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조사·표절 보고서 많다
'보존 가치 높은 동·식물' 누락 빈발
현지에 없는 계곡 · 산림 표시 '황당'
피해조사조차 '대충'… 총체적 부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논란은 해당지역에 대한 생태 및 피해조사가 '엉터리'로 진행되고 현장조사마저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심지어 다른 평가서나 논문,보고서 등을 베끼거나 상당부분을 표절해 평가서를 작성한 사례가 많은 가 하면 평가서 내 환경저감 대책마저 심층적인 연구나 분석 없이 '땜질식'으로 대책을 제시한 부실 평가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 사전 기초조사부터 부실 논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경우 환경단체들은 지난 1994년 한국고속철도공단이 환경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가 기초조사부터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당시 천성산 일대에는 화엄늪과 무제치늪 등 보존가치가 높은 습지가 존재하고 있었으나 공단은 평가서에서 습지 보전의 중요성과 대책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평가서가 통과된 이후 1998년 무제치늪이 생태계보전지역으로,2002년에는 화엄늪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사업 추진을 위해 이들 습지가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천성산 일대에는 무제치늪과 화엄늪 뿐 아니라 20여개의 희귀 습지지형들이 산재해 있으나 당시 평가서에는 '보존가치가 높은 습지는 없다'고 명시돼 있어 평가서 기초조사부터 부실했다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천성산 일대의 법정보호동물 조사도 엉터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994년 당시 평가서는 '천성산 구간에는 특별히 보호를 요하는 동·식물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환경단체들이 천연기념물 제323호 황조롱이와 제324호 수리부엉이 등 보호 동·식물 20여종이 분포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평가의 신뢰성에 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결국 공단은 천성산 일대에 대한 환경실태조사를 다시 실시했고 지난 2002년 새매,황조롱이 등 2종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밝혀 스스로 이전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을 인정했다.
한편 부산시의 명지대교 건설사업도 환경영향평가 당시 생태조사를 무성의하게 실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당시 평가서에 낙동강 하구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지형인 계곡이나 산림,등산로 등이 명시돼 있어 평가서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읽어봐도 엉터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실 조사였다고 주장한다.
또 문화재보호구역과 생태계보전지역 등으로 지정돼 있는 낙동강 하구는 황새와 노랑부리저어새,매 등 희귀 조류들의 서식지이지만 당시 평가서에는 이들 희귀조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 이와 함께 평가서 상에 명지대교가 건설되더라도 한강의 밤섬처럼 철새 서식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돼 있으나 밤섬의 경우 낙동강 하구의 자연환경과는 전혀 달라 비교 자체가 '비논리적'이라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부산시 관계자는 이같은 생태조사 부실 논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서 마다 잘못이나 누락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로 보면 극히 일부분'이라며 '소수 사례를 가지고 환경영향평가 전부가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는 입장이다.
# 사후 피해조사마저 허술
부산~거제간 연결도로인 거가대교 침매터널의 환경영향평가도 생태조사와 환경피해조사가 부실해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거제환경운동연합과 경남 거제시 장목면 어민들은 '부산 B대학이 지난 2001년 6월부터 11월말까지 실시한 '피해영향력 조사보고서'에 호망 어민들의 숫자만 기록돼 있을 뿐 대구,감성돔 등 어민들의 주소득 어종에 대한 피해조사는 찾아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어민들은 '이 보고서 조사기간이 6개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된 어류는 가을 배도라치,겨울 청명,봄 멸치,여름 독가시치 등이 우점종인 것으로 나타나 마치 1년이 넘게 조사한 것처럼 평가서가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거제시는 최근 어민들의 주장에 따라 해당 대학의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이같은 사실을 일부 확인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환경단체들도 '거가대교 침매터널 공사를 위해 너비 100여m,깊이 15m,길이 4㎞ 가량의 바다 밑이 오랜 기간동안 파헤쳐질 경우 회귀성 어종은 물론 산란을 위해 이곳을 찾는 많은 어종들이 사라질 우려가 높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고리원전 1,2호기 건설사업도 원전부지인 부산 기장군 장안읍 효암리 일대에서 세계적 희귀종인 고리도롱뇽의 서식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부실 평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인하대 기초과학연구소 김종범 박사는 '고리도롱뇽은 다른 종류의 도롱뇽과는 달리 고인 물에서만 번식하는 특성을 지녀 원전 공사 등으로 서식 환경이 조금이라도 바뀔 경우 멸종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고리도롱뇽은 현재 기초자료가 없어 관리,보전 대책을 세울 단계가 아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서식지 보전이 시급한 고리도롱뇽의 멸종위기종 지정을 국책사업 때문에 미루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제대 환경공학부 조경제 교수는 '평가 기간과 평가서 제출 기한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가급적 빨리 평가를 마무리하고 사업을 추진하려는 사업주체와 환경을 우선시하는 환경단체 사이에 이같은 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충분한 조사·평가기간을 두고 평가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