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담의 세계에 와서 그대와 함께한 날입니다
조건 없이 그대를 만나
쉼 없이
성실하게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엮고 꽃을 심어
열매를 맺고
또 이렇게 가을을 맞습니다
한 해 한 해
버리는 연습을 하면서
살려고 하지만
늘 쌓이는 일상의 때로 인해
바가지 여럿을 두게 됩니다
그 바가지의 크기가 늘 크지 않고 조롱박만 해
그대가 벽에 걸어 두고 보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그대
가을이면 늘 즐겨찾는 하늘공원에 올랐다가
구름 담은 그릇이 너무 이뻐서 따 왔습니다
처음 하늘공원의 경이로움은 차츰 퇴색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안에 흐르는 새로운 희망은 늘 감동을 줍니다
가을이 좋아
가을에 국화꽃 속으로 들어온 여자
그 여자는 세월의 둘레를 돌며 한없는 편안함에
오늘도 웃고 있습니다
억새가 내년을 준비하며
날아서 하늘을 오르는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우리가 가는 하늘길
어제처럼 짧고 아쉬움이 있습니다
함께한 지 아직도 3년 밖에 안 된 것 같다는 말이
앞으로의 사랑을 더 크게 하기 위한 행진곡이란 것을
밉다는 말을 사랑한다는 말로
변증법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금은 배짱 섞인 아줌마로 변한 것에
조금은 쓸쓸함이 묻어 나오는 가을 아침입니다
늘
구절초처럼
어떤 것에도 구애됨 없이
그냥 그대로 살고 싶었는데
세상은 자꾸 변하라 하고
빨리빨리를 외쳐댑니다
그래도
천천히
천천히
살렵니다
하늘 향한 욕심 한 가닥 부여잡고
그렇게 그렇게 살렵니다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결혼기념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