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넷째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면.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요한 18.33-37)
전 재산 3만 원을
가경웅 신부. 미리내 천주성삼성직수도회 서울분원 지원장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우리에게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이 세상의 진정한 왕이심을 경축하기 위한 날이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어떤 모습의 왕이셨을까?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모습의 왕이셨다.
어렵고 벙들고 힘없는 이들에게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돌아가시기 전날에는 당신 자신의 몸과 피마저 제자들에게 내어주셨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랑을 보여주셨기에 진정한 왕이 될 수 있었다.
어느 본당의 보좌신부 시절.
월요일 새벽미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제관 밖으로 나가보니 고등학교 1학년 친구 한 명이 울고 있었다.
어제 주일까지만 해도 함께 청소년 미사를 하며 웃고 떠들던 친구였다.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진로를 두고 부모님과 밤새 다투다 집에서 쫓겨났다는 것이다.
친구는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인데 부모님은 반대하신다며....
새벽미사를 얼른 마치고 아침을 먹였다.
그리고 차에 태워 학교까지 데려다주면서 움츠려있지 말고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지갑에 있던 3만원을 탈탈 털어 그 친구에게 주었다.
그 3만원은 그 당시 내 전 재산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 본당을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누구지? 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바로 그 친구였다. 너무나 반가웠다.
성인이 된 그 친구를 만나던 날.
그 친구가 내게 책 한 권을 줬다.
그 책 안에는 3만원이 꽂혀 있었다.
이 3만 원 그때 신부님이 저한테 주셨던 돈이에요.
이 돈을 보면서 어려운 일이 있어도 참고 이겨냈습니다.
지금은 서울의 큰 식당에 요리사로 있어요. 기쁘고 고마웠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냥 내어주길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내어준다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그리고 주님의 사랑은 미사에 녹아있다.
우리가 예수님의 몸과 피를 영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돌아가시기 전날까지도 당신 자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심으로써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신덕분이다.
내어주는 사랑. 바로 이것이 예수님의 삶이셨다.
그리고 그 모습으로 인해 모든 이들의 진정한 왕이 되실 수 있었다.
이제 곧 대림 시기라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그런 만큼 올 한 해가 지나가기 전에 내어주는 사랑을 할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그럴 때에 진정한 이 세상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가
이 세상에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