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풀이할 정도로 감정통제를 못하면 정치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2월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당시 대선주자 자격으로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과격하다’, ‘감정 통제를 못한다’는 패널 지적에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를 남들이 두려워 말하지 못할 때 나는 도전했고 말했다”면서 조선시대 ‘태종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6·13 선거 직후 그의 인터뷰가 논란이다. 김수진 MBC 앵커가 “선거 막판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셨다. 앞으로 도지사가 되시면”이라면서 질문을 던지려 하자 이 당선인이 “감사합니다. 잘 안 들리는데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인이어 이어폰을 빼고 생방송 인터뷰를 돌연 중단했다.박성제 MBC 취재센터장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저와 김수진 앵커가 준비한 질문은 ‘선거 과정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는데 앞으로 경기도지사가 된 후 비판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포용할 것인가’였다”고 썼다. MBC가 준비한 질문이 공적 가치가 전무하다고 볼 수 있을까. ‘태종형 리더십’을 표방하는 그에게 포용력을 묻는 질문은 불필요했던가.
여러 언론은 기사와 영상으로 당시 현장을 세세히 전했다. 사생활 질문하면 인터뷰를 먼저 끊겠다고 발끈하거나 “예의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에 우려가 적지 않았다.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이 ‘드루킹 질문’에 능숙하게 대처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당선인은 논란 이후 페이스북에서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그가 국민 앞에서 거짓말(“잘 안 들리는데요”라며 이어폰을 뺀 행위)을 했고 자신이 듣고 싶은 질문만 사전 허락했다는 사실 등은 부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그는 또 한 번 ‘감정 통제’에 실패했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사전에 어떤 질문을 하겠다, 꼭 그것만 하라는 식의 관행은 구시대적인 권위주의 정치문화”라며 “그렇게 안하면 ‘예의가 없다’는 태도는 박근혜나 홍준표 등의 정치인에게 많이 발견되던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불편함을 줬다고 해도 정치인은 공적 가치가 있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언론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국민을 대리해 정치권력에 질문하는 일을 어떤 경우에도 중단해선 안 된다. 최 기자가 든 예처럼 ‘불편한 질문’에 귀를 닫았던 박근혜와 홍준표는 파산했다.
언론을 대하는 이 당선인 태도는 이전에도 논란이 있었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1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TV조선은 반드시 폐간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TV조선이 팩트를 왜곡하고 조작했다는 것이다.
일부 지지자는 그의 단호한 발언에 환호했다. 일각에선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TV조선이 팩트를 왜곡했어도 정치인의 언론사 폐간 언급은 과도하다는 것.
청와대도 14일 TV조선 재승인 취소 청원에 “방송사 허가나 승인 취소는 헌법의 언론자유나 시청권을 고려할 때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악의적 왜곡 보도라면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나아가 법원을 통한 구제 및 규제 절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