러니 서 있어서 밭고랑 사이로 걸어가며 찾아간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밭은 사라지고 연못 흔적을 알 수 있게 공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깔끔해 보이고 좋다. 다만, 원래 모습 그대로 연못을 파고 인공섬을 만드는 등 그런 복원은 욕심이려나? 더 재밌는 건 이 용강동 원지는 우리 학교를 지으면서 나왔다고 한다. 학교 연륜은 10년 정도밖에 안 되지만, 학교 땅만큼은 천 년이란 긴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용강동 원지 유적. 이렇게 석축의 흔적을 복원해 놓았다. 뒤로 용황초등학교가 보인다.)
원지 유적에서 조금 끝쪽으로 가면 작은 무덤과 바위가 보인다. 예전 밭이 있던 시절에는 풀이 무성에서 작정하고 가야 했던 곳인데 이제는 편하게 갈 수 있다. 정식 명칭은 없으나 어렸을 때 우리들 사이에서는 '개구리 바위'라 불렀다. 누가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불렀다. 이 바위는 오래전 만들어진 고인돌이다. 남쪽 지방에 흔한 개석식 고인돌 중 하나다. 비슷한 고인돌이 이 동네 어딘가 하나 더 있다고 하는데 잘은 모르겠다. 바위 옆에는 언젠가 생긴 무덤이 자리 잡고 있다. 고인돌 위에는 둥근 구멍이 파여 있는데 성혈이나 별자리를 그린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도굴꾼이 바위를 쪼개려는 흔적으로 생각했는데. 여기서 가끔 바위 위에 올라가 제사 지내는 흉내도 내고 그랬다. 다시 보니 무척 반갑다. 경주도 곳곳에 고인돌이 분포해 있는데 제대로 된 문화유적 대접을 받는 게 별로 없어 많이 안타깝다. 그나마 이곳은 사적지 안에 포함돼 있어서 관리를 받고 있으나 다른 곳에 있는 건 대부분 논두렁이나 산 어귀에 처박혀 있다. 문화재 지정이 안 된다면 관리라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용강동 원지 유적 내 고인돌(개구리 바위). 초등학교 다닐 때 자주 왔는데.)
(바위 위에 새겨진 성혈(또는 별자리).)
1년 만에 여기 오는 것 같다. 다시 오니 반갑고 좋지만, 당분간 볼 수 없기에 더 쓸쓸해지는 기분이다. 고인돌에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언젠가 다시 올 날이 꼭 있기를...
-여정- (2014. 1. 11. 土)
용황초등학교→ 용강동 원지 유적→ 고인돌 (개구리 바위)
새롭게 펼쳐라!
羅新
첫댓글 아하!
용강동에도 고인돌이 있구나.
용황초등학교라면 아직 역사가 짧은 학교지.
여기를 졸업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