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In manus tuas, Domine, commendo spiritum meum!
(오 주님, 당신의 손에 내 영혼을 부탁하나이다!)
라틴어는 거의 못하지만 저 기도만큼은 우리말 기도보다 더 큰 울림으로 제게 다가옵니다. 이 책 안에 나오는 문장인데, 재침례교도인 펠릭스 만츠가 차가운 얼음 물 속에 내던져진 채 순교 당하면서 드린 기도입니다.
2006년 11월 17일 밤을 새며 이 책을 읽었다고 적혀 있네요. 그때 강렬하게 다가온 이 기도문은 제 마음에 오롯이 아로새겨졌습니다. 지금도 힘겨울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곤 하는데, 정말 희한하게도 라틴어로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저자 윌리엄 에스텝이 침례교 신학자인지라 Magisterial Reformation보다 재침례교도들에게 더 큰 애정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해 보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년 전 신대원에서 스위스의 Emidio Campi 교수님의 초청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과거의 박해에 대하여 질문을 드렸더니, 스위스 개혁교회가 재침례교도의 후예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도 개혁교회 안에는 재침례교도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합니다. 물론 신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메노 시몬스를 따르던 재침례파 일파들의 인내와 온유한 모습은 너무도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여러 신학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저로서는 그들이 주 안에서 한 형제 자매임을 부정하기까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이렇듯 잘 연계해서 다룬 책은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은 서로를 연계해 줌으로써 종교개혁에 대한 중세적 이해와 연속성을 심도 있게 보여줍니다.
몇 년 전 다시 꺼내 읽었을 때에도 그 감동이 여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과연 명저입니다! 번역도 훌륭하고요.
"Domine commendo spiritum meu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