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어항에서 베스를 키운 (1cm정도의 치어로 출발) 경험담, 특히 육식어류의 먹이에 관해 여러 애호가님들의 관심이 많을것 같아 글 올립니다.
95년도인가, 한탄강에 채집을 나갔었습니다. 한탄강 지류의 어느 보에서 새우망으로 채집을 하였는데, 1cm도 안되는 치어가 20-30마리 정도 들어 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붕어 새끼들과 돌고기 새끼로 추정되는 치어들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소형 어항에 넣고 기르기로 하였는데.....
...하루 정도 지나니 이상한 현상이 생겼습니다. 돌고기 새끼로 추정했던 놈들(10여 마리 정도) 의 입 들에 붕어 새끼 치어들이 거꾸로 틀어 박혀 있지 않겠습니까? 거짓말 같이 거의 모두의 '돌고기 새끼'들이 붕어치어를 먹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
당시 그 '돌고기 새끼'들이 베스 치어일 가능성을 몰랐던 저는 너무나도 놀라고 신기해 어류도감을 뒤져 그게 베스임을 알고는, 한번 길러보겠다고 맘먹었습니다.
..붕어치어는 이틀도 안되 사라졌고 (붕어 치어에게 대단히 미안..) 베스 치어들도 3-4일이 지나자 자기네 들끼리 잡아먹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시판되는 사료 먹이를 줘도 쳐다보지도 않고...
...나중에는 2마리의 베스 치어만 남았는데, 이 당시 그 크기는 2cm정도 였습니다. 그런데 서로 크기가 비슷해서인지 잡아 먹지는 않더군요. 그 중 한마리는 곧 죽었습니다. 나는 한 마리 남은 이 베스를 어떻게 해서든 살려보려고 고민을(먹이에 대해) 했는데..... 생 먹이는 장기적으로 그리 쉽게 구할 수도 없고... 그날 저녁 집 사람이 저녁 반찬으로 만든 물오징어, 맛있게 먹다가 이거다! 싶어 물오징어를 3mm x 7mm정도로 잘라 베스 치어에게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망서리더만 한번 입에 넣더니 연거푸 2개를 먹는 것이었습니다! 시도를 위해 몇개 더 만들어 냉장 시킨 물오징어를 2일 후에 주니 또 먹는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해서 이 베스는 물오징어를 먹기 시작 했는데....
...매번 싱싱한 물오징어를 어떻게 구하냐? 간단합니다. 싱싱한(반드시 싱싱한) 물오징어를 구입해서 몽통을 1cm x 0.5cm 정도 크기로 잘라 (물고기 모양이면 더욱 좋겠지요) 유니랩 위에 나란히 놓습니다. (물 오징어 한마리에서 이런 먹이 몇 백개 나옵니다). 마구 섞으면 서로 엉겨 붙어 다루기 힘듭니다. 다 놓은 다음 그 위에 유니랩을 다시 (뚜껑처럼) 한 장 깝니다. 물오징어 절편이 나란이 누워있는 이 유니랩을 서로 엉기지 않게 접어 냉동실에 넣습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보통 2-3일에 한번) 유니랩을 살짝 들춰 냉동된 물오징어 절편 두어개를 꺼내 물컵에서 녹인후 (그래야 말랑말랑하고 잘먹음) 베스에게 주면 됩니다.
나중에 그 어항에 가재를 한마리 넣었는데 이게 아주 절묘한 조화 였습니다. 뭐냐면 베스가 어떤 때는 2-3개도 먹지만 어떤 때는 안 먹기도하고 남기기도 합니다. 이 때 가재가 바닥에 떨어진 물오징어 조각을 뜯어 먹는겁니다. 자동 청소부인 셈이지요. 참고로 베스는 가라앉아있는 먹이에 대해서는 눈길도 안줍니다. 그러니까 물오징어가 가라앉는 10-20초사이에 안먹으면 안먹는겁니다. 이게 썩으면 수질이 나빠지고...
..이 베스는 20cm정도까지 자라다가(1년도 안되는 사이에 이렇게 크더라구요!) 불의의 사고로 (기포기의 코드가 밤새 빠져있어..) 아침에 입을 크게 벌리고.... 나는 그날 정말로 눈물이 나올지경이었고 우리 베스를 고이 싸서 묻어 주었습니다.
다른 생 육식성 물고기에 적용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어렸을 적부터 길들인다면 가능하리라 추측합니다. 저는 채집시 생육식성 물고기를 잡으면 그냥 방류 합니다.(처음에는 보기 좋고 재미있지만 나중에는 이 시어머니 모시기가 정말 힘들고.. 도로 방류해 주러 살려서 차에 싣고 물가까지 모셔다주는 수고도 만만치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