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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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이 고향인 시인은 어릴 때부터 '널배' 타고 꼬막 잡으러가는 모습을 자주 보았을 겁니다.
꼬막 캐는 일은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 펄 (사투리 ‘뻘’의 표준어)을 헤치며 해야 하는 일이라 매우 고된 작업입니다.
펄은 가만있으면 몸을 그대로 삼켜버리기 때문에 널배를 이리저리 밀면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널배는 단지 ‘나무’에 불과할 뿐이지만, 이에 의지해 생활하는 아낙들에게 그것은 ‘그릇’입니다,
널배 몰면서 캐낸 꼬막으로 다섯 남매 가르치고 어엿하게 출가까지 시켰으니 할머니에겐 참말로 귀한 그릇입니다.
열일곱에 시작해서 칠십년을 넘게 탔으면 신물이 날 만도 할텐데, 영감 없어도 널배가 있어 외롭지 않다고 합니다.
마치 꼬막처럼 졸깃하고 낙지처럼 눌러붙기 에 널배가 할머니에겐 몸뚱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분들에게 널배는 단순히 밥벌이 수단이 아닌, 바로 삶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이런말로 유언을 남깁니다.
‘죽거든 같이 묻어줘’
왜냐하면 널배는 매끌매끌한 살결이나 마찬가지니까요.
24.7.18.목.
널배/이지엽
남들은 나무라는데
내겐 이게 밥그륵이여
다섯 남매 갈치고
어엿하게 *제금냈으니
참말로
귀한 그륵이제
김 모락 나는
*다순 그륵!
너른 바다 날 부르면
쏜살같이 달리구만이
무릎 하나 판에 올려 개펄을 밀다 보면
팔다리 쑤시던 것도 말끔하게 없어져
열일곱에 시작했으니 칠십 년 넘게 탄 거여
징그러워도 인자는 서운해서 그만 못 둬
아 그려, 영감 없어도 이것땜시 외롭잖여
꼬막만큼 졸깃하고 낙지처럼 늘러붙는
맨드란 살결 아닌겨
죽거든 같이 묻어줘
인자는
이게 내 삭신이고
피붙이랑게
* 널배 : 꼬막을 채취할 때 갯벌에서 쉽게 이동하기 위해 나무로 만든 작은 탈것
* 제금나다 : 따로 살림 차려 나가다
* 다순 : 따뜻한
3:42 - https://m.youtube.com/watch?v=hwOHdLZlJ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