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골 와폭
뭇 산들은 내 눈 밑의 주름 같고 群山眼底皺
만 길 절벽은 짚신을 달아 놓은 것 같네 萬仞懸雙屩
훗날 방장산 가는 길에는 他年方丈路
너를 데리고 구름사다리 밟으리라 携爾躡雲梯
――― 주세붕(周世鵬, 1495~1554), 「유청량산록(遊淸凉山錄)」에서
▶ 산행일시 : 2016년 8월 6일(토), 맑음, 폭염
▶ 산행인원 : 10명
▶ 산행거리 : GPS 도상거리 11.3km
▶ 산행시간 : 8시간 10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32 - 자루목이 근처, 산행시작
09 : 12 - 676m봉
10 : 00 - 871m봉
10 : 08 - ┣자 갈림길, 오른쪽은 삼팔교에서 오는 주등로
11 : 05 - 전망바위
10 : 34 - 1,150m봉, ┫자 갈림길, 왼쪽은 도마봉, 도마치에서 오는 주등로
11 : 44 - 석룡산(石龍山, 1,147m)
11 : 52 ~ 12 : 26 - 석룡산 아래 나무숲속, 점심
12 : 50 - ┣자 갈림길 안부, 방림고개
13 : 25 - 1,295m봉(삼일봉), ┫자 갈림길, 직진은 화악산으로 감
14 : 22 - 929m봉
15 : 10 - 목욕동
16 : 36 - 법장사
16 : 42 - 화음교, 산행종료
16 : 57 - 사창리, 목욕
19 : 07 - 청평, 저녁
21 : 30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석룡산 정상에서
2. 화악산
▶ 석룡산(石龍山, 1,147m)
가평 가는 길. 바캉스시즌 주말이다. 길 도우미는 일단 서울춘천고속도로로 들었다가 화도IC
에서 빠져나가 경춘북로를 달리다 금남IC에서 춘천, 청평 방면으로 갈 것을 권하지만 우리는
이를 마다하고 수석·호평간 도시고속화 도로로 간다. 아주 현명했다. 지체하지 않고 쭉쭉 나
아간다. 여느 때도 병목인 새터삼거리를 무난히 통과한다.
청평을 지나며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강 건너 고동산, 화야산, 뾰루봉, 호명산 연봉이 심산유
곡의 가경이다. 가평, 목동 지나 가평천 유원지는 물놀이 준비로 바쁘고 명지산 입구 익근리
주차장은 대만원이다. 우리는 삼팔교를 지나고 서행하며 뚫고 오르기 알맞을 산기슭을 두루
살피다가 자루목이 부근 고새피골 가기 전 산모퉁이에서 멈춘다.
석축 높이 쌓은 절개지 가장자리 덤불숲을 뚫는다. 지난주 대학산 산행 때 무턱대고 덤불숲
을 헤치다가 쐐기와 독나방에 오지게 당했던 터라 더럭 겁부터 난다. 전후좌우 예의 경계하
며 걷는다. 낙엽과 부엽토가 푹신한 생사면을 잠깐 오르면 펑퍼짐한 능선이 나온다. 오늘도
폭염이다. 바람 한 점이 없다. 아침부터 푹푹 삶는다. 자지러지는 듯한 매미 울음소리에 더
덥다.
얼마 안 가 높다란 암벽이 막아서고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이어 완만한 슬랩을 기
어오른 다음 바윗길을 간다. 선등은 오늘 오지산행에 모처럼 나온 선바위 님이다. 그 뒤를 쫓
자니 더러 짜릿한 손맛을 보지만 어째 험로로만 골라 가는 것 같아 미덥지 못하다. 그저 내닫
는 선바위 님 멈추게 소리쳐 676m봉에서 휴식한다. 입산주로 냉탁주 거푸 들이켠다.
676m봉은 오른쪽 지능선이 합류하여 인적이 분명하다. 등로는 한 차례 길게 내렸다가 솟구
친다. 공제선 한 번 올려다보고 고개 꺾는다. 무념무상만이 내가 할 일이다. 순례자 혹은 구
도자의 길처럼 간다. 땀과 빗물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비 오듯 흐르는 땀은 눈앞을 가린
다. 동진하여 오른 방향이 북동진으로 꺾이는 790m봉. 이정표가 황당하다. 석룡산 정상까지
90km다. 삼팔교까지는 50km이고.
등로 주변에는 버섯이 흔하다. 잘 알지 못하는 버섯들이다. 괜히 스틱으로 건드려보고 간다.
871m봉. 지형도에는 고새피골에서 오르는 등로가 있는데 실지에는 보이지 않는다. 신가이
버 님과 나는 선두가 앞서간 줄 알고 871m봉 넘어 냅다 줄달음하여 ┣자 갈림길 안부까지
와버렸다. 우리만이라도 그만 쉬어 가자하고 배낭 벗어놓고 신가이버 님이 보온병에 담아온
특제 냉커피를 음미하고 있는데 일행이 뒤쫓아 온다.
3. 화야산, 청평 지나며 차창 밖으로 본 모습이다
4. 화야산, 청평 지나며 차창 밖으로 본 모습이다
5. 화야산, 청평 지나며 차창 밖으로 본 모습이다
6. 뾰루봉, 청평 지나며 차창 밖으로 본 모습이다
7. 명지산
8. 화악산
9. 멀리 가운데가 명지산
10. 멀리 가운데는 귀목봉
11. 멀리 가운데는 칼봉산
12. 두 여인, 석룡산 오르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자 갈림길 안부는 삼팔교에서 석룡산을 오르는 주등로다. 이정표에 석룡산 정상까지 1.6k
m이고, 우리 온 길은 ‘등로 없음’이다. 이제부터 등로는 탄탄대로다. 도리어 손과 발이 심심
하다. 긴 오르막이다. 등로는 한 피치 올랐다가 왼쪽 사면으로 빙 돌아 오른다. 바윗길이 잦
더니 등로 옆에 전망바위가 나온다. 발아래 골 건너 화악산이 거대한 장벽이다.
하늘 가린 숲속 미끄러운 바윗길을 살금살금 지나고 정상이 가까워 전망바위가 한 차례 더
나온다. 깊은 낭떠러지 위다. 오늘 산행 최고의 경점이다. 한동안 소원했던 한북정맥 강씨봉,
귀목봉, 명지산, 칼봉산이 반갑다. 김형수 씨가 『韓國400山行記』(2002)의 ‘석룡산’에서
“정상에 서면 동편으로는 화악산이 압도하듯 솟아 있고 서편으로는 남북으로 흘러내린 광주
산맥(한북정맥)의 대 산군을 건너다보는 조망이 좋다.”라고 하였는데 정상은 나무숲 둘러 아
무 볼 것이 없고, 아마 여기를 두고 말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전망바위에서 조금 더 오르면 왼쪽으로 도마치, 도마봉 가는 ┫자 갈림길인 1,150m봉이
다. 이 1,150m봉이 예전에 한참동안 석룡산 정상 노릇을 하였다. 언제인가 동쪽으로 300m
더 간 1,147m봉으로 정상 표지석을 옮겼다. 두 차례 우회로 멀리하고 암릉 길을 내렸다가 약
간 오르면 석룡산 정상이다. 정상은 우리 일행이 둘러앉아 점심 식사하기에는 비좁다. 정상
표지석 둘러싸고 단체 기념사진 얼른 찍고 물러난다.
▶ 목욕동, 멱골
등로 주변은 풀숲이 펼쳐지고 야생화가 만발하였다. 꽃길이다. 이질풀, 모시대, 금강초롱, 여
로, 박새, 어수리, 참취, 단풍취, 참나물 꽃 등등. 울창한 나무숲 사이 파고드는 햇살이 멋들어
진 조명이다. 오른쪽 등로 약간 벗어나면 넙데데한 숲속 그늘이 나온다. 점심밥 먹는다. 하도
더워 밥이 잘 먹히지 않는다. 물에 말아 넘긴다.
쭈욱 내린 안부는 방림고개다. 쉬밀고개 또는 방립(方笠)고개라고도 한다. 풀과 나무숲이 우
거져 ‘방림(芳林, 향기가 있는 숲)’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오른쪽은 조무락골 거쳐 삼팔
교는 가는 길이다. 우리는 직진한다. ‘등로 없음’이라는 이정표 뒤로 등로가 뚜렷하다. 완만하
고 긴 오르막길이다. 암릉은 얌전히 등로 따라 돌아 넘는다.
목욕동 가기 전에 땀으로 목욕한다. 오르막 등로가 잠깐 멈칫한 데는 1,295m봉 헬기장이다.
헬기장은 불볕이 가득한 화로다. 숲속 그늘로 들어 오래 휴식한다. 1,295m봉에는 ‘SEOUL
MOUNTAIN’ 산악회에서 ‘삼일봉’이라는 표지판을 달아놓았다. 이 봉우리의 행정구역인 삼
일리에서 따왔다. 우리는 여기서 북진하여 내린다. 화악산 정상까지는 도상 1.1km다. 화악산
정상을 오르는 것도 힘들겠지만 그냥 돌아서는 것도 여간 힘들지 않다.
14. 접시껄껄이그물버섯, 식용버섯이다.
15. 산그물버섯, 식용버섯인데 맛은 별로 없다고 한다.
16. 단풍사마귀버섯, 식용과 독성이 불명확하다.
17. 애주름버섯속, 식용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18. 애주름버섯속, 식용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19. 붉은나팔버섯
식용 가능한 버섯이지만 바로 조리하면 사람에 따라 소화기계통(위장장애)에 중독을 일으키
므로 삶아서 헹군 다음 조리해야 한다. 조직은 부드러운 육질에 어울리는 요리가 적당하다.
항진균 작용이 있다.(펌)
20. 마귀광대버섯, 독버섯이다.
21. 달걀버섯, 식용버섯이다.
22. 솜귀신그물버섯, 식용버섯이다. 맛있다고 한다.
22-1. 솜귀신그물버섯, 식용버섯이다. 맛있다고 한다.
길이 잘 났다. 펑퍼짐한 능선 길이다. 횡대 열 지어 쏟아져 내린다. 일부는 사면에 들려 풀숲
을 누비며 간다. 일행 간의 이격거리는 연호로 가늠한다. 한참 평탄하게 진행하다 약간 올라
가면 929m봉이다. 오른쪽 사면으로 방향 꺾는다. 우리의 길을 간다. 그러면 그렇지 어찌 오
늘이라고 순탄할까? 어쩔 수 없이 풀숲 뚫다가 여러 군데 쐐기에 쏘인다. 맨 살갗이 아닌 옷
위로도 쏜다. 갑자기 온몸에 땀띠가 돋는 것 같다.
어렵게 내린 목욕동이다. 옥수가 반석을 희롱하며 우리를 반긴다. 이 골짜기를 멱골이라고
하니 여기 목욕동에서 온 이름이다. 성질 급한(?) 선바위 님과 신가이버 님은 배낭만 벗어놓
고, 옷과 등산화는 그대로 인 채 소에 풍덩하고 뛰어든다. 라스베가스의 스트립쇼를 보아도
그렇고 아무리 알탕이라 하더라도 무언가 몸에 걸쳐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상고대 님은
시계를 보이고, 해마 님은 목걸이를 보이고, 메아리 대장님은 안경을 보인다.
나는 토시를 꼈다.
오리발과 수경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게 흠이다. 물에 뛰어들어 몇 번 자맥질하다 뛰쳐나오기
를 반복한다. 소름이 돋는다. 계류 옆으로 소로가 났다. 지난봄에 상고대 님이 화악산에서 여
기로 내렸다니 그때 낸 인적이 틀림없다. 중소대폭 와폭 물구경하며 내린다.
정상(鄭祥, 1533~1609)이「월출산유산록(月出山遊山錄)」에서 본 딱 그 광경이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큰 바위, 미친 듯 내리달리는 시냇물과 깜짝 놀랄 만한 폭포가 모두
우리의 눈을 놀라게 하고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그 모양들이 달리는 듯, 머무르는 듯, 싸
우는 듯, 절하는 듯, 용이 날고 호랑이가 뛰는 듯, 봉황이 춤을 추고, 난새가 나는 듯했다. 또
그 가운데는 금이나 옥을 치는 듯한 소리와 거문고를 켜는 듯한 소리도 들려와 보는 눈을 압
도하고 듣는 귀를 울려대어, 마치 천지가 개벽할 무렵에 조물주가 막 재주를 부리는 장면을
보는 듯했다.”
계류 옆 소로는 산자락을 돌다가 자주 계류를 건넌다. 너덜이라서 건너편 길 찾기가 쉽지 않
다. 큰물이 나면 꼼짝없이 갇힐 계곡이다. 옥계반석에서 재탕하고 계류 건너 내리니 속세다.
겟세마네동산 기도원이 나오고 법장사 입구다. 멱골유원지는 여기서부터 화음교까지 800m
이다. 길가에는 자동차가, 계곡에는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두메 님은 화음교에서 우리 오기
를 기다리고 있다.
(부기) 사창리에 들려 목욕하고, 서울로 향한다. 두메 님이 아버님 제사를 지내야 하니 일찍
가야 한다. 도마치 넘는다. 도마치계곡, 가평천도 피서객들로 만원이다. 비교적 원활한 교통
이다. 청평검문소 조종천 신호대기를 지나기가 조금 어렵다. 청평에 들어 지체하자 아예 닭
갈비 음식점에 들려 저녁 먹었다.
23. 석룡산 아래 숲 그늘
24. 석룡산 아래 숲 그늘, 점심식사 후
25. 모시대
26. 이질풀
27. 박새
28. 목욕동 와폭
29. 목욕동 와폭
30. 목욕동 소폭
31. 목욕동 와폭
32. 목욕동 소폭
33. 목욕동 아래 와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