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玄湖瑣談-任璟
驢背春眠穩 나귀 등에 봄잠이 편안해
靑山夢裏行 청산을 꿈속에서 지났네
覺來知雨過 깨어나 비가 온 것을 알게 된 것은
溪水有新聲 냇물 소리가 다르기 때문이네
-냇물 소리가 다를 정도면 폭우나 소나기가 내렸을텐데 말 위에서 편하게 잤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春眠不覺曉
處處聞啼鳥
-의취도 좋고 말도 韻格을 이루고 있다
-宋시는 理에 매몰되어 시골의 썩은 선비가 손발을 휘두르는 격이며,
明시는 氣에 구속되어 젊은 협객이 궁전에서 말을 달리는 격이다.
樹影中流見 나무 그림자는 흐르는 물에 보이고
鍾聲雨岸聞 종소리는 양쪽 언덕에서 들린다
樓觀滄海日 누대에서 서늘한 바다의 해를 보며
門對浙江潮 문에서 절강의 조수를 대하네
-시는 구를 짓는 것이 어려운게 아니라
이처럼 그 형상을 의취와 경치가 잘 어울리게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참고)
삼체시 오율 52,金山寺,張祐,四實
一宿金山寺(일숙금산사)금산사에서 하룻 밤
微茫水國分(미망수국분)물가 마을이 어렴풋이 구별된다
僧歸夜船月(승귀야선월)스님은 달 뜬 밤에 배타고 돌아오고
龍出曉堂雲(용출효당운)용은 구름낀 새벽에 집위로 오르는 듯하다
樹影中流見(수영중류견)나무 그림자 흐르는 물 위로 볼 수 있고
鐘聲兩岸聞(종성양안문)종소리 양 언덕에서 들을 수 있네
因悲在城市(인비재성시)城市 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終日醉醺醺(종일취훈훈)하루종일 만땅 취해있네.
宿..하룻밤 숙박, 信..이틀 자는 것, 次..3일 이상 숙박 하는 것.
微茫...희미하다, 어슴푸레하다
醺醺...거나하게 취하다
靈隱寺-駱賓王
鷲嶺鬱苕嶢(취령울초요)취령은 울창하게 우뚝 솟았는데
龍宮鎖寂寥(용궁쇄적요)용궁은 잠긴듯이 적막하구나
樓觀滄海日(루관창해일)누대엔 창해의 뜨는 해가 보이고
門對浙江潮(문대절강조)문은 절강의 조수를 대하였고요
桂子月中落(계자월중락)계수나무 씨는 달에서 떨어졌는데
天香雲外飄(천향운외표)하늘의 향기가 구름밖에 날리도다
捫蘿登塔遠(문라등탑원)담쟁이 부여잡고 탑에 오를 길은 멀고
刳木取泉遙(고목취천요)나무를 쪼개어 물 끌어오기 아득하네
霜薄花更發(상박화경발)서리 엷계 내리니 꽃이 다시 피고요
氷輕葉互凋(빙경엽호조)얼음이 엷게 어니 닢은 번갈아 시드네
夙齡尙遐異(숙령상하이)일찍부터 불교를 숭상 했더니만
披對滌煩囂(피대척번효)가슴 열고 대하니 속세의 시끄럼 씻네
待入天台路(대입천태로)천태산 길에 들어가기 기다려서
看我渡石橋(간아도석교)보아 달라 내가 석교 건넌는 것을
김황원의 浮碧樓詩
長城一面溶溶水 긴 성의 일면에 물이 질펀하게 흐르고
大野東頭點點山 큰 들 동편에는 점점이 산이네
-서거정이 누대에 올라보고 묘사가 그림과 같은을 깨달았다 함
참고)
長城一面溶溶水 긴 성 한쪽으로 늠실늠실 강물 흐르고
大野東頭點點山 넓은 들 동쪽 머리엔 점점이 산이로다
이 시구(詩句)는 옛날부터 초등학교의 국어책에 소개되어 왔다. 고려 때 김
황원(金 黃元)이란 분이 대동강 부벽루에 올라 아름다운 경치를 읊느라 위의
두 구(句)를 지은 후, 아무리 애써도 뒷 부분이 떠오르지 않아 해질 무렵까지
고심하다가 마침내는 통곡하고 내려왔다는 내용이다.
김 황원이 죽은 지 35년 후에 태어난 이 인로(李 仁老)의 파한집(破閑集)에
보면, 당시 김 황원이 '겨우 한 연(聯)인 이 구절을 얻고 시상(詩想)이 말라 더
이상 잇지 못하고 통곡하고 내려왔다. 몇날이 지나서야 시 한 편을 얻으니 지
금까지 절창(絶唱)으로 꼽힌다' 라고 나와 있으니, 김 황원이 그 후에 나머지
부분을 완성하였음을 시사(示唆)하건만, 현재 그 나머지 부분은 전해지지 않
고 위의 두 구절만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는 것이다.
<미완성>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늘 애틋한 아쉬움을 준다. 특히 그것이 예
술 작품일 경우 더구나 작가가 나머지를 완성치 못하고 죽은 후라면 그 안타까
움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작품이 완성되었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보는
중에 미완성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속에 더욱 뚜렷하게 각인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김 황원의 이 시구(詩句)는 후대의 많은 시인 묵객들의 시야에서 계
속 떠나지 않고 우리 문학사에서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고나
할까. 조선시대에 씌여진 춘향전(春香傳)이나 옥단춘전(玉丹春傳) 그리고 이춘
풍전(李春風傳)등에도 이 시구는 인용되어 나타났다.
정 지용의 시 <향수>의 첫 구절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
천이 휘돌아 나가고' 에서도 김 황원이 묘사한 풍경이 절묘하게 점화(點化)되어
나타나 있고, 지금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김 황원의 이 시구와 그에 얽힌 일화
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시구(詩句)가 문학적으로 얼마나 훌륭한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정조
때 신 광하(申 光河)라는 분은 이 시구를 칭찬하여 이 색(李 穡)의 시 옆에 둘
만하다고 하였고(관서악부), 연암(燕巖)박 지원(朴 趾源)의 열하일기에는 '사람
들이 이 두 구가 평양의 절승(絶勝)을 다 표현하였으므로 더 할 것이 없다고 하
였으나 용용(溶溶)이라는 기세는 대동강 물이 흐르는 기세가 아니며 또 멀어야
사십리인데 어찌 대야(大野)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라며 이 시를 폄하(貶下)하
는 내용이 나와 있다.
고려 권 한공(權 漢功)이란 분은 '영명사'(永明寺, 부벽루 옆에 있음)라는 제
목의 7언절구의 1,2 구를
白鷗波上疎疎雨 흰 갈매기 떠도는 물결 위에 부슬비 내리고
黃犢坡南點點山 누런 송아지 노는 언덕 남쪽에 점점이 산이네
라고 지어, 스스로 김 황원의 두 구(句)에 이을 만한 댓구라고 자부하였다고 하
지만(동인시화) 서 거정(徐 居正)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白鷗波上과 黃犢坡南
의 대(對)는 언뜻 떠오르는 그림 만으로도 長城一面과 大野東頭의 대(對)에는 훨
씬 못 미치는 것 같다.
조선 후기에 공무(公務)로 중국에 가던 이 만수, 홍 의호, 홍상국이란 분들이
연광정에 들러 머물며 각각 김 황원의 시구에 한 연씩을 지어 붙여 다음과 같은
7언 율시를 만든 일이 있다.
長城一面溶溶水 긴 성 한쪽으로 늠실늠실 강물 흐르고,
大野東頭點點山 넓은 들 동쪽 머리엔 점점이 산이로다.
萬戶樓臺天畔起 많은 집과 누대는 하늘 가에 솟아있고,
四時歌吹月中還 사시장철 노래 소리 달밤에 돌아오네.
風烟不盡江湖上 바람과 안개는 물 위에 그침이 없고,
詩句長留宇宙間 시구들은 오래도록 우주에 남으리라.
黃鶴千年人不見 황학은 천 년 동안 사람이 보지 못했으니,
夕陽回首白雲灣 석양에 백운만으로 고개를 돌려보네.
김 황원의 수련(首聯 1, 2 구)이 대동강변의 원경을 그린데 이어, 시가지를 묘사
하고 밤 풍경으로 마무리한 함련(頷聯 3,4구)과, 대동강 상류의 백운만이라는 지명
을 등장 시켜 신선이 타고 다닌다는 황학(黃鶴)을 찾는다고 표현한 미련(尾聯 7,8
구)은 그런대로 성공한 련으로 보이나, 기-승-전-결의 전(轉)에 해당하는 경련(頸
聯 5,6구)이 소재(素材)의 빈곤을 보이며 추상적으로 흐르면서 시상(詩想)의 전환
(轉換)을 이루지 못함이 아쉽게 느껴진다.
나 역시 지금까지도, 저 미완성 시(詩)의 뒷 부분을 누가 멋지게 완성할 수는 없
을까 하는 생각이 늘 끊이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나이 들면서 한시를 애호(愛好)
하여 나름대로 공부하며 한가한 틈이 나면 앞 부분이 마치 내 작품이기나 한 듯
그 뒷 부분을 구상해 보는 버릇이 생겨, 오래 전부터 이렇게 써 보고 고치고 또
저렇게 써 보고 고치고를 반복해 오다가 근래에 절구(絶句) 두 편을 완성하였다.
부끄럽지만 우선,
長城一面溶溶水 긴 성 한쪽에는 늠실늠실 강물 흐르고
大野東頭點點山 넓은 들 동쪽 머리엔 점점이 산이로다
釣罷江邊疎雨過 낚시 끝난 강변에 성근 비 지나간 후
夕陽窕窺白雲間 서쪽 하늘 구름 틈에 저녁 해가 엿보네
내가 부벽루에 서서 대동강을 바라본다고 가정하여 눈을 감고 사진에서 본 풍경
들을 떠올려 보았다. 저멀리 길게 늘어진 성곽 한편으로 늠실늠실 강이 흐르고 넓은 들 동쪽 머리에는 낮은 산들... 머리 위로 구름 한 떼가 흘러가며 살짝 이슬비를
뿌리는가 했더니 어느새 서쪽 하늘 흰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노란 저녁해가, 낚시
걷고 돌아가는 조옹(釣翁)의 뒷 모습에 노을 빛을 비춘다...는 이야기이다.
또 한 편은 봄꽃이 흐드러져 동풍에 온갖 잎을 휘날리는 한낮으로 설정해 보았다.
長城一面溶溶水 긴 성 한쪽으로 늠실늠실 강물 흐르고
大野東頭點點山 넓은 들 동쪽 머리엔 점점이 산이로다
三月春風吹午夢 춘삼월 봄바람이 낮꿈을 불어오고
滿花紅雨洗愁顔 온갖 붉은 꽃잎 비(雨)가 근심 얼굴 씻어주네
위에서 설명한대로, 멀리 바라보던 시선을 바로 내가 서있는 이곳으로 당겨오니,
흐드러지게 핀 복사꽃은 건듯건듯 불어오는 춘삼월의 따뜻한 바람에 붉은 꽃잎비
를 얼굴에 뿌려 봄 수심(春愁)이 어린 내 얼굴을 간질이고 있다. 바야흐로 '존재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오직 상상(想像)의 피안(彼岸)이요 이렇지 않겠는가 라고 추측하
는 가정(假定)의 단면일 뿐, 나는 부벽루에 가본 적이 없으니 그곳에 서서 어찌 봄
바람의 꽃잎비(花雨)를 맞은 적이 있겠는가. 시를 지어 놓고도 마음 속에 떠도는 허무(虛無)는 그 때문일 것이니, 과연 부벽루에서 서쪽 산의 지는 해가 보일지 또
그곳에 꽃잎비를 내릴 정도로 복숭아 나무가 많이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니 내가 직접 그곳에 가보고 현실에 맞게 내 시를 고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릴 도리 밖에는 없는데, 요즘 돌아가는 정세를 보면 그런 날이 언제 올지 아니
그런 날이 과연 올 수 있을 지도 묘연(杳然)하기만 하다.
송강 정철 統軍亭詩
我欲過江去(아욕과강거) 나는 이 강을 건너가고 하나
直登松鶻山(직등송골산) 곧바로 송골산에 올라가본다
西招華表鶴(서초화표학) 서쪽으로 화표학 불러와서는
相與戱雲間(상여희운간) 구름 사이에서 함께 노닐고
-통군정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어도 고금을 통해 뛰어난 작품이라 함
이백
平生不下淚 평생에 눈무을 흘리지 않았으나
於此泣無窮 이에 한없이 울었네
참고)
江夏別宋之悌 - (江夏에서 宋之悌와 작별함)
楚水淸若空 / 양자강 물 맑아서 마치 물 없이 비어있는 것 같고
遙將碧海通 / 아득히 멀리 푸른 하늘과 통하여 있네.
人分千里外 / 사람과 사람은 천리 밖에 멀리 헤어지게 되는데
興在一盃中 / 서로간의 정은 한 술잔에 있네.
谷鳥吟晴日 / 산골짜기 새는 비갠 햇빛 받아 노래하고
江猿嘯晩風 / 강변 원숭이는 저녁 바람에 울고 있네.
平生不下淚 / 아아 평생에 울지 않던 나였는데
於此泣無窮 / 지금은 눈물이 끝없이 흐르네.
宋之悌는 초당 시인 송지문(宋之問)의 막내아우. 宋之悌가 머나먼 주연(朱鳶: 현재의 베트남 하노이 남쪽에 있는 지명, 당시엔 베트남의 북반부는 唐나라의 영토였음) 땅으로 좌천되어 갈 때인 735년(개원 23년), 양자강 중류 강하(江夏)에서 송별하며 지은 시임.
** 江夏 : 양자강 중류, 현재의 湖北省 武漢市
** 楚水 : 楚江, 옛 楚 나라 땅을 흐르는 長江, 즉 양자강 중류를 일컫는 말.
李義山(이상은)
三年已制思鄕淚 삼년동안 고향 생각의 눈물을 억제했으나
更入東風恐不禁 다시 봄이 되면 아마 참아내지 못하리
黃山谷
西風壯夫淚 서풍에 흘리는 장부의 눈물
多爲程顥滴 정호를 위해 흘리는 것이 많다
원, 繼志가 이색에게
我有丈夫淚 나는 장부의 눈물이 있어
泣之不落三十年 울어도 삼십년 동안 눈물을 흘리지 않았네
今日離亭畔 오늘 헤어지는 장소에서
爲君一灑春風前 그대를 위해 봄바람 앞에서 한번 흘리네
정사룡
向來制淚吾差熟 요새 내가 눈물을 억제하는데 익숙했으나
今日當筵自不禁 오늘 이 자리에서는 금할 수가 없도다
기묘사화를 일으킨 沈貞
靑春扶社稷 젊어서는 사직을 붙들었고
白首臥江湖 늙어서는 강호에 누웠네
협객의 고치라는 요구에
靑春危社稷
白首蟄江湖으로 고쳤으나 협객은 다음과 같이 고치라 함
靑春傾社稷
白首汚江湖
沈貞의 4대 孫
舊恨波難洗 옛 한은 파도로도 씻기 어렵고
新愁酒欲春 새로운 근심은 술로써 풀고자 한다(春---舂?)
-선대의 허물을 개탄하는 의미
중국 사신이 인정한 용제 이행의 절구
明月莫須出 달은 곡 뜨지를 말고
天風休更吹 하늘의 바람은 다시 불지 말라
月出有驚鳥 달이 뜨면 새가 놀라고
風吹無定枝 바람이 불면 깃들 가지가 없어지므로
-헤어질때의 감정을 돕고 있는데 정사룡은 몇 달 후에나 묘함을 깨달았다 함
중국사신
佳句偶來樓上見 가구를 루상에서 우연히 보고
旅懷秪向客邊償 나그네의 시름은 주변을 향해 슬프게 하네
龍飛有詔頒高麗 용이 나는 조서를 고려에 나누어주고
鳳擧何人歎楚狂 봉이 가자 누가 초광을 탄식하리
정밀한 시를 지은 신광한-過金公舊居有感-김공의 옛집을 지나며
當時逐客幾人存(당시축객기인존) 당시에 유배된 사람 중 몇이나 살아있는고
立馬東風獨斷魂(입마동풍독단혼) 봄바람에 말을 세우고 나 홀로 서글퍼하네
煙雨介山寒食路(연우개산한식로) 산은 자욱한 안개비 내리는 한식날 길거리
不堪聞笛夕陽村(불감문적석양촌) 차마 못 듣겠네 해 지는 고을의 피리소리를
중국사신
東坡謫海南 동파가 해남으로 귀양 갔는데
胡爲來此哉 어찌 이곳에 오게 되었나
이행
散爲百東坡 백의 동파로 흩어졌는데
無乃一者來 하나도 올 수 없을까
우리나라 싯구에
撓波散作東坡百 흔들리는 물결이 백 개의 동파를 만들었네
바위에 새겨져 있는 양사언의 시
金水銀沙一樣平 금빛 물결 은빛 모래 한결같이 평평하고
峽雲江雨白鷗明 골짜기 구름과 강가에 내리는 비에 백구가 더욱 선명하네.
尋眞偶入桃源路 참됨을 찾아 우연히 무릉도원 길 찾아가니 (偶..一作 誤)
莫遺漁舟山洞行 고깃배는 보내지 말라 산촌마을로 가네.
고경명이 젊어서 기생의 옷에 써 준 시
立馬江頭別故遲 강두에 말 세우고 이별을 고의로 늦추며
生憎楊柳最高枝 나면서 버들의 높은 가지를 미워했다오
佳人緣薄含新態 가인은 인연이 엷어 새로운 태도를 머금었고
蕩子情深問後期 탕자는 정이ㅣ 깊어 후기를 묻는다
桃李落來寒食節 도리는 한식절에 떨어지고
鷓鴣飛去石陽時 자고는 석양에 날아가네
草長南浦春波濶 풀이 우거진 남포에 봄 물결 넓고
欲採蘋花有所思 생각한 바 있어 빈화를 꺾고자 하네
洪迪의 시
苔深窮巷客來稀 이끼 짙은 깊숙한 시골에 찾아오는 이 적고
鳥啼聲中午枕推 새 우는 소리 속에 낮잠에서 깨었네
茶罷小窓無箇事 차를 마시고 창밑에서 하는 일이 없는데
落花高下不齊飛 낙화가 높고 낮게 고르지 않데 날리네
-육곡이 보고 결구에 대해 마음의 평정을 잃었다고 함,
실제로 홍적이 탄핵 받을 즈음에 지은 시라 함
차천로
華山北骨盤三角 화산북골반삼각-백두대간 정기 뻗어 삼각산에 서려 있고,
漢水東心出五臺 한수동심출오대-한강수 푸른 맘은 오대산서 발원했다.
無端歲月英雄過 무단세월영웅과-끝없는 세월 타고 지나던 한 영웅이
有此江山宇宙來 유차강산우주래-이 강산 예 있다기 우주에 내 왔노라.
율곡의 운에 따라 지은 차천로의 시
風健牙檣千尺直 바람이 굳세자 돛대는 매우 길고 곧으며
月明漁笛數聲圓 밝은 달밤에 피리소리 뚜렷이 들리네
김상헌이 칭찬한 차천로의 구절
餘寒氷結失江聲 남은 추위에 얼음이 얼어 강물이 소리를 잃었네
허균이 귀양지에서 이식에게 지어준 율시의 경련
皓首身千里 흰머리에 몸은 천리밖에 있으며
黃花酒一杯 국화 옆에서 한 잔 술을 마시네
이식이 차운하여
旅跡無長策 객지에서 좋은 계획이 없고
窮愁共此杯 근심을 달래려 술이나 같이 합시다
-허균이 크게 칭찬 함
사기를 많이 읽은 정두경의 磨天嶺詩
驅馬磨天嶺, 말을 몰아 마천령에 오르니
層峰上入雲. 층층 봉우리가 구름 속에 들어 있다.
前臨有大澤, 저 아래 펼쳐 있는 광대한 못을
蓋乃北海云. 대개 북해라고 하는 군.
홍세주의 瀟湘斑竹詩
蒼梧愁色白雲間 창오의 근심빛이 흰 구름 사이에 서리고
帝子南奔幾日還 남으로 가신 황제 언제나 돌아올까
遺恨不隨湘水去 남은 한은 상강 따라 흐르지 못하고
淚痕常在竹枝斑 눈물 흔적 대나무에 얼룩져 항상 남아있네
千秋勁節凌霜雪 천년 굳은 절개 눈서리 이겨내고
半夜寒聲動佩環 밤중 찬소리는 옥에서 나는 듯 맑다
啼罷鷓鴣人不見 자고새처럼 운 뒤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數峰江上露烟鬟 강위로 쪽진 모리 같은 봉우리 이슬에 젖었네
송시열이 유배지에서 지은 咏懷詩
蠻土休言歲月長 만토에서 세월을 길다고 말하지 마라
安身何處不吾鄕 편안히 하면 어느 곳인들 고향이 아니랴
風吹木葉根猶靜 바람에 나뭇잎은 흔들려도 뿌리는 고요하고
霜折蘭枝意自香 서리에 난초가지가 꺾여져도 꽃은 향기롭다
多謝晦翁提我耳 내 귀를 이끌어준 회옹(주자)에 감사하고
須知康節刮人眶 사람의 눈을 긁은 강절(송, 소옹)을 알게 되었다
箇中密切工夫在 그 속에 정밀하고 간절한 공부가 있으니
鄒聖當年戒助忘 추성(맹자) 당년에도 잊지 않게 경계했다
許格의 春帖詩
栗里陶潛宅 율리에는 도잠의 집이 있었고
戒州王餐樓 계주에는 왕찬의 루가 있었다
眼前無長物 눈앞에는 주목할 만한 물건이 없고
江漢一孤舟 강한에는 한척의 외로운 배가 있다
중국에 사신으로 가는 사람을 보내며
天下有山吾已遯 천하에 있는 산에 나는 이미 숨었으며
城中無帝子何朝 이 세상에 임금이 없는데 그대는 어디에 조회하느냐
遯 dun4, 달아나다, 피하다
죽을 때 시고를 모두 불살랐는데 한 절구에
簇簇千峯削玉層 모여 있는 많은 봉우리 옥을 깎는 듯하고
悠悠一水繞村澄 여유가 있는 한 가닥 물은 마을을 안고 흘러 맑다
臨流故斫桃花樹 물가에서 고의로 복숭아나무를 베는 것은
恐引漁郞入武陵 어부를 무릉으로 끌어들일까 겁나기 때문이요
허목, 풀 삿갓을 쓴 자가 다라 다니니 내가 죽을 것이다 하며 쓴 시
有感必有應 느낌이 있으면 반드시 응함이 있다는데
此理本不虛 이 이치는 본디 헛된 것이 아니다
殷人嚴鬼神 반인이 귀신에 엄했다고 하지만
鬼神豈欺余 귀신이 어찌 나를 속이겠는가
허목의 다른 절구
說讀古人書 옛사람의 글을 기쁘게 읽으며
行年八十餘 어느새 나이 벌써 여든 살이 넘었구나
所爲百無如 하는 일 무엇 하나 뜻과 같지 않으니
拙黨無如余 옹졸하고 편벽됨이 나 같은 이 없으리라
정두경이 칭찬한 나의 祖父의 시
春來消息一雁背 봄소식은 한 마리 기러기 등으로부터 오며
老去光陰雙鬂邊 늙어가는 세월은 두 살쩍머리에 나타나네
桑楡晩計靑山在 나이 많아 늦은 계획이 청산에 있으니
稷契初心白髮飄 직계의 초심이 백발에 날아갔네
송준길이 요구하여 쓴 남용익의 시
今年春事剩三旬 금년 봄도 삼순이 남았지만
及到春歸更惜春 봄이 돌아가게 되자 다시 봄이 아깝구나
若遣先生留不去 만약 선생이 가지 않고 머물게 될 것 같으면
春風長襲座中人 봄바람이 좌중 사람들을 엄습하리라
박세당-蠹魚詩
蠹魚身向卷中生 좀이 책 속을 항해 살고 있으면서
食字多年眼乍明 글자를 여러 해 먹었으니 눈이 잠깐 밝을 것이다
畢竟物微誰見許 필경 미물이므로 누가 보고 인정하랴
祗應長負毁經名 다만 책을 훼손한 이름은 길이 가지리라
李瑞雨-漁村卽事詩
急雨懸山風湧波 산에는 폭우가 내리고 바람에 파도가 일며
數間茅屋翳靑蘿 몇 칸 띳집은 푸른 담쟁이 넝쿨에 가리었다
箇中人事商量得 그곳에서도 하는 일이 있으니
兒補魚罾父織蓑 아이는 그물 깁고 어른은 도롱이 짠다
罾 zeng1, 어망
-아래 박순의 구를 따른 것이며 商量得 석자는 깨끗하지 못하다
박순
籬掛蓑衣簷曝網 도롱이는 울타리에 그물은 처마에 말리며
望中漁屋夕陽多 바라보는 어옥이 석양빛에 젖었네
趙持謙 죽을때 흰 새 십여마리가 집 위에 머물렀다 함
어떤 사람의 만시에
如何大鳥來相弔 어찌하여 큰 새가 와서 조문하는가
昔在關西今海濱 옛날에는 관서에 오늘은 해빈에 있다
微禽亦悼仁人逝 仁人이 떠난 것을 새도 슬퍼하는데
人若不哀人不人 사람이 슬퍼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어라
임상원이 지은 만시
涇渭未分心獨苦 옳고 그른 것이 나누어지지 않았는데 홀로 괴로워하며
風霜相薄舌猶存 바람과 서리가 못 견디게 하나 혀는 남았다
집안 어른 수촌 입방의 拱北樓詩와 절구
垂楊拂地亂鶯啼 수양버들 땅을 쓸고 꾀꼬리 우니
夢罷高樓歸思迷 꿈을 깬 높은 다락에 고향 생각 아득하네.
細雨飛花村遠近 마을 여기저기 이슬비에 꽃이 날리고
暖煙芳草水東西 강의 동서쪽에 따듯한 안개 방초로구나.
春如棄我無情去 봄은 나를 버린 듯이 무정히 가고
詩爲逢君得意題 시는 그대를 만나 득의하여 짓노라.
霽後憑欄獨回首 비갠 후 난간에 기대어 홀로 머리를 돌리니
亭亭落日下江堤 정정한 낙일이 강둑으로 지네.
참고)
이 시는 1666년(현종7)에 공주 공북루에서 동생 임동(任董)의 운에 따라 지은 칠언율시로 제(齊)운이다. 그는 1663년 사마시에 장원하여 진사가 되고, 1671년 재랑(齋郞) 곧 참봉에 임명되었으며, 장악원 주부, 감찰을 거쳐 황간 현령으로 나갔다. <수촌집(水村集)>에는 제목이 ‘아우 한유 동의 운에 따라 멋대로 지었다.(次舍弟漢儒 董 韻漫題)’으로 되었다. 공주 공북루에서 봄날을 맞은 나그네의 심정을 읊고 있다. 수련은 공북루의 정경이다. 수양버드나무 가지는 땅에 닿고 꾀꼬리가 울 때 다락에 올라 고향생각에 젖는다고 했다. 함련은 공북루에서 바라본 원경이다. 이슬비에 꽃이 날리는 마을과 방초 우거진 안개 낀 강둑을 시각적 이미지로 제시했다. 경련은 봄날의 아쉬움이다. 봄날은 마치 나를 버리듯이 무정하게 지나가고, 그 서운한 심정에 아우를 만나 멋대로 시를 짓는다고 했다. 미련은 시간의 경과다. 내리던 이슬비가 개고 난간에 서서 서쪽으로 머리를 돌리니 붉게 빛나는 저녁 해가 강둑에 걸쳐 있다고 하여, 봄날이 저물고 있음을 아쉬워하였다.
一抹炊烟生 한줄기 연기가 피어오르며
孤村在山下 외로운 마을이 산 밑에 있네
柴門老樹枝 울타리 문의 늙은 나뭇가지에
不繫行人馬 행인이 와서 말으 매네
유몽인이 성여학을 이정구에게 추천하며
露草虫聲濕 풀에 이슬이 내리자 벌레 소리가 젖었고
風枝鳥夢危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자 새의 꿈도 위태롭다
崔錫鼎이 유배 위기에 처한 홍만종을 변호하며
席上又兼絲竹肉 자리에 악기와 노래 소리를 겸했는데
人間何羨鶴錢州 인간세계에서 어찌 학전주를 부러워하랴
홍만종
錫杖隨雲過野亭(석장수운과야정)석장 짚고 구름 따라 들 정자 지나가니
蕭然一槖負禪經(숙연일탁부선경)호젓한 바랑에는 불경이 들었구려.
談移萬瀑雙溪勝(담이만폭쌍계승)만폭동과 쌍계사의 경치 얘기 옮겨 가자
山在山人舌上靑(산재산인설상청)스님의 혀 끝에 푸른 산이 있다네.
<해설>
낯선 스님네가 석장(錫杖)을 짚고 들 정자 곁을 지나간다. 안 그래도 심심하던 시인은 말벗이나
하려고, 스님을 불러 세운다.
“여보 스님! 구름 따라 가는 걸음인데 무에 그리 바쁘우. 그저 휙 가지 말고, 예 올라와서 조금 쉬었다 가우.”
눈 빛 맑은 스님은 두 말 않고 정자 위로 성큼 올라서더니 등에 진 바랑을 벗어 곁에 내려 놓는다.
“목 좀 축이시구랴. 그래 그 바랑 안에 든 것이 무엇이요.”
“부처님 말씀올시다. 명색이 중 노릇이니, 불경 몇 권 지니고 다닙지요.”
“어디서 오시는 길이신가?”
“금강산 만폭동에서 옵니다.”
“원래 그곳 절에 계시우?”
“아닙니다. 지리산 쌍계사에 있는데, 이번에 큰 마음 먹고 훌쩍 다녀온 참입니다.”
“그래 금강산과 지리산, 어디가 더 좋습디까?”
한번 말문이 터진 스님은 이제 거침이 없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금강산 지리산 품평에 두 산의 풍
광이 혀끝에서 녹는다. 이렇게 대화로 풀면 한참이나 이어질 내용을 7언 4구의 간결한 형식 속에
녹여 넣은 솜씨가 대단하다.
吳道一
樓頭醉臥吳挺一 루 머리에 취해 우워 있는 오정일이요
松下吟詩柳道三 소나무 아래에서 실ㄹ 읊는 류도삼이다
吳道一의 다른 구
雲愁九疑月千古 구름 낀 구의산에 달은 오래도록 떠 있고
水滿三湘秋萬里 물이 가득한 삼상에 가을은 넓게 퍼졌다
林泳의 自警詩
幽暗之中袵席上 어두운 가운데 요 위에 앉았으니
古人從此做工夫 옛사람도 이를 좇아 공부를 했다오
這間若不能無愧 이속에서 부끄러움이 없게 하지 못하면
何敢冠儒而服儒 어찌 갓 쓰고 선비를 익힐 수 있으랴
-느리고 시로서 격이 없다, 3구는 더욱 한산하다
林泳의 구
虛簷月動江山色 처마에 달이 뜨니 강산이 밝고
靜夜書開宇宙心 고요한 밤에 책을 보니 우주가 그 속에 있다
-김창협이 칭찬을 했지만 우주심 석자는 부수러지고 떨어져 실상이 없어 하자이다
김창협이 쓴 林泳의 만사
故宅梅殘觀易處 살던 집에 남아있는 매화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春江水暖浴沂時 기수에 목욕할 때처럼 봄 강물은 따뜻하다
天涯目極靑靑草 천애에서 멀리 푸르고 푸른 풀을 자세히 보니
啼送丹旌有子規 울며 단쟁을 보내는 자규가 있다오
김창협 동생의 금강산 중에게 준 시
象外淸遊更未能 상외의 좋은 유람 다시 할 수 없겠는데
夢中皆骨玉層層 꿈에 본 개골산 옥으로 싸였다오
秋來萬二千峯月 가을이 오면 만이천봉의 달이
應照山僧禮拂燈 분명 산승의 에불하는 등을 비추리라
김창협 동생의 또다른 시
雪嶽宜棲客 설악산에 머물렀던 나그네가
關河又薄遊 관하를 또 잠깐 유람했네
隨身有淸月 따라다니는 맑은 달이 있어
卜夜在高樓 밤에 높은 루에 있게 했다
劍無魚龍靜 칼춤을 추자 어룡도 조용하고
杯行星漢流 술잔은 은하처럼 흐르네
鷄鳴相顧起 닭 울어 서로 돌아보며 일어나니
留興木蘭舟 흥은 목란주에 남아있네
김창협 아들의 시
時危百慮聽江聲 시위에 많은 생각으로 강물소리를 듣는 듯하다
-홍세태가 밥을 먹다 이 구절을 듣고 숟가락을 놓쳤다 함
부친의 시
小雨花生樹 적은 비에 꽃이 나무에서 피고
東風燕入簷 동풍에 제비는 주렴에 들어오네
大水浮天地 많은 물에 천지가 떴고
靑山立古今 푸른 산은 에나 지금에도 섰네
天在峽中鷄子大 산골에 있는 하늘은 달걀처럼 크고
地從關外犬牙分 관외로 좇아 있는 당은 개 어금니처럼 나뉘었네
山從海口微茫見 산은 해구를 따라 아득하게 보이고
水到松間隱映流 물은 나무사이에 이르자 빛을 숨기고 흐르네
포은을 읊은 구
祗許隻身當砥柱 한 몸이 기둥이 되고자 허락했으니
豈知佳氣在舂陵 어찌 가기가 용릉에 있음을 알았으랴
태극을 읊은 시
一極由來是一誠 일극은 일성으로부터 나왔으며
一誠斯立道由行 일성이 서게 되므로 도가 행하게 된다
欲敎畵出眞難畵 그리고자 하면 참으로 그리기 어려우며
正使名言亦未名 바로 이름을 말하고자 하나 이름 하지 못했네
明月滿江寧有跡 밝은 달이 강에 가득하나 어찌 흔적이 있으며
落花隨水本無情 낙화가 물 다라 흘러도 본디 정이 없었다
東君忽送霏霏雨 봄이 갑자기 보슬비를 보내
處處春山草自生 곳곳의 봄 산에 스스로 풀이 나게 하네
외삼촌
相逢卽相別 서로 만나 바로 헤어지니
已誤百年期 이미 백년 기약을 그르쳤네
天地無家客 천지에 집 없는 나그네요
春風三月時 봄바람 부는 삼월이었다
-괴이하다 했는데 곧바로 세상을 떠남
金仲固의 먹시
漆身同豫讓 검은 몸은 에양과 같이 한가지이며
涅背似岳飛 검은 흙같은 허리는 악비를 닮았네
首陽千古節 수양산의 천고의 절개는
幾入騷人詩 몇 번이나 시인들의 작품에 들었던가
涅nie4, 검은 흙을 바르다, 열
이정겸의 구
鳳池佳句愧非岑 궁중에서 지은 가구가 岑參에 부끄럽지 않다
內從兄의 댓구
騎省感懷還似岳 기성의 감회가 도리어 악비와 같다
내종형의 또 한편의 차운구
白髮侵凌君欲老 백발이 침범해 그대가 늙고자 하니
風塵撩亂我非夫 풍진의 어지러움에 엉겨 나도 이기었다
내가 지은 절구
江湖風月浩無涯 강호의 풍월은 넓어 끝이 없는데
浮世光陰鬂欲華 이 세상 흐르는 세월에 살쩍머리 희고자 하네
輕舠短笛烟波外 안개 밖의 가벼운 배와 피리소리는
不是漁村便酒家 어촌이 아니면 술집일 것이다
舠 dao1, 거룻배
詩友 沈鳳儀
事往百圍喬木老 일이 지나자 백 아름 되는 큰 나무는 늙었으나
名留千古大江長 이름은 큰 강처럼 길게 머무네
첫댓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