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족 만들기〔5〕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강력한 ‘힘’ -공감적 경청
정지선 (부부, 가족상담심리전문가)
여기저기 심리상담이나 강의를 하고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고 수용해주며 공감해주는 그 단 ‘한사람’이 없어 그리도 많이 불행해하고 외로워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한 사람을 찾아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신앙을 갖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한사람의 부재로 인한 불행이 깊은 만큼 반대로 한 사람의 진정한 ‘공감’이 갖는 힘은 매우 놀랍다. 오랜 세월 겹겹이 쌓인 분노를 녹이기도 하고, 깊은 슬픔을 걷어내기도 하고, 심한 긴장과 불안을 풀어주기도 한다. 진정한 ‘공감’은 한 사람의 내면에 편안한 여백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관계에서 ‘공감적 경청’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공감적 경청>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공감적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에 일어난 것 그대로를 명료하게 이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듣는 것이다. 단순히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전념을 다해 ‘상대’를 듣는 것이다. <공감적 경청>의 핵심은 단순히 말의 내용을 잘 알아듣거나 어떤 반응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려는 태도 그 자체다. 즉, 상대에 대해 어떤 판단과 평가적 견해를 갖지 않고,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도 내려놓고, 상대의 마음에 일어난 경험 그대로를 수용하고 존중하며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공감적 경청>의 방법은 상대의 말에서 드러나는 줄거리, 생각, 비언어적인 단서나 행동 중 어느 한 가지 요소에만 초점을 기울이기보다, 그런 모든 표현들을 그대로 보면서 그 이면에 상대의 마음에 일어난 느낌과 욕구(요청)에 주의를 기울여 추측하고, 그 추측을 상대에게 말하여 직접 함께 확인하면서 듣는 것이다.
<공감적 경청>의 가장 중요한 비결은 상대의 말을 내 존재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상대가 나에게 어떤 비난이나 평가를 하는 경우, 그 판단이나 비난은 그 사람의 좌절된 욕구를 비극적으로 표현한 것 일뿐 ‘이것은 나 개인을 향한 공격이 아니다.’ 라고 알아차리자.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비결은 해법찾기 보다 공감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힘듦을 호소할 때 우리는 대부분 구체적인 해결책을 줌으로써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상대가 원하는 것은 해결책보다는 진정한 ‘공감’일 경우가 많다. 상대도 이미 그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내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길 기대하기보다는 오히려 내 힘든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진정한 공감’은 한 사람의 부정적 감정을 완화시키고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음으로써, 문제에 처한 사람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힘을 갖게 해준다. 해결책을 의논하는 것은 충분한 공감 후 상대가 요청할 때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
우리는 충분히 상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고, 공감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졌으나 실제 상대를 공감하는 데는 방해가 되는 반응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공감이 아닌 반응, 공감을 방해하는 반응
1. 충고하기/수리공의 모자를 쓰다.
"자, 그러니까 고민할 게 뭐있어? 일단 전화해서 물어 보면 되잖아.”
"그런 문제라면 이 책을 봐, 여기 아주 잘 나와 있어.”
"그래,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뭐 방법이 없는데 어쩌라구.”
2. 분석/설명하기
"네가 너무 성격이 예민한 것 아니니?”
"남자들이 원래 별 뜻 없이 그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어.”
"그런데, 내가 보기엔 어머니에 대한 네 감정이 그 여자한테 옮겨진 것 같아.”
3. 바로잡기
"아니야. 그건 네가 생각하는 것하곤 달라.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야.”
"그 사람이 오해한 것이 아니라 네가 오해한 것 같은데.”
4. 위로하기
"살다보면 다 그런 일도 겪는 거지. 네 잘못은 아니야."
"너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어."
"일이 더 나빠질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다."
5. 내 얘기를 들려주기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나는 어떤지 알아? 우리 애들은 더 엉망이야.”
"네가 어떻게 느낄지 알아. 그 마음 이해하지. 나도 그런 일을 겪었어.”
6. 감정의 흐름을 중지/전환시킴
"그렇게 풀죽어 있지마, 좀 웃어봐."
"후회해봐야 할 수 없잖아. 그만 잊어"
7. 동정/애처로워하기
"아휴. 정말 안됐네.“
"어쩌다 그런 일이 다 생겼니, 불쌍해라"
8. 조사하기/심문하기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지?"
"너는 그래서 어떻게 했니?"
"왜 전화를 안했어?"
9. 평가/교육
“네가 너무 소심한 것 아니니? 그럼 너만 손해지."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네가 이해를 해. 그깐 일로 말을 안 하면 어떡하니?”
10. 동일시/동감(같은 감정을 느낌)
“야! 나 같으면 안 참는다. 너 어떻게 가만히 있었어. 그럴 땐 화를 냈어야지.”
“나도 너랑 똑같은 느낌이 들었을 거야.”
“정말 마음이 아프다. 흑흑 (같이 울음).”
11. 동의하기/맞장구치기(편 들어주기)
“그럼, 네 말이 맞는 말이지. 네 남편 정말 못됐다. 인간이 어떻게 그러냐.”
“그러게. 내가 보기에도 너무 했다.”
“그럴 때 밉지. 미운 게 당연하지. 미워해도 돼. 괜찮아.”
12. 지적 이해
“그 사람이 그렇게 했다면 너도 화가 날만 했겠다.”
“두려워서 그랬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렇게까지 두려워 할만한 건가?”
13. 한 방에 딱 자르기
"됐어 그만 좀 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왜 그러니?"
"알았으니까, 내 얘기 좀 들어봐"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힘듦을 호소했을 때, 상대가 위와 같은 반응들을 보였다고 상상해보자. 대부분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거나 더 답답한 마음을 안게 될 것이다. 이런 저런 반응이 다 도움이 안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우선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나’라는 존재를 잠시 잊는다. 모든 감각을 온전히 상대에게만 집중한다. 상대에 대한 어떠한 판단이나 평가도 내려놓고, 그저 상대의 느낌과 표현되지 않은 욕구(요청)를 추측해본다. 이때 가급적 추측이나 질문의 형태로 묻는다(예: “--했겠구나.” "--한 것을 원하시나 봐요?"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나봐요?" "--한 바람이 있었을 것 같네요." “--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그래요?” “--하고 싶었나봐요.”) 설령 틀린 추측을 했더라고 상대에겐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상대의 공감적 반응을 통해 자신도 혼란스러운 자신의 내면을 정리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공감’ 을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상대와 함께 하고자 하는 태도이다. 오늘 당장 가까운 사람의 얘기에 <공감정 경청>을 시도해보자. 물론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 또한 ‘비폭력대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점점 더 좌절을 느껴 답답한 마음이 크다. 실습을 통해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학습과 나눔이 되어야하는데, 이렇게 지면을 통해 평면적인 전달을 하려니 한계가 많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보지 못한 것보다 본 것이 조금이라도 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을 믿기에 오늘도 꿋꿋하게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