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10/12)은 꼭 기억에 담아두고 싶은 경험이었습니다.
땅고라는 세상을 알게 된 지, 4개월(초급-8주, 초급심화-8주)만에 여러 동기들은 생업에 바빠서, 기존의 계획에 따른 일정이 맞지 않아서 강습 이후에 뵙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아쉬워하고 쓸쓸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은 우리 동기가 하는 마지막 토밀지기의 날이었고, 그에 맞춰서 그동안 볼 수 없던 동기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동기정모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분들도 많이 오시고 토요밀롱가가 평소보다 훨씬 붐비고, 아는 얼굴이 많이 있으니 절로 흥겨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경력이 많은 동기의 손에 이끌려서 그날의 첫 딴따를 췄고, 첫곡이 끝났을 때 따뜻하게 안아줘서 너무 좋았습니다. "마치, 그동안 고생 많이 했네!"라는 위안을 해주는 듯했습니다. 이후 2번째 곡부터 실수 많이 하고, 얼굴이 화끈거리게 되었지만 아는 사람이 있어서 한딴따, 한딴따 출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같이 수업 들었던 공유했던 경험 덕분이라는 생각에 못 본 동기들도 많이 생각났습니다.
한번 추고, 내가 생각하는 데로 되지 않아서 얼굴 붉어진 상태에서 다른 분들 추는 모습을 살펴보는데, 다들 너무 멋지게 잘 추는 것 같아서 넋을 잃고 쳐다봤습니다. 동기 땅게라 님들은 거의 날아다니시고, 쌉들도 움직이는 모습, 자세 살펴보면서 언젠가 저렇게 추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켜봤습니다. 론다에서 춤을 추면서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자전하는 지구 같기도 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음악에 맞춰서 추기도 하고, 본 적 없던 피구라로 화려하게 움직이기도 하고, 굉장히 단순한 걷기와 충분히 알고 있는 피구라로 춤을 추면서도 우아함과 단아함을 잃지 않는 분들도 계시고, 모든 분들의 모습이 다 멋있고,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지만, 살짝 자신감을 잃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솔땅 거울 앞의 의자에 앉아서 한참 동안 춤추는 것을 보고만 있으니까 아시는 분이 와서 말을 겁니다."까베해서 춤 안 추고 뭐 하세요?""도저히 까베 해서 춤출 자신이 없어서 다른 분들 추는 것 보고 있어요. 아까, 한 번 췄는데 할 수 있는 게 3개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더니"할 수 있는 게 3개면, 1, 2, 3 하고 걷고, 2, 1, 3, 하고 걷고, 3, 2, 1 하고 걸으면 되죠?"라고 쉽게 말씀해 주십니다. 손흥민이 축구는 왼발 축으로 오른발로 강하게 차면 됩니다와 같은 레벨의 조언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땅고를 배우고 초보들은 모두 저와 비슷한 걱정들을 할 것 같습니다. 까베 해서 춤추기는 무섭고, 춤은 잘 안 늘고의 악순환이 계속됩니다."까베 해서 춤추기 어렵죠? 알죠. 알죠. 그 마음 너무 잘 알죠. 그래도, 자꾸 춰봐야 늘어요."이런 격려를 받고, 그럼 춰봐야지 하고 누군가 출 상대를 찾으면 보통 발스나 밀롱가 음악이 나오곤 합니다. 그럼, 격려받았던 하려는 의지를 일단 꺾고 다시 앉게 됩니다.
다행히, 그날은 음악이 도와줘서 땅고음악이 나왔고, 흔쾌히 춤을 추자고 손을 내밀어주는 동기 '라'를 만나서 2번째 딴따를 추게 되었습니다. 배웠지만 할 수 없는 동작은 제외하고, 정말로 내가 할 수 있는 동작만으로 춤을 춰보자는 생각으로 2번째 딴따를 췄습니다. 한곡이 끝날 때마다 동기분이 격려를 해줘서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도 아는 얼굴들과 춤을 출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몇 딴따를 더 출 수 있었습니다. 지켜보고 있었던 것인지, 나루 쌉이 저를 보면서 "오늘은 춤 좀 추던데요?"라는 말을 웃으면서 해주십니다. 뭔가 아주 낮은 턱 하나를 넘어 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뿌듯했 던 것 같습니다.
토요일 밀롱가에서 만나는 동기들의 소중한 격려와 춤 제안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다음번에는 조금 더 나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8시~11시까지 진행되는 토밀이 어느 순간에 마지막 3딴따라는 공지가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구경하고, 용기내고, 격려받고 하는 동안 3시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11시. 방문해서 멋진 무대를 꾸미던 손님들이 다 돌아가고 난 이후, 이본느 쌉이 마련한 우리 기수만을 위한 심야 밀롱가(심밀)이 준비되었습니다. 기존의 쓰레기는 버리고, 몇 가지 음식과 음료, 와인, 이본느 쌉 특제 국화주, 진으로 만드는 하이볼, 사이다가 없어서 사이다는 마트에서 사서 공수를 하고, 동기 중 한 분이 준비해 주신 바게뜨에 올려먹는 핑거푸드도 세팅하고, 남은 과자들도 놓고, 후라이드도 시키고 책상을 연결해서 일렬로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 데 방금 전까지 시끌벅적했던 솔땅 공간이 조용하면서 카페 같은 느낌이 났습니다. 핑거푸드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하이볼도 만들고, 와인도 드시고, 맥주도 마시고 하는 동안 손님들이 한분씩 뭔가를 들고 찾아오십니다. 전설의 파블로님, 안단테에서 뵈었던 선배님들, 땅고 얘기도 하시고, 피구라 얘기도 하시고, 어김없이 탱고음악을 틉니다.
춤을 춰도 좋고, 쁘락을 해도 좋다는 얘기를 하니, 쌉들도 나가서 춤을 추고, 동기들도 나가서 춤을 춥니다. 널찍한 공간에 좁았던 토밀과는 달리 부딪힐 것 같지 않게 넓게 출 수 있는 공간에서 음식을 먹고 얘기를 하다가 나가서 땅고도 추고, 밀롱가도 추고, 발스도 춥니다. 선배님들이 동기들에게 신청해서 한 번씩 춤도 춰 주시고, 동기들끼리 배웠던 것 춰보기도 하는 자유롭고, high 한 느낌은 하이볼과 알코올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공연모드가 켜졌습니다. 엄청 잘 추시는 두 분이 나가서 한 곡을 빡 추시는데, 신발도 안 신고 추는 춤을 보는데, 세상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파우스트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절대 강자의 공연 이후에 동기들이 춤추기 위해 나가기를 꺼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멋진 공연 뒤에는 웃긴 공연이 있어야지 우리 동기들이 다시 춤을 추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마리오 쌉이 '땅게라'를 한다는 조건에서 까베를 했습니다. 항상 마리오 쌉이 나한테 춤추라고 격려를 많이 해줘서 마리오쌉에게 신청했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 우리 기수 초급파티 후기에서도 춤 못추고 있던 나를 데리고 가서 같이 걷기도 시키고 '오초 꼬르따도' 를 가르쳐주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같이 춤을 췄습니다. 술도 안 마셨는데, 별로 부끄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마리오 쌉이 라를 너무 잘 췄고, 한 곡을 무난하게 마무리 지었던 것 같고, 같이 인사도 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이 후에 또다시 서로 즐겁게 춤추는 시간이 잠시 더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마리오쌉을 라로 해서 파블로 님과의 남남 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고, 모두가 박수치는 멋진 공연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2시간의 심야밀롱가였는데, 시간이 정말 말 그대로 '순삭'되어 버렸습니다. 새벽 2시를 향해 다가가는 시간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다들 너무 멋지고, 너무 좋은 사람들과 너무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뭔가 국뽕이 차오르는 것 같은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씩 힘들 때 이렇게 아름다운 경험이 땅고라는 춤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는 동기가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를 짓고 나와서 서로 인사를 하기 위해서 둥글게 모여 서 있을 때, 이 분위기에 지금 끝내는 것이 아쉬웠던 사람들이 다시 추가 뒤풀이로 가기로 했습니다. 끝까지 따라가서 좋은 얘기를 나눌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 순간까지의 경험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충만한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멋진 한때를 같이 했던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뵈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동기들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멋진 글이었습니다
아...란초님도 계셨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ㅎㅎㅎㅎ
함께해서 좋았던 하루였어요...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이 좋은 추억이 땅고를 추는 아름다운 여러이유중 하나가 되길 바래요
너무 멋있었어요. 힘들때마다 생각날 것 같아요.ㅎㅎㅎ. 일을 너무 잘 저질러주셨어요. 감사해요.
새벽2시에 끝났어야 했는데... 맛있는 음식, 맛있는 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너무 좋은 날이었어요
진짜 아름답고 멋있었어요. 정말 넋놓고 공연 감상했습니다. 하이볼. 얼음. 준비. 최고였어요. ㅎㅎㅎ
@moooony(Bueno 130기) 청포도 사탕 두요 ㅎㅎㅎ
@아이니(비상119) ㅎㅎㅎ....청포도 사탕 많이 챙겨놓을께요. 토밀지기 사물함에 넣어둘께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멈추어라.너 정말 아름답구나~
너무나 아름다운 표현을 담은 글을 남겨주신 동기님~다음에 또 만나요^^
ㅜ.ㅜ 나시아님이랑 춤출 기회를 놓쳐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담엔 사자의 심장을 빌릴 수 있도록...
@moooony(Bueno 130기) 사자의 심장?ㅋ 저는 무니님 심장이 더 좋을거같아요ㅎㅎㅎ
@나시아(Bueno 130기) 용기가 마니....필요해요.
아름다운 밤이었어요.
무우니님께 까베할 틈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론다를 도는 내내 바라봐주시는 눈길에 고무되어 더 열심히 췄던거 같아요. 누구보다 열심히 하시는 무우니님 몇년후엔 정상에 오르실껍니다~
연아님 너무 멋졌어요. 항상 부러워하고 있어요.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ㅎㅎㅎ
출장 때문에 못 가서 아쉬웠는데 멋진 글을 통해 그 날의 모습을 머리속으로 그려보게 되네요.
발표회 준비 잘하시구요 곧 또 봴께요!!
아....물범님 어디 계신가 두리번 거리면서 찾았었는데...출장이셨군요. 항상 관심갖고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담엔 같이 하면 더 좋겠네요. ㅎㅎㅎ
@moooony(Bueno 130기) 발표자 쁘락때 또 한번 갈께요~~
우리 기수는 무우니님이 계셔서 행복할거에요.
남기시는 마음이 모두의 마음에 좋은 추억으로 아로새겨지니까요~
파우스트의 글귀의 인용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구욘님 우리 기짱님. 항상 고민하고 고생하시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바게트에 올려먹는 핑거푸드를 준비해주신 분이 찬이님 이라고 왜 말 못하는거에요 ㅋㅋㄱ
다음엔 무우님의 리드를 더 잘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언제 술 한잔하나요 사부님?^^
개인정보 보호법??? 마리오쌉은 로도 되고 라도 되고 전천후네요. 짱 부러워요.ㅎㅎㅎ 본인 이름 나오는 거 싫어하실 수도 있어서...ㅎㅎㅎ 쌉님들과 매니저님은 이 글 읽으시는 분들이 다 아셔서 닉으로...ㅎㅎㅎ
@물범 (Bueno130기) 언제 탱고좀 알려주세요~ 이래야지...매번 술만 마시자고 합니까~ㅋㅋㅋㅋㅋ
@마리오(Go104랑, Bueno130) ㅋㅋㅋ 죄송합니다 사부님! 그래도 빨리 만나 술한잔 하고 싶습니다. ^^
바게트 위에 올려먹는 핑거푸드는 부르스게따 ㅎㅎ
다들 맛있게 드셔서 감사했습니다.
항상 열심히 하시는 무우니님, 나중에 잘 춘다고 생까시면 안됩니당 ㅎㅎ
존경하는 찬이님께서 이런 말씀을...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부르스게따 맛있었습니다.
색감도 맛도 너무 좋았어요 정성어린 야밤에.먹기.딱 좋은 음식이었어요 ㅎㅎㅎ
저도 이날 역사적인 후기의 현장에 함께 있었네요.
기록하시는 모습 애정합니다.
아하하하 마틴님 '기록 애정' 넘 신선한 표현이네요.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잘 놀고 먹고 마시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_^* 함께 해 주신 분들, 놀아 주신 분들, 추억꺼리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 언제 어디서든 반갑고 편하게 또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근데 무우니님 후기 정말 명품입니다!
파블로님 땅고 너~~~~무 멋있었습니다. 끝나고 뒷풀이 같이 하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좋은 추억이었고 다음에 또 뵙고 얘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므하하하 파블로님 후기에 대한 칭찬에 기분이가 완전 좋아졌습니다.
무우니님 글속에서
토밀의 멋지고 행복했던 기억이 ~~~^^ 밀롱가에서 신나고 잼난 한딴다 부탁드려용
리아님이 첫곡 추고 살짝 안아주셨을 때 정말 위안이 되었습니다. 잘못 이해한 건 아니었죠??? ㅎㅎㅎ. 더 열심히 연습해서 담엔 더 잼나게 출 수 있도록 할께요. ㅎㅎ
무우니님의 후기는 한 호흡까지도 필요없이 단숨에 읽어버릴만큼 저를 다시 그 시간과 공간 속에 있도록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렇게 훈훈한 후기 속에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라도 함께 자리했었다는 게 참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토밀에서 무우니님의 자상하면서 정직하고 편안한 리드로 추었던 탱고는 다음 까베를 기대하게 만들었어요. 정말 즐거웠고 고마웠습니다.
어허어엉....ㅜ.ㅜ... 땅고에 대해서 진짜 자신이 없었을 때 리야님이 계속 격려해주셔서 진짜 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라고...좀 더 편하고 재밌게 춤 출 수 있도록 연습 많이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함께 하고 싶었는데 아침부터 극심한 두통에 시달려 안산 홍대 왕십리 다시안산 겨우버티다 못갔네요
아쉽네요. 향기님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음 기회라는 것이 있잖아요. 다음엔 함께해요. ㅎㅎㅎ
후기 재밌게 잘 봤어요~
129기가 130기와 한기수 차이라 공감하고 갑니다!!
다음에 저희 기수들과도 같이 놀아요~^^
반갑습니다. 제가 아직 많이 돌아다니지 않아서 무무님이 누구신지 잘 몰.겠어요. 혹시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인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