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정책의 성공조건
2004년10월20일 17:58
재정경제부가 한국판 뉴딜정책 구상을 공개 모집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쓴 소리가 많다.
"도대체 뉴딜정책이란 말뜻이나 알고 하는 소리냐” "뉴딜정책은 좌파식 정책의 원조다”는 등 재경부를 무안케 한다.
재경부가 뉴딜정책을 모 를 리 있겠는가. 아이디어가 고갈돼 네티즌 공모에 기대려는 것도 아니라고 본 다.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고 재경부가 널리 대안 을 구하는 방향 자체를 흉볼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꼭 뉴딜이란 표현을 쓸 것 도 없이 독일의 '어젠더 2010' 같은 것을 참고하든지, 요즘 성장이 중시되는 흐름을 좇아 '성장플랜 2005' 혹은 '재도약!' 같은 것으로 지어도 무방하겠다.
문제는 위로는 대통령부터 장관, 정치인 그리고 일반 국민까지 프랭클린 루스 벨트가 뉴딜정책을 쓸 당시처럼 "해보자”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
다.
거기에는 무엇보다 동기(motive)와 정신(sprit)이 중요할텐데 지금처럼 온 나라가 콩가루식이 돼서야 솔직히 회의감이 앞선다.
아무튼 당시(1932년) 미국은 대공황 늪에 빠져 실업자가 전국민의 25%(1300만 명)에 달하고 생산시설이 올스톱하다시피 한 시기였다.
전임 후버 대통령이 4 년 간을 우왕좌왕 아무 것도 해놓은 게 없어서 루스벨트는 대선 슬로건으로 대 대적인 '가난 추방'을 내걸었다.
그 콘텐츠가 뉴딜정책의 뼈대다.
즉 국가부흥법, 농업개발, 통화조절(금태환정지), 상품 생산 통제, 테네시강 유역 개발, 사회보장정책 같은 정책들의 묶음이다.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사회 간접자본(SOC) 개발만의 정책은 아니었던 것이다.
정책을 끌고 가는 주인공은 물론 루스벨트였다.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대통령 4선(選)을 했고 여성 장관을 최초로 임명했으며 2차대전을 승전으로 이끌고 UN 창설의 초석을 놓았으며 국민들과 대화(노변정담)한 바로 그 인물말이다.
"우 리가 오직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에 빠지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 고 국민들이 항상 '대통령은 내 편'으로 여겼으며 쾌활함 자체였던 인물이다.
다른 사람이 하면 우유부단하게 보인 똑같은 일도 루스벨트가 하면 과단성 있 게 보였다는 평가마저 들었다.
그는 소아마비를 앓고 있었음에도 불경기와 싸워 이기는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임 대통령들의 실패를 연구해 많은 지혜를 얻었으며 자신의 방향 이 잘못됐다고 인식하면 주저없이 노선을 전환시킨 융통성도 겸비했다.
이상에서 우리는 몇 가지 '성공의 조건'을 짚어낼 수 있다.
물론 상황 자체는 판 이하다.
당시 미국은 죽느냐 사느냐가 걸릴 만큼 처절했고, 현재의 한국은 불 황이지 사즉생(死卽生)을 외칠 만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혹 겪을지도 모를 10년 불황을 뉴딜식 각오로 무찌르고 그리하여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 긴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다.
그러자면 뉴딜정책에서 보듯 대통령이 확실한 주인공 역할을 해줘야 함이 제1 조건이다.
대통령이 불황 타개에 '올인'하고 국회도 그런 방향으로 이끌고 나 가고 야당을 설득하고 해야 하는 것이다.
재경부가 홈페이지에 무슨 아이디어 없겠느냐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물어선 안될 것 같다.
총리가 나서도 부족하고 반드시 대통령이 전심전력으로 나설 때만 가능할 것이다.
좋은 정책 개발과 꺾이지 않는 추진력이 제2조건이다.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은 농업조종법 등 여러 정책이 위헌 판결을 받았음에도 굴하지 않고 조항 몇 개를 바꿔 반드시 구상을 실현했다.
참여정부가 구상했던 동북아 허브나 영종 신도시 같은 프로젝트도 따지고 보면 괜찮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누가 나서서 의료계 전교조 등의 반대를 설득한 일 이 있는가. 노력이 부족해서 한 발짝도 못 나간 것이다.
이런 상태로 아무리 정책을 개발해 봤자 헛일이다.
제3조건은 인물 문제다.
현재 경제팀이나 청와대 참모들로는 한국판 뉴딜을 이 끌라고 하기에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
곧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든지 달을 가린 구름이 곧 걷힐 것이라고 농월(弄月)한 것 등, 빈말을 너무 많이 했다.
일종의 배신감까지 드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최후 조건은 국민들이 더 잘살게 될 것이라는 믿음과 동참의 동기 를 부여해 주는 일이다.
국민이 돌아앉아서는 무엇을 하든 하나마나다.
<김세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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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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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2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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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술취해서 추진하는 정책을 뉴딜정책이라하죠! 우리나라에서는 새마을운동만한 정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