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으로 향하기 전 서규탁씨는 이곳 서부면의 전망 좋은 모산 전망대로 우리를 안내했다. 전망대 기념탑은 지난 번의 태풍으로 탑 상부가 무너져 흉물스럽게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데 당국에서는 예산이 없는 건지 신속한 보수공사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망대의 나무 데크에서 바다를 조망하니 광활하게 펼쳐진 천수만과 홍성방조제가 장관을 이루고 대나무섬으로 유명한 죽도가 보인다. 그 우측으로는 충남 서해안의 대표적 먹거리, 광어, 우럭, 대하, 새조개 등 많은 수산물이 잡힌다는 유명한 남당항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는 이곳의 터주대감이 된 서규탁의 홍성의 볼거리 설명을 듣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20여분 거리에 있는 용봉산으로 이동했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니 작은 산인데도 관광버스가 여러 대 들어차 있고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가는 곳마다 주차비에 관광지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 하긴 유지비용이 들 테니 사용료를 받는 건 당연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징수되는 비용이 제 목적에 맞게 쓰여지기만을 바랄 수밖에.
용봉산 하면 해발 381미터의 작은 산이지만 주변의 경관이 아름답고 다양한 기암괴석이 많아 흔히 서해의 금강산이라는 과한 칭호가 붙을 정도로 제법 알려진 산이다.
산세가 마치 운무 사이를 휘도는 용의 형상과 달빛을 감아 올리는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용봉산으로 불린다 한다.
이 산에는 병풍바위, 장군바위 등 여러 전설을 간직한 기암들이 많고 백제시대의 고찰인 용봉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고려시대의 불상으로 보물 355호로 지정된 마애석불 등의 문화재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산 전체를 둘러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용봉사를 거쳐 잠시 산을 오르다 마애석불 앞에서 사진 한장 박고 하산하는 것으로 맛보기 산행은 마감이다.
그나마도 일부는 용봉사에서 시주하고 가화만사성을 빌어보는 친구, 아예 입구에서 막걸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술타령하는 친구를 뒤로 하고 보니 산에 오른 친구는 10여명 안팎이다.
용봉사에 올라 고려시대 불상이라는 보물 제355호 마애석불도 한컷 사진에 담아본다.
마애석불 앞에서 한컷.
순심씨는 절에 올라 시주하고 안내표지판 앞에서
이어서 찾아간 덕산온천. 지난 1년간의 묵은 때를 씻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동우가족들 모두가 건강하고 만복이 깃들기를 소망하는 의미로 온천탕에 몸을 담그기로 했다.
허나 여기서 약간의 사고 발생.
남자들은 부지런히 목욕하고 휴게실에 나와 있는데 여성 동우 중 김인희가 문에 걸려 넘어지는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다. 그렇잖아도 허리수술 후유증으로 걸음걸이가 신통치 않으면서도 친구들 여행에 빠질 수 없다며 따라왔는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일어나고 보니 총무 입장에선 면목이 서지 않는다.
다음날 치과에 다녀온 인희의 말에 따르면 앞니 부분에 인대손상으로 치료를 받고 치아 세 개를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고 현재 은신중이란다. 큰 사고가 아니어서 그래도 다행이지만 두달간은 치아를 묶은 상태로 조심해야 한다니 불편이 이만저만 아닐 터. 그래도 인회 왈, 덕분에 음식 조금 먹고 다이어트 좀 해야겠다며 호탕하게 웃어대는 인희의 유머에 마음의 위안을 삼으며 두 달 후엔 날씬해진 인희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네요.
일행이 한 자리에 모이고 우리는 점심식사를 위해 수덕사로 이동. 이곳 역시 맛집으로 유명하다며 서규탁이 잘 아는 집이라고 적극 추천한 별미회관이다. 관광지의 음식 치고는 규탁씨 말대로 제법 맛도 있고 친절한 주인 덕분에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낸 셈이다.
하룻밤 숙박의 신세를 진 것도 미안한데 규탁이는 애써 음식점까지 찾아와 친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작별을 아쉬워하는 아량을 베풀어준다.
이제 마지막 코스인 서산시에 자리한 해미읍성으로 이동할 차례이다.
운전기사에게 곧바로 출발하자는 신호를 보내고 뒷좌석으로 물러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차 안에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유인 즉 우리가 탄 버스가 해미를 지나 고속도로로 들어섰다는 이야기.
해미읍성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나로선 운전사가 알아서 데려다 줄 것으로만 생각했건만, 즉시 운전사에게 다가가 따지자 이 친구 하는 말, 바로 출발하라고 해서 서울로 바로 가는 줄 알았다는 말같지 않은 답이 되돌아온다.
어제 저녁의 착오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운전사 횡포가 너무 심하다 싶었는지 친구들 화를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가고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잠시 동안의 험악한 분위기가 가라앉은 후 아직 이른 시간에 귀경하기도 그렇고 다시 차를 돌려 서산으로 내려가기도 딱한 형편이라 가까이 있는 삽교호로 차를 돌려 초겨울의 삭막한 풍경이지만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며 술 한잔 돌리기로 의견통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관광버스 운전자는 생전 처음 만나는 것 같다. 분명 아침에 버스에 오르며 오늘의 스케줄을 쪽지에 써주며 주지시켰건만 또다시 슬그머니 행선지를 바꾸고 하는 말, 곧바로 간다기에 귀경하는 줄 알았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순간을 모면하려는 심보가 얄밉기 그지없다.
어찌 보면 점심식사 후 차에 오르며 이제 해미읍성으로 간다고 정확히 주지시키지 못한 총무의 잘못도 있겠지만 ‘곧바로 출발합시다’라고 한 말을 서울로 가는 걸로 알아들었다니 그저 기가 찰 노릇이네요. 여기서 한가지 교훈, 여행지에선 사전 스케줄 설명은 물론이고 잠시 정차후 다시 출발할 때는 다음 행선지를 운전자에게 또다시 주지시키는 것이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다 싶군요.
어쨌든 가보지는 못했지만 해미읍성에 관한 문화재청의 자료를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위치한 이 성은 사적 제116호로 지정된 조선시대의 석축읍성이다.
해안지방에 자주 출몰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왜구를 제압하기 위해 조선 태종17년부터 세종 3년 사이에 축성되었고 약 230년간 병마절도사영으로 군사권을 행사하던 성이었으나 병마절도사영이 청주로 이설되고 해미현 관아가 이 성으로 옮겨져 해미읍성으로 이용되었다 한다.
해발 130미터의 낮은 구릉에 축조된 성으로 성벽의 아래는 큰 석재를 사용하고 위로 오를수록 크기가 작은 석재를 사용, 높이는 4.9미터, 성문은 동서남북 네 곳에 네모지게 잘 다듬은 무사석을 쌓아 만들었고 주출입구인 남문은 아치모양의 홍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동헌을 비롯 아사, 작청 등 건물이 많이 들어차 있었고 특히 천주교 박해로 1천여명이 순교했다는 이 읍성에는 이와 관련된 유적이 남아 있다. (이상 문화재청 자료 참조)
<위 3매의 해미읍성 사진은 문화재청 자료에서 따온 것임>
결국 친구들은 오늘의 예정여행지 중 한 곳을 가보지 못했지만 남은 시간을 삽교호 잔디밭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생선회에 소주를 곁들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으로 1박2일의 여행일정을 마무리했다.
오후 5시, 다시 차에 오른 친구들은 그래도 체력이 남았는지 다시금 노래방기기를 틀고는 돌아가며 한 가락씩 뽑기 시작하며 귀경길의 두 시간을 꼬박 채웠다. 나이 먹고 초등학교 친구들과 처음으로 여행을 하면서 느낀 소감이라면, 그야말로 이 친구들 10대 못지않게 잘 먹고 잘 논다는 표현 빼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듯!
이틀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운전사의 불친절에 속이 좀 상하고 인희친구의 낙상사고로 인한 약간의 불미스런 일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동우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와 성실한 회비납부 및 자발적 찬조 덕분임을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아울러 여행길에 함께 해주진 못했지만 찬조를 해주신 이승근씨와 본인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친구들의 즐거운 여행이 되는데 써달라고 총무의 계좌로 넉넉한 찬조를 해주신 교동초교 친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동우 여러분, 모쪼록 건강한 몸으로 연말을 보내고 내년 일년도 여러분의 가내에 평안과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여행경비내역
수입총액 : 3070,000원
<회비(24명) 120만원, 찬조(12명) 70만원, 불참찬조 1,100,000 기타수입 70,000원>
여행비용 : 2,837,660원
<보험료 80,920 음료준비물 110,990 떡 반말 30,000 전세버스 1,100,000 기사비용 150,000
고속도 통행료 60,000 주차비 15,000 유원지, 온천 입장료 143,000 식대 1,080,000 음료, 안주 등 67,750>
경비공제 잔액 : 232,340원
<3,070,000(총수입)-2,837,660(행사경비) = 232,340원>
첫댓글 총무님 살림하느랴 애 많이 쓰셔고요.... 단체가 움직인다는것이 보통이 아니란 점을 깨달케 하여준 여행이 아니었나 생각이 듬니다...아무튼 재미있고 추억을 남길 좋은 1박2일 이었습니다..추위에 건강들 하세요....
고맙네요. 정말 잘들 놀고 잘들 먹고 끝내주는 친구들이더군. 아무튼 대과 없이 다녀왔으니 다행이지요. 늘 조용하게 모임활동에 협조를 아끼지 않는 종옥형께 항상 감사, 감사.
얼떨결에1박2일에 나선친구들 생각지도 않았던 입담웃음으로 얼굴 근육운동 많이하고...... 여행간다고 별러쓰면 꿈같은 하루는 없었을것같은생각이들어요 예기치않은 저에실수로 동우들에게 걱정을끼처 미안한마음임니다 , 두달후면 완치될때 건강하고 아름다운 S라인몸매에52키로희망을 안고있어요 내년에는 여름에 떠나 해변에서보면 어떨까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