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에 가면
- 그 가을, 실내수영장에서 -
사직동에 가면 바다가 보인다
그 옛날 石器를 쓰던 이들이
돌추에 미끼를 매달아
열번이고 백번이고 낚시를 던졌을
사직동엔 이젠
이끼 낀 돌멩이들만 널려 있다
바다는 커다란 유리창 밖에서
넘실거리고
귓가에 스치는 물소리
50m, 100m 맴을 돌다가
물속에서도 목이 마른
아가미도 없이 숨가쁜 족속들
물소리보다 낮게 몸을 뉘이면
잊어야지 잊어야지
손가락도 팔다리도 동그랗게 잘라
몸통만 남겨두어야지
비늘만 지느러미만 남아
太初에 조개더미 그 바닷가에
가볍게 헤엄쳐가야지
사직동에 가면 수없이 헛된 다짐을 하며
가을에도 알몸들
제 꽁무니만 쫓아다니는데
어느새 바다는 바람소리를 내며
팔랑팔랑 황금빛으로
기다랗게 그물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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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허리가 많이 안좋아
짬이 나는 대로 수영장엘 다닙니다.
거기다 ‘될 때까지 찌른다’는 오묘한 침술을 가진
단골 한의원도 정해두었구요.
어느샌가 골프장일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부대끼는 일도 많고 마음의 부담도 늘어나네요
골프장 관광과 관련한 홍보전단도 만들어야 하고,
시청 도시계획과에 가서 정보공개신청내용도 확인해야 하고
에너지의 날 행사준비를 위해 주민프로그램도 짜서 보내야하고
길놀이 풍물이며 행사관련 주민단체 사람들도 연락해서 만나야 하고
수정동 산사태 지역과 김해 롯데골프장에 가서
호우 피해사진도 찍어야 하고,
주민설명회 자료에 넣을 지방 골프장 세제 감면 내용도 찾아봐야 하고
진구청장과 부산시장 면담 요청 공문과 공개질의서도 준비해야 하고
시청앞 집회를 위한 아파트 주민 동원방안도 의논해야 하고
그 때 쓸 구호와 문구도 정리해야하고 피켓, 펼침막, 손펼침막 준비도 해야하고
주민설명회 준비 중인 아파트 회장들 방문도 해야 하고
주민설명회 때 써야할 빔프로젝터도 구해야 하고
사진 자료 전시회를 위한 사진 및 자료보충도 해야 하고
일정 잡히는 대로 주민설명회와 사진자료전시회도 해야 하고,
골프장 까페도 들러봐야 하고
거기에 입주자 대표회의 일, 한자 수업, 도서관 자원봉사
민예총 잡지에 올릴 연극평과 연말까지 써내야 하는
부산지역 야학운동사 프로젝트도 챙겨야 하고
촛불집회에 4대강 관련 강연회와 집회, 롯데월드 공유수면 매립 목적 변경
반대 집회도 다녀야 하고,
이 일을 혼자서 다하느냐구요. 그렇습니다, 후후
혹 다른 이들과 일을 나눠하지 못하는 성격적 결함이 있느냐구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아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의식적으로는 어떻게든 같이 해보려 하는데 잘 안되는 걸 보면
성격적 결함이거나 조직사업에 젬병인 나잘난 맛에 일을 하는 스타일인게지요
일 많이 하니까 알아달라는 건 아니구요.
그렇다고 엄살을 부리는 것도 아닌데요.
그냥 외로운 느낌 있지요.
수영장에서 혼자 50m, 100m 맴을 돌면 그런 느낌이 제대론데요.
오래전에 썼던 글이 생각나서 조금 다듬어 보았습니다.
누군가의 글에서 외로움과 고립감은 다르다고 했던가요
그 말이 그 말 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데불고 놀만한 외로움이라면 괜찮지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외로움을 비집고 온갖 잡생각이 밀려드는 거예요
손가락을 빠져나가는 물처럼 밑도 끝도 없는,
그냥 팔랑팔랑 황금빛 그물을 드리우고
저만치 물길을 차고 오르는 실한 고기 꽁무니를 따라
고단한 몸 헤쳐가면 될 터인데 말이지요.
그렇지요. 후후
첫댓글 에궁. 찬돌님....언젠가 이 싸움이 끝나 오늘의 우리를 즐겁게 돌아보는 날이 오겠지요? 아자아자 지화자! 힘냅시다
그물을 던져 날 잡아가슈~~~^^
난 실한 고기만 잡는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