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황장재엔 달빛만 흐르고
휴게소 문틈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아마도 지나가던 나그네가 야식을 청한 모양이다.
잠시후 승용차 한대가 진보 방향으로 횡하니 떠난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버스에서 내려서니
휴게소에서 기르는 견공들이 단잠을 깨웠다고 야단들이다.
03시 30분 지난구간 반대편 절개지 안전망 뒤편 절벽을 기어올라
산길로 접어들고 계속되는 오르막에 걱정이 앞선다.
초반에 무리하면 산행 내내 힘들었던 기억이 떠 오른다.
얼마 가지 않아 숨고를 정도의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또다시 오름길로 이어지며 쉽지 않은 발걸음이 계속된다.
바람 한점 없고 숲사이로 어른거리는 하현 달빛이 부서진다.
어둠속 풀밭이라 경운기길인지 분간 못하고 04시 532봉에 올라 선다.
청송군과 영덕군 경계를 걸었는데 이제부터 영양 영덕 경계를 걷는다.
가파른 내리막에서 길을 양보하며 나름대로 속도를 조절한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선두를 쫓아 계속 진행한다.
안내기에 보면 키높이의 잡목들이 배낭을 잡아채며 방해한다고 했는데
뉘라서 내어 놓았는가 길은 잘나 있어 별 어려움 없이 진행한다.
어두운 숲길에서 앞서가는 불빛을 놓치면 길 찾는데 어려움이 많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진행속도를 조절하며 열심히 따라간다.
벌목지대가 나타난다고 했는데 넘어진 나무토막 몇개
요리조리 피하며 진행하니 다시 산길로 접어들고 우측에 철조망이다.
과수원 사이로 통과한다고 하여 요즈음 수확철이라 걱정하였는데
밖으로 난길을 걸으니 마음이 놓이는데 느닷 없는 총소리에 간 떨어질 뻔했다.
과일 도둑질 할까 미리 경고성 공포탄을 쏜 것인가?
잘 다듬어진 산소 옆길 지나는데 머릿카락 쭈뼛거린다.
단 한발의 총성 이외엔 아무 소리도 없고 고요하기만 하다.
지난구간 멀리서 들리던 총성도 이런류의 총성이였나 보다.
가까이서 터지는 놀란 총성 괜한 두려움에 가슴 철렁거린다.
04시 55분 내려선 화매재 영양군 석보면과 영덕군 지품면을 이어준다.
선두와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하고 건너편 표지기를 따라 산길로 접어든다.
05시 25분 길은 우측으로 휘어지며 급하게 내려서고 잠시후 송전탑을 지나며
다시 오르내림이 시작되고 05시 55분 길은 좌측으로 휘어지며 잠시후 시멘트길을 만난다.
다행히 갈림길에서 어느 산악회인가 비닐코팅한 표지판을 놓아두어 고마웠다.
시멘트 포장길 잠시 걷다 표지기 붙어 있는 우측 산길로 접어들고
임도와 산길을 번갈아 걸으며 좌로 우로 정신 없이 방향이 바뀐다.
제법긴 농로를 지나면서 당집도 지나고 06시 30분 두번째 철탑을 만난다.
조금 더 가다 다시 산길로 접어들고 06시 45분 수년전 산불이 났던 지역을
통과 하며 기기묘묘 하게 생긴 불에 탄 고사목군을 보며 가슴 아파한다.
아마도 영덕군 지역에서 불이나 영양군 지역에서 잡은 모양이다.
영덕군 지역 면적이 훨씬 넓은 것이 확연히 들어난다.
허연 속살을 드러낸 덩치큰 썩어가는 소나무 몇십년에서 백여년은 됨직하다.
07시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 섰다.
지도상의 631봉으로 추정되고 헬기장이 있다고 하는데 삼각점만 뚜렷하다.
07시 15분 지도상의 세번째 철탑을 지나고 08시 우측으로 휘어지는 갈림길이다.
포도산 삼거리 마음 같아서는 정상에 다녀오고 싶지만 접어야 한다.
포도 아니지 산포도 머루가 많이 나는가? 아니면 포도 같이 생겨서? 궁금하다.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지 않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
08시 25분 잘 닦여진 비포장도로인 박짐고개에 내려섰다.
넓은 공터에 건축 자재들이 어수선하게 쌓여 있는 것이 철거한 현장사무실인가?
아니면 앞으로 통행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하여 휴게소라도 지을 것인가?
궁금증을 뒤로 하고 건너편 가파른 절개지를 힘겹게 오른다.
계속 되는 가파른 오르막 오늘의 난코스가 바로 후반부에 있었나 보다.
08시 55분 올라선 봉우리 길은 좌측으로 꺾이고 잠시후 헬기장을 통과한다.
또 다시 가파르게 올라치며 명동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09시 10분 올라선 명동산(812.4m) 정상 사방이 확트여 시원스럽다.
지나온 정맥길과 나아갈 산줄기 확연히 들어나고 상쾌한 바람 가슴 서늘하다.
정상 바로 밑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통신안테나가 서서 바람을 가른다.
안내기에 제시된 시간 보다 훨씬 앞당겨 진행되고 있음에 여유를 부려본다.
계속되는 가파른 오르막 내리막을 오르내리며 봉화산을 향한다.
다행히 길지 않다는게 덜 힘들게 하고 진행도 빠른 것 같다.
10시 10분 허물어진 돌담 속에 겨우 모양새 갖춘 봉수대를 지난다.
숲으로 둘러 쌓여 올리는 봉화불 잘 보일지 의문이고 역사의 현장 잘 복원되길 빈다.
계속되는 오름길 잠시후 10시 15분 헬기장을 이고 있는 봉화산(793m) 정상이다.
어느 산악회에서 봉화산 793m 라는 비닐 코팅된 종이 표지판을 매달아 놓았다.
정성스럽게 써 붙일 때엔 자료를 찾아서 했으련만 그래도 그 정성 고맙기 그지 없다.
종종 지명이나 산이름등 우리가 접하는 각종 자료들이 헷갈릴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들고 있는 지도상이나 여타 산행기에 보면 733m로 나오는데 구구각색인 모양이다.
하기사 아직도 왜놈들이 만들어 놓은 지적도를 사용하고 있으니 오죽하랴만...
국사 국토지리 뒷전이니 남의 나라 역사 제것 제땅이라 우기는게 아니겠나...
자기나라 역사 지리 홀대하고 어찌 영원히 이어지기 바라겠는가?
나 또한 자유롭지 못하니 무어라 말하리오만 어쨋거나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니 넓은 농지가 보인다.
좌측으로 가파르게 떨어져 조금 내려오니 임도 사거리에 도착한다.
낙동정맥 영양 제6구간 황장재 임도사거리 25.6km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10시 40분 밭 사이로 난 농로를 걸어 내려오며 다음구간 다시 올라올 것을 걱정한다.
두리번 두리번 구경도 하고 계곡물에 땀도 씻고 하삼의 마을에 도착하니 11시 20분이다.
고냉지 채소밭에 주는 거름 때문인가 지금은 청정계곡이라 말하기 어렵겠다.
누런 황토 흙을 드러내 놓고 아파하는 낙동정맥 그래도 어쩌겠나 사람이 먼저인 것을...
잃어버린 우리 역사 특히 상고사 그리고 우리땅 이론 정리부터 제대로 되길 기원한다.
지금까지도 갖고 있는 우리역사 우리땅 빼앗길 판이니 제발 그나마 지켜지길 빌어본다.
이번 구간도 구름 약간낀 개인 날씨에 능선에 부는 시원한 바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반부 능선의 굴곡이 심하지 않아 약간 수월했던게 후반부의 어려움 도움이 되었다.
힘의 안배가 장기전에 큰 힘이 된다는 것 여실히 증명해 준 구간이였다.
뜨락에 오시는 모든님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요.
그리고 늘 건강하시고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십시요.
첫댓글 여전하시네요...오늘도 덕분에 낙동정맥 14회에 (간접)참여했습니다...올 농사는...지금쯤 옥수수 2회차 먹기 시작하겠지요...지난 주 청태산 어느 자락에서 옥수수 먹고 왔습니다...정말 죽이더군요...쩝쩝
3년 전에 그래도 호젓했는 데...평창봉평은 그야말로 장터였습니다. 메밀국수 묵사발 전병을 맘껏 먹고(식당) 입이 아프도록 옥수수 (어느 집에서)먹고 지금도 먹으려 올 가을에 한 번 더 갈까 심사숙고 중
낙동정맥 구간 산행하심을 박수로 짝ㅉㅉ..왜넘들이 물러간지가 언제이던가 아직도 왜정때 지적도라니요..높은자리에 앉아서 입씨름들만하니 뭐가 되겠습니까..항상 별집님 뵈올때마다 존경스럽습니다..더더욱 건강하시고 담 산행도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태풍에 농사 피해가 없으셔야 할텐데..
여전히 열씨미 등반 다니시는군요..그러니 물론 건강하시리라 믿습니다..농사 역시 잘 짓고 계시겠지요..
평창 봉평,,,고등 시절 무전 여행 하던 추억이..... 별집 님 화이팅,,,,,,
별집성님 화이팅..정말 멋쪄요..건강하시구 가을 만끽하시구요..
벼르던 제사에 물도 못떠놓는다더니 제가 그짝입니다 팔봉산행이 어렵게 되었네요 별집님 산행기로 참여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