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이라 얘기할 수 있을까.
누군가 말해주기 전에는 숨어있는 그림이 보이지 않는 착시효과 처럼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진실이
이 세상살이에도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
김신혜.
바닷가 작은 시골 마을의 출신으로 홀로 상경해 고단한 삶을 이어가던 그녀는 꿈 많은 24살 아가씨였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돈을 벌어 두 동생의 용돈도 챙겨주는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기도 했고,
어린 시절 이혼한 엄마를 대신해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아버지도 잘 보살폈던 효녀였어.
신혜씨는 14년전, 여느때 처럼 고향에 가던 길에
돌연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시신 앞에는 자동차 방향 지시등도 깨져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사망자의 몸에서 출혈은 물론 눈에 띄는 외상도 발견되지 않았어.
아버지는 사고가 아닌 살인사건의 피해자였어.
다음날 경찰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한 사람은 바로
아버지가 주검으로 발견된 날 밤 고향에 내려온 큰 딸, 김신혜 였어.
김신혜가 마을 입구 검문소를 통과한 시간은 '새벽 한 시경'
그런데 30분 거리에 있는 할머니 집에 도착한 것은 4시간 뒤였어.
그 4시간의 알리바이가 석연치 않았던 거야.
부검 결과, 아버지 몸에서 알콜과 함께 검출된 것은 '독실아민' 이라는 수면유도제 성분이었어.
김신혜씨는 모든 범행을 자백했어.
수면제 30알을 갈아 양주에 섞어 아버지에게 권했고,
그것을 마신 아버지가 숨지자 길가에 버리고 갔다고 했어.
경찰 수사 결과.
사건 두달전 김신혜씨는 아버지 명의로 무려 여덟개의 상해 보험에 가입 해놨다는 것이 밝혀졌고,
뿐만 아니라 김신혜씨의 시나리오가 일종의 살해 계획서였던거야.
진짜 범행 동기는 아버지가 자신과 여동생을 성추행 했기 때문일까?
김신혜씨는 경찰 앞에서 모든걸 털어놓았어.
자백을 한 뒤, 현장검증에서 김씨의 모습이 좀 이상했다고 해.
당시 수사 기록에도 김신혜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며 현장검증을 거부해
'임의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고 돼있어.
이 후 검찰조사와 법정에서도 김신혜씨는 계속 무죄를 주장했어.
하지만 대법원에는 무기징역 형을 선고했고 김신혜씨는 수감 된 뒤에도
국가기관과 시민단체, 언론사 곳곳에 자신은 억울하다며 끊임없이 탄원서를 보냈어.
조작된 자백이었다며 14년간 무죄를 주장하는 김신혜씨.. 또 다른 진실이 숨어있는 걸까?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
숨 지기 전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큰 딸 신혜가 온다고 자랑도 하셨대.
함께 마시던 친구들이 전부 돌아간 뒤에도 혼자서 술자리를 이어가셨어.
자정에는 지척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 찾아가 괜한 시비를 거셨고 (술에 취하면 으레 있는 일이었대.)
이것이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목격담이야.
수사 보고서에 기록된 김신혜씨의 행적이야.
고향에 내려오기 전 김신혜는 미리 모아두었던 수면제를 숟가락으로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들었어.
그리고 곱게 갈아놓은 수면제와 양주 한병을 들고 귀향길에 올랐어.
늦은 밤, 집에 도착한 김신혜는 술에 취하지 않는 약이라고 속여 아버지에게 양주를 건넸고
아버지는 연거푸 두잔의 술을 마셨다고 해.
그리고 아버지가 차를 가져왔으면 드라이브를 하자고 해서 함께 집을 나섰대.
어느 순간 아버지의 움직임이 멈추었고 (3월 7일 새벽3시)
김신혜는 인적이 드문 버스정류장으로 가 있는 힘껏 아버지를 밀어냈고
그렇게 차가운 길바닥에 숨진 아버지를 버려둔 채 할머니 집으로 돌아갔다고 해.
그런데 아버지 장례를 치르던 중 신혜에게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사람이 있었어.
바로 신혜의 고모부야.
경찰이 신혜를 의심하고 있는듯 해 신혜를 따로 불러내
조심스레 얘기를 건넸더니 놀랍게도 아버지를 살해 했다고 자백을 해왔대.
큰아버지와 고모부는 신혜를 고모 집으로 데려와 이야기를 나눴대.
이후 고모부는 관할 경찰서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수 문제를 상의했대.
자수를 하러 온 신혜의 모습에서 석연치 않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어.
김신혜는 그날 밤,
아버지와 드라이브를 한 적도, 함께 술을 마신 적도 없다고 주장해.
심지어 고향에 도착해 아버지를 만난 적도 없다고 해.
김신혜의 주장은 애초에 고향에 갈 생각은 없었는데 남동생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려왔대.
마을 입구 검문소를 통과한 뒤 휴대폰이 없던 김신혜는 공중전화로 할머니 집에 전화를 걸었다고 해.
전화를 받은 여동생은 조금전 술취한 아버지가 할머니 집에 와 실랑이를 벌이다 돌아갔다고 알려줬어.
술 취한 아버지는 가족 모두가 피하고 싶은 대상이었어.
혹시 술에 취한 아버지를 마주칠까 싶어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고향에 내려오면 만나곤 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해.
김신혜의 할아버지는 손녀의 억울함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하고 계셔.
또 하나 의아한 점은 수면제가 섞인 술을 마셨고 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드라이브를 가자며 2층 계단을 내려왔다는 점이야. 이게 가능한 일일까?
결국 밝혀진 증거는 하나도 없어.
김신혜는 왜 남동생이 범인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여기서 우리가 잊고 있던 사건의 또 다른 주인공이 있지.
성추행의 당사자로 지목 됐던 여동생, 지혜씨야.
같은 상황에 대해서 가족간의 정 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묘한..
둘 중 한쪽은 거짓을 말하고 있어.
의심을 샀던 보험 가입은 아버지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아버지를 위해 여러 보험을 비교해보고 싶었던 신혜씨가
영업사원 면전에서 계약을 거절하는게 어려워 금방 해약하려는 마음으로 계약을 했대.
실제로 8개의 보험 중 이미 3개는 해지 된 상태야.
게다가 향후 해지시킬 빌미를 만들기 위해 아버지의 장애 사실을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어.
결국 동기 없는 존속살해인걸까?
"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김신혜가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십니까.
아니면 어느 정도 합리적인 의심이 간다고 판단이 되십니까.
김신혜는 무죄를 뒷받침할 증인이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도 당연히 그녀의 무죄를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마땅히 기존 사법부의 판단도 존중합니다.
다만, 우리는 14년간 무죄를 주장하고 있을때는 어떤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을 했고, 자신의 얘기를 들어달라는 호소에 귀를 기울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정말 무죄인지 유죄인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그토록 원하는 재심, 다시 한번 심판을 받을 기회를 줄 수 있는 상황인지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녀에게 다시 한번 심판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
신혜씨는 여전히 자신의 운명을 바꾼 14년전의 기록과 싸우고 있어.
신혜씨의 얘기를 더 들어보려는데
돌연 교도소측에서 면회를 불허하기 시작했어.
잘못된 방법으로 얻어낸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까
그런데 변호인 접견이 한차례 진행된 이후 교도소 측에서 변호인에게 공문을 보내왔어.
재심은 먼저 청구를 한 뒤, 법원의 판단에 의해 재심을 결정하는 절차로 이루어지는데
이 중 청구 단계에서 변호인과 시간 제약이 있는 일반 접견만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
재심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도 좁은 길과 높은 턱에 가로막혀 있는 것 같아.
"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사실상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입니다.
법원이 지금처럼 지나치게 재심 사유를 엄격하게 운영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상의 재심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무려 36년간 성폭행 살인 누명을 썼던
정원섭 목사가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때 재심 판결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 14년간의 '억울하다'라는 외침을 충분히 경청할 시간을 다시 한번 가져볼 것인가.
이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법의 안정성 보다는 법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따라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법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구현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헐 고모랑 고모부는 뭐야? 검찰에서 귀찮아서 빨리 끝내고 싶어서 걍 만만한 여자애넣어버린건가 아님 고모부가 뭐가있나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