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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당신이 그러지 않았어?
룰루: 난 그런 적이 없어요.
스탠리: (의기양양하게) 저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당신 모르면서 어떻게 나한테 가르쳐 줄 셈이야?
룰루: 내가 언제 가르쳐 준 댔어요?
스탠리: 오늘 비 올 것 같은데, 당신 생각엔 어때?
룰루: 당신은 왜 면을 안 하세요? (스탠리에게 콤팩트를 내 주며) 얼굴을 좀 보실래요? (스탠리, 테이블에서 물러선다) 면을 하면 멋있어 보일 거예요. 그걸 아세요? (스탠리, 앉는다. 우측으로) 생전밖엔 안 나가세요? (대답이 없다) 제 얘긴 왼 종일 이렇게 집안에만 틀어 박혀서 뭘 하시냐구요? (사이) 당신이 항상 보올즈 부인 발끝에만 붙어 있으면 그 부인 할 일을 다 못 할 것 아네요?
스탠리: 부인이 마루를 쓸 때는 나는 항상 테이블 위로 올라가지.
룰루: 왜 밖엔 한 번 안 나가세요?
스탠리: 내가 나가 있을 때 당신이 안 나와 있으니까 그렇겠지.
룰루: 난 항상 나가는 걸요.
스탠리: 둘이 마주치지 않으니까 그렇지. 이윤 그것뿐야.
룰루: 왜 세수는 안 하세요. 아주 흉해요.
스탠리: 세수한다고 뭐 흉한 얼굴이 달라 보이나?
룰루: (일어서며) 나가서 공기를 좀 쐬세요. 그런 꼴로 있으니까 나까지 답답해져요.
스탠리: 공기? 오, 난 그런 것 몰라.
룰루: 날씨가 얼마나 좋은데요. 샌드위치 몇 개 싸 왔어요.
스탠리: 무슨 샌드위친데?
룰루: 치즈.
스탠리: (돌연히) 나하고 어디로 훌쩍 떠나지 않을래?
룰루: 어디로?
스탠리: 아무 데고. 일정한 곳은 없지만 어디든 가면 되잖아.
룰루: 그렇지만 어딜 가요?
스탠리: 아무 데 없어. 아무 데고 가야 할 곳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아무 데든 그냥 가면 되잖아. 어쨌든 상관없는 것 아냐.
룰루: 여기 그냥 있는 것 좋지 않아요?
스탠리: 아냐, 여긴 좋지 않아.
룰루: 그럼 어디가 좋아요.
스탠리: 어디든지.
룰루: 흠, 아주 매력적인 프러포즈예요.
룰루: 그래 잠깐 산보 안 나가시겠어요?
스탠리: 지금은 나갈 수 없어.
룰루: 당신 기운이 통 없나봐요.
룰루, 좌측으로 퇴장한다. 잠시 후 스탠리, 거울로 가서 들여다본다. 부엌으로 가서 안경을 벗고 얼굴을 닦기 시작한다. 사이. 후문으로 골드버그와 맥켄, 들어온다. 맥켄은 여행가방 두개를, 골드버그는 서류 가방 하나를 들었다. 문안에서 잠깐 멈추다가 무대 전면으로 걸어 나온다. 스탠리, 얼굴을 닦으며 칸막이 문을 통해 이들의 뒷모습을 본다. 골드버그와 맥켄, 방을 둘러본다. 스탠리, 안경을 걸고 옆 걸음질을 해서 부엌문으로 가서 후문으로 나간다.
맥켄: 이 집예요?
골드버그: 여기야.
맥켄: 확실해요?
골드버그: 물론, 확실하구말구. (사이)
맥켄: 언제 어떡하죠?
골드버그: 걱정 마, 맥켄. 앉지.
맥켄: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골드버그: 내가 어떻게 하다니?
맥켄: 앉으시겠어요?
골드버그: 우리 같이 앉을까? (맥켄, 여행 가방을 내려놓고 테이블 좌측에 앉는다) 등을 기대, 맥켄. 편히 앉으려니까. 어찌된 일야? 나는 자네를 해변으로 한 이틀 데리고 나온 거야. 휴가를 즐겨. 자기 자신한테 좋은 일을 하란 말야. 편히 쉬며 즐기는 걸 배워, 맥켄. 항상 초조했다간 아무 것 되는 일이 없는 법이야.
맥켄: 아, 그렇겠죠. 노력해 보겠어요, 네트. 냇트, 이 집이 바로 그 집이라고 어떻게 단정을 내릴 수가 있어요?
골드버그: 뭐라고?
맥켄: 어떻게 이 집이 바로 그 집이라고 알 수 있냔 말예요?
골드버그: 이 집이 그 집이 아니라는 이유는 또 뭐야?
맥켄: 난 이 집 문패를 안 봤잖아요.
골드버그: 문패를 찾으러 온 건 아냐.
맥켄: 여긴 어떻게 해요, 네트? 인제 누가 곧 들어오겠는데요?
골드버그: 맥켄, 뭐가 그렇게 애가 타지? 마음을 가다듬어. 요즘 자넨 어딜 가든지 꼭 장례식에 가는 기분을 낸단 말야.
맥켄: 그건 진짜예요.
골드버그: 진짜라고? 물론 진짜야. 그 이상이야. 이건 숫제 사실이 돼 버렸어.
맥켄: 그 말씀이 옳은 지 몰라요.
골드버그: 대체 무슨 일야, 맥켄? 옛날처럼 내가 미덥지가 않은 모양이야.
맥켄: 아녜요. 물론 당신을 믿어요. 네트.
골드버그: 그 얘기 반갑군. 근데 웬일이야. 일에 손대기 직전까지는 서둘러서 준비하다가 일단 해치워야 할때는 그만 휙 하고 열이 없어져 버리니.
맥켄: 나 모르겠어요, 네트.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만 알게 되면 괜찮아지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면 난 바로 괜찮아진다니까요.
골드버그: 응, 넌 일은 잘해 내니까.
메그, 좌측으로 들어온다.
골드버그: 아, 보올즈 부인?
맥켄: 네?
골드버그: 어젯밤 집주인 되시는 분에게 말씀을 드렸죠. 우리 얘길 들으셨겠죠? 부인께서 여행자를 위해 친절히 방을 준비해 놓고 계시다구요. 그래 제 친구 한 명 데리고 왔죠. 잘 아시겠지만 우린 좋은 방을 구하러 다녔어요. 그래서 부인을 찾아온 거죠. 전 골드버그, 이 사람은 맥켄입니다.
맥켄: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서로 악수한다)
골드버그: 부인을 뵙게 돼서 우리 반갑습니다.
메그: 잘됐군요.
골드버그: 반갑군요. 어때, 맥켄? 아참, 보올즈 부인, 제 친구가 부엌에 들어가 목을 좀 가셔 괜찮을까요?
메그: (맥켄에게) 왜, 목이 아프세요?
맥켄: 어어, 네, 아픕니다.
메그: 소금 좀 드릴까요?
맥켄: 소금요?
메그: 목이 아플 땐 소금이 좋거든요.
골드버그: 좋은 정인가요, 최고죠. 어서 부엌으로 가봐, 맥켄.
맥켄: 부엌이 어디죠?
메그: 저기요. (맥켄, 부엌으로 간다) 소금은 선반에 있어요.
맥켄, 퇴장한다. 골드버그, 테이블 우측으로 간다.
골드버그: 지금은 여기 몇 분이나 계신가요?
메그: 지금은 딱 한 명밖에 없어요.
골드버그: 한 분뿐이에요?
메그: 네, 당신이 오기 전으로는 꼭 한 명이죠
골드버그: 그리고 남편이 있구요, 물론?
메그: 네, 하지만 그분은 나하고 함께 자거든요.
골드버그: 무슨 일을 하십니까? 부인의 남편 말입니다.
메그: 부두가 의자를 지켜요.
골드버그: 오, 좋은 직업이군요.
메그: 네, 그인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나가서 일을 하세요. (가방에서 시장 감을 풀기 시작한다)
골드버그: 그러시겠죠. 그리고 손님은요? 남자 분인가요?
메그: 남자요?
골드버그: 여자 분인가요?
메그: 아뇨, 남자예요.
골드버그: 이 집에 오래 있었나요?
메그: 거의 1년 됐어요.
골드버그: 아, 네. 장기 투숙자군요. 그분 이름은 뭔데요?
메그: 스탠리 웨버.
골드버그: 아 그래요? 이곳에 일이 있나요?
메그: 전엔 일을 했었어요. 피아니스트거든요. 부두가 콘서트 파티에서 줄곧 일을 했었죠.
골드버그: 아 그래요? 부두 가에서요? 어: 피아노를 잘 치나요?
메그: 네 얼마나 잘 친 다구요. (테이블에 앉는다) 개인 연주회 한 번 열었는데요.
골드버그: 오! 어디서죠?
메그: (머뭇거리며) 으응 …….― 커다란 홀에서요, 아버지가 샴페인을 가져 왔어요. 그런데 그만 사람들이 극장 문을 잠가 버렸어요. 스탠리가 갇히고 만 거죠. 수위들 모두 집에 가 버리고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확신을 갖고) 그 사람들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었어요. (사이) 모두들 스탠리에게 팁을 주고 싶어 했어요. 그래 받았죠. 그러고 나서 급행 열차를 타고 바로 여기로 왔어요.
골드버그: 그래요?
메그: 네에, 여기로 곧장 왔어요. (사이) 걔가 오늘 밤 피아노를 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골드버그: 왜 오늘 밤예요?
메그: 걔 생일이거든요.
골드버그: 그분 생일이에요?
메그: 네, 오늘 예요. 그렇지만 이따 밤까지 얘기 안 할 작정이에요.
골드버그: 자기 생일인 줄 모르나요?
메그: 내가 아직 얘길 안 했거든요.
골드버그: (심각하게) 아, 아, 아. 어때요, 부인께서 파티를 열 계획인가요?
메그: 파티요?
골드버그: 파티를 할 생각이 아닌가요?
메그: (눈을 크게 뜨며) 아뇨.
골드버그: 그렇지만 당연히 파티는 하셔야죠. (일어선다) 우리 파티를 합시다, 네? 제 의견이 어떻습니까?
메그: 어머, 그래요.
골드버그: 물론 해야 되요. 우리 그 분을 위해 생일잔치를 하는 거예요. 모든 걸 저한테 맡기십쇼.
메그: 어머, 참 근사해요, 미스터 골드
골드버그: 골드버그.
메그: 버그씨.
골드버그: 제 의견이 좋습니까?
메그: 오, 오늘 참 잘 오셨어요.
골드버그: 오늘 안 왔더라 우린 내일 왔을 겁니다. 아무튼 오늘 오길 잘 했군요. 딱 그분 생일을 맞춰서 왔군요.
메그: 잔치를 하고 싶었어요. 한데 잔치를 하려면 사람이 있어야죠.
골드버그: 이젠 다르잖아요. 제가 있고 맥켄이 있구. 맥켄은 잔치라면 어디서든 판을 쳐요. 맥켄이야말로 파티의 생명이고 파티의 영혼이랍니다. (맥켄, 부엌에서 나온다.)
메그: 오후에 룰루를 부르겠어요. (맥켄에게) 우리 오늘 밤 잔치를 할 계획이에요.
맥켄: 네에?
골드버그: 이 집에 유숙하는 손님이 한 분 계시는데 오늘이 그분 생일이라잖아, 맥켄. 근데 본인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는 거야. 그래 우리가 알려 주려는 거지. 그분을 위해 잔치를 벌이고
맥켄: 오, 그것이 사실이었나요?
메그: 오늘 밤예요.
골드버그: 오늘 밤. 목은 가시었나?
맥켄: 네, 감사합니다.
메그: 난 파티 드레스를 입겠어요.
골드버그: 난 술을 구해오죠.
메그: 스탠리가 얼마나 좋아할까? 기분이 나아질 거예요. 요즈음 쭈욱 우울해 있거든요.
맥켄: 지금 제 방에 올라갈 수 있을까요?
메그: 오, 두 분이서 한 방을 쓰시록 했는데, 방을 같이 쓰셔 괜찮겠죠?
골드버그: 괜찮습니다.
메그: 잔치는 몇 시에 하죠?
골드버그: 아홉 시.
맥켄: (문에서) 이쪽입니까?
메그: (일어서면서)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괜찮으시다면 2층으로 모시겠어요?
골드버그: 튤립하고 같이? 영광입니다.
메그와 골드버그 웃으면서 퇴장한다. 맥켄, 뒤따라간다. 스탠리, 창문에 나타난다. 우측 문으로 들어온다. 좌측 문으로 가서 문을 열고 귀를 기울인다. 침묵, 테이블로 걸어간다. 서있다. 메그가 들어오자 앉는다. 메그가 건너가서 쇼핑백을 옷걸이에 건다. 스탠리, 성냥을 그어 불이 타는 걸 본다.
스탠리: 누구예요?
메그: 신사 두 분이 오셨어.
스탠리: 어떤 신사가 둘이죠?
메그: 오기로 돼 있던 손님들예요. 방금 방으로 안내해 드렸어. 방이 아주 마음에 드나봐.
스탠리: 그 사람들이 왔어요?
메그: 아주 좋은 분들이야, 스탠.
스탠리: 왜 어젯밤에?
메그: 침대가 참 좋대요.
스탠리: 그 사람들 누구예요?
메그: (앉으며) 멋있는 분들이야, 스탠리.
스탠리: 내 얘기가 안 들려요? 그 사람들 누구냐고요?
메그: 말했잖아. 오기로 돼 있던 분들이라고.
스탠리: 그 사람들이 오리라곤 생각 안 했는데. (일어서서 창문으로 간다)
메그: 왔어. 내가 시장 갔다 오니까 벌써 와 있는걸.
스탠리: 여기서 뭘 하겠대요?
메그: 여기서 머무는 거야.
스탠리: 얼마 동안요?
메그: 그 얘긴 안 했어.
스탠리: (돌아가면서) 근데 왜 여길 왔대요. 왜 다른 곳을 찾지 않고 여길 왔냐니까요?
메그: 이 집은 리스트에 있거든.
스탠리: (전면으로 나오며) 그 사람들 이름이 뭣이냐니까요? 그 사람들 이름이 뭐예요?
메그: 오, 스탠리, 생각이 안나. 잊어 버렸어.
스탠리: 그 사람들이 이름은 댔을 거 아녜요. 그렇잖아요? 아니면 이름을 대지 않았나요?
메그: 글쎄 ……. 그 사람들이 …….
스탠리: 뭐랬어요, 네? 생각 좀 해봐요.
메그: 왜, 스탠? 아는 사람들이야?
스탠리: 내가 아는 사람인지 어쩐지 이름 모르고 어떻게 알아요?
메그: 응! 그래, 생각 나. 이름을 댔어.
스탠리: 네에? (메그, 생각한다)
메그: 골드, 뭐라더라.
스탠리: 골드, 뭐예요?
메그: 응, 골드 …….
스탠리: 골드 …….
메그: 골드버그.
스탠리: 골드버그?
메그: 맞았어, 한 사람 이름은 골드버그야. (스탠리, 천천히 좌측 테이블에 앉는다) 그 사람들 아니? (스탠리, 대답이 없다) 스탠, 그 사람들 때문에 네가 아침잠을 못 자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약속이야, 그 사람들한테 조용히 하라고 단단히 말해 둘께 응. (스탠리, 가만히 앉아 있다) 그 사람들 오래 있지 않을 거야. 스탠, 너한텐 변함없이 아침 일찍 홍차를 갖다 줄께. (스탠리, 가만히 앉아 있다) 오늘, 그렇게 우울하면 안 돼. 오늘은 네 생일이야. (사이)
스탠리: (멍청하게) 네?
메그: 오늘이 네 생일이야, 스탠. 이따 밤까지 비밀로 하려고 했었는데.
스탠리: 아네요.
메그: 네 생일이라니까. 선물 준비해 두었어. (장으로 가서 꾸러미를 가져다 스탠리 앞에 놓는다) 여기 있어. 자, 열어 봐.
스탠리: 이게 뭔데요?
메그: 네 생일 선물이야.
스탠리: 내 생일이 아네요, 메그.
메그: 오늘은 네 생일이라니까. 어서 선물을 뜯어 봐. (스탠리, 꾸러미를 바라본다. 천천히 일어서서 꾸러미를 푼다. 장난감 북을 꺼낸다)
스탠리: (무뚝뚝하게) 북이네요. 장난감 북이에요.
메그: (다정하게) 피아노가 없으면 어떠니?
스탠리: 이 북을 내 목에 걸까요?
메그, 분명치 않게 스탠리를 바라본다. 스탠리, 북을 목에 걸고 부드럽게 북채를 두드린다. 테이블로 오면서 박자를 맞추어 두드린다. 메그, 흐뭇해서 스탠리를 바라본다. 역시 규칙적으로 북을 두드리며 또 한 번 테이블을 돌기 시작한다. 간쯤에 오자, 북 소리, 규칙적인 템포를 잃고 엉망이 돼 버린다. 제 멋대로 두들겨진다. 메그, 실망하는 표정을 짓는다. 스탠리, 메그의 의자에까지 와선 북을 더 마구 두드린다. 스탠리의 얼굴 표정과 함께 북소리 더욱 더 난폭해지고 홀린 듯이 미친 듯이 계속된다.
2막
맥켄, 티이블에 앉아 신문을 오리고 있다. 똑같은 크기로 다섯 조각을 낸다. 그날 저녁이다. 잠시 후 스탠리, 좌측에서 들어온다. 맥켄을 보자 멈춰 서서 맥켄을 지켜본다. 잠시 후 부엌 쪽으로 가다가 다시 멈춰 서서 말한다.
스탠리: (빨리) 여긴 왜 왔죠?
맥켄: 며칠 휴가를 보내려고요.
스탠리: 이 집을 고르다니 우습잖아요. (일어선다)
맥켄: 왜요?
스탠리: 이유는 간단하죠. 이 집은 하숙집이 아니니까요. 하숙집인 적 없었죠.
맥켄: 여긴 분명히 하숙집이오.
스탠리: 왜 하필 이 집을 골랐죠?
맥켄: 선생께선 오늘이 생일이시라는데 기분이 상당히 언짢은가 봅니다.
스탠리: (날카롭게) 왜 날 선생이라 부르죠?
맥켄: 마음에 안 드십니까?
스탠리: (테이블에다 대고) 잘 들어 주십시오. 절대로 선생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맥켄: 선생께서 싫다면 그렇게 안 부르겠습니다.
스탠리: (비켜가며) 싫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아무튼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오.
맥켄: 아녜요?
스탠리: 아녜요. 내 생일은 다음 달이 지나야 돌아와요.
맥켄: 이 집 주인아주머니의 말로는 그렇지가 않은걸요.
스탠리: 주인아주머니요? 그 여자 돌았어요. 돌아 단단히 돌았단 말예요.
맥켄: 그런 말은 그렇게 함부로 하는 게 아닐 텐데.
스탠리: (속삭이며, 다가가서) 그 사람이 뭐라고 얘길 했죠? 당신이 여길 뭣 하러 왔는지 아세요? 자, 말해 보세요. 나를 무서워할 필욘 없어요. 아니면 아직 그 사람이 아무 말 하지 않았나요?
맥켄: 무슨 말을 안 해요?
스탠리: (이빨 사이로 쉿 소리를 내며) 제기랄!
골드버그와 피티이, 후문으로 들어온다.
골드버그: (들어오면서) 백 사람 에 하나 있을까 말까하는 어머니였죠. (스탠리를 본다) 아!
피티이: 오, 헬로, 스탠. 스탠리와 아직 인사가 없었죠, 골드버그 씨?
골드버그: 아직 그런 영광이 없었는데요.
피티이: 아, 자, 이분은 골드버그 씨, 이분은 웨버 씨.
골드버그: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피티이: (테이블에서 일어서며) 난, 그만 나가 봐야겠어요.
골드버그: 나가 다뇨?
피티이: 오늘밤은 체스를 하기로 한 날이라서.
골드버그: 파티에 참석 안하시겠어요?
피티이: 못하죠. 미안해, 스탠. 난 조금 아까까지 네 생일 파티 하는 걸 몰랐지 뭐니. 체스에 빠질 수는 없고 될 수 있으면 빨리 돌아오지.
골드버그: 술을 좀 남겨 놓겠어요. 아, 그러니까 생각이 나는데, 나가서 술을 사오록 해.
맥켄: 지금요?
골드버그: 물론 지금이라야지. 시간이 다 돼 가는걸. 저 모퉁이를 돌면 돼, 알겠지? 내 이름을 대면 돼.
피티이: 나 마침 그 길로 나가요.
골드버그: 빨리 이기고 돌아오세요, 보올즈 씨,
피티이: 그러록 해 보죠. 나에 보자, 스탠.
피티이와 맥켄, 좌측으로 나간다. 스탠리, 앙으로 간다.
스탠리: (전면으로 나오면서) 뭐가 착오가 생긴 게 틀림없어요. 이 집은 다 예약이 돼 있어요. 당신네 방 다른 사람이 들게 돼 있단 말예요, 보올즈 부인이 깜빡 얘길 안 했나본데, 다른 데를 찾아보세요.
골드버그: 이 집의 매니저이신가요?
스탠리: 그래요.
골드버그: 벌이가 괜찮으신가요?
스탠리: 난 이 집을 운영해요. 손님하고 친구 되시는 분, 빨리 다른 데 있을 곳을 정하시는 게 나을 거예요.
골드버그: (일어서면서) 아, 깜빡 당신 생일 축하하는 걸 잊었군요. (손을 내밀며) 축하합니다.
스탠리: (손을 보지 않으며) 당신 혹시 귀머거리인가요.
골드버그: 천만에.
스탠리: 나가요: (맥켄, 술병을 여럿 들고 들어온다) 술병을 다 들고 나가요. 이 술들은 모두 특별 면허가 나 있는 가게에서나 마실 술이에요.
골드버그: 오늘 지독히 기분이 나쁜 모양인데, 웨버 씨, 오늘은 당신 생일인데다가 그렇게 좋은 주인아주머니께서 정성을 다해 파티를 열어 준다는데. (맥켄, 술병을 장에 넣어 놓는다)
스탠리: 술병을 모두 내 가랬잖아요. 안 들려요?
골드버그: 웨버 씨, 앉으실까?
스탠리: 어떤 종류 건 말썽을 일으키는 건 좋지 않아요.
골드버그: 앉아.
스탠리: 내가 왜 앉아야 되죠?
골드버그: 사실대로 말을 하자면, 웨버, 자넨 지금 나한테 대항하려 들기 시작했어.
스탠리: 그래요? 글쎄, 그렇다면:
골드버그: 앉아.
스탠리: 못 앉겠어요. (골드버그,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 우측에 앉는다)
골드버그: 맥켄!
스탠리: 네트?
골드버그: 앉으라고 부탁을 해.
맥켄: 알겠습니다. 네트. (스탠리에게로 간다) 괜찮으시다면 의자에 앉아 주시겠습니까?
스탠리: 네, 괜찮지가 않아요.
맥켄: 아, 그렇다면 …….―그렇지만 앉으시는 게 좋을 텐데요.
스탠리: 당신은 왜 안 앉죠?
맥켄: 아, 내가 아니고 당신 말입니다.
스탠리: 사양하겠습니다, (사이)
맥켄: 네트.
골드버그: 뭐야.
맥켄: 앉으려 들지 않는데요.
골드버그: (스탠리에게 건너가며) 웨버, (조용히) 앉아.
침묵. 스탠리, (The Mountains of Morne) 을 휘파람 불기 시작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테이블 옆 의자로 한들한들 간다. 둘이서 지켜본다. 휘파람을 그친다. 침묵. 스탠리, 앉는다.
스탠리: 조심하시는 게 날걸요.
골드버그: 웨버, 어제 뭘 했지?
스탠리: 어제요?
골드버그: 그리고 그 전날, 그 전, 전날 뭘 했지?
스탠리: 무슨 얘기죠?
골드버그: 웨버, 넌 왜 모든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지? 왜 모든 사람의 방해가 되느냐 말야.
스탠리: 내가요? 지금 무슨:
골드버그: 말해 두는데 웨버, 너는 이미 인생의 낙오자야. 왜 이 사람 저 사람의 심지를 빨아먹고 살지? 왜 늙은 여주인을 들뜨게 만드냐 말야.
맥켄: 그게 취미인 걸요.
골드버그: 왜 그렇게 행실이 나쁜가, 웨버? 왜 이 집 영감님은 체스를 핑계대어 밖으로 몰아냈지?
스탠리: 내가?
골드버그: 왜 그 젊은 아가씨는 문둥병 환자 취급을 해. 그 아가씬 문둥이가 아냐, 웨버.
스탠리: 대체 무슨
골드버그: 무슨 옷을 지난 주일에 있었었지, 웨버? 어디에 자네 양복을 두나?
맥켄: 왜 조직을 떠났지?
골드버그: 나이 든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시겠나, 웨버?
맥켄: 왜 우리를 배반했지?
골드버그: 내 가슴에 상처를 주고 있어. 웨버, 넌 치사한 수작을 벌이고 있단 말야.
맥켄: 검정색과 회색의 차이죠.
골드버그: 대체 자길 누구라고 생각하나?
맥켄: 대체 당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요?
스탠리: 잘 못 짚으셨어요.
골드버그: 언제 이곳으로 왔지?
스탠리: 작년에.
골드버그: 어디서 이리로 출발했지?
스탠리: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골드버그: 여길 왜 왔지?
스탠리: 발이 아파서.
골드버그: 왜 눌러 있었지?
스탠리: 골치가 아파서.
골드버그: 두통약을 먹지 않았나?
스탠리: 먹었어요.
골드버그: 무슨 약?
스탠리: 프루우트 소올츠.
골드버그: 이노스? 앤드류스?
스탠리: 이인 애앤 …….
골드버그: 잘 저었나? 거품이 나던가?
스탠리: 가만, 가만. 잠깐만요, 당신네들
골드버그: 거품이 나던가? 거품이 나던가, 거품이 안 나던가?
맥켄: 거품이 났는지 안 났는지 몰라요.
골드버그: 모르는군. 대체 기억력이 어떻게 된 거야, 웨버. 마지막으로 목욕을 한 게 언제지?
스탠리: 난 한 번씩 매
골드버그: 거짓말 마.
맥켄: 넌 조직을 배반했어. 난 저 사람을 알아요.
스탠리: 너는 몰라!
골드버그: 안경을 벗으면 뭐가 보이지?
스탠리: 아무 것.
골드버그: 안경을 벗겨.(맥켄, 스탠리의 안경을 낚아챈다. 스탠리가 안경을 잡으려고 일어서는데 스탠리의 의자를 무대 앙 전면으로 테이블 앞에 갖다 놓는다. 스탠리 더듬더듬 하며 의자 가는 대로 쪼아간다. 스탠리, 의자를 거머잡는다. 의자 위로 몸을 구부린 채 앉는다) 웨버, 넌 사기꾼야.
골드버그: 아내는 어떻게 했어?
스탠리: 어
골드버그: 대답해.
스탠리: (웅크린 자세로 돌아서며) 아내라니, 무슨 아내요?
골드버그: 네 아내를 어떻게 했느냔 말야.
맥켄: 제 아내를 왜 죽였지?
스탠리: (등을 관객에게 돌리고 앉아서) 무슨 아내 말이오?
맥켄: 어떻게 죽였지?
골드버그: 어떻게 죽였어?
맥켄: 목을 졸라 죽였지?
골드버그: 농약을 먹였지.
맥켄: 안 봐 환하지.
골드버그: 늙은 어머니는 어디 계시지?
스탠리: 요양원에.
맥켄: 그렇지!
골드버그: 왜 결혼 안 했지?
맥켄: 여자가 문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골드버그: 결혼식장에서 뺑소닐 쳤지.
맥켄: 신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골드버그: 여자 신세를 망쳐 놓고.
맥켄: 신부는 교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골드버그: 웨버! 왜 이름을 바꾸었지?
스탠리: 옛날 이름을 잊어 버렸어요.
골드버그: 지금 이름은 뭐야.
스탠리: 죠 소오프.
골드버그: 죄 많은 인생.
맥켄: 냄새가 나는군.
골드버그: 외부의 힘을 못 느끼나?
스탠리: 뭐요?
골드버그: 외부의 힘을 못 느끼나? 네 행동을 좌우하고 너를 위해 고난을 당하는.
스탠리: 늦었어요.
골드버그: 늦었지, 늦고말고. 네가 마지막으로 기 한 건 언제지?
맥켄: 땀을 흘리는데.
골드버그: 마지막으로 기한 게 언제지?
맥켄: 심판이 있어야 해
골드버그: 네 직업이 뭐야?
맥켄: 아일랜드가 어떻다는 거야?
골드버그: 네 직업이 뭐야.
스탠리: 난 피아노를 쳐요.
골드버그: 피아노를 칠 때 손가락을 몇 개 쓰지?
스탠리: 손을 안 써요.
골드버그: 어떤 사회에서 널 받아 주지 않을 거야. 새로 일어나는 사회에서까지 넌 용납이 안 돼.
맥켄: 성직을 배반한 자.
맥켄: 병아리가 먼저야, 달걀이 먼저야? 뭐가 먼저 나왔어? 뭐가 먼저 나왔어? (스탠리, 고함지른다)
골드버그: 모르는군. 자네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나?
맥켄: 저 사람을 깨워요, 눈에 침을 놔요.
골드버그: 넌 전염병균야, 웨버. 넌 꺼꾸러진 자.
맥켄: 먹다 버린 찌꺼기.
골드버그: 그렇지만 열쇠는 우리 손에 있어. 우린 너를 소독할 수가 있어.
맥켄: 만병통치약은 어때?
골드버그: 주둥이는 죽고, 남은 건 꽁지뿐야.
맥켄: 넌 우리 국가를 배반했어.
골드버그: 넌 우리 혈통을 배반하는 거야.
맥켄: 넌 대체 누구야, 웨버.
골드버그: 네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걸 뭐로 증명하지?
맥켄: 넌 죽었어.
골드버그: 넌 죽은 몸이야. 넌 살 수 없어. 넌 생각할 수 없어, 넌 사랑할 수가 없어, 넌 죽은 거야. 악화돼 가는 전염병야. 너한테 이젠 분산할 호르몬 한 방울 남지 않았어. 넌 아무 것 아냐. 썩은 냄새만 피울 분야.
침묵. 두 사람. 스탠리 위로 서 있다. 스탠리,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골드버그의 배를 찬다. 골드버그 쓰러진다. 스탠리, 일어선다. 맥켄, 의자를 잡고 번쩍 머리 위로 치켜든다. 맥켄과 스탠리, 빙빙 돈다.
골드버그: 서둘지 마, 맥켄.
스탠리: (빙빙 돌며) 우우우우후후후후.
맥켄: 자, 유다야.
골드버그: (일어서면서) 가만, 가만 맥켄.
맥켄: 덤벼.
스탠리: 우우우우후후후.
맥켄: 땀을 흘리는데.
골드버그: 맥켄, 천천히.
맥켄: 잡종 돼지 같은 녀석, 땀을 흘리는군.
무대 밖 좌측에서 요란한 북소리. 층계를 내려오면서 들린다. 골드버그, 스탠리에게서 의자를 뺏는다. 모두들 의자를 내려놓는다. 모두 가만히 조용해진다. 메그, 들어온다.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북채와 북을 들고 있다.
메그: 북을 가지고 내려왔어요. 파티 드레스로 갈아 입구요.
골드버그: 훌륭하십니다. 딴 세상에서 오신 것 같습니다.
메그: 그렇죠? 아버지가 주신 거예요. (북을 테이블 위에 놓고) 북소리 아름답지 않아요?
골드버그: 아주 좋은 소리가 나는데요. 나에 스탠이 한 곡 잘 들려주겠죠.
메그: 아, 그럼요. 그렇지, 스탠?
스탠리: 안경을 받을 수 없을까요?
골드버그: 아, 네 (맥켄에게 손을 내민다. 맥켄, 골드버그에게 안경을 준다)
메그: 스탠, 내 옷 어떠니?
골드버그: 숙녀를 위해 한잔, 숙녀를 위해 한잔. 자, 마담, 당신 잔입니다.
메그: 감사합니다.
골드버그: 신사 숙녀 여러분, 모두 잔을 드세요. 축배를 듭시다.
메그: 룰루가 없는데요.
골드버그: 시간이 지났어요. 누가 축배의 말을 할까? 보올즈 부인, 당신이 하셔야 되겠어요.
메그: 내가요?
골드버그: 다른 사람 또 누가 있겠어요.
메그: 그렇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지?
골드버그: 느낀 대로 말씀하세요. 느끼시는 대로 툭 터놓고 말씀하세요. (메그,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스탠리 생일 이예요. 당신의 스탠리. 보십시오. 스탠리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말이 나올 겁니다. 잠깐, 불빛이 너무 센데 불빛을 제대로 합시다. 맥켄, 전지를 갖고 있나?
맥켄: (호주머니에서 작은 전지를 꺼내며) 네, 여기 있습니다.
골드버그: 전기 불을 끄고, 네, 전지 불을 비추록 해. (맥켄, 문으로 가서 스위치를 내린다. 다시 와서 메그의 얼굴에 전기 불을 비춘다. 창밖으로부터 아직 희미한 불빛이 새어 든다) 숙녀에게 말고 신사에게, 불빛은 오늘의 생일소년에게! (맥켄, 전지 불을 스탠리의 얼굴에 비춘다) 자, 보올즈 부인, 지금 순간 모든 것은 부인의 것입니다. (사이)
메그: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골드버그: 저일 보세요. 그냥 저일 바라만 보세요.
메그: 스탠리 눈에 불이 너무 비치잖아요.
골드버그: 아네요, 아닙니다. 어서 말씀하세요.
메그: 글쎄요, 이렇게 오늘 밤 우리 집에 있게 돼서 정말 기뻐요. 스탠리에게 축배의 말을 하고 싶어요. 오늘은 스탠리의 생일이고, 스탠리는 우리 집에 꽤 오래 있었고, 그리고 이제 나의 스탠리이니까요. 그리고 또 스탠리는 참 착하니까요. 가끔 나쁠 때 있긴 해요. (골드버그가 잘 말했다는 듯이 웃는다) 그리고 스탠리는 내가 아는 단 하나의 스탠리예요. 이 세상 어디서든 나보다 스탠리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물론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죠. (골드버그, "들어봐" "잘 들어봐"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난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스탠리를 위해서라면 전 무엇이든 하겠어요. 그리고 여기 계신 마음 좋은 여러분을 위해서요 ……. (흐느낀다)
골드버그: 아름답습니다. 훌륭한 연설예요. 불을 켜, 맥켄. (맥켄, 문으로 간다. 스탠리, 꼼짝 않고 가만히 있다) 아름다운 축배의 말이었습니다. (전기 불, 들어온다. 룰루, 좌측 문으로 들어온다. 골드버그, 메그를 달랜다) 이제 기분을 내세요. 자요, 당신의 귀염둥이에게 미소를 던지세요. 좋아요, 이제 축배를 마셔야죠. 아, 누가 오셨는데:
메그: 룰루예요.
골드버그: 룰루, 안녕하세요? 난 네트 골드버급니다. 스탠리, 손님이 오셨는데 축배를 따라 드릴까? 지금 막 축배의 말이 끝났는데 그걸 그만 놓치셨습니다.
룰루: 어머, 그랬어요.
골드버그: 스탠리, 당신 손님에게 축배를 따라 드려야지, 스탠리. (스탠리, 룰루에게 잔을 준다) 됐어. 모두 잔을 치켜듭시다. 다들 일어서셨죠? 아냐, 당신은 아녜요, 스탠리. 당신은 앉아 있는 거예요.
맥켄: 네, 그래요, 앉아 계시는 거예요.
골드버그: 잠깐만 앉아 주겠나. 우리 모두가 자넬 위해 건배를 드는 거니까.
메그: 어서! (스탠리, 테이블 의자에 앉는다)
골드버그: 됐어요. 이제 스탠리가 앉았습니다. (무대를 휘어잡으며) 우선 방금 축배의 말을 듣고 느낀 바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처음입니다, 이렇게 가슴을 치는 감동적인 축사는 처음입니다. 이날 이때까지 이렇게 진실하고 따뜻한 감동을 느낀 적이 대체 몇 번이나 있습니까? 일생에 단 한번이라 가지기 힘들 겁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바로 요 몇 분 전까지만 해 여러분과 마찬가지고 저 이러한 질문을 했었습니다. 대체 어렸을 적 유모차에서 엄마한테서 배운 그 사랑은 어디로 갔을까? 바로 어제 그러께까지 있었던 그 천진하고 수치를 모르던 사랑의 표현은 어떻게 된 것일까?
맥켄: 바람과 함께 사라졌겠죠.
골드버그: 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바로 아까까지 말입니다. 난 쾌활한 웃음을, 하룻길 낚시를, 그리고 정원 가꾸기에 굉장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죠. 난 내 온갖 정성을 들여 만든 온실이 큰 자랑이었어요. 전 그런 사람이었어요. 크기가 문제가 아니고 질이 문제나, 조그만 오스틴 차가 한대, 퓔러의 집에 가 차를 마시고, 부우츠 서관에서 책을 좀 읽고, 그런대로 만족했었죠. 그러나 지금, 네, 바로 이 순간에 이 집 여주인께서는 자기의 감정을 토로했고, 저는 그분이 표현한 그 감정에 그만 커다란 감동을 받았습니다. 받는 자 쪽에 있게 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입니까. 전 그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이) 어떻게 묘사를 해야 할까요. 우린 모두 이 세상에서 죽음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하숙집 침대 위의 쓸쓸한 베개 하나, 네, 그렇습니다.
룰루: (감탄해서) 네, 바로 그거예요.
골드버그: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밤에 룰루, 맥켄, 우린 커다란 보물을 알게 됐습니다. 우린 들었습니다. 온갖 자부심을 송두리째 버리고 자기와 같은 한 인간에게 바친 절대적인 헌신의 총체, 스탠리, 마음 깊이 축하합니다. 우리 모두를 대신해서 진심으로 행복한 생일을 축하합니다. 자네 오늘처럼 자랑스러운 날은 여태 없었을 걸세. 마졸토프! 심카아스를 만날 수만 있다면! (룰루와 메그, 박수 친다) 맥켄, 축배를 드는 동안 불을 꺼.
룰루: 훌륭한 연설이에요.
맥켄, 불을 끄고 다시 돌아와 스탠리의 얼굴에 전기 불을 비춘다. 창밖으로 새어 들어오는 불꽃은 아까보다 더 희미하다.
골드버그: 잔을 모두 높이 들어요. 스탠리, 해피 버스데이.
맥켄: 해피 버스데이.
룰루: 해피 버스데이.
메그: 스탠! 앞으로 많은 행복한 날이 되길!
골드버그: 어려움 없이. (모두 마신다)
메그: (키스하며) 오, 스탠리 …….
골드버그: 불을 켜!
맥켄: 그래요! (불을 켠다)
메그: 스탠, 나와 함께 건배를!
룰루: 골드버그 씨
골드버그: 네트라고 불러 줘요.
메그: (맥켄에게) 당신하고 건배!
룰루: (골드버그에게) 당신 잔은 비었네요. 제가 따라 드릴게요.
골드버그: 이거 영광인데.
룰루: 어쩜 그렇게 말씀을 잘 하세요? 자기가 말 잘한다는 거 알고 있어요? 어디서 그런 재주를 배우셨어요?
골드버그: 감명 받았다 그 말씀이지, 에?
룰루: 네, 그럼요.
골드버그: 글쎄요, 처음 강단에 선 건 베이즈워터의 이시칼 홀이었죠. 아주 좋은 기회였어요. 난 그날 밤을 잊을 수가 없어요. 강당엔 사람들이 가득 차고. 샤알롯 거리가 완전히 비었댔으니까. 하긴 벌써 옛날 얘기지만.
룰루: 무슨 강연을 하셨는데요?
골드버그: 절대치와 가능치. 폭탄처럼 청을 휩쓸었어. 그 이후론 난 주례를 맡아 했어요.
스탠리, 조용하다. 골드버그, 테이블 왼쪽에 앉는다. 메그, 무대 전면 우측의 맥켄에게로 간다. 룰루, 무대 전면 좌측에 있다. 맥켄, 제가 들고 다니던 아일랜드산 술을 자기 술잔에 붓는다.
메그: (일어서며) 게임을 해요.
골드버그: 게임?
룰루: 무슨 게임요?
메그: 아무 게임이나.
룰루: (팔딱 일어서며) 그래요, 우리 게임을 해요.
골드버그: 무슨 게임?
맥켄: 숨바꼭질.
룰루: 장님놀이.
메그: 그래!
골드버그: 장님 놀이를 할까요?
룰루. 메그: 네!
골드버그: 됐어요. 장님놀이를 합시다. 자, 모두 일어나요. (일어서면서) 맥켄, 스탠리! 스탠리!
메그: 스탠리 일어 서.
골드버그: 그분 무슨 일이 있나요?
메그: (스탠리에게 기대서) 스탠리, 우리 모두 게임을 하는 거야. 자, 어서, 그렇게 뚱해 있지 마, 스탠. (스탠리, 일어선다. 맥켄, 일어선다)
골드버그: 됐어요, 자, 누가 맨 먼저 술래가 될까?
룰루: 보올즈 부인.
메그: 싫어.
골드버그: 물론 부인이 먼저죠.
메그: 누구, 나요?
룰루: (목에서 스카프를 빼며) 여기 있어요.
맥켄: 이 게임, 어떻게 하는 거죠?
룰루: (스카프를 메그의 눈에 싸매며) 장님 놀이 한 번 안 해 보셨어요? 가만히 계세요, 보올즈 부인. 여러분은 술래의 손에 맞으면 안돼요. 그러나 일단 술래가 장님이 되면 여러분은 꼼짝 말고 제 자리에 있어야 해요. 술래한테 맞으면 그럼 그 사람이 다음 술래가 되는 거예요. 돌아서세요, 손가락 몇 개를 펴고 있죠?
메그: 안 보이는 걸.
룰루: 됐어요.
골드버그: 됐습니다. 모두 숨으세요. 맥켄, 스탠리, 그만! 가만히 계세요. 자, 부인 찾으세요.
스탠리, 우측 전면에 있다. 메그, 방을 왔다 갔다 한다. 골드버그, 한 팔 거리를 룰루와 사이를 두고 서서 장난을 친다. 메그, 맥켄을 잡았다.
메그: 잡았네.
룰루: 스카프를 벗으세요.
메그: 어쩜 머리 결이 이렇게 곱지.
룰루: (스카프를 풀어 주며) 자요.
메그: 당신이었구먼.
골드버그: 그걸 묶어, 맥켄.
룰루: (맥켄에게 묶어 주며) 자, 돌아서세요. 손가락이 몇 개죠?
맥켄: 안 보입니다.
골드버그: 됐어요. 모두 비켜나세요. 됐어요, 그만! 조용히. (맥켄, 움직이기 시작한다)
메그: 아유, 참 재밌어요.
골드버그: 조용히! 쯧 쯧 쯧. 자, 모두 다시 비켜나요, 그만! 조용히!
맥켄, 찾아다닌다. 골드버그, 한 팔 거리로 룰루와 떨어져서 장난을 친다. 맥켄, 스탠리 가까이로 온다. 팔을 뻗쳐 스탠리의 안경에 손을 댄다.
메그: 스탠리예요.
골드버그: (룰루에게) 게임 재밌어?
메그: 네 차례야, 스탠. (맥켄, 스카프를 벗는다)
맥켄: (스탠리에게) 안경을 벗기로 하죠. (스탠리의 안경을 벗긴다)
메그: 스카프를 이리 줘요.
골드버그: (룰루를 안으며) 스카프를 매세요, 보올즈 부인.
메그: 지금 매고 있잖아요.
룰루: (골드버그에게) 키스해 주세요. (둘이 키스한다)
메그: (스탠리에게) 내 코가 보이니? 보일 리가 없죠. 준비? 됐어요. 모두 비키세요. 그만! 조용히!
스탠리, 눈이 감긴 채 서 있다. 맥켄, 천천히 무대를 가로질러 좌측으로 뒷걸음질해 간다. 스탠리의 안경 틀을 꺾어 깨뜨린다. 메그, 좌측 전면에 있다. 룰루와 골드버그, 앙 후면에 가까이 붙어 있다. 스탠리, 아주 천천히 무대를 가로질러 좌측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맥켄, 북을 들어 스탠리가 오는 옆발치에 놓는다. 스탠리, 북 위로 걸어 가 북 속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메그: 오오호!
골드버그: 쉿!
스탠리, 일어선다. 발로 북을 질질 끄는 채로 메그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메그한테 와서 멈춰 선다. (암전) 창문으로 불빛 하나 새들지 않는다. 무대는 어둠뿐이다.
맥켄: 그 사람은 어디 있어?
메그: 왜 불이 나갔죠?
골드버그: 네 전지 불은 어디 있니? (맥켄, 골드버그의 얼굴에 전지 불을 비춘다) 나한테가 아냐. (맥켄, 전지 불을 올린다. 누가 손을 딱 치는 바람에 그만 마루로 떨어져 불이 가고 만다)
맥켄: 내 불!
룰루: 맙소사!
골드버그: 어디로 떨어뜨렸어, 집어!
맥켄, 마루에서 전지 불을 찾아 테이블 위와 스탠리를 향해 비춘다. 스탠리, 불빛을 받자 킬킬 웃기 시작한다. 골드버그와 맥켄, 스탠리를 향해 움직인다. 스탠리, 얼굴에 불빛을 받은 채 킬킬거리며 뒷걸음질 친다. 두 사람이서 스탠리를 좌측 후면까지 몰고 간다. 스탠리, 역시 킬킬거리며 칸막이 창구까지 뒷걸음질하여 그 창구에 기댄다. 전지 불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웃음소리, 더욱 더 커지면서 스탠리의 몸뚱이는 벽에 붙어 납작해진다. 두 사람의 모습이 그 위로 집적으로 덤벼든다.
3막
다음날 아침. 피티이, 신문을 들고 좌측에서 들어와 테이블에 앉는다. 신문을 읽는다. 부엌 칸막이 뒤에서 메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메그: 스탠이냐? 스탠? (사이) 스탠이니?
피티이: 응?
메그: 스탠이야?
피티이: 나야.
메그: (칸막이 창문으로 나타난다) 아유, 당신이었군요.
피티이: 오늘 아침엔 그래 기분이 어때?
메그: 머리가 아파서 골이 빠개지는 것 같아요.
피티이: (신문을 읽으며) 어젯밤에 세상모르고 잘 자던데?
메그: 내가요?
피티이: 가게에까지 슬슬 산보나 가지 그래. 날씨가 아주 좋아. 머리가 개운해질 거요.
메그: 그럴까요?
피티이: 그럼.
메그: 그럼, 그래야지. 정말 내가 세상모르고 잘 잤어요.
피티이: 아주 곯아 떨어졌던데 뭘
메그: 굉장히 피곤했나봐요. (방안을 둘러보다 난로 위의 부서진 북을 본다) 어머나. 저것 봐요. (일어서서 북을 집어 든다) 북이 부서졌네요. (피티이, 올려다본다) 이게 왜 부서졌을까.
피티이: 몰라. (메그, 손으로 북을 쳐본다)
메그: 그래 소리는 나는데요.
피티이: 또 사면 돼.
메그: (슬프게) 아마 파티에서 부서졌을 거예요. 그렇지만 파티에서 언제 북이 부서졌을까? 생각이 안 나는 데요. (북을 내려놓는다) 아이, 아까와라.
피티이: 또 사면되잖아, 메그!
메그: 아무튼 스탠리가 생일 선물로 받긴 받았죠? 내 소원대로 말예요.
피티이: (신문을 읽으며) 응.
메그: 스탠리가 방에서 내려왔나요? (피티이, 대답이 없다) 피티이.
피티이: 왜 그래?
메그: 걔가 내려왔냐고요?
피티이: 누구 말야?
메그: 스탠리 말예요.
피티이: 못 봤는데.
메그: 나 못 봤어요. 일어날 때가 됐는데, 아침밥 또 늦겠어요.
피티이: 아침이라고 먹을 것 없잖아.
메그: 네, 그렇지만 걔는 모르잖아요. 큰 소리로 깨워야 되겠군.
피티이: (빨리) 아니, 그러지 마, 메그. 잠자게 둬.
메그: 그렇지만 당신 걔가 너무 침대에 오래 있는 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피티이: 자게 두라니까 …….― 오늘 아침엔 ……. 가만 내 버려 둬.
메그: 아까 홍차를 갖다 주느라고 한 번 올라갔었는데, 미스터 맥켄이 문을 열어 주더군요. 자기들끼리 할 말이 있다나요. 자기가 홍차 벌써 만들어 줬대요. 그 사람, 아주 일찍 일어났나보죠. 그 이네들 무슨 얘기를 했나 몰라요. 난 놀랐어요. 내가 깨우러 가보면 으레 쿨쿨 자던 애가 근데 오늘 아침엔 깨어 있잖아요. 걔 목소리가 들렸거든요. (사이) 서로 아는 사이 같아요. 내 생각엔 옛날 친구 같아요.
피티이: 시장엔
골드버그: 그거야 말할 나위 없지. 자네하고 나 사이니까 말이네만, 스탠, 자네 안경을 새로 살 때가 됐다고.
맥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잖아.
골드버그: 참말야, 벌써 몇 해째나 사물이 삐뚜로 보였을 거야.
맥켄: 지금은 그나마 더 삐뚜로 보일걸.
골드버그: 그 말이 맞아. 자넨 악화 일로야.
맥켄: 악화 일로의 일로지.
골드버그: 오랜 요양이 필요해.
맥켄: 환경을 바꿔야지.
골드버그: 하지만 우린 널 구원해 줄 수가 있어.
맥켄: 더 지독한 운명으로부터
골드버그: 사실야.
맥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골드버그: 지금으로부터 우리는 너의 운명의 수레바퀴가 되련다.
골드버그: 널 사내답게 만들어 주겠어.
맥켄: 그리고 여자답게.
골드버그: 재교육을 받는 거야.
맥켄: 부자가 되겠지.
골드버그: 재조정되고.
맥켄: 넌 우리의 자랑이며 기쁨이 될 거야.
골드버그: 인간이 되는 거야.
맥켄: 대성공일거야.
골드버그: 전인적인 인간.
스탠리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가 힘이 빠지고 머리가 푹 수그러진다. 허리를 구부린 채 다시 조용해진다. 피티이, 무대 전면 좌측의 문에서 들어온다.
골드버그: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먼, 스탠. 우리와 함께 가자. 자, 가세.
맥켄: 우리랑 함께 가자고.
피티이: 그 앨 어디로 데려가는 거요? (두 사람 돌아선다. 침묵)
골드버그: 몬티에게 데려가는 거요.
피티이: 여기 있어 될 텐데.
골드버그: 바보 같은 소리.
피티이: 여기서 우리가 돌봐 주면 돼요.
골드버그: 왜 친구를 돌봐 주고 싶어 하죠?
피티이: 그 사람은 우리 집 손님이오.
골드버그: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단 말예요.
피티이: 적당한 사람을 구하면 되지.
골드버그: 안돼요. 몬티가 제일이에요. 맥켄, 데려와.
두 사람 스탠리를 의자에서 일으킨다. 골드버그, 절모를 스탠리의 머리에 올려놓는다. 셋이서 같이 왼쪽의 문으로 향한다.
피티이: 가만 내버려둬요! (그들이 멈춰 선다. 골드버그, 피티이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골드버그: 같이 몬티한테 갑시다. 차 안에 자리 넉넉하니까. (피티이, 그 자리에 서 있다. 세 사람 피티이를 지나서 문에 다다른다. 맥켄, 문을 열고 여행 가방들을 집어 든다)
피티이: (목이 메어서) 스탠, 저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안 돼!
세 사람 퇴장한다. 침묵. 피티이, 서있다. 현관문이 쾅 닫히는 소리. 자동차가 출발하는 소리. 자동차가 멀리 사라져 가는 소리. 침묵. 피티이, 천천히 테이블로 간다. 왼쪽의자에 앉는다. 신문을 집어 들고 편다. 신문 조각들이 마루에 떨어진다. 피티이, 조각들을 내려다본다. 메그가 창밖을 지나 후문으로 들어온다. 피티이, 신문의 일면을 열심히 들여다본다.
메그: (무대 전면으로 나오며) 자동차가 갔네요.
피티이: 음.
메그: 그 사람들이 갔어요?
피티이: 음.
메그: 점심 식사하러 안 온대요?
피티이: 아니.
메그: 어머, 왜 안 온담. (핸드백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밖은 몹시 더워요. (외투를 못에 건다) 뭐 하세요?
피티이: 신문 읽고 있어.
메그: 읽을거리가 있어요?
피티이: 그저 그래. (메그, 테이블에 앉는다)
메그: 스탠은 어디 있죠? (사이) 스탠 아직 안 내려왔어요, 피티이?
피티이: 아니 ……. 그 앤 …….
메그: 아직 자요?
피티이: 응, 아직 ……. 자고 있어.
메그: 아직요? 아침 식사가 늦겠는데,
피티이: 가만 내버려 둬 ……. 더 자게. (사이)
메그: 어젯밤 파티 참 멋있었죠?
피티이: 난 없었어.
메그: 그랬어요?
피티이: 다 끝난 다음에 집에 왔어.
메그: 오. (사이) 참 멋있는 잔치였어요. 그렇게 많이 웃은 게 몇 년 만일까. 춤 추고 노래 불렀어요. 게임 하고요. 당신 여기 계셨더라면 좋았을 것을.
피티이: 재미있었구먼, 음? (사이)
메그: 난 무회의 여왕이었다오.
피티이: 그래?
메그: 네, 정말에요. 모두들 그렇게 말했는걸요.
피티이: 그랬겠지.
메그: 네, 그럼요. 정말 난 여왕이었어요. (사이) 정말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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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인의 방문 F.뒤렌마트 作(작)
姜斗植(강두식) 譯(역)
원래 희곡은 독일 문학에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했던 장르였다. 18 - 19세기의 독일 문학에서 희곡을 뺀다면 독일문학은 허망하게 될 것이다. 헤싱에서 시작된 근대희곡은 괴테, 실러, 클라이스트, 헵벨, 그릴파르쩌, 하우프트만, 주우데르만, 베데킨트, 호프만슈탈등등 당장에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만 그들이 산문보다 희곡이란 문학형식에 흥미를 더 가졌던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희곡의 전통은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연극이 지닌 기업적인 난관으로 쇠퇴해 가고 있는 인상을 받기는 하나, 독일 문학에서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연극이 국민교화의 수단으로서 여전히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브레히트 한 사람만으로 그가 현대의 세계연극에 끼친 영향은 아무 부인하지 못할 정으 컸었다. 그의 이른바 서사무대라는 극형식과 소외효과에 대해서는 오늘날 우리 한국에서까지 논의되고 또한 창작희곡에서 다각으 이용되고 있지만, 독일의 현대희곡작가들 예외 없이 브레히트에게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해 과언은 아니다. 독일의 현대희곡은 이 브레히트와 쭈크마이어로써 대표되는데 쭈쿠마이어는 보다 더 전통적인 형식과 토착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이른바 민극에 있어서 성공을 본 사람이었다.
이 두 작가는 전후에 새로운 작품으로서 서독의 연극에 기여한 공이 크기는 하지만 역시 세대로 볼 때는 지나간 과거에 속하는 사람들이고, 전후에 비로소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새로운 평가를 받게된 희곡작가로는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와 막스. 프리쉬를 들어야 될것이다. 이 두 작가의 작품은 근래 우리 극단에 의해서 비교적 많이 상연이 되었기 때문에 연극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그 작가와 작품세계에 대해서 벌써 많은 이해와 평가가 있을 것으로 안다. 그러나 판국에서 확고한 위치를 갖게 되었다고 보겠다.
뒤렌마트는 1921년 1월 5일에 스위스의 베른 근방인 크놀핑겐에서 출생했으니까 올해 갓 쉰이된 작가이고 보면 그의 활동은 지금부터 한창이라고 보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점에서 현대 독일희곡의 쌍벽이라고 할수 있는 뒤렌마트와 막스.프리쉬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두 사람이 다 스위스인들이며 프리쉬가 보다 더 코스모폴라탄적인 작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서로의 작품상항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이 두 사람을 결부시킬 수 있는 요소는 그들이 같은 시대 사람이라는 점 있겠지만, 외국의 현대극작가들의 실험과 그 성과에 대해서 예민한 감각으로써 그것을 소화시키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개인적으로, 그리고 유머를 무시하고 인간존재의 여러가지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막스.프리쉬와는 달리, 뒤렌마트는 소박하고 거칠기는 하지만 인간적인 따뜻한 분위기가 더욱 우리의 마음을 끈다. 그는 우리에게는 극작가로서만 알려져 있으나 실은 미스테리의 작가로서 명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의 이런 미스테리들 가혹하고 냉혹한 범죄세계를 다루는데 있어서 이런 인간미를 잊지않고 있어서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것 같다. 그외 희곡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통적인 무대형식을 파괴하고 해학적이며 카바레이트적인 요소를 연극에 입하여 새로 표현을 시한 점이라고 보겠다. 그가 영향을 받은 사람으로는 상술한바 있는 브레히트를 필두로 하여 미국의 소온턴.와일더의 연극에 감명을 받았고 그의 베케트나 딜런.토마스는 같은 시대 사람으로서 시대적인 문제에 대해서 배우는 바가 컸었다. 그의 작품의 내용을 보면 대개가 시대비판적인 것으로서 연극형식을 통하여 그 시대상을 희화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특색인데 사실은 다소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경향은 현대연극에 있어서의 공통적인 요소의 하나이기 하다.
그의 연극은 현대의 다른 작가들이 대부분 그런 것과 같이 위기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나 프리쉬와는 정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즉 프리쉬에 있어서는 개체의 존재와 그 생성이 문제로서 등장하고 있지만, 뒤렌마트에 있어서는 보다 더 포괄적인 문제, 즉 사회나 집단이 그 심 테에마가 되고 있다. 개체는 현대에 있어서는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여 이미 자기자신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그이 연극에는 본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고 볼수 있고, 순수한 비극적인 사건이나 완결된 인간의 운명 따위 찾아볼 수 없는것이 특색이다. 존재한다면, 그리고 무슨 사건이 일어났다며 그것은 개체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문제이다. 그러나 과거의 연극에 있어서와 같이 그 세계는 질서의 세계로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객관적인 것으로서만 나타나고 그 세계는 한 인간보다 우위에 위치하는 것이다. 그는 말하기를 "세계, 그것은 곧 무대를 의미하는 것이기 하지만 내게는 어마어마한 것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지만 그렇다고 굴복할 필요는 없는 수수께끼 같은 재화로서 존재한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뒤렌마트는 모든 이상주의적이고 또한 실존적인 비극에 앞서서 전체적인 세계라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개인의 위대성이나 혹은 희극성, 우매, 의의 따위 이러한 전체의 위대한 유극속에서만 의미를 지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세계극장으로서의 무대라고 할수있다. 이렇게 볼 때 아방가르디스트인 뒤렌마트는 세계의 다양성을 무대 위에다 풍부하게 표현하려고 하였던 바로크의 연극의 카테고리를 기초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희곡은 너무나 풍성한 착상이 주어진 질서의 범위를 넘어서서 결론을 내기가 어려운 경지에까지 달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연극은 현대의 무정부주의적인 상태를 반영하고 있는듯 하고, 낭만주의와 비엔나의 민극을 넘어서서 바로크와 세의 비유적인 벨트테어터의 전통으로 되돌아 간듯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이 벨트테렁터는 과거의 그것에서 찾아 볼 수 있었던 창조의 질서에 대한 신앙심이나 교화를 위한 비유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현대문명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하고 있어서 이 혼돈된 세계를 이 그로테스크하게 처참하고 수수께끼 같이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질서 있는 상연상의 규칙 따위는 현대적인 실험적 요소로서, 파괴되고 세련된 요소가 있는가 하면 한계를 넘어선 기법 사용되고, 순간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온 값싼 위트 같은것 마구 뿌려지고 있다. 뒤렘나트에 의하면 이러한 혼돈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연극은 다만 패러디적인 희극, 그로테스크한 요소를 가진 실극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데 이런 그로테스크한 실극의 어느 순간에 가서 현실의 비극이 노정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의 연극은 대체로 희비극의 성격을 띄게 마련이다.
여기 "오늘의 세계문학"을 위해서 번역을 시한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은 그의 작품 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지고 상연된 작품으로서, 특히 미국에서는 "The Visit"으로서 알려져 있다. 외관상으로는 순전한 비유처럼 보이는, 그것 마치 전후의 독일이 마아셜플랜으로 부흥하는 과정을 비유 극으로서 다루고 잇는듯 보이지만, 그는 이 작품의 후기에서 말하기를 그러한 해석을 거부하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부 유럽의 어느 작은 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서 작자 이 작 인물과 조금 거리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작자가 그런 일을 당해 다른 행동을 하리라는 데는 전혀 자신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의 이야기 이상의 것은 논의될 필요 없고 연출로써 첨가될 필요 없다 ……. 나는 인간들을 묘사하고 있고, 결코 꼭두각시를 표현하고 있는 것 아니다. 그리고 한 사건을 그리려고 하는것이며 비유가 아니다. 하나의 세계를 전개하고자 하였고 결코 모랄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 연극이란 나로서 볼때는 무대의 가능성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며, 어떤 특정한 양식의 테두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에서 귈렌시민들이 나무로 분장하고 나오는 것은 초현실적인 수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 숲속에서 일어나는, 좀 보기에 딱한 사람의 장면, 즉 한 년로한 남자, 년로한 여자에 대한 접근을 시적으로 무대라는 영역속에 집어넣고 견딜 수 있게 만들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나는 극장과 배우에 대해서 내 심에 존재하는 신뢰에서 희곡을 쓴다. 배우가 인간을 연출하는데는 많은것이 필요없다. 다만 적당한 대본이 필요할 뿐이다. 이것은 연극의 외피와 같은 것으로서 희곡작가는 그 외피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 작가는 언어 자체에 매달려서는 안 되며 언어가 부여하는 어떤것, 즉 사상이나 행동에 집착해야 한다.
언어 그 자체, 양식 그 자체에 집착하는 것은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적으로 단순한 남자다. 그러나 비로소 공포와 경악을 통해서 최고의 개성적인 것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다. 그는 자기의 죄를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정의
하게 되고, 자기의 죽음을 통해서 위대해지는 것이다. 그의 죽음은 위대한 동시에 무의미하다. 주인공들과 더불어 귈렌시민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모두 우리와 똑같은 인간들이다. 그들은 악하게만 그릴 수는 없다. 그들은 처음에는 노부인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결심했지만 차차 빚을 지게 된다. 그러나 일씨를 죽이려는 의에서 나온 행동은 아니며 그저 경솔하고 모든 것이 곧 잘되리라는 허망한 희망에서 한 짓이다. 제2막은 그렇게 상연되어야 한다. 페터씨네 창고의 장면에서 방향이 전환된다. 숙명은 그 이상 회피할 수 없다. 그때부터 귈렌 시민은 서서히 살인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들은 끝까지 인간적인 약점에서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희망을 걸고 있다. 전 시민이 학교교사처럼 점점 유혹에 빠져들어가는데 이 점이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
빈곤은 너무나 혹독하고, 유혹은 커서, 약한 인간들은 견디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하여 악의에 찬 상연이 되어서는 안 되며, 분노가 아니라, 비애와 유우머가 뒤섞인 인간적인 상연이 되어야 한다. 그런것이 비극으로 끝나는 이 희곡에 있어서 가장 해로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동물적인 진지성이기 때문이다 ……."
등. 당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