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턴 와일더의 ‘우리 읍내’
작가 ; 손턴 와일드(1897-1975)
초연 ; 1938
<손턴 와일더>
작품의 문체와 주제를 대담하게 그려내는 혁신적인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손턴 와일더는 20세기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소설과 드라마 부문에서 세 개의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일한 작가이기도 한 그는, 1928년 두 번째 소설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The Bridge of Luis Rey)》(1927)로 첫 번째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이어 1938년에 희곡 《우리 읍내(Our Town)》로, 1943년에는 희곡 《위기일발(The Skin of Our Teeth)》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면서 세기의 작가로 떠올랐다.
그는 성공한 교사이자 수필가, 번역가, 학자, 강사, 오페라의 작사자,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했다. 특히, 1942년에 앨프레드 히치콕과 팀을 이루어 스릴러 클래식인 《의혹의 그림자(Shadow of a Doubt)》 시나리오의 초고를 썼으며, 4개국 언어에 능통해 헨리크 입센, 장폴 사르트르, 앙드레 오베이와 같은 다양한 작가들이 쓴 희곡을 번역하고 각색하기도 했다. 또한 학자로서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와 스페인 극작가 로페 데 베가의 희곡들에 관한 의미 있는 연구도 진행했다.
와일더의 주요 소설 작품으로는 《밀교(The Cabala)》, 《안드로스의 여인(The Woman of Andros)》, 《하늘에 있는 나의 종착역(Heaven's My Destination)》, 《3월 15일(The Ides of March)》, 《제 8요일(The Eighth Day)》, 《테오필루스 노스(Theophilus North)》 등이 있으며, 주요 희곡 작품으로는 뮤지컬 코미디 《헬로, 돌리!(Hello Dolly!)》로 각색된 《결혼 중매인(The Matchmaker)》과 《알세스티아드(The Alcestiad)》가 있다. 그의 단막극용 희곡으로는 《트렌턴과 캠던으로의 행복한 여행(The Happy Journey to Trenton and Camden)》과 《인류의 긴 크리스마스 시대(The Long Christmas Ages of Man)》, 《일곱 가지 치명적인 죄(The Seven Deadly Sins)》 등이 있다.
손턴 와일더는 1897년 4월 17일 위스콘신 주 매디슨에서 아모스 파커 와일더와 이사벨라 니벤 와일더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버클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벌린대학교에서 2년 동안 공부한 후, 1920년 예일대학교로 가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로마에 있는 미국 아카데미의 특별 학생으로 고고학과 이탈리아어를 공부했으며, 1926년에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30년대에 시카고대학교에서 6년간 클래식과 번역과 비교문학과 작문 과목을 가르쳤으며, 1950∼1951년에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찰스 엘리엇 노튼 교수’로 일했다. 이후 와일더는 학문과 교육 분야에서의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유능하고 인기 있는 강연자로 활동했으며, 작품에 필요한 자극과 고독을 얻기 위해 한적한 여행을 즐기곤 했다. 1975년 12월 7일 뉴헤이븐에 인접한 코네티컷 주 햄든에 있는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78년의 생을 마감했다.
소설가로도 유명한 그는 극작가로서도 독특한 지위를 굳히고 있다. <우리 마을>(1938), <위기일발>(1942)은 모두 퓰리처상을 수상한 희곡인데, 전자는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묘사하고 있으며, 현재의 생(生)을 사후(死後)의 세계로 연결시키고 있다. 더욱이 무대장치가 없는 벌거벗은 무대에서 이를 연출하였고, 후자는 인류가 유사 이전(有史以前)부터 몇 차례의 위기에 직면하고, 이를 극복하며 살아 나가는 장대한 내용을 코믹한 작가 특유의 필치로 밀고 나가는 유니크한 작품이다. 이 밖에 <결혼 중매>(1954) (뮤지컬의 걸작 <핼로 돌리>의 원본), 에든버러 축제를 위해서 쓴 <태양 아래의 인생>(1955), 1막물을 모은 <브리카 가로(街路)를 위한 3개의 희곡>(1962) 등이 있다. 그 밖에 오베이의 <루크리스>의 번역 등도 있다
<우리 읍내>
손톤 와일더 <우리읍내>는 1938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총 3막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사람이 자라고 결혼하고, 죽음에 이른 후의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줌으로써, 유한한 인간의 삶을 좀더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을 주제로 하였다.
손톤 와일더의 <우리읍내>의 내용과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우리읍내>는 1901년에서 1913년 동안 가상의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들을의사인 깁스선생 집안과 지방신문의 편집장인 웹 가족을 중심으로 그렸다. 이웃사촌인 깁스의 아들과 웹의 딸, 즉 조오지와 에밀리가 자라면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1막은 조오지와 에밀리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고, 2막은 조오지와 에밀리가 "사랑과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3막은 깁스부인과 에밀리의 사후세계인 공동묘지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손톤와일더의 <우리읍내>는 "극장주의"양식의 연극이다. 즉 사실주의양식의 연극이 "이 연극은 연극이 아니라 실제입니다"라고 환상적인 주문을 거는 공연이라면 극장주의양식의 연극은 "이 연극은 연극입니다"라고 밝히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극장은 텅 빈 무대에 몇몇 대도구와 소도구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무대감독"이 해설자 역을 수행하면서 무대전환이나 시간의 경과 등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1938년에 초연된 3막극 ‘우리 읍내’는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금새 무대에 적합하고, 특히 지속적으로 공연이 가능한 것이 입증되었다. 이 작품에서 극적 사건은 무대 자체이다. 의자 여러 개와 탁자 하나, 와일더는 그 이상의 보조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의자들은 길 모퉁이, 교회 벤치. 묘석을 표시한다. 하나의 장면에서 집의 일층에서 이층으로 바뀔 때는 그저 사다리를 밀어 무대 앞에 설치한 전등 빛을 받게 할 뿐이다. 관객은 무대의 장면을 각자의 상상으로 그려내야 한다.
본래의 이야기도 허식이 없고, 고상하지 않으며, 관객 앞에서 의도적으로 어색하게 펼쳐진다. 와일더는 무대 감독 즉 연출자를 무대로 내세워 관객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다음 사건에 대한 기본 자료를 제공한다. 언제 사건이 이루어지고(사건은 1901년에서 13년 사이에 뉴햄프셔의 그로버스 코너에서 이루어진다. ) 얼마나 많은 주민이 그 장소에 있으며, 또 얼마나 많은 교회와 학교가 있는 지를 알려준다.
그런 다음에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자신을 스스로 소개하지 않고 연출자가 소개한다. 그때 의사 깁스가 큰 도로 아래로 내려온다. 그는 1930년에 죽었다. 시립병원의 이름은 그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이런 식이다. 깁스의 아내의 자식들은 물론이고, 신문 발행인 햄가 그의 가족의 경우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한마디로 고객은 유혹적으로 그려진 세계의 눈속임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비유를 이야기로 듣는다.
여기에 중심에 놓이는 이야기는 사랑과 결혼, 그리고 죽음 등 아주 오래된 화제들이다. 그것은 이웃집 아이들인 조지 깁스와 에밀리 엡의 이야기로, 두 아이는 학창 시절에의 끝날 무렵에 서로 애정을 느껴 3년 후에 결혼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9년 뒤에 에밀 리가 둘째 아이를 낳다가 죽음으로서 온갖 인생의 계획이 어그러진다.
마지막 3막에서 와일더는 드라마의 개방 형식 덕분에 심지어 죽은 에밀리에 다시 한 번 발언의 기회를 준다. 에밀리는 피안의 세계에서 현세를 바라보며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온갖 작은 일상적 장치들이 지닌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이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이 선한 의미를 갖고 있음을 깨닫는다. 재깍 재깍 소리를 내는 시계, 해바라기, 웃음, 그리고 죽음마저도 선한 뜻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작품집 서문에 와일더는 연극에서 삶의 모사를 제시하는 것보다 ‘일상적인 삶의 가장 사소한 것들이 지니는 가치를 다시 의식 속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읍내‘는 이런 프로그램을 하나씩 실행에 옮겼다. 그것도 연극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방법으로 옮겼다.
첫댓글 명작읽기의 자료는 예전에 만든 것이어서, 내가 올리면서도 낯선 경우가 많습니다. 내용도 딱딱해서 읽기도 부담스럽고.
선생님께서도 그럴 것입니다.
올릴 때마다 쓴약을 마시는 기분으로 천천히 읽어보시면, 교양으로서의 문학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주일도 더 넘어서 한 편을 읽는 것은 ------ 큰 부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딘가에서 소개한 카르페 디엠(현실, 현재를 중요시 하라는 라전어)을 강조했다네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도 한번도 공부하지 않았던 것처럼 생소합니다.
공부 잘 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