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지난 2008년 6월 대구에 위치한 N한약국과 S한약국은 양한방 혼합 일반약을 판매하다가 대구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적발됐다.
이들이 판매한 품목은 한풍제약의 진통제인 모두펜, 엑스콜과 한국신약의 콜펜S정, 해금골드액 등으로 대구청은 이들이 판매한 품목이 일반약으로 해당 한약사의 판매행위는 면허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적발 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들 한약사들에게는 아무런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사례2] 지난 7월 서울의 S보건소는 약사감시 과정에서 관내 한약사가 개설한 약국에서 진열장까지 갖추고 수십종의 일반약을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다.
보건소가 적발한 약국에서는 동화약품의 후시딘, 동국제약의 마데카솔·오라메디연고·훼라민큐, 삼일제약 아이투오점안액, SK케미칼의 트라스트, 태평양제약의 케토톱 등이 저장·진열돼 있었다.
S보건소는 한약사가 면허범위를 넘어 일반약을 판매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복지부에 약사법 위반 여부를 질의했지만 복지부에서는 여전히 별 다른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한약사 일반약 판매 행정처분 불가…"약사법 미비 원인"
그 동안에도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가 일선 보건소를 통해 종종 적발돼 왔지만 실제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위법성 여부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에 대한 불법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판매한 일반약이 면허범위에 있는 한약제제에 해당하는 지를 따져봐야 하지만 현재는 모든 의약품이 일반약과 전문약으로만 구분돼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행 약사법 제2조 제2호는 한약사를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하고 제6호를 통해 한약제제를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해 제조한 의약품'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한약제제를 별도로 구분하고 있지는 않다.
더욱이 약사법 제20조 제1항이 약사와 한약사 모두에게 약국 개설권을 부여하면서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의 위법성 판단은 더욱 모호해 지고 있다.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한 약사법 제44조 제1항을 역으로 보면 약국 개설권을 가지고 있는 한약사는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충분히 해석될 수도 있다.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를 적발한 S보건소는 "약사법 미비로 한약사가 모든 일반약을 판매해도 규정위반이 아닌 듯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한약제제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일반약 중 한약제제 구별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복지부 "한약·양약제제 구분 규정 없다…식약청이 따져보라"
사실상 복지부도 현행 약사법 상으로는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 논란을 해소하기가 쉽지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그 동안 복지부는 일선 보건소와 식약청의 한약사의 면허범위를 규정해 달라는 요청에 한약제제와 양약제제의 구분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식약청이 한약사가 판매한 일반약이 한약제제에 해당하자는 지를 판단하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2008년 대구 N한약국 등의 처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식약청이 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구하자 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해당 품목의 성분 및 함량, 작용기전, 사용목적 등을 토대로 식약청이 한약제제의 정의에 부합하는 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현재는 한방의약분업이 이뤄지지 않아 한약제제와 양약제제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약사 일반약 판매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은 올해 국회의 국정감사 요청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현재까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 행정처분 가능 여부를 묻는 국회의 질문에 복지부는 "한약사의 약사업무 범위를 면허범위로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면서도 "일반약 판매에 한약사의 면허범위 적용에 대한 법 해석에 대해 현재 신중히 검토 중에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약국가 "한약사 일반약 판매는 위법"…약사-한약사 경쟁 우려복지부의 모호한 입장과 달리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에 대해 일선 약국가는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7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한약국 및 한약사 개설 약국이 일반약 판매에서 자유로워 질 경우 불가피하게 한약국과 약국이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 같은 시각은 지난 2008년 서울시약사회가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를 비판하며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당시 서울시약은 성명을 통해 "한약국에서 일반약을 판매한다는 발상에 약사 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한약사의 올바른 업권정립을 지지해 왔지만 이 같은 경거망동이 또 다시 재연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빚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J한약국이 있는 S구약사회도 "한약국의 일반약 판매 문제로 내부 회의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면서도 "회원들은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한약사회는 일선 약사들이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 문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약사제도 일원화의 시발점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한약사회 이재규 상근 부회장은 "일반약 판매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회원들에게 인지시킨 부분은 있다"면서도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는 약사제도 일원화라는 목표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약사로 한약사 고용"…한약사-약사 면허범위 모호복지부가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에 대해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일선 현장에서는 약사와 한약사의 업무 영역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약국에서는 한약사를 관리 약사로 고용해 일반약 판매 이상의 업무를 시행하거나 한약사가 약국을 개설해 관리 약사를 고용한 후 야간시간에는 조제업무까지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약국가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경기도약사회는 지역내 A한약국에서 한약사가 관리약사를 고용한 후 약사가 퇴근한 이후에는 조제업무까지 수행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청문회까지 진행한 바 있다.
반대로 올해 중순 인천 지역에서는 Y약국 개설 약사가 관리약사로 한약사를 고용해 의약품 등을 판매하다 보건소의 단속에 적발돼 한 차례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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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와 관련해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 |
더 큰 문제는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를 기점으로 약사와 한약사의 면허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양 직능이 갈등 관계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가 확산될 경우 약사들은 한약사가 직능 범위를 침범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할 수 밖에 없으며 독립적 영역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한약사들은 약사들이 한약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6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체계 연구를 통해 "한약조제약사로 인해 한약사는 독자적인 기능이 없다고 할 수 있다"며 "한약조제약사의 한약 취급영역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또한 약사 사회 일각에서는 약대 6년제 시행과 맞물려 6년제 약사와 4년제 한약사가 동일하게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약사와 한약사 간의 형성평 문제까지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려 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