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정부의 공공기관장 임명, 전리품 배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51]
어소뷰둘암 (wandering****)
▶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감투'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감투'는 몇 개나 될까? 10,00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만큼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실제로 MB정부에서 인사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실제 인사작업을 해보니 대통령이 자기 사람을 심을 수 있는 자리가 2000여 개였"다고 고백(?)했다. 비록 10,000개에는 못 미치지만 실로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 '감투'들은 어떻게 채워지는 것일까? 앞서 고백을 한 관계자는 "대선이 끝나고 챙길 사람을 추려보면 50만 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자리를 줄 만한 사람을 다시 추리면 5000명 정도"라고 말했다. 산술적으로 임기 5년 내에 이 사람들을 모두 챙기려면 2~3차례 인사를 단행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감투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선거를 돕는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이러한 논공행상이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생기는 법이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공공기관 26%가 '인사 공백'.. 청와대만 바라본다 <경향신문> 2013년 10월 14일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더 이상 인사가 늦어지면 폭발할 것 같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지난 8월에는 김무성 의원이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에게 "집권세력을 무시하면 안된다. 자리 안 주고 그러면 뒤집어진다"며 살벌한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당 설훈 의원이 30개 공기업과 87개 준정부기관 등 총 117개 기관의 인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관장, 이사 감사 1398개 자리 중 314개(22.5%)가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려됐지만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설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의 경영 공백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공공기관장 인사 착수>靑 "공공기관장 70%는 검증 끝났다" <문화일보> 2013년 10월 14일
여당인 새누리당의 협박 같은 압박과 여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청와대는 주요 공직과 공공기관장 인선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문화일보>는 '청와대 일각에서 100여 개 인선 가운데 70%는 내부적으로 검증 절차가 끝났고, 20%는 후보 추천이 끝나 검증단계에 들어갔고, 나머지 10%는 공모나 후보추천작업이 진행중이라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국도로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기술, 한국정책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코스콤(증권전산), 한국마사회, 건강보험심사공단 등의 자리가 곧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 공기업 인사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 전리품 배분?
- <동아일보>에서 발췌 -
"공기업 인사는 대선 공신들의 전리품 배분" <미디어스> 2013년 10월 14일
청와대가 그동안 미뤄왔던 공기업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민주당은 '대선 전리품 배분'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설훈 의원이 "공공기간의 경영 공백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채워 넣으라고 할 때는 언제고, 채워넣으려니까 전리품 배분이라고? 물론 민주당이 비판의 주된 포인트는 단순히 채워넣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채워넣느냐에 있는 것 같다. 민주당 논평을 좀더 들어보자. "새누리당에서 대선 공신록 명단이 청와대로 넘어갔고 이번 주부터 공기업 인사를 시작한다니 이제 대선공신들이 문고리 권력을 잡고 공기업 인사의 전면에 줄줄이 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전문성 원칙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다"
靑 "공기업 수장은 전문성 우선…내부냐 외부냐 안따질 것" <한국경제> 2013년 4월 2일
실제로 GH는 집권 초기부터 공기업 수장을 임명할 때, '전문성'을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마디로 낙하산을 꽂되, 제대로 된 낙하산을 꽂겠다는 뜻이다. 내부 승진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는데, "공기업 경영이 부실해졌는데, 그 기업에서 일했던 인사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면 누가 납득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조직 규모가 큰 공기업 및 공공기관도 내부출신 수장이 조직을 장악해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내부 승진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
- 자료제공 : 홍종학 의원실, <머니투데이>에서 발췌 -
28개 공기업 임원 320명 중 내부 승진 84명 뿐 <한국일보> 2013년 2월 22일
공공기관 부채 '심각', 이자비용만 매일 152억원 <머니투데이> 2013년 10월 14일
실제로 공공기관 임원의 내부 승진 비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그만큼 낙하산의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글의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자리를 내줘야 하는 사람들만 무려 5,000명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내부 승진의 가능성은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 입장에서 내부 승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또, 공기업 경영 부실을 이유로 내세우는 것도 납득이 갈 만하다.
최근 보도가 잇따르고 있듯이 현재 공공기관 경영은 '파탄'에 이른 상황이다. 공공기관 총부채는 588조 7,000억 원에 달했고, 최근 5년간 무려 267조 8,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83.7%가 늘어난 수치다. MB정부동안 공기업이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되어 왔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공공기관의 수장을 임명할 때, 내부 승진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뜻은 존중할 만하다. 일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하산'을 꽂는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지도 의문이다. 제대로 일을 해 볼 생각이라면 업무 파악을 하는 데만 최소 몇 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한다는 가정 하에 그렇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기관장들은 여러가지 행사에 불려다니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대체로 얼굴마담으로 임기를 허비하는 경우가 많고, 관료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한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MB정부에서 '자원 외교' 등에 돈을 쏟아붓고 국제적 망신과 부채만 얻는 '사고'를 터뜨리기 십상이다.
GH는 '전문성 우선 고려' 약속을 지킬까?
- <연합뉴스>에서 발췌 -
사실 중요한 것은 '내부 승진'이냐, '낙하산'이냐는 아닌 것 같다. 어차피 공공기관은 기존의 관료들이 장악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낙하산이 떨어진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매우 낮다. 우리는 이미 대기 인원이 5,000명이 된다는 사실과 여당이 청와대에 협박성 멘트를 계속해서 날리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과연 GH정부가 출범 초기에 했던 '전문성을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 GH는 믿어도 될까? 그는 약속을 하면 지키는 사람이니까? 우리는 그 믿음이 얼마나 헛된 것이라는 것을 최근 숱한 공약 뒤집기를 통해 확인하지 않았던가?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을 한국공항공사 신임사장으로 임명한 것만 봐도 '전문성'이라는 말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알 수 있다. 경찰과 공항 사이에 무슨 관련성이 있단 말인가? 청와대는 "어떤 권력이건 간에 인사와 돈 문제가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문고리 권력의 수중으로 들어갈 때 권력암투와 눈치보기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문고리권력의 눈밖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기 위한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권력 남용과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란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이치"라는 민주당의 날선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논공행상식 공공기관 인사 관행이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인사 문제로 국민들의 수많은 질타를 받았던 집권 초기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봐야 할 것이다.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