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행 10:34-48절이고, 제목은 “신앙의 패러다임 쉬프트” 입니다. 베드로가 “하나님이 각 나라마다 자기를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을 모두 받아 주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면서 화평의 복음을 전합니다. 자신은 유대와 예루살렘에서 행한 나사렛 예수의 모든 선한 일들과 그의 죽으심과 부활을 목격한 증인으로 이를 믿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의 이름을 힘입어 죄사함을 받는다고 설교합니다. 이 말씀을 듣는 이들에게 성령이 임하여 방언하는 것을 보고 할례 받은 신자들이 함께 놀라고, 베드로는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라.”고 명합니다.
묵상
오늘은 베드로 자신이 가져왔던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믿음의 시야를 넓혀 가는 과정을 묵상합니다. 성령님의 지시하심을 받아 자신을 찾아 온 사람들을 따라서 이방인 ‘고넬료’의 집을 방문하게 된 베드로는 두 가지 새로운 사실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그 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신앙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대 전환을 이루는 계기를 맞게 됩니다. 이것을 고급스런 저의 말로 ‘신앙의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 of faith) 라고 표현해 봅니다.
요즘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라는 말을 맨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과학사학자이며, 과학철학자인 ‘토마스 사무엘 쿤’(Thomas Samuel Kuhn, 1922-1996년)입니다. 그는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1962) 라는 제목의 저술에서 이 개념을 사용하였습니다. 여기서 패러다임(Paradigm)이란, 일반적으로 “규범, 범례” 따위를 의미하지만,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 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쉬프트(Shift)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데, 일반적으로는 “변경, 전환” 이라는 뜻을 주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이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상태인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란, “인식 체계의 대 전환” 이라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가 이러한 ‘패러다임 쉬프트’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든 것이, 천동설(天動說)에서 지동설(地動說)로의 세계관 변화인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창 28: 11-17절에 기록된
야곱의 하나님 이해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Copernican Revolution)을 들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축복을 가로 챈 것에 분노한 형 에서를
피하여 밧단 아람으로 도피하던 야곱이 광야에서 돌을 베개삼아 자다가 보게 된 환상-하늘로부터 드리운
사닥다리를 천사들이 내리락 오르락 하는-을 통하여 새롭게 깨닫게 된 하나님 이해를 들 수 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한 지역에 머물러 있는 정(靜)적인 신 개념에서, 자기가
존재하는 곳을 따라서 늘 함께 움직여 가시는 동(動)적인 신 개념으로 완전히 전환하게 된 것을 말합니다.
특히, 오늘 본문은 베드로가 새롭게 경험하게 된 두 가지 사실을 통하여 신앙적인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나는 과정을 잘 서술해 주고 있습니다. 첫번째 경험은, 이방인 ‘고넬료’의 집을 방문하게 되면서, 자신과 같은 유대인만 하나님의 선민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고 의를 행하는 사람은 누구나 받아 주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34절).
두번째 경험은, 자신의 설교를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성령이 부어지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미 여러 차례의 설교(행 2:39; 10:43)를 통하여 이방인들에게도 구원이 임한다고 자신의 말로 증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은 이 말을 믿거나 받아들이기 조차도 어려워했다는 것을 이 후에 나타난 반응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아직, 물 세례도 받지 않은 이방인들이지만, 자신에게 '오순절'에 임했던 것과 동일한 성령의 세례가 임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방언을 말하여 하나님을 높이는 소리를 자신의 귀로 똑똑히 듣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놀라운 경험을 통하여 그들에게도 마땅히 세례를 베풀어 주어, 교회 공통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리고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성령 받은 이방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라."고 말하게 된 것입니다.
‘고넬료’의 집을 방문하면서 경험했던 놀라운 사건은 불과 며칠 전, 자신이 보았던 환상 속에서 하나님께서 이미 깨끗하다고 말해주었던 그릇에 담긴 부정한 들짐승과 날짐승들을 결코 먹지 않겠다고 거부했던 자신이 얼마나 편협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고착된 믿음의 사고에 갇혀 살았는가? 를 통렬하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주님께서 말씀하신 사마리아와 땅끝까지(행 1:8) 라는 지리적 개념과 모든 족속(마 28:19)이라는 인종적 개념을 한꺼번에 뛰어넘는 ‘신앙의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제 경우에도 베드로와 같이 편협하고, 자기 중심적 신앙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남들을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논하면서, 무조건 자신의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잘못을 저질렀던 때가 적지 않았음을 이 기회를 통해 주님 앞에 겸손히 고백 드립니다.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으심과 부활을 믿고 구주로 영접함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복음의 진리를 굳게 붙드는 것, 이외의 다양한 관점의 신학들과 종교적 신념들 사이에서 빗어지는 이론과 주장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환경 속에서 경험 된 신앙적 문제들에 대하여 좀더 열린 마음과 겸손한 태도를 가지고 주의 깊게 살피고, 받아들이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구속사역의 깊이와 넓이와 길이와 높이를 확장해 가는 성숙하고 폭넓은 복음 사역자가 되기를 힘쓰는 계기로 삼을 것을 다짐해 봅니다.
오늘 주님께서 저에게 들려주시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먼저 너의 부족함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신앙의 패러다임 쉬프트’가 이루어지는 자리가 된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네가 범사에 높고, 다른, 하나님의 뜻과 길(사 55:8-9)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유지할 때,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것들을 통해 나를 아는 높이와 깊이와 넓이와 높이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숙하고 충성된 종으로 쓰임을 받게 될 것이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당신을 더 많이, 그리고 깊이 알게 하기 위하여 우리를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끊임 없이 인도해 주시는 세심한 배려의 사랑에 찬양과 감사를 드립니다. 성령이여 도우사, 생소한 경험들과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불편한 마음으로 대하기 보다는, 새로운 배움에 대한 기대와 너그러움으로 받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과 성숙함으로 나아가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오늘도 ‘신앙의 패러다임 쉬프트’를 끊임없이 이루어가는 의미 있는 하루로 살아가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