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김미진
빼앗긴 돌 외
수탉이 봄볕에 졸고 있었다,
돌을 품고
너무 오래 품어서 돌은 온기가 돌았다
저만치 개나리꽃이 노랑노랑 수군댔다
그는 돌을 가져와 꽃바구니에 숨겼다
돌은 부화했고
수탉은 밖에서 항거했다
아이는 병아리 전시회 초대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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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대한 예의
1.
주정酒精은 스피릿
우리가 마시는 건 영혼
보리는 영혼만 주고 영영 사라진다네
오크통 밀실에 사는 발렌타인 30년산
매년 허공으로 술술 사라진다네
그것은 앤젤스 셰어Angel's share 천사의 몫이라서
주정酒酊은 절대 안된다오, 영혼의 일이라서
2.
살 만큼 살아보니
더 사는 건 덤이라고
으레 하는 말이려니 무심히 지난 시절
다 닳은, 몸에서 휘발되는 몰*것들이 있다네
사고四苦*의 임계에서 빠져나가는 욕망들
순순한 숨이 되어 적요의 잔을 채우는
다다른, 더도 덜도 아닌 사라짐이 있다네
*몰: 1. ‘모르다->모를’의 줄임말. 사투리. 2. ‘沒 (접두어)’ 없다.
눈에 안 보이니 없고, 없으니 모르는 것임에도 존재하는 것을 위한 중의적 사용
*사고四苦: 생로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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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202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조시학 젊은 시인상을 받았다. ‘율격’, ‘모란촌’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