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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명- 잠수타고 싶은 어느 날
저- 조욕희
출-21세기 북스
독정-2019년 3월 3일
· 바람처럼 떠나다.
마음 속 마그마가 끓어오르던 어느 날 문득 뜨거운 용암을 식히려면 속절없이 바다로 떠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장 먼 섬을 찾았다. 비행기의 중력을 이기고 가뿐히 떠오를 때 나는 마음속 무거운 짐들을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서러움, 분노, 두려움이 활주로에 내려 꽃힌다. 한결 상쾌하다. 여행자의 발에 힘이 생긴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날것으로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고래가될 카페에서는 해변가에 작은 의자를 늘여놓았다. 우리는 중독에 놀랄것이 아니라 그것이 금지되지 않았다는 데 놀라야 한다. 중독이란 금지되어 마땅한 것에 붙는 단어이므로. 그런데 탄수화물의 관점으로 볼 때 인류는 탄수화물 중독자다. 책의 관점에서 독설를 좋아하는 사람은 활자중독자 커피는 중독이 아니라 기호식품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더불어 이곳 월정리 해변에서는 저 바다 풍경까지도 기호식품이 되어버린다. 이곳에 앉아 우리는 커피와 함께 풍경을 마신다.
·붉은 노을에 물든 구름을 휘핑해 커피에 얹어달라고 주문해볼까? 좀더 앉아 있으면 노을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새떼를 볼 수 있을까?
·욯ㅇ애 가리키는 방향은 자유다. 자유로운 삶을 깨닫는 시간은 소중하다. 그 시간이 습관이 된다면 여행 가치는 소멸된다. 여행은 삶의 일부다. 여행은 도망치고 싶을 때 떠나면 도피,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을 ㄸ 떠나면 휴가, 생각이 복잡할 때 떠나면 명상의 시간. 여행의 가치는 여행자 마음에 달렸다. 지금 나는 명상의 시간을 즐긴다. 여기저기 푸른 들판에 뿌려진 고인돌 사이에서 고창을 몇 번이나 왔지만 고인돌 보러 오지는 않았다. 선운사만 있는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나는 볼거리에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이곳을 찾았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면 눈을 유혹하는 대상을 피해야 한다. 고인돌은 수천 년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그에게 부지런히 말을 거는 건 나였다. 고창의 고인돌이 기록 이전의 시대(선사시대)를 증언하는 세계문화 유산인줄 미처 몰랐다. 고인돌을 세우는 그들을 상상한다. 죽음 애도 의식. 동물 가죽을 입고 돌도끼를 든 그들 원시생활에서 고인돌이라는 징표로서 죽은 이들을 애도하는 행위는 얼마나 인간적인가 고인돌 군락지를 배경으로 사진 찍던 여행자가 해설사에게 묻는다
“고창에만 고인돌이 많은 이유는 뭐죠?”
“예사날부터 살기 좋은 곳이었으니께요. 예전에는 여까지 물도 들어오고...”
간단하지만 가장 명쾌한 대답이다 그들은 살기 좋은 곳에서 태어나 죽음을 맞았다 행복했을 것 같다. 고창읍성ㄷ 성곽은 침략을 막기 위해 지었다고 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쪼갠 돌이 아니라 자연석들을 져다 나른 뒤 아귀를 맞춰가며 쌓아올린 성벽이다. 고창읍성은 낙안읍성. 해마읍성과 함께 조선 3대 읍성으로 공통점은 모두 곡식이 풍부한 서쪽 해안에 있고 왜구 침략을 막기 위해 조서시대에 축성되었고 도성도 아닌 읍성을 지을 정도였다면 당시 왜구가 얼마나 들끓었다는 말인가 그 당시. 이곳 서민들의 삶에서 중요한 건 돈도 명예도 아니고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외침으로부터 생명 부지하는 것, 하루하루 생활이 얼마나 긴장되고 고단했을까. 성곽 따라 1700미터 둘레 길이 나있다. 성곽길 초입에 안내판에는 답성놀이에 대한 설명이 이?ㅆ다. 머리에 돌을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놀이다. 이 성을 쌓느라 돌을 져 나른 이들의 노고를 기기는 의식이군, 청동기 사람들이 고인돌을 세워 가족의 죽음을 기린 것처럼, 조선시대의 고창 백성들은 성곽을 다 같이 도는 놀이 형식으로써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인가.
읍성을 쉼터로 가진 고창 주민들이 부럽다. 개성 없이 조성된 근린공원에서 조깅하는 도시 사람들이 안됐다. 시인이란 잠수함 속의 토끼이며 시대의 양심이다 불행한 역사다. 쉽게 용서할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는 아픔이다. 비극은 당대로 끝나지 않는다. 후대 그의 시를 맘ㄲ떳 사랑할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미당 문학관을 나오는 발길이 무겁다.
·집집마다 멋진 지붕과 담장을 가진 시골마을이다. 국화꽃이 그려져 있는 담벼락, 하얗고 노란 국화를 사계절 내내 이고 있는 함석지붕. 그리고 웬 시골 아낙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그려진 누이 벽화. 바로 집 주인 아주머니 얼굴이다. 바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이같이 생긴 꽃이다. 담장과 지붕에 꽃이 활짝 피어 있고 푸근한 누이가 있는 집이라면 삶도 덜 고달프고 통영의 동피랑 마을과 비슷하면서도 느낌은 사뭇 다르다.
·노란ㅁ색을 사랑하던 고호, 불타는 해바라기, 꿈틀거리는 밀밭, 노란 빛으로 물든 카페, 노란 침대와 의자, 어둡고 외로운 그에게 노란색은 희망의 빛. 아니면 광기였을까. 보리밭 풍경을 고흐의 밀밭에 뒤지지 않는다.
온 국토가 정원이고 공원이다.-학원 농장
꽃 심고 나무 심어 디자인한 공간만이 정원이 아니라 논이며 밭이 모두 정원이다. 푸른 색으로 시원한 논이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우리는 감동 한다. 사과밭, 복숭아밭, 배밭도 예쁘고 빈 들판에 자라는 야생화도 멋진 정원이다. 210년 전에 미개발 야상 10여 만 평을 개척하여 보리밭과 콩밭을 재배하면서 카네이션과 잔디 등의 화훼 농업을 병행했다. 드넓은 보리밭 풍경 다음에 꽃밭을 볼 수 있으나 자연스레 구경꾼들이 몰려들었고 청보리축제 같은 행사도 있다. 인위적으로 정비된 곳은 관광지라 왠지 감흥이 덜하다. 학원농장처럼 작물이 자라는 풍경을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광양의 매화마을이나 굴의 산수유마을이 그러하듯.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을수록 멋진 자연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사람은 자연을 꾸밀 수 없다. 사람은 자연의 하부구조니까.’
·고창 오토 캠핑장
문을 닫으면 시동을 걸고 어ㅗ디든 달려줄 것 같은 집이 된 캠핑카. 내부는 완벽하다 깨끗한 사워부스와 ?보송뽀송한 침대, 정사각형식탁, 내 키에 맞는 싱크대까지 한 치의 낭비 없는 공간 활용으로 아늑하고 산뜻하다.ㅂ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날리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조곤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느 것이다.
눈은 폭푹푹 나리고
이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구절리역 기차 펜션-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도착. 기차 펜션에 들어 설 때 여앻지에 도착한 게 아니라 새롭게 먼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결국 꿈속에서 나는 시베리아를 향해 달리는 대륙횡단 열차에 있었다. 아득한 들판으로 끝없이 펼쳐진 흰 눈과 흰 자작나무, 그 위로 가루가 되어 쏟아지는 별빛, 하얀 말이 허공을 날아다니는 마치 샤갈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 듯한 꿈이었다. 정선의 첫날밤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타샤를 보았다.
·메밀 전병
- 골목 안으로 들어갈수록 고소한 냄새가 짙어진다. 길게 늘어선 먹거리장터 골목을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솥뚜껑 위의 예술이 펼쳐진다. 메밀 반죽을 한 국자 퍼서 솥두껑 언저리부터 휘휘 돌리며 붓고 고랭지 배추김치로 만든 속 재료를 넣어 도르르 만다. 고소한 냄새 속에서 이 과정을 구경한 이라면 그 누구도 그냥 지날 수 없다.
-수리취떡
정선 장터에서 처음 만난 것은 수리취떡이다 수리취는 잎이 작은 나물인데 그 중에 어린잎을 푹 삶으면 색이 더 진해진다고 한다. 열 시간 이상 불린 멥쌀에 초록나물을 넣고 빻아서 시루에 찌면 수리취떡이 된다. 들판의 초록을 담은 떡을 한 입 깨무니 향긋한 풀냄새가 입 안 가득 펴져 오래 동안 풀밭에 누워있는 느낌이다.
사람 옆에 나무가 있는 글자 쉴 휴. 내가 좋아하는 ᅟᅡᆫㅌ말들, 옛사람들은 나무그늘아래에 수미이 있다고 봤다. 뜨거운 햇볕 아래 농사일이 부칠 때 나무그늘로 들어가 쉬는 여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시원하다. 이보다 더 달콤한 휴식이 있을까 그 낭네서 최대한 게으른 모드로 머릿속 나사 몇 개쯤 풀어놓고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다. 나를 무서워하지 않고 못 본 척 유유히 지나가는 청둥오리가 고맙다.
‘아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은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는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대나“
· 이상한 나라의 숲속-물건리 방조어부림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등의 잎 넓은 수종이 뒤섞여 300년 동안 해일이나 소금바람으로 마을과 농작물을 지켜왔다. 물고기 떼를 유인하는 어부림의 역할까지 한다.
· 어제 따온 미역줄기가 알맞게 익으며 마당 안에 소금냄새. 파도냄새를 체워놓았다. 작은 방에 가 누누니 누룩 익는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방금 얻어 마신 막걸리 때문인지 낯선 냄새에도 쉽게 긴장을 늦추고 만다. 정겹고 아늑하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까마득하다.
·그 길을 천천히 걸으며 다랭이 논에 심어놓은 마늘잎이 출렁이는 모습을 바라 본다. 풍랑은 좋지만 관광객이 되어 바래길을 걷는다는 게 왠지 미안해졌다. 오랜 세월 동안 이곳 사람들이 한 뼘 한 뼘 늘려온 다랭이 논, 해물이며 해초를 지게에 지고 다녔을 바래길은 그야말로 치열한 삶의 현장이 아닌가.
·바다 위에 떠 이쓴ㄴ 바위. 바다 위에 떠 있는 바다. 보리암, 어디론가 둥둥 떠내려갈 것 같다. 카레말의 눈으로 다시 한 번 두러본다 아, 언제 봐도 절집 기와는 모든 자연과 조화롭다. 하늘을 받친 기와 푸른 나무들과 어깨를 겯고 있는 기와. 기암괴석의 등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는 처마. 원래 그 모양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외로워 보이는 일이 없다. 그게 아름다움일까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바닷가를 빠져나왔다. 이미 충분했다 해를 보겠다는 건 핑계였다. 내가 기다린 건 해가 아니라 고요한 마음이었다.
한때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흥미진진함이 여행의 참맛이라고 믿었던 나를 돌아본다. 혈기왕성했던 그때의 나로부터 얾마 멀어진 것일까. 골목 입구에 서서 일렬종대로 나란히 줄지어 선 상점들을 보자 갑자기 허기가 느껴진다. 중앙시장에 소문난 맛집이 있다는 풍문도 확인할 겸 성큼성큼 들어선다. 강릉의 맛은 담백하고 구수한 메밀전으로 시작하여, 유명세를 치리고 있다는 떡갈비, 닭강정, 소머리국밥을 접수했다 메밀전과 떡갈비를 먹고 난 다음부터는 애석하게도 카메라 안에 사진으로 넣었다.
주인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나는 숙박객이라기보다는 친구네 집에 놀러온 사람이 된 듯. 알고 봤더니 그게 바로 이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한다. 갑와 을이 아닌 을과 을의 레지던스
· 강릉 커피에는 육지에 없는 추억이 한 스푼 녹아 있다. 그러니까 커피의 악마같이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탕처럼 달콤한 맛은 추억의 맛이다.
왕ㄴ산골 커피 나무는 4월이면 제철을 맞고 5월에는 사람드을 불러 퍼피나무 축제를 연다. 외로운 영혼들이 한 모금의 쓴맛을 음미하며 위로받을 수 있는 영토를 맏는 건 보혜미안이었다.
· 한동안 키 큰 대나무가 휘청휘청 바람에 몸을 흔들어대는 모양ㅇㄹ 지켜보자니 점점 대나무 숲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듯하다. 어개를 흔들며 다가오는 대수 ㅍ에 묻혀버릴 것 같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면 그림 속 대나무가 움직이는 것을 복 수 있다. 꽃줄기 사이로 보이느 하늘. 맥락 잃어버린 이비. 한없이 떠도는 느낌
노란 개나리꽃이 명랑한 여자의 얼굴을 보는듯하고 채도가 낮은 산수유꽃의 노란색은 혼인기를 맞는 처녀의 성숙미를 느끼게 한다.-선 느낌
겨울을 이기고 2월부터 피언ㄴ 붉은 동백꽃. 시들어 쪼그라들다가 가뭇없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생을 놓겠다. 결심하듯 활작 핀 채로 툭 떨어진다. 그 떨어지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꽃이다. 감히 여행길에 낙화를 엿보다니 불경스럽다. 동백의 자존심을 지켜줄 양으로 얼른 눈길을 거둔다. 이봄 화엄사에서 붉은 마음을 보고 물들었다,. 맘 속에 붉은 꽃송이 하나 심어 돌아간다. 꽃나무처럼 살아야겠다. 내 자리에서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며 천 년쯤 살아보자.
수평선 위로 해가 솟아오를 때 햇빛은 아주 낮은 각도로 뻗어나간다. 모래사장 위로 햇빛이 드러워질 때 모든 사물은 가장 섬세한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리 작고 미세한 사물일지라도 그 고유함을 숨길 수 없다.
낙산사 홍련암-의상대사가 낙산사를 창건할 때 좌선하였다는 그 자리에 앉아 동해바다를 보니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어쩌면 해탈이라는 것도 별것 아닐지 몰라.
· 잡념 버리기, 주변을 물들이며 가라앉아 내려가는 속도에 마음 맞추기. 그러다 보면 어느덧 선명한 분홍색 하늘이 펼쳐진다. 기다린다는 건 시간을 버리는 게 아니다.
산봉산은 세월 흐름 속에 머리에 풀과 나무를 이고 있으나 용암덩어리고 보잊ㄴ다. 수십 만 년 전의 제주, 당 위에 한라산이 탄생하기도 전, 제주의 남서쪽 끄트머리 바다로부터 급작스럽게 솟아오른 불기둥을. 마치 세계 탄생의 비밀을 엿본 듯한 짜릿한 감동이다.
바람 미술관-바람이 패널벽 틈새로 숭숭 들어온다. 바람을 느길 수 있는 공간, 소리까지 즐긴다. 내 기에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해변헤어 뿔소라를 귀에 댄 것 같기도 하고 갈대밭 속에 앉은 것 같기도 하다. 이 공간 안에서 소리와 함게 느끼는 봄바람은 얼만자 부드러울까. 가을바람은 또 얼마나 쓸쓸할까.
위기에서 탈출하는 가장 빠른 길은 새로움이다. 다시 보고 뒤집어보고, 궁리하고 도전하고.
·목포는 헌 책방 같은 곳이다 .과거 시간을 만날 수 있는 도시, 동대문 풍물시장에서 오래된 물건을 구경하거나 경복궁 근처 서촌마을을 산책할 때처럼 마음이 고요해지고 촉촉해지는 곳이다. 햇볕 다순 동네, 다순금, 유달산 자락에 옹기종기 어깨를 기댄 지붕들이 보이고, 비탈길 아래 갯벌과 바다가 마당처럼 펼쳐진 어촌마을. 아쉬워 말자. 세상이 다 변하는데 이곳만 예전 그대로이길 바라겠는가 이방인의 낭만을 위해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 터전은 새 삶을 증명한 공간으로 거듭나겠지.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하게 될 다순금 골목을 꾸벅꾸벅 밟으며 걷는다.
가치의 다른 이름은 새로움이다. 정원을 ?꾸미느라 일부러 심은 게 아니라 일본에서 화산이 폭발했을 때 날아온 씨가 자생한 일본산 향나무 두 그루.
·조정래의 태맥산맥에 나오는 남도여관은 실제로 1935년 전부터 여관이었다.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1층은 보성여관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과 소극장, 카페로 운영. 2층은 다목적 케뮤니티 공간이다 한옥은 1박에 8~15만원대
야생차는 대나무 밑에서 대나무 잎에 맺힌 이슬을 먹고 자라는 죽로차다.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해$다는 그 맛을 코가 혀보다 먼저 알아차린다. 녹색의 기억이 부풀어 오른다. 녹차가루를 넣어 만든 백설기를 한 입 깨무니 오묘한 향기와 기분 좋은 단맛이 새로운 기억을 불러온다 담양에서의 하루는 녹색끝말잇기를 하듯이 흘러간다.
달팽이 마을에서는 시계 바늘도 천천히 돈다.
진짜 시골 마을처럼 조용히 편안하게 사람들이 있다 가면 좋을 곳. 아름다움, 이 집 앞의 논이 우리집 정원이고 일주문이 우리 집 대문이고 정자가 우리 집 놀이터. 개구리가 음악도 들려주고 가는 곳.
·여행을 가면 뭔가 특별한 것을 먹고 싶기 마련
강자에 맞서는 약자는 자신의 모든 걸 걸지 않으면 안 된다.
·안좌도는 세계적 서양화가 김환기의 고향임을 알 수 있는 퍼포먼스가 보인다.
선착장에서 사슴 작품이 그려져 있고 터미널 외벽에 알록달록한 점으로 (뉴욕에서 생을 다하지 건까지 몰두했던 그림방식)꾸며져 있고 마을 창고 위에는 <항아리와 여인들>, 마을 담벼락 위엔 <날으는 새 두 마리> 마을 전체가 김환기 화가의 캔버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