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관동팔경도 울진 게맛 본 후에
경북 울진은 국내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다녀왔을 법한 곳이다. 하지만 단지 며칠짜리 여행으로 울진을 다 알았다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울진의 겉모습만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은 조개가 아름답다고 생각해 미처 찬란한 빛을 간직하고 있는 진주를 보지 못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이 울진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까닭은 역시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자타가
최고라 공인하는 대게의 '멋스러운 맛'은 덤으로 주어진다. 이 얼마나 행운인가.
한국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 지난해 울진대게축제 대게그물떼기 행사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양손에 속이 꽉 찬 대게를 들고 있다.
<사진 제공=울진군청>
↑ 죽변항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죽변등대 북쪽, 바다를 앞에 둔 절벽 위에 자리 잡은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동해가 가슴속에 깊이 박힌다.
◆ 동해 명소'대게의 천국' 죽변항
파도가 숨쉬는 바다. 끝없이 넓게 펼쳐진 수평선 멀리 드문드문 고기잡이 배가 보인다.
육지 끝에 자리 잡은 항구에는 갓 잡아온 각종 어패류를 분주히 옮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바로 죽변항이다. 울진 북쪽에 위치한 이 항구는 대게 어획량에서 후포항과 쌍벽을 이뤄 '대게의 천국'이라 불린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활어회와 어패류를 구입할 수 있어 동해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대게가 많이 잡히는 겨울에는 죽변항 위판장이 대게판으로 변한다. 오전 9시께 죽변항을 방문하면 1000마리가 넘는 속이 실한 게를 열 맞춰 깔아놓고 경매하는 풍경도 볼 수 있다.
불과 몇 초 만에 매매가 이뤄지는 이 장면은 죽변항을 찾는 관광객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이벤트다.
죽변항에까지 왔다면 100년째 불을 밝히고 있는 죽변등대와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도 둘러볼 만하다. 드라마 세트장에서 내려다보는 동해는 그야말로 절경이다. 옆으로 난 대나무숲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왼쪽으로 보이는 바다를 마음에 간직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 신라의 아름다움 천년고찰 불영사
울진군 서면 천축산(天竺山) 서쪽 기슭에는 의상대사가 651년 창건한 불영사(佛影寺)가 있다.
신라 고찰의 아름다움이 한껏 느껴지는 불영사 일주문부터 대웅전까지 걸어가는 길은 옛 기품이 느껴져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연못에 비치는 산중턱 바위들이 마치 석가모니가 최초 불법을 설파한 장면처럼 보인다 해 '불영'(석가모니가 투영돼 보이다)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사찰은 고즈넉하면서도 신비롭기 그지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찰을 감싸고 있는 불영사 계곡은 동해의 파도만큼이나 아찔하다.
잠시 차를 세우고 졸졸 흐르다 얼음이 얼어버린 계곡을 따라 걸으면 귀를 울리는 맑은 물소리가 오감을 충족시킨다. 불영사 주변에는 볼거리도 많다. 우애 좋은 남매가 죽어 바위가 됐다는 사랑바위, 금강산과 태백산간에서만 자란다는 소나무 '금강송' 8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 금강송숲이 관광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금강송숲에서 온몸을 찌르는 솔잎 향을 맡으며 산림욕을 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코스다.
◆ 관동팔경 망양정에서 바다를 보다
바다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은 7번국도를 달리다 해안도로로 진입해 바다를 끼고 달리다 보면 망양정해수욕장을 지나치게 된다. 이곳을 그냥 지나치면 관동팔경(關東八景) 가운데 하나인 망양정(望洋亭)을 놓칠 수 있다. 울진대종이 위치하고 있는 해맞이공원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언덕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망양정을 만날 수 있다.
울진 앞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망양정의 조망은 단연 일품. 특히 겨울에는 주변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지 않아 탁 트인 수평선을 감상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성류굴 앞으로 흘러내리는 왕피천과 동해,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실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극찬했던 망양정은 현재의 위치와 다르다. 조선 철종 11년(1860년)에 현재 위치로 옮겨진 이 정자는 2005년에 완전히 새로 지어져 다소 고즈넉한 맛은 떨어진다. 하지만 조선시대 숙종이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하사했을 만큼 그 유려함이 빼어나고 전망 또한 시원해 망양정은 한 번쯤 올라 볼 만한 곳이다.
◆ 여행으로 쌓인 피로 온천에서 싹~
이것으로도 부족해 울진에는 관광객이 지친 몸을 달랠 수 있는 온천이 준비돼 있다. 그것도 두 곳이나.
울진군 남쪽 백암온천과 북쪽에 자리 잡은 덕구온천이 그곳이다.
유황온천으로 유명한 백암온천은 전국 제일의 수질을 자랑한다. 무색무취로 사람 몸에 적당한 수온(48~53도)을 유지하고 있는 이곳은 여름에도 찾아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또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온천으로 알려진 덕구온천은 해발 999m의 응봉산에서 흘러나오는 43도 온천수로 유명하다. 신경통, 관절염, 피부병, 근육통 등에 효과가 있어 여행에 지친 관광객들이 피로를 풀기에 그만이다.
◆ 26~28일 후포항서 국제대게축제
올해도 어김없이 '대게의 본고장' 울진에서 대게 축제가 열린다. 이번에는 관광객들이 좋은 대게를 맛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예년에 비해 한 달가량 일정을 앞당겼다. 설 연휴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대게가 잡히기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이맘때이기 때문이다.
대게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음력 설 이후부터 초봄까지다. 울진에서 23㎞가량 떨어진 왕돌초 지역에 서식하는 대게가 가장 맛이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이 지역에서 잡히는 대게들로 만선을 이루는 이때야말로 '서울 촌놈'들이 대게를 맛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이 행사는 울진의 특산물인 대게를 홍보하는 동시에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번 축제에선 대게잡이 및 선상 일출 참관, 울진대게 관광객 경매 행사를 비롯해 울진대게 김밥 만들기, 대게 빨리 먹기 대회, 세계 게 요리 시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축제가 열릴 울진 후포항은 이미 대게잡이가 한창이다. 새벽부터 어판장은 연근해에서 잡아온 울진대게를 경매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비릿한 바다 냄새, 바쁘게 움직이는 어부들과 상인들의 땀냄새가 뒤섞인 후포항은 생동감 넘치는 삶의 현장으로 손색없다.
동장군의 기세가 물러가고 바닷바람에 봄의 향기가 실려올 2월의 마지막 주말 대게의 고장 울진을 찾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갓 잡아온 싱싱한 회와 맛으로 유명한 울진대게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이번 2010 국제울진대게축제가 겨울의 끝자락에서 독자들에게 큰 추억을 선물할 준비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