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더 감퇴하여 장모님은 당신이 왜 이런 곳에 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셨다. 다치신 것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고, 여기가 병원인지 어딘지 뭘 하는 곳인지 전혀 개념이 없었다. 어떤 남자가 자꾸 데리러 온다며 지금도 옆에서 기다린다고 하시는가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매우 그럴듯하게 꽤 논리적으로 들려주기도 하셨다. 회진하는 교수님께 돈을 달라고 떼를 쓰시기도 하고, “다 그런 거잖아” 하시는 등 섬망 증상을 보였다. 장모님이 간병인 모르게 몸에 연결되어 있던 줄을 빼버리곤 해서 그때마다 한바탕 소동이 난다고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주사기를 다시 넣어야 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코에 있는 산소 줄까지 빼버리신다고 했다. 실랑이를 벌이다 침상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경험이 많아서 이런 위험성을 잘 아는 간병인은 이런저런 애를 먹이고 있는 장모님을 단호하게 냉정하게 모시고 있었다. 간병인으로서는 병원의 지시에 따라 본인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었지만, 장모님은 간병인의 태도가 서운하여 어린아이 같은 투정을 부리셨다. 간병인 아주머니는 치매 환자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할머니가 점잖고 품위 있으며 마음이 착하시다고 했다. 수술 후 힘든 상황에서도 많이 참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보면 지난번에 자신이 모셨던 치매 환자하고는 너무도 다르다고 했다. 아프면 꼬집어 뜯어 온 팔을 멍들게 했던 지난번 환자에 비하면 모시기 수월한 환자라며 장모님을 칭찬했다.
아내는 전과는 다르게 깊은 신뢰를 보였다. 병원에 간병인이 있으니 망정이지 간병인이 없었으면 보호자나 의료진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겠냐며, 정말 간병인들은 천사이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진정한 수행자라고 했다. 우리 자식들 어느 누가 밤새 곁을 지키고 환자의 아픔을 도울 수 있겠냐며 간병인의 노고를 칭찬하고 또 칭찬했다.
꼼짝도 못하시는 장모님을 노련하게 일으켜 앉혀 씻기고 식사하시게 하고 시간 맞춰 약도 챙겨드리고, 정말 희생정신이나 소명의식 없이 대가만 바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힘든 일인 것 같았다. 환자를 돌보다가 자신이 환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우리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땅에 환자와 아픔을 같이하는 모든 간병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며, 그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 치매를 예방하는 두뇌 건강법②“건강한 생활습관이 치료보다 낫다”일반적으로 생활습관병이라고 하면 식습관이나 운동, 흡연, 음주, 수면이나 휴식 등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병이 더 잘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면 발생률을 훨씬 줄일 수 있고 진행을 늦출 수도 있다. 흔히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알코올성 간질환, 퇴행성관절염, 위궤양, 악성 종양 등이 이에 해당한다. 치매는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오는 뇌의 노화에 의한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치매로 고생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치매의 원인을 놓고 보면 유전적인 면도 있지만 잘못된 습관으로 일찍 발병하고 빨리 악화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치매 역시 생활습관병에 속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은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고, 동맥경화로 인해 뇌혈관이 파열되거나 막히면 결국 치매에 걸리는 것이다. 그러니 혈관성 치매는 생활습관성 병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혈관성 치매에 비해 그 원인이 또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포함한 퇴행성 치매 또한 긴장 없이 살거나 너무 긴장을 많이 하는 생활습관에 따라 발병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으므로 이 역시 생활습관병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 치매는 발병 원인이 다르지만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은 혈관에 침착되어 노인성 뇌출혈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모세혈관의 부분적 순환장애는 뇌세포에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영국 카디프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34년간 2,345명의 생활습관을 추적한 결과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적당한 음주, 건강한 다이어트, 정상 체지방 유지 등의 다섯 가지 생활 규칙을 지키는 것이 알츠하이머 치매, 심장질환, 당뇨의 위험도를 낮추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 중에서 네 가지 이상 지키면 치매와 인지력 감퇴의 위험률이 최소 60% 이상 줄어든다고 밝혔다. 선임 연구원인 피터 엘우드 교수는 “건강한 생활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놀라울 정도로 건강에 도움을 주며, 건강한 생활습관은 어떤 의학적 치료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과한 지방 섭취, 비만, 음주, 흡연은 내 몸에 시한폭탄을 장착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타고난 건강 유전 인자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활환경과 습관이다. 건강한 유전 인자를 타고났다고 해도 나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병에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반대로 좋지 않은 가족력으로 불안한 유전 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생활습관으로 얼마든지 극복해낼 수 있다.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자신의 몸 안에 시한폭탄이 폭발하지 않게 하려면 당연히 생활습관을 바꾸면 된다. 그러면 내 몸에 장착되었던 시한폭탄이 서서히 멈추고 몸이 안정을 되찾아간다.
우리 몸은 항상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기회만 되면 자연치유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습관을 바꿔주면 우리 몸은 언제든지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너무 늦지 않았다면 말이다. 치매 또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