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터키인들은 한국인을 두고서 자주 “형제의 나라”라고 한다. 이 말은 그 이유를 따지지 않고서도 그 말을 하고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뭉클해지도록 하는 말이다. 서로 애초부터 아무런 관계가 없더라도 이 말을 듣고 말하는 이가 서로 모두 뭉클한 인류애를 느끼게 하는 감격적인 말이다. 이 말의 연유를 구태여 살펴보면 거기에는 계기가 하나 있다.
우리 조선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져 동족이 상잔하는 전쟁을 치를 때였다. 저 멀리 서방에 떨어진 터키와 그 국민들이 이 땅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을 보는 듯이 생각하고 대부분 지원병인 5,000여 전투병력을 한국을 위해 파병했다. 그 전쟁의 와중에서 터키병사들은 목숨을 돌보지 않고 용감하게 싸우다가 많은 피를 흘렸다. 바로 이 계기로 인해 두 국민은 피로 이어진 형제국으로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이러한 훌륭한 일을 해준 터키국민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때로는 그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도는 적도 있다. 특히 나의 마음을 아릿하게 하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전쟁이 끝난 후에 우리의 영수가 터키군 대표에게 물은 말에 대한 터키 측의 대답이다. “전쟁에 도와준 덕에 보답하고자 하니 무엇을 해주었으면 좋겠는가?”
이 때 터키 측은 “피를 함께 나눈 형제의 나라 사이에 다른 것은 필요 없다. 다만, 무술만(이슬람교도)인 우리들이 예배를 볼 곳이 없어 힘들었으니 무슬림들을 위해 이슬람 사원을 지어 주었으면 고맙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우리 측 영수는 이를 흔쾌히 승낙하여, 터키병사들의 헌신과 희생의 덕을 기리어 이슬람 불모의 지대인 우리나라에 5개의 이슬람 메스지드(cemi, 사원)이 지어지게 되었다. 다시금 알라의 은총이 그들에게 있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터키와 우리 한국인, 아니 조선민족 전체가 진정 터키인들과 “형제민족”인 것은 바로 그 6.25라는 전쟁만을 계기로 한 것이 결코 아닌 것을 양측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간 서로 몰랐을지는 모르지만, 조선(한) 민족과 터키, 나아가 모든 투르크 민족은 수백, 수천 년 전부터, 우리들의 역사가 문자로 기록되기 전부터 “형제민족”이었던 것이다.
기원전 2세기에 동방의 대전쟁으로 흉노와 조선이 연이어 망하자 그 백성들은 큰 물결의 움직임으로 4세기까지에 걸쳐 동방에서 서방 로마제국의 안마당까지 민족대이동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또 수백 년이 흘러 고구려와 백제, 당나라와 신라간의 싸움이 터졌다. 이 동아시아 대전으로부터 또 한 세대가 못되어 발해와 당나라, 그리고 신라간의 대전쟁이 또 다시 일어났다. 또 다시 그로부터 약 200년 뒤 조선반도에서는 궁예의 고구려와 왕건의 고려가 뒤바뀌는 궁정혁명이 일어나고 8년도 못되어 이어서 북에서는 발해가 거란에 망했다.
이 이어진 네 번의 대전쟁들의 여파로 조금씩 시차만 두고 적어도 네 번 이상 역사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거대한 민족대이동이 서방을 향해 일어났다. 금나라에 망한 요나라의 황족 야율대석의 무리가 서방으로 이동하여 우즈베키스탄 지역까지 나아가 카라키타이를 세운 것을 빼고서라도 그 뒤 다섯 번째로 일어난 마지막 대이동이 지금부터 약 800년 전 칭기스 칸 백성의 서방대이동이다.
이처럼 원래 동방에서 일어난 대전쟁들이지만, 결국은 서방세계로까지 크게 영향을 미쳤던 민족대이동을 일으킨 사건 중의 하나가 바로 고구려(Koguryo=Korea)의 멸망이다. 그것이 바로 "오구즈 칸"과 그의 백성 “오구즈 투르크”라고 부르는 이들의 서방으로의 대이동이다. “할아버지 코르쿠트”와 “술탄 오스만의 계보 이야기”도 이 사실을 말한다. 그들이 오늘날의 터키인들의 선조가 되었다.
오늘날 많은 터키인들은 까마득한 옛날에 자신들의 선조가 떠나온 곳이라, 그 선조들의 고향이 그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름은 전해져, 그것이 동방에 있는 “에르게네 콘(Ergene Kon)”이라는 어떤 전설적인 지방이라고 믿고 있다. 이 믿음은 바로 이 글이 말하는 것처럼, 까마득한 옛날에 그들의 선조가 오늘날의 터키로 오면서 그들의 기억 속에 묻어가져온 역사적 고향의 진실에 대한 희미한 회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전설적인 투르크인들의 고향인 에르게네 콘 지방은 바로, 내가 <고구려-발해인 칭기스 칸>에서 밝힌 바대로, 우리 발해의 “압록강네 군”, 곧 “아-ㅂ-로-카-나 콘(A-v-ro-kan-a-kun)”, “아르카나 쿤”, 곧 발해서경이다. 바로 그 희미해진 과거에 대한 기억 속에 밝혀지는 이 역사적 진실처럼, 많은 터키인들의 선조가 바로 극동의 이 땅에서 건너간 사람들이다.
우리는 오늘날 자신이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지도 모르고 앞만 바라보고 달려가면서 이 이야기들을 이미 지나 간 일(“역사”)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무덤 속에 파묻어 버렸다. 그러나 나는 그 과거의 무덤을 파헤쳐서라도 그 아픈 과거를 새로운 감동으로 다시 씹어보고자 한다. 지금 우리가 달려가는 방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동시에 그 아픔의 결과 맺어진 진정한 형제민족의 뿌리도 조금이라도 밝히기 위한 애틋한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이 글을 통해 우리 두 형제민족의 역사를 앞으로 더욱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장차 두 나라의 형제애와 우애를 다시 더욱 다지자고 하는 뜻에서 이 작은 글을 발표하기로 했다.
오늘날 터키 인구는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 아랍계 종족의 토대위에서 새로이 아나돌루(Anadolu) 지방으로 옮겨온 유럽계의 아르메니아인들과 쿠르드계, 그리고 동방인 또는 중앙아시아인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투르크계 인구가 각각 일정한 비율을 이루며 오늘날의 터키인이 형성되었다.
그런데 이 글이 보여주듯이, 오늘날의 터키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고대의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룸(Rum)과 아나돌루(Anadolu) 지방, 곧 오늘날의 터키로 옮겨간 동방인들의 후손이다. 그렇다면, 터키인과 우리 코레리(Koreli, 터키어로 조선/한민족)는, 비록 긴 역사에 의해 조금은 희석되기는 했지만, 진정한 피붙이 형제민족들이라는 결론이다.
너무나 까마득한 옛일이어서 오늘의 우리들은 알지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사실은 너무나 가까운 피붙이 형제들이 우리 코레리와 터키인들이라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적 진실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 두 민족 사이에 더욱 폭넓은 우애와 선린, 상호이해가 자리 잡고,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방면의 상호교류와 상호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오래전에 사라진 고구려(高句麗, Mukri, Koguri)와 돌궐(突闕, Tukiu)은 오늘날에도 코레아(Korea)와 터키(Turkey)-투르크(Turk)로 이어져 오늘날에도 저 푸른 하늘을 마주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우리 모두에게 바란다.
첫댓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