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이 저가에 의약품을 구매할 경우 보험상한가와 실구입가 차액의 70%를 인센티브로 받게되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시행으로 주판알 튕기기에 한창이다.
저가구매 도입 병원, 수십억~수백억대 '돈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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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도입한 병원들은 수십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전망이다. |
시장형실거래가제가 처음 적용될 것이 확실시돼 관심이 쏠렸던 부산대병원의 연간소요약 입찰은 94개 품목의 1원 낙찰이라는 결과를 가져와 업계를 경악케 했다.
이어진 경북대병원과 전북대병원 등의 입찰에서도 1원짜리 투찰가는 반복됐다. 이들 병원은 이번 입찰을 통해 수십억원의 인센티브를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대병원은 약 600억원 규모의 연간 원내 사용의약품 구매를 통해 60억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국적사와의 막판 가격 조율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지만 1원짜리 품목이 많은데다 일부 품목은 50%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15% 정도 저렴하게 구입했을 것이란 추산이다.
400억원 규모의 전북대병원과 약 500억원대의 경북대병원도 15~20%정도 낙찰가격이 하락해 40~50억원 가량 인센티브를 챙길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함께 경희의료원은 연간 소요약 620억원의 구매 할인율이 17% 수준으로 약 70억원 이익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시장형실거래가 적용 이후 진행된 입찰에서 대부분의 병원이 10~20%정도 저렴하게 의약품을 구매한 사례를 단순 대입할 경우 2천억원 이상 규모의 삼성병원과 아산병원, 세브란스, CMC, 서울대병원 등 이른바 '빅5'는 150억~200억원까지 인센티브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병원들, 제약에 견적서 요구…입찰방식도 다변화 시장형실거래가 도입으로 달라진 입찰 풍경 중 하나는 납품 견적서 등장이다.
이미 입찰을 진행한 경희의료원을 비롯해 삼성병원과 아산병원, 건대병원, 이화의료원, 고대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제약사에 납품 견적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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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말부터 병원들의 연간 소요약 입찰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
내달 입찰을 앞두고 있는 K병원 담당자는 "제약사별로 어느정도 선에서 약품 공급이 가능한지 사전에 알아봐야 병원측에서도 윤곽을 잡을 수 있다"며 "견적서를 바탕으로 입찰 리스트 변동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사의 경우 보험약가의 90%까지 싸게 공급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다국적사는 10%내외를 고수하고 있다. 제도가 다국적사에게 유리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에 따른 견적서 요구와 함께 입찰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수의계약으로 연간 소요약을 구매했던 사립병원들이 입찰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
업체간의 경쟁을 유도해 의약품을 더욱 싸게 구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개경쟁 입찰은 물론 경희대의료원처럼 일부 도매업체들을 지정한 후 입찰을 진행하는 방식도 출현했다.
제약사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약값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입찰을 택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면서 "제약사간의 경쟁, 납품 도매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다양한 입찰방식이 도입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삼성병원 등 입찰 숨고르기…연말 지방병원 입찰러시 무엇보다 연간 소요약 입찰규모가 2천억원대에 이르는 아산병원과 삼성병원이 연간 소요약 입찰을 앞두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병원은 강북까지 합하면 입찰 품목수가 3천여개에 달하며 아산병원은 2200품목으로 추산된다.
이들 병원은 지난 8월부터 시장형실거래가제를 적극 검토하고 견적서를 요청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지만 1원 낙찰과 불공정 거래에 대한 문제제기, 오리지날과 주사제 등 품목의 가격 조율 등의 문제로 주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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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가 주승용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입찰계획 현황' |
삼성병원 관계자는 "견적서 접수가 완료되지 않아 입찰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안에 진행할 수 있을지, 납품도매와 연장계약을 체결해야할지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아무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계약) 파기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붙여 기존 도매와 6개월 연장계약을 체결했다"며 "추이를 지켜보면서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전국 70여곳의 병원이 입찰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올해 말까지 납품계약이 종료되는 병원이 많은만큼 이달부터 지방병원 위주의 입찰이 대거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입찰 품목수가 1천개가 넘는 경찰병원과 인천시의료원, 강원대병원, 군산의료원, 안동의료원 등이 올해 말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며 서울대병원과 보훈병원이 내년 초에 연간 소요약을 입찰에 붙인다.
대형 사립병원인 세브란스와 CMC, 백병원 등은 거래도매와 내년 8월까지 계약돼 있어 타 병원들의 추이를 살펴본 후 저가구매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약국, 제약 등에 저가구매 의사타진…실효성 낮아병원들이 시장형실거래가제도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반면 약국은 제도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저가에 약을 구입해 조제할 경우 출혈경쟁은 물론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수 있어 문전약국 위주로 단속에 힘쓰고 있다.
이와함께 일부 시약사회에서는 병원과 약국간 불공정거래를 문제삼으면서 제약협회 및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일률적인 저가공급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특히 부산시약사회는 복지부에 민원을 넣는 등 시장형실거래가제에 대한 문제제기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부산시약 관계자는 "제도시행 한달만에 병원과 약국 본인부담금 차이로 약국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있고 병원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저가납품을 조장해 유통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등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중외제약이 거래 문전약국을 대상으로 제네릭 의약품을 직거래할 경우 기준 약가의 최대 50%까지 할인 공급하겠다고 밝혀 약사회를 긴장케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공식적인 영업정책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중외외에도 저가공급 의사를 밝히는 회사가 출현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어 내부적으로 유사사례를 수집하겠다는 방침이다.
약사회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저가구매나 공급이 불법이 아닌 이상 제약사들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은 공급가를 공개해 전체 약국이 동일한 가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전약국 "저가구매 검토" vs 동네약국 "약값격차 우려" 월 평균 거래량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문전약국들은 직영도매를 설립하거나 공동구매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직영도매의 경우 금융비용 합법화와 맞물려 낮아진 백마진을 보전하는 방법으로는 설득력이 있지만 약값을 싸게 공급하는 대안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약국으로 유통되는 의약품 비중이 전체시장의 60%로 적지 않은데다가, 상품명 처방하에서 약가인하를 감수하고 저가에 약을 공급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즉 직영도매와 거래를 한다고 하더라도 도매에서 약국으로 공급하는 가격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공동구매도 검토중이지만 약품 구매량 노출과 약국마다 사용품목의 차이가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의 대형병원 문전약국 L약사는 "아직 문전약국들도 저가구매와 관련해서는 움직임이 없지만, 당장 원내조제 약값과 원외조제 약값의 차이가 발생해 민원이 제기되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겠느냐"면서 "저가구매 가능성은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동네약국들은 시장형실거래가제에 무관심하면서도 본인부담금 격차 발생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서울 동작구 K약사는 "동네약국은 거래규모가 적은데다가 상품명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해당사항이 없는 제도"라면서도 "병원약국, 문전약국과 약값 차이가 발생한다면 출혈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서초구 주택가 약국 J약사는 "거래량이 큰 문전약국은 도입해 볼만한 제도겠지만 약국간의 과당경쟁이 발생하고 자칫 공멸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많다"며 "약사회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