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다정가’라고도 불리우는 이 시는 고려 충숙왕 때 이조년이 달빛과 배꽃을 보면서 충혜왕의 잘못을 걱정한 심정을 하소연한 시인데 요즘 우리 농업인은 활짝 핀 배꽃을 보면서 농사를 과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 한가득이다.
4월 말부터 5월 초 천안지역에 만개하는 〈신고〉배는 자가수분이 잘 되지 않는 품종이고 수분수 꽃이 늦게 피어 인공으로 수정을 해주는 작업인 화접 또는 배접이로 바쁘다. 이때만 되면 집 떠난 자식들이 모두 모여 일손을 돕고, 각급 기관단체도 나서서 돕는 게 연례행사화 돼 있다.
올해도 우리 농협의 전 직원이 토요일 휴무를 반납하고 성환지역의 배 화접을 도왔는데 올해 농사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올해는 걱정이 한가지가 더 있어서 마음이 무겁다. 다름 아니라 소비가 둔화돼 저온창고에 재고 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제일의 품질을 갖고 있는 우리 배는 효능도 뛰어나서 갈증·번열을 멎게 하고, 기침·가래·변비 해소에도 효과가 탁월한 과일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흡연·태운음식·매연 등에서 유래된 발암성분 및 내분비장애를 유발하는 물질을 체내에서 신속하게 배출시킬 뿐 아니라 당뇨병의 예방효과, 콜레스테롤 상승 억제, 비만과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이만한 과일이 또 있을까 싶다.
후식용으로 배를 상시 섭취하는 삶, 곧 웰빙이 아니고 무엇인가? 매월의 배(倍)가 되는 날, 1월2일, 2월4일, 3월6일, 4월8일, 5월10일… 12월24일 등 매월 하루를 배(梨)의 날(데이)로 정하고 배 한상자씩을 구입한다면 농업인도 돕고 가족의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일거양득이 되지 않겠는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벌이고 있는 데이 마케팅에 열두번의 배 데이를 등극시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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