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삶의 터전 1.5평 가게까지 빼앗고 싶었나요?
이번 사건은 법을 잘 모르는 소시민의 약점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 했던 부동산 개발업체의 무지비한 욕심에서 비롯됐다. 수십 년 간 아픈 아들을 돌보며 성실히 살아온 노부부에게 닭집은 생계수단 그 이상이다. 변함없이 40년을 이어왔다는 노부부의 자부심을 공단이 지킬 수 있어 뿌듯했던 사례다.
1. 사건발단
40년 추억의 그 맛으로 보성시장을 지키는 "장원닭집"
제주시의 오래된 전통시장 중 하나인 보성시장 한 켠, 1평 남짓 구석에 자리 잡은 "장원닭집", 그 시작은 "장원상회"였다.
1973년 이것저것 좌판에 내어놓고 팔기 시작했지만 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아무것도 없이 살았었다.
너무 없이 사니까 아시는 분이 통닭집을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1979년 "장원닭집"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업계의 조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지만 "장원닭집"은 40년 전 추억의 그 맛을 간직한 채 보성시장을 지키고 있다.
1937년생인 김ㅇㅇ 할아보지와 1940년생인 강ㅇㅇ 할머니는 1평이 될까 말까 한 이 "장원닭집"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며 사고로 거동을 할 수 없는 1급 척수장애아들을 수십 년째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약 40년 전 보성시장 상인 전부가 소소의 광풍에 휘말려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을 때 의뢰인은 서울에 올라가 상대방을 만났다.
그리고 그 문제의 계약서에 사인하고 내려왔다.
그때는 그게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거라 생각했다.
수년이 흘렀고, 시장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와 이제는 하루하루 점점 더 쇠락해지는 전통시장을 걱정하느라 긴 한숨이 습관처럼 되었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매일매일 이곳에서 프라이드 치킨을 만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지 못하게 일이 터졌다.
2. 사건 전말
잘 모르고 한 계약, 수년 후 문제가 될 줄이야
1978년경 부동산 개발업자가 상가건물을 신축하면서 의뢰인을 비롯한 100여 명의 좌판 상인들이 상가건물을 분양받아 입주하였으나, 분양업자가 상가건물 대지 소유권지분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지 소유권이 부동산개발업자에 넘어간 후 상가 상인들 전부가 대지 사용료 등 청구 소송을 제기당하게 되었다.
2녀이 넘는 긴 소송과정에서 부동산 개발업체는 개별 상인들과 향후 현대식 상가 리모델링 및 우선분양을 미끼로 상가건물에 대한 매매계약서 작성을 유도하였고, 유일한 삶의 터전을 위협받던 의뢰인은 매매계약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의 '상가매매계약서'에 사인을 하였다.
이후 수년의 시간이 다시 흐른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다시 상가건물 소유권을 이전해달라는 소송을 제기 당하게 된 것이다.
3. 사건 분석
부동산 개발업체의 편법을 꿰뚫다.
의뢰인이 부동산 개발업체의 사업설명을 들은 후 상가매매계약이 자체에 날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나, 상가 리모델링 등 개발 분양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가 소유건만을 넘겨 달라는 주장은 부당한 상황이었다.
이에 공단은 의뢰인이 40년 전 분양대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10만 원을 매매대금으로 하여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의뢰인이 운영해온 상가의 영업기간이나 인지도, 단골손님 등 권리금을 고려할 경우 지나치게 소액으로 이는 의뢰인의 경계적 궁박이나 무경험을 이용한 민법상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점과 의뢰인이 부동산개발업체와 상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향후 상가개발(리모델링 등)이 완료될 경우 의뢰인에게 분양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하는 것을 전재로 소유건을 넘겨주기로 한 것으로, 이후 상가 개발 및 분야 사업계획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상인에게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은 공평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제시 하였다.
대한 상가 분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였다.
4. 법원 판결
노부부가 더 고통받지 않길 바라며
법원은 의뢰인과 부동산개발업체와 체결한 매매계약이 다소 과장된 사업설명이 원인이었다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계약서에 날인한 이상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볼 수는 없으나, 부동산개발업체는 상가 매매계약 이후 대지 소유권을 상실하고 현재까지 5년 이상 상가의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어떠한 권리도 취득하지 못하였고 향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어, 의뢰인에게 상가 소유권을 이전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아 부동산개발업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평생을 1.5평의 조그만 상가에서 통닭집을 운영해 온 의뢰인의 생계수단을 지켜주었다는 점에서 공단의 역할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해준 사건이었다.
김성현 /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