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향기 / 양상태
낙엽이 눈에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허리는 접혔다가 눈치껏 꼿꼿이 펴진다
누런 것은 죄다 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지폐와 낙엽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노란 것이 보이면 손끝이 발작하듯 꿈틀거린다
그저 품격 있는 체취에 코끝이 그리웠나 보다
없는 불편쯤이야 이골이 났다
쩐은 가난이라는 냄새를 절묘하게 피한다
엄마 아빠가 밤마다 그릇을 깨뜨리는 이유를 안다
집안 내력은 피하기 힘든 과학 숙제로 남았다
가난은 교양 필수였고
학점은 줄곧 허리 굴절 각도로 찍혔다
돈이 자라는 숲에 놀러 갔다가
지폐를 세는 꿈에서 깨어나
가만히 옆구리 찔러 보았다
허망이란 참으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
추레한 커튼을 반쯤 열었다
햇빛도 월세만큼만 들어오라 했다
핸드폰 속 마음씨 좋은 사채업자는
외상으로 돈을 나눠준다고
허리를 잘라먹는 문자를 보내온다
낡은 바지 속주머니 깊숙이
기침 소리와 함께 구겨 넣어둔 돈이
가려운 듯 쿨럭이며 뒤채긴 다
첫댓글 멋지십니다.
많이 부족한 저는 글중에 '햇빛도 월세만큼 들어오라 했다'.라는 부분이 뇌리에 남습니다. 어쩐지 짠하고 우리내 속내를 들킨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