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살아실 제
딱 한번만이라도 물어볼 걸.
"그때 왜 그렇게 하늘나라에 가고 싶어하셨어요?"
엄마 쉰 중반
내 나이 세 살 무렵.
엄마의 고향이 하늘나라였을까.
무척이나 하늘나라를 가고 싶어 하셨다.
선녀와 나뭇꾼 동화에선
선녀가 아이 둘을 데리고 떠났으니
울 엄마가 그 선녀는 아니었을테고
그러면 그 선녀랑 같이 목욕하러
내려온 선녀의 친구였을까.
"베리꽃, 어디 갔니?"
동네방네 딸을 찾아다니시던 엄마가
나를 발견하자 마자
황급히 안으시더니
엄마의 바지속으로 나를 넣으시며 말씀하신다.
"저 하늘좀 보렴.
선녀들이 우리를 데리러 왔구나.
빨리 올라가자."
엄마가 가리키는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만 둥실둥실 떠가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팔을 저으시며
날으는 시늉을 하시지만
우리 모녀는 계속 땅 위에.
1차 하늘나라 전입신고는 실패했지만
쉽게 포기하실 엄마가 아니었다.
다음은 나를 안고
높은 마루에서 뛰어내리신다.
아마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어깨에서 날개가 나와
훨훨 날게 되리라 생각하셨나보다.
당연히 마당으로 굴러떨어질 뿐
여전히 하늘나라는 멀기만 했다.
그 후부터 엄마는 하늘나라 이민의 꿈을 접으셨다.
그 엄마의 그 딸이라고
나도 훨훨 날고 싶은 모양이다.
날아서 갈 수 있으면 엄마계신 하늘까지라도.
내 운동 종목은 왈츠이다.
한번 왈츠를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훨훨 난다.
엄마 살아생전 그토록 가고 싶었던 하늘나라를
조금이라도 엿보고 싶어서
까치발을 하고 오늘도 내일도
훨훨 날고있나 보다.
카페 게시글
삶의 이야기
선녀와 왈츠
베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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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2
25.03.08 23:44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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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렇지요
왈츠의 그 구름위를 날으는 느낌을 받지 못한분은 이해를못하시죠
그 어려운거 왜 배우냐 하실듯
요즘은 발바닥도 아프고 꾀가 생겨서
다른 종목은 쉬고
주로 모던만 하고 있어요.
날다 보니
그 시절 그토록 날고
싶어하시던 엄마생각이 문득 나네요.
어디를 가든 혼자는 아니고 딸을 데려가시려고 하셨나봐요.
어머니가 그리우실 땐
왈츠를!
그 엄니에 그 딸이 아니랄까 봐서리~ㅎ
존밤요~꽃님^^
엄마가 날개옷을 잃어버리셨나봐요.
보관좀 잘 하시지.
날개옷없이 무슨 수로 날겠어요.
엄마의 꿈을 제가 대신 이뤄드리고 있네요.ㅎ
좋은밤입니다
오늘 저도 상상의 날개를 펴고요
맑고 구름한점 없는 하늘을
날아 가보고 싶읍니다
오늘도 무조건..
행복하십시요..ㅎ
결국은 하늘나라로 가실걸 왜 그리 빨리 가시려고 애쓰셨는지
살아계실 때 한번도 물어보지 못했네요.
그나저나 올빼미는 안돼요.
빨리 잡시다요.
갑자기 웬 하늘나라 타령이유?
엄마가 어무청 보고 싶은게베! 우리 베리꽃 언니께옵서!
베리꽃 언니가 하늘나라로 가 버리면 청풍명월의 꿀이장 님께선
홀아비가 된당께요.
아무리 어릴 때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까지도 궁금함이 남아 있어요.
엄마가 왜 그러셨는지.
이 세상 끝까지
아니 하늘나라까지 함께 데려가고 싶었던 딸을 두고
어찌 혼자가셔서 소식도 없는지
봄이 오니 더 그립네요.
@베리꽃 기렇치만 하늘나라에서
자유부인, 베리꽃 언니의 삶을 지켜보구 있을 껍니다.
네 지금 하늘 나라계신가요?
결국은 하늘나라로 가셨네요.
한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좋은 글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현실에선 일어날 일이 아닌 영화같은 얘기지요.
그 시절 엄마는 많이 힘드셨나봐요.
그 이유를 한번도 못 물어보았네요.
잠시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만약 어머님과 함께 하늘나라로 올라가 선녀가 되셨다면
여기 카페에서 뵙지 못하게 될뻔 했습니다.
이 역시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랬나봐요.
선녀들은 엄마를 데리러 왔으면
끝까지 기다려 주던가.
아마도 엄마혼자 데려가려고 했었을까요.
모두가 미스테리극장이네요.
유 재석 나오는 프로에서 춤을 배워 나왔는데
왈츠 배운 개그멘이 젤 못 하였어요
왈츠가 젤 어렵거든요.
춤 중에 젤 어려워요.
베리꽃님
좋은 운동 하시네요.
저는 왈츠가 제일 쉬웠어요.
저마다 타고난 소질이 있나봐요.
그 덕에 기왕이면 즐겁게 운동하고 삽니다.
@베리꽃 우리 서울에 거시기 도 화수목 왈츠를 수년 배우고 있습니다.
다라 하나는 튼튼하게 지니고 있었습니다.
저는 춤은 전무합니다.
진작에 동종업계로
진출해야하는걸
뒤늦게 눈 떠
따라가보려니
힘이 많이 딸립니다..ㅎ
종지기소녀에게
엄마가 주신 선물이 아마도
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마음껏 펼치시고
시연 훔쳐 볼 기회를 나눠주세요..
동종업계로 진출하신 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세월이 선물이라고
조금씩 열심히 하다 보면 제가 요석님을 훔쳐보는 날이 올겁니다.
일흔 여든에도 가볍게 날아봅시다.
아니 이렇게 좋은 상상력으로 ,한편의 동요를 쓰셨네요
그 훌륭한 언어의 창조와 상상력 ,삶방의 이야기가 아니라 문학의 방입니다
훌륭한글에 찬사를 보냄니다
점수 후하게 주시는
담임선생님같은 평을 해주셨네요.
'참 잘했어요.'
도장 꾹 눌러주시던
마음좋은 국어선생님이
바로 만장봉님이십니다.
언제까지나 건강하셔서 수준높은 글 자주 부탁드립니다.
햐~~가벼이 훨 훨 날수 있는 베리님
처음 알았을 때는 깜놀이었는데
지금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ㅎ
흉내조차 힘든 날아보기
부럽기만 합니다
이쁜 정아님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훨훨 나시는 모습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저는 그저 운동삼아 시작한지 벌써 십 수 년이 되어 쪼매 날고 있습지요.ㅎ
언젠가 베리님 왈츠를 봐야 하는데 그날이 언제 올까 아직 허리 홱홱 돌아 갈 때 봐야는데
어짜노 한시가 급하네
글 속에 모든 의미와 한이 섞여 있구랴 어짜겠노
엄마의 한을 어린 딸이 어찌 알았으리요.
마음을 한번도 내비치지 않으시고
바위처럼 살다가신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