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갠지스 강
신혜영
내가인도를그렇게도가고싶었던이유중에하나는바로갠지스강때문이기도했다.인도에서며칠머물다바라나시로가는날은시간을줄이기위해카주라호에서국내항공을이용했다.
바라나시는인도에서가장오래된도시로힌두교와불교의중요한성지다.바라나시라는도시의이름은바루나강과아시강사이에자리하고있다는것에서유래된것이라는데과거에는빛의도시라는뜻의카시라고도불렸다고한다.
사실가기전몸상태가별로안좋아많이피곤하고가끔씩어지럽기도하여말은안했지만내심제대로다녀올수있을지걱정되었었다.그러나그럭저럭잘다녔고바라나시에갔을때는갠지스강을본다는기대때문인지정신이반짝하게돌아와있었다.
바라나시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 무렵 사이클 릭샤를 타고 갠지스 강으로 향했다. 사이클 릭샤란 보통 자전거를 개량해 자전거 뒤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바퀴달린 의자를 붙어 만든 삼륜차를 말한다. 인도에서는 다른 교통수단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문제는 릭샤를 끄는 인도인들이 지나치게 말라 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내 릭샤를 끄는 인도인도 너무 말라 탈 때 마음에 걸렸는데 가다보니 아주 덩치 큰 외국인들을 둘씩이나 태워가는 릭샤꾼도 있어 마음을 놓았다.
릭샤를타고큰길로들어서자마자도로에는릭샤,오토바이,자동차,툭툭이,사람,리어카가모두쏟아져나와있었다.포장도안된신작로에온갖탈것들이몰려들어어찌나혼잡하던지정신이하나도없었다.바로 부딪힐듯옆에서 자동차가 지나가고오토바이와자전거가 뒤에서쏜살같이달려오고,그래도용케서로부딪히지않고잘빠져모두제갈길을향해가고있었다.어느누구도 먼저 간다고 얼굴을 붉히거나 짜증내지도 않았고뒤차가앞질러간다고욕하지도않았다.또인도도횡단보도도없는복잡한찻길로사람들이차와차사이로곡예하듯 달리는차속을뚫고건너간다.인도에는 인도가 없다더니 정말 인도에는인도가 없었다.
내정신은이미가출한지오래고거기다끊임없이나를더힘들게했던것은크락션소리였다.지나가는 모든 탈것들은 일제히 먼저가겠다고또비켜달라고소리를 냈다. 자동차는크락션소리를 끊임없이냈고오토바이툭툭이는물론자전거까지하염없이벨소리를냈다.어쩌면소리나는것이고장난 것들을빼고는낼수있는 경적소리는 모두 내고 있는듯했다.
릭샤뒤에앞으로미끄러질듯불안하게앉은나는어디를봐야할지무엇을들어야할지분간할수없고그저그순간은혼돈카오스그자체였다.그칠줄모르는소음속에흙먼지와차량에서뿜어져나오는매연은 내앞에서연기처럼뽀얗게피어올랐다.
그래도그때인도를봐두지않으면영원히후회할것같아정신을차리고주변을살폈다.복잡한도로옆소란속에서개들이잠을자고있었고,소들이어슬렁거리고어디론가가고있었다.또도로변상점에서는차들이지나가며크락션을울리든말든먼지가나든말든물건을흥정하고,먹을것을만들어팔고또만든음식을사먹고있었다.누구하나상을찡그리는사람들이없었다.그저누구나자신이하는일만그대로하고있었다.마치전혀그들에겐이소리가이먼지가차단되어있는양표정들이평화롭기까지했다.내눈에는마치그들모두가도인들같았다.
한 50분을 그 혼란 속을 달려 힘들게 도착한 갠지스 강,
바로 배를 타고 강 안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갠지스 강가는 배를 타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연간 100만 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이곳을 방문한다는데, 관광객도 있지만 주로 힌두교 제사 의식인 아르띠 푸자(Aarti Puja)에 참가하기 위해 오는 사람과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아르띠 푸자는 갠지스 강 강가 신에게 바치는 의식을 말하고 목욕을 하러 오는 이들을 위해서는 갠지스 강 변에 약 4Km에 걸쳐 "가트(Ghat)"라고 불리는 계단식의 목욕 시설이 있다.
배를 타고 어둠 속 갠지스 강 안으로 나가보니 정말 아름다웠다. 배에서 바라보는 강가 불빛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고, 갠지스 강의 밤은 고요히 깊어가고 있었다.
우리를 태운 배는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화장터로 흘러갔다. 화장터에는 여러 군데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고 화장터 옆에는 나무가 많이 쌓여있었다. 그 타오르는 불빛은 지금 화장을 하고 있는 중이란다. 꽤 많은 사람들이 강가 화장터에 모여 있고 그 사람들은 모두 남자이며 화장터에는 남자들만 갈 수 있다고 한다. 또 이 화장터에서는 24시간 화장이 가능하단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고 있는 동안 마음이 갑자기 가라앉고 숙연해졌다. 모두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활활 타들어가는 불꽃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이곳갠지스강,
순간 삶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삶이 아무것도 아닌데 우리들이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구나…….
아무 것도 가져 갈 수 없는 죽음, 한줌의 재로 강에 뿌려지는 삶의 마지막…….
그것을모르고때로는욕심을부리고때로는남을부러워하며만족을모르고살아가고있다는생각이들었다.자신을 돌아보고 누구나반성하게 되는곳이바로이곳갠지스강이아닌가싶다.
특히 화장하기 전 은박지에 싼 시체를 갠지스 강물에 닦고 있는 모습은 어찌나 비현실적이였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내가 잠시 꿈을 꾼 듯하다. 화장터를 지나 배로 힌두교 제사의식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어느새 밤하늘엔 달이 떠오르고 갠지스 강은 무언가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 마치 시간은 정지된 것만 같았다. 브라만 층인 7명이 제사의식을 주도한다는 아르띠 푸자 힌두교 종교 의식을 엄청난 사람들과 함께 지켜보고 그 사람들 속에 섞여 밤길을 걸어 나왔다.
과연종교란인간에게무엇일까?그들을이렇게빠질수있게만든힌두교의근원은무엇일까?어찌보면인도사람들에게힌두교란종교가아니라생활인지도모르겠다.
다음날이른아침아니새벽4시에일어나일출을보기위해다시갠지스강으로향했다.푸르스름한새벽녘갠지스강입구에서짜이를한잔씩마시고다시배를타고갠지스강안으로노를저어들어갔다.전날밤풍경과는또다른모습의갠지스강이눈앞에펼쳐졌다.아직해는떠오르지않고푸른새벽빛에서연분홍빛으로변해가는갠지스강은그냥보통강이아니었다.신비스럽고아름다웠다.전날밤에는볼수없던갈매기들이어디선가몰려와떼를지어날아다녔다.
우리는먼저디아(강물에띄우는작은꽃불)를준비해서강물에띄우며가족모두의건강을소원으로빌었다.새벽붉은여명과함께강물따라흘러내려가는디아들은마치붉은꽃잎같았다.떠내려가는디아를뒤로하고다시찾아간화장터에는새벽에도불꽃이꺼지지않고타오르고있었다.다시마음이숙연해진다.삶과죽음이공존하는갠지스강은분명사람들을빠지게한다.
새벽부터 동쪽을 향해 기도하며 목욕하는 사람들, 또 빨래하는 사람들, 그리고 갠지스강물을 받아가 식수로 쓰기 위해 준비해 온 물통에 물을 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화장을 해서 뼛가루를 갠지스 강에 뿌리는 사람들…….
정말무어라한마디로정의내리고표현하기힘든곳,사람들의보통상식으로이해하기힘든곳,그들에게가장성스럽고살아생전가장가고싶은곳,그곳이바로갠지스강이다.
인도그리고갠지스강이곳은과연어떤곳일까?
서서히 해가 솟아오를 때가 되어가자 온통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갈매기 떼들은 떼를 지어 날아올랐다. 참으로 그 모습은 말로도 글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갠지스 강에 뿌려진 수많은 영혼들이 갈매기가 된 건 아닐까?
누군가 강 속에 숨어 둥근 해를 밀어 내듯이 해가 순간 불쑥 떠올랐다. 내가 이렇게 성스러운 갠지스 강에서 붉게 타오르는 일출을 보게 되다니, 감동이었다. 강 가득 비추이는 아침 햇살 속으로 힌두교도들의 기도 소리와 그들이 부는 소라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일출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마치 어디다 영혼을 떨군 사람처럼 멍하게 창밖만 내다보았다.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나무들조차 편안해 보이고, 길가 쓰레기 더미 속에서는 이름 모를 꽃이 붉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길가 화단 속에는 흰 꽃이 말갛게 피어 아침을 맞고 있었다.
스트레스 없는 나라, 치매, 관절이 없고 머리가 시지 않는다는 나라 인도,
다음에기회가또된다면난이갠지스강에꼭다시오고싶다.
거리에 수없이 돌아다니는 소와 개와 원숭이들을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고, 동물들도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나라, 그저 그들은 동물들과 늘 곁에서 함께 살아가고 생활할 뿐이라고 한다.
거기다 인도는 빈부의 차가 어마어마하여 잘사는 사람들은 세계 10대 부자 안에 여러 명이 들어갈 정도로 잘 살지만 아직도 가난한 자들은 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거리에서 잠을 잔다. 그렇게 거리에서 잠을 자도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그저 편안하게 살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구걸하는 자는 있어도 소매치기나 남의 물건을 탐하는 자는 없는 나라가 인도이고, 행복 지수가 높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없는 정신이 건강한 나라가 바로 인도란다.
알수록매력있는나라,신비한나라,역사가찬란한나라,눈부시게발전하고있는나라,다녀온지한참이지났지만아직도나는신비한인도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
신혜영 약력
- <대한겨례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 제 37회 한국수필문학상 수상
- 저서 <느티나무 사이마다>
- 한국문인협회 영월지부 지부장, 영월 동강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