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 금요일 (금식과 금육)
‘우리의 파스카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신’ 이날에 교회는 주님이며 신랑이신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한다. 그리고 십자가를 경배하면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시작된 교회의 탄생을 기념하고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기도한다.
교회는 매우 오랜 전통에 따라 이날 성찬례를 거행하지 않고, 말씀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 예식만을 거행한다. 본래 이날의 전례는 말씀 전례가 중심을 이루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십자가 경배와 영성체 예식이 도입되어 오늘과 같은 전례를 거행하게 되었다. 십자가 경배는 4세기 말 예루살렘을 순례했던 에테리아(그 이름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은데, 처음에는 실비아라고 불리었으나 후에 에테리아 또는 에제리아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가 서방 교회에 알려 8세기 초에 로마 예식에 들어오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까지는 주님께서 수난하신 다음 부활하실 때까지 금식을 지키기 위하여 영성체를 하지 않았다. 그 뒤 성금요일에 성체를 모시는 관습이 들어왔으나 전례 개혁 전에는 집전 사제만이 성체를 받아 모셨다. 모든 교우에게 영성체가 허용된 것은 1955년에 있었던 전례 개혁 이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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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 6,14 참조>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자랑으로 삼아야 하리니, 그 안에 우리의 구원과 생명과 부활이 있으며, 그로써 우리는 구원과 자유를 얻었도다.
(대영광송을 바칠 때 종을 치고는 부활 성야까지 종을 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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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합시다” 없이)
† 주님, 성자 그리스도께서 이 교우들을 위하여 당신 피로써 파스카 신비를 마련하셨으니, 자비를 베푸시어 이 교우들을 영원히 보호하시며 거룩하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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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받는 주님의 종은 모든 고통을 대신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죽음으로써 생명을 되찾게 할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 고통 받는 주님의 종을 들어 높이시고 그의 얼굴을 빛나게 하셨다. 그의 고통은 우리를 비롯한 모든 이의 죄를 대속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고통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 준다. 예수님의 수난은 가치 없어 보이는 고통까지도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고난을 겪으셨으나 겸손하게 하느님 아버지께 순종하셨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시어 죄인들을 위해 대신 고통을 겪으셨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겸손한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 우리의 구세주께서는 우리와 다른 본성을 지니신 분이 아니고 우리와 똑같은 고통을 당하신 인간이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높이 들리신 일은 온 인류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절정을 드러내 보인 사건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위하여 생명을 바치신다.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인간의 증언을 필요로 하지 않으시고 아버지만이 그분을 증언해 주신다. 요한은 예수님께서 지니신 모든 신적인 모습을 계시하는 데에 신경을 쓰면서 예수님의 고통과 사태의 변화를 요약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예수님의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니고 오히려 하느님과 세상을 화해시키고 주님의 현존을 시작하게 하는 사건이다(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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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으스러뜨린 것은 우리의 악행이었다(주님의 종의 넷째 노래).>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52,13─53,12
“이제 나의 종은 할 일을 다 하였으니, 높이높이 솟아오르리라. 무리가 그를 보고 기막혀했었지. 그의 몰골은 망가져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었고, 인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제 만방은 그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제왕들조차 그 앞에서 입을 가리리라. 이런 일은 일찍이 눈으로 본 사람도 없고, 귀로 들어 본 사람도 없다.”
그러니 우리에게 들려주신 이 소식을 누가 곧이들으랴? 주님께서 팔을 휘둘러 이루신 일을 누가 깨달으랴? 그는 메마른 땅에 뿌리를 박고, 가까스로 돋아난 햇순이라고나 할까? 늠름한 풍채도, 멋진 모습도 그에게는 없었다. 눈길을 끌 만한 볼품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퇴박을 맞았다. 그는 고통을 겪고 병고를 아는 사람,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고 피해 갈 만큼 멸시만 당하였으므로 우리도 덩달아 그를 업신여겼다.
그런데 실상 그는 우리가 앓을 병을 앓아 주었으며, 우리가 받을 고통을 겪어 주었구나. 우리는 그가 천벌을 받은 줄로만 알았고, 하느님께 매를 맞아 학대받는 줄로만 여겼다. 그를 찌른 것은 우리의 반역죄요, 그를 으스러뜨린 것은 우리의 악행이었다. 그 몸에 채찍을 맞음으로 우리를 성하게 해 주었고, 그 몸에 상처를 입음으로 우리의 병을 고쳐 주었구나.
우리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며 제멋대로들 놀아났지만, 주님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구나. 그는 온갖 굴욕을 받으면서도, 입 한 번 열지 않고 참았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가만히 서서 털을 깎이는 어미 양처럼,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억울한 재판을 받고 처형당하는데, 그 신세를 걱정해 주는 자가 어디 있었느냐? 그렇다, 그는 인간 사회에서 끊기었다. 우리의 반역죄를 쓰고 사형을 당하였다. 폭행을 저지른 일도 없었고, 입에 거짓을 담은 적도 없었지만, 그는 죄인들과 함께 처형당하고, 불의한 자들과 함께 묻혔다.
주님께서 그를 때리고 찌르신 것은 뜻이 있어 하신 일이었다. 그 뜻을 따라 그는 자기의 생명을 속죄의 제물로 내놓았다. 그리하여 그는 후손을 보며 오래오래 살리라. 그의 손에서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리라. 그 극심하던 고통이 말끔히 가시고, 떠오르는 빛을 보리라. 나의 종은 많은 사람의 죄악을 스스로 짊어짐으로써 그들이 떳떳한 시민으로 살게 될 줄을 알고 마음 흐뭇해하리라.
나는 그로 하여금 민중을 자기 백성으로 삼고, 대중을 전리품처럼 차지하게 하리라. 이는 그가 자기 목숨을 내던져 죽었기 때문이다. 반역자의 하나처럼 그 속에 끼여,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고, 그 반역자들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했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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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30,2와 6.12-13.15-16.17과 25(◎ 루가 23,46)>
◎ 아버지, 제 영혼을 당신의 손에 맡기나이다.
○ 주님, 당신께 의탁하는 이 몸, 끝내 부끄리지 않으리이다. 당신의 정의로 저를 구하소서. 제 영혼을 당신의 손에 맡기오니, 진실하신 주 하느님, 당신께서는 저를 구해 주시리이다. ◎
○ 저는 제 모든 원수의 조롱거리, 이웃들의 놀림감, 아는 이들에게는 놀람이 되었고, 거리에서 저를 보는 이들은 피해 가나이다. 저는 죽은 사람처럼 마음에서 잊혀지고, 깨어진 그릇처럼 되어 버렸나이다. ◎
○ 그러나 주님, 저는 당신만 믿사오니, “저의 주님께서는 당신”이라 하옵나이다. 저의 운명이 당신 손에 달렸사오니, 제 원수, 박해자들 손에서 저를 구하옵소서. ◎
○ 당신의 종 위에 당신의 얼굴을 빛내어 주시고, 자비로우심으로 저를 살려 주소서.
주님께 바라는 너희가 모두 굳세게 굳세게 마음들을 가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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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는 복종하는 것을 배우셨고 당신에게 복종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 4,14-16; 5,7-9
형제 여러분, 우리에게는 하늘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분에 대한 신앙을 굳게 지킵시다. 우리의 사제는 연약한 우리의 사정을 몰라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와 마찬가지로 모든 일에 유혹을 받으신 분입니다.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용기를 내어 하느님의 은총의 옥좌로 가까이 나아갑시다. 그러면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받아서 필요한 때에 도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인간으로 이 세상에 계실 때에 당신을 죽음에서 구해 주실 수 있는 분에게 큰 소리와 눈물로 기도하며 간구하셨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경외하는 마음을 보시고 그 간구를 들어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고난을 겪음으로써 복종하는 것을 배우셨습니다. 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후에 당신에게 복종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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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2,8-9>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죽기까지,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도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도다.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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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이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 18,1─19,42
○ 해설자 † 예수 ● 다른 한 사람 ⊙ 다른 몇몇 사람 ◎ 군중
○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키드론 골짜기 건너편으로 가셔서 거기에 있는 동산에 들어가셨다. 예수와 제자들이 가끔 거기에 모이곤 했었기 때문에 예수를 잡아 줄 유다도 그곳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다는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보낸 경비병들과 함께 한 떼의 군인들을 데리고 그리로 갔다. 그들은 무장을 갖추고 등불과 횃불을 들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신상에 닥쳐올 일을 모두 아시고 앞으로 나서시며 그들에게 물으셨다.
† “너희는 누구를 찾느냐?”
○ 경비병들과 군인들이 대답하였다.
⊙ “나자렛 사람 예수를 찾소.”
○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 “내가 그 사람이다.”
○ 예수를 잡아 줄 유다도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예수께서 “내가 그 사람이다.” 하고 말씀하셨을 때 그들은 뒷걸음질치다가 땅에 넘어졌다. 예수께서 다시 물으셨다.
† “너희는 누구를 찾느냐?”
○ 그들이 대답하였다.
⊙ “나자렛 사람 예수를 찾소.”
○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 “내가 그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너희가 나를 찾고 있다면 이 사람들은 가게 내버려 두어라.”
○ 예수께서는 “나에게 맡겨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았습니다.” 하신 말씀을 이루려고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이때에 시몬 베드로가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대사제의 종을 내리쳐 오른쪽 귀를 잘라 버렸다. 그 종의 이름은 말코스였다. 이것을 보신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 “그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고난의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 그때에 군인들과 그 사령관과 유다인의 경비병들이 예수를 붙잡아 결박하여 먼저 안나스에게 끌고 갔다. 안나스는 그 해의 대사제 가야파의 장인이었는데 가야파는 일찍이 유다인들에게 “한 사람이 온 백성을 대신해서 죽는 편이 더 낫다.” 하는 의견을 냈던 자이다. 시몬 베드로와 또 다른 제자 한 사람이 예수를 따라갔다. 그 제자는 대사제와 잘 아는 사이여서 예수를 따라 대사제의 집 안뜰까지 들어갔으나 베드로는 대문 밖에 서 있었다. 대사제를 잘 아는 그 제자는 다시 나와서 문지기 하녀에게 말하여 베드로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 젊은 문지기 하녀가 베드로를 보더니 물었다.
● “당신도 저 사람의 제자가 아닙니까?”
○ 베드로는 부인하였다.
● “아니오.”
○ 날이 추워서 하인들과 경비병들은 숯불을 피워 놓고 불을 쬐고 있었는데 베드로도 그들 틈에 서서 불을 쬐고 있었다. 대사제 안나스는 예수를 심문하며 그의 제자들과 그의 가르침에 관하여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버젓이 말해 왔다. 나는 언제나 모든 유다인들이 모이는 회당과 성전에서 가르쳤다. 내가 숨어서 말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왜 나에게 묻느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들은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라. 내가 한 말은 그들이 잘 알고 있다.”
○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곁에 서 있던 경비병 한 사람이 예수의 뺨을 때리며 말하였다.
●“대사제님께 그게 무슨 대답이냐?”
○ 예수께서 그 경비병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한 말에 잘못이 있다면 어디 대 보아라. 그러나 잘못이 없다면 어찌하여 나를 때리느냐?”
○ 안나스는 예수를 묶은 채 대사제 가야파에게 보냈다. 시몬 베드로는 여전히 거기 서서 불을 쬐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물었다.
●“당신도 저 사람의 제자가 아니오?”
○ 베드로는 아니라고 부인하였다. 그때 대사제의 종으로서 베드로한테 귀를 잘린 사람의 친척 되는 사람이 나서면서 그를 몰아세웠다.
●“당신이 동산에서 그와 함께 있는 것을 내가 보았는데 그러시오?”
○ 베드로가 또 아니라고 부인하자 곧 닭이 울었다. 사람들이 예수를 가야파의 집에서 총독 관저로 끌고 갔다. 그때는 이른 아침이었는데 그들은 부정을 타서 과월절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될까 봐 총독 관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빌라도가 밖으로 나와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이 사람을 무슨 죄로 고발하느냐?”
○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이 사람이 죄인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여기까지 끌고 왔겠습니까?”
○ 그러자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가 데리고 가서 너희의 법대로 처리하여라.”
○ 유다인들이 대답하였다.
⊙“우리에게는 사람을 사형에 처할 권한이 없습니다.”
○ 이렇게 해서 예수께서 당신이 어떻게 돌아가실 것인가를 암시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빌라도는 다시 관저 안으로 들어가서 예수를 불러 놓고 물었다.
●“네가 유다인의 왕인가?”
○ 예수께서 반문하셨다.
†“그것은 네 말이냐? 아니면 나에 관해서 다른 사람이 들려 준 말을 듣고 하는 말이냐?”
○ 빌라도가 예수께 물었다.
●“내가 유다인인 줄로 아느냐? 너를 내게 넘겨 준 자들은 너희 동족과 대사제들인데 도대체 너는 무슨 일을 했느냐?”
○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만일 내 왕국이 이 세상 것이라면 내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다인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했을 것이다. 내 왕국은 결코 이 세상 것이 아니다.”
○ 빌라도가 예수께 다시 물었다.
●“아무튼 네가 왕이냐?”
○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왕이라고 네가 말했다.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 진리 편에 선 사람은 내 말을 귀담아듣는다.”
○ 빌라도가 예수께 물었다.
●“진리가 무엇인가?”
○ 빌라도는 이 말을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와 유다인들에게 물었다.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였다. 과월절이 되면 나는 너희의 관례에 따라 죄인 하나를 놓아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이 유다인의 왕을 놓아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
○ 유다인들은 악을 쓰며 소리질렀다.
◎“그자는 안 됩니다. 바라빠를 놓아 주시오.”
○ 바라빠는 강도였다. 빌라도는 안으로 들어가서 부하들을 시켜 예수를 데려다가 매질하게 하였다. 병사들은 가시나무로 왕관을 엮어 예수의 머리에 씌우고 자홍색 용포를 입혔다. 그리고 예수 앞에 다가서서 소리치며 예수의 뺨을 때렸다.
⊙“유다인의 왕 만세!”
○ 빌라도는 다시 밖으로 나와서 유다인들에게 말하였다.
●“그를 너희 앞에 끌어내 오겠다. 내가 그에게서 아무런 혐의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너희도 이제 보면 알 것이다.”
○ 예수께서 가시관을 머리에 쓰시고 자홍색 용포를 걸치시고 밖으로 나오셨다. 빌라도는 사람들에게 예수를 가리켜 보이며 말하였다.
●“자, 이 사람이다.”
○ 대사제들과 경비병들은 예수님을 보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십자가에!”
○ 빌라도가 말하였다.
●“그러면 데려다가 너희의 손으로 십자가에 못박아라.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목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 유다인들은 또다시 대꾸하였다.
◎“우리에게는 율법이 있습니다. 그 율법대로 하면 그자는 제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했으니 죽어 마땅합니다.”
○ 빌라도는 이 말을 듣고 더욱 두려운 마음이 들어 예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다시 물었다.
●“도대체 너는 어디에서 온 사람이냐?”
○ 예수께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나에게도 말을 하지 않을 작정이냐? 나에게는 너를 놓아 줄 수도 있고 십자가형에 처할 수도 있는 권한이 있는 줄을 모르느냐?”
○ 빌라도의 이 말에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네가 하늘에서 권한을 받지 않았다면 나를 어떻게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너에게 넘겨 준 사람의 죄가 더 크다.”
○ 이 말을 들은 빌라도는 예수를 놓아 줄 기회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큰 소리로 외쳤다.
◎“만일 그자를 놓아 준다면 총독님은 카이사르의 충신이 아닙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왕이라고 하는 자는 카이사르의 적이 아닙니까?”
○ 빌라도는 이 말을 듣고 예수를 데리고 나와 리토스트로토스라 하는 자리에 올라가 자기 재판관석에 앉았다. 리토스트로토스라는 말은 히브리 말로 가빠타라고 하는데 ‘돌 깔아 놓은 자리’라는 뜻이다. 그날은 과월절 준비일이었고 때는 낮 열두 시쯤이었다. 빌라도가 유다인들을 둘러보며 말하였다.
●“자, 여기 너희의 왕이 있다.”
○ 유다인들이 외쳤다.
◎“죽이시오. 죽이시오.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시오!”
○ 빌라도가 말하였다.
●“너희의 왕을 나더러 십자가형에 처하란 말이냐?”
○ 대사제들이 대답하였다.
⊙“우리의 왕은 카이사르밖에 없습니다.”
○ 그래서 빌라도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그들에게 내어 주었다. 예수께서는 마침내 그들의 손에 넘어가 몸소 십자가를 지시고 성밖을 나가 히브리 말로 골고타라는 곳으로 향하셨다. 골고타라는 말은 해골산이란 뜻이다. 여기서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도 십자가에 달아 예수를 가운데로 하여 그 양쪽에 하나씩 세워 놓았다. 빌라도가 명패를 써서 십자가 위에 붙였는데 거기에는 “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라고 씌어 있었다. 그 명패는 히브리 말과 라틴 말과 그리스 말로 적혀 있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곳이 예루살렘에서 가깝기 때문에 많은 유다인들이 와서 그것을 읽어 보았다. 유다인들의 대사제들은 빌라도에게 가서 말하였다.
⊙“‘유다인의 왕’이라 쓰지 말고 ‘자칭 유다인의 왕’이라고 써 붙여야 합니다.”
○ 빌라도는 거절하였다.
●“한 번 썼으면 그만이다.”
○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단 병사들은 예수의 옷가지를 가져다가 네 몫으로 나누어서 한몫씩 차지하였다. 그러나 속옷은 위에서 아래까지 혼솔 없이 통으로 짠 것이었으므로 그들은 의논하였다.
⊙“이것은 찢지 말고 누구든 제비를 뽑아 차지하기로 하자.”
○ 병사들은 그대로 하였다. 이리하여 “그들은 내 겉옷을 나누어 가지며 내 속옷을 놓고는 제비를 뽑았다.” 하신 성서의 말씀이 이루어졌다. 예수의 십자가 밑에는 그 어머니와 이모와 글레오파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서 있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서 있는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먼저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 예수께서 제자에게 말씀하셨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 이때부터 그 제자는 마리아를 자기 집에 모셨다. 예수께서는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목마르다.”
○ 이 말씀으로 성서의 예언이 이루어졌다. 마침 거기에는 신 포도주가 가득 담긴 그릇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포도주를 해면에 담뿍 적셔서 히솝 풀대에 꿰어 가지고 예수의 입에 대어 드렸다. 예수께서는 신 포도주를 맛보신 다음 말씀하셨다.
†“이제 다 이루었다.”
○ 그리고 예수께서는 고개를 떨어뜨리시며 숨을 거두셨다.
<무릎을 꿇고 잠시 묵상>
○ 그날은 과월절 준비일이었다. 다음 날 대축제일은 마침 안식일과 겹치게 되었으므로 유다인들은 안식일에 시체를 십자가에 그냥 두지 않으려고 빌라도에게 시체의 다리를 꺾어 치워 달라고 청하였다. 그래서 병사들이 와서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사람들의 다리를 차례로 꺾고 예수께 가서는 이미 숨을 거두신 것을 보고 다리를 꺾는 대신 군인 하나가 창으로 그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거기에서 피와 물이 흘러 나왔다. 이것은 자기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의 증언이다. 그러므로 이 증언은 참되며, 이 증언을 하는 사람은 자기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여러분도 믿게 하려고 이렇게 증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의 뼈는 하나도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한 성서의 말씀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성서의 다른 곳에는 “그들은 자기들이 찌른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기록도 있다. 그 뒤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게 하여 달라고 청하였다. 그도 예수의 제자였지만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빌라도의 허락을 받아 요셉은 가서 예수의 시체를 내렸다. 그리고 언젠가 밤에 예수를 찾아왔던 니고데모도 침향을 섞은 몰약을 백 근쯤 가지고 왔다. 이 두 사람은 예수의 시체를 모셔다가 유다인들의 장례 풍속대로 향료를 바르고 고운 베로 감았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곳에는 동산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직 장사지낸 일이 없는 새 무덤이 하나 있었다. 그날은 유다인들이 명절을 준비하는 날인데다가 그 무덤이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예수를 거기에 모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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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체 후 묵상>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손에 모든 것을 의탁하시고 마지막 숨을 거두셨습니다. 이 예수님의 위대한 죽음으로 모든 영혼을 구원하셨습니다. 예수님의 피로 우리의 죄를 없애 주시고 영원히 살리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영혼의 샘물이 되시고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지켜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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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죽음과 부활로 저희를 구원하셨으니, 주님께서 자비로이 구원하신 저희를 지켜 주시고, 이 신비에 참여함으로써 언제나 열심히 살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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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의 이름으로 새로 오실 임금이시여~ 찬미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