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피로감?… 빅히트 청약 첫날 8조6242억 몰려 ‘미지근’
카카오게임즈의 절반 수준 그쳐
“BTS에 투자” “공모가 너무 비싸” 자산가들 증권사 객장서 저울질
‘5000만원에 빈손 가능성’에 포기도
청약 마감일 뭉칫돈 몰릴지 관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일반청약 첫날인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청약 상담을 받고 있다. 홍진환 기자
“주변에서 하도 방탄소년단(BTS)이 ‘잘되는 애들’이라고 해서 나왔다.”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만난 70대 여성 임모 씨는 “BTS에 투자하러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4억 원을 준비해놓고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씨는 “경쟁사인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3만 원대인데 빅히트 공모가는 13만5000원이어서 비싼 느낌”이라며 “첫날 회사별 경쟁률을 보고 내일 청약할 증권사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빅히트의 일반투자자 청약 첫날인 이날 총 8조6242억 원의 증거금이 몰리며 ‘공모주 투자’ 열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첫날 4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며 16조 원 이상을 끌어모은 지난달 카카오게임즈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청약 마감일인 6일 뭉칫돈이 몰려들지 관심이 쏠린다.
○ 첫날 청약증거금 8조6000억 원 몰려
이날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등 4개 증권사에서 진행된 빅히트 일반청약에서 첫날 통합 청약 경쟁률은 89.6 대 1로 집계됐다. 증거금은 8조6242억 원이 몰렸다. 회사별로는 △NH가 69.77 대 1 △한투가 114.82 대 1 △미래에셋이 87.99 대 1 △키움이 66.23 대 1이었다.
앞서 사상 최대인 58조 원의 증거금을 모으며 비대면 수혜 종목으로 주목을 받은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공모 첫날 통합 경쟁률은 427.45 대 1, 증거금은 16조4000억 원이었다. 증거금이 두 번째로 많았던 SK바이오팜(약 31조 원) 때는 첫날 경쟁률이 61.93 대 1, 증거금이 5조9412억 원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쟁률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증거금 규모로 본다면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도 여전했다. 직장인 장모 씨(28)는 “카카오게임즈 청약 때 만들어둔 마이너스통장으로 5800만 원을 빌리고 모두 1억 원가량을 청약에 넣을 계획”이라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투자로 40만 원 정도 벌어 용돈으로 썼다”고 말했다.
○ “팬심과 투자는 별개”… 공모주 피로감도
외신도 빅히트 상장을 주목하고 있다. ‘아미’(BTS 팬클럽 회원)들의 ‘팬덤 청약’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도 투자와 팬심은 별개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직장인 아미 황모 씨(36)는 “흥행이 부진하면 팬심으로 나서겠다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일부일 뿐”이라며 “BTS를 제외한 빅히트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공모주 시장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빅히트 공모주 증거금이 역대 최대인 60조 원까지 불어난다면 1억 원을 넣고 약 2주를 받을 수 있다. 영업점에서 만난 60대 여성 이모 씨는 “5000만 원을 넣어도 1주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직원의 설명에 고개를 저으며 “전에는 공모주 시장에서 용돈벌이 하는 재미가 좀 있었는데 이젠 영 할 맛이 안 난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공모주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이모 씨(35)는 가족들의 여유자금을 동원해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1억5000만 원을 넣었다. 이 씨는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상장 3거래일째부터 내리 하락한 것을 보면 공모주 시장에 피로감이 쌓인 것 같다”며 “1억 원을 넣어봐야 몇 주 손에 쥐지도 못한다면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강유현, 김자현·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