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게시판에서 아들러라는 분이 쓰신건데
너무 잼있어서 퍼왔슴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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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3시경의 을지로입구역은 늘 인파로 넘쳐나는
명동에 연결되는 전철역치고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나는 신도림 방면 전철을 기다리기 위해 청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꽂고 서 있다가 내가 플랫폼으로 내려오기 바로 전에
떠났던 겐지 전철이 좀처럼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뒤켠의
빈 벤치로 다가섰다.
마침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나보다 한 걸음 앞서 벤치
한가운데 자리잡고 앉으려다 다가서는 나를 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앉았고, 나는 나를 배려해 준 40대 남자에게
속으로만 감사를 표하며 자연스레 왼쪽 귀퉁이에 걸터
앉았다.
그러고 나서 기둥에 부착된 광고판을 보기도 하고, 혹
늘씬한 여자가 근처에 있나 싶어 두리번 거리기도 하며
하릴없이 앉아있었는데..
내 오른 편에 앉아 있던 40대 남자가 갑자기 자리가
불편하다는 듯 몸을 잠깐 들썩이다가 이내 오른 쪽으로
기울여 왼쪽 엉덩이를 살짝 드는가 싶더니 그 상태에서
"뿌우우욱~~~~" 하고 긴 효과음을 내며 방귀를 뀌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다시 살짝 들었던 엉덩이를 벤치에 붙인 후,
본래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가 정면을 응시하는 거다.
나는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 그것도 생판 모르는 사람이 바로 옆에 앉아 있거늘,
그나마도 내 반대쪽인 오른 쪽 엉덩이를 들어 뀌는 것도
아니고 내 쪽을 향해 그 더러운 엉덩이를 들어 방귀를
뀌어대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니!
그 40대 남자가 너무나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방귀를 뀌고
나니까 오히려 당황스러운 쪽은 나였다.
그 상황에서도 그 남자가 민망하고 무안한 마음이 들까봐
인상을 찌푸리고 코를 막는 시늉을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으니 이것 참 야단이었다.
그래서 내가 취한 행동은 나 또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표정 변화 없이 그 방귀 뀐 40대 남자쪽으로 보낸
시선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반대편으로 이동
시킨 후, 혹시라도 역겨운 냄새를 맡게 될까 염려돼
수영할 때 배운 '음~파!' 호흡법(코로 내뱉고 입으로 들이
마시는)을 티 안나게 하며 당면한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
하면서 참으로 많은 상념에 잠기게 되었다.
나와 방귀는 무슨 원한관계라도 있는지, 얼마 전 주말에도
이와 유사한 일을 겪었더랬다.
아내와 딸아이를 데리고 관악산에 가볍게 올랐다가 내려와서
부근의 관악도서관에 들려 책 좀 읽다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체구가 제법 큰 사내가 도서관과
아파트 사이의 한적한 도로 위에 서 있다가 하필이면 내가
그 바로 옆 인도를 지나치는 순간,
'뿌르르륵 뿌웅~쀵뀌리링~"
(가능한 내가 직접 들었던 소리를 그대로 묘사하고 싶었으나
글로는 그 소리를 똑같이 흉내낼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하는 소리를 내며 물방귀를 뀌어댔던 것이다.
그 소리는 또 얼마나 컸던지 무심코 걸어 내려가던 내가
깜짝 놀라 그 쪽을 쳐다 보자 역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태연자약하게 서 있어 오히려 쳐다본 나만 뻘쭘해 졌었다.
거기에 서서 아까부터 뀌고 있었던 걸 우연의 일치로
하필이면 내가 지날 때 제일 세찬 방귀를 뀌었던 것인지,
그 놈이 싸이코라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때 맞춰
혼신의 힘을 다해 터뜨려 버리고는 시미치 뚝 떼고 있었던
것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아무튼 일주일간 두 번씩이나, 그것도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방귀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하고 보니
내 가치관에 혼돈이 왔다.
남들 앞에서 방귀 뀌는 것은 죽을 만큼 창피한 일로 알고
있던 내게, 낯선 사람 앞에서 방귀를 세차게 뀌어놓고
이토록 자연스럽고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는 두 사람의
용기있는(?) 행위는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조차 없게 만들었으니까.
본의 아니게 낯선 이의 방귀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적은
비단 이 번 뿐만은 아니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밀폐된 공간에서 소리는 나지 않고
냄새만 심하게 풍기는 방귀 때문에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면서도 짐짓 모른 척 해주던 일은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이 수도 없이 겪어왔을테니 굳이 소개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몇 해 전, 회사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러 사람이 서서
기다리고 있는 도중 역시 주위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방귀를 뀐 50대 아저씨.
그날은 내 인생에서 손으로 꼽아볼 만큼 재수 옴 붙었던
날이었음이 분명했다.
하필 그 아저씨 뒤에 바짝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나는 바로 내 얼굴 밑에서 들려온 전혀 예기치 못한
방귀 소리에 흠칫해 잠시 정신이 멍한 상태가 되느라
미처 피하지 못한 채 제자리를 지키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 짧은 찰나를 놓칠 새라 -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 고약하고 해괴하며 기이한
구린내가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살아가라고 조물주가
만들어 주었을, 내 소중한 코구멍 속으로 사정없이
후벼 파고 드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억!"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나 또한 장이 좀 안좋을 때, 제법 심하게 구린 내 방귀
냄새에 손사래를 친 적이 어찌 없었겠는가만은 감히
그 아저씨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대체 무엇을 먹었길래 그리 고약하다 못해 현기증마저
느껴지는 역겨운 구린내를 풍기는지.. 3년간 묵힌 썩은
고구마와 보리밥을 먹었다친들, 아아~ 인간이 어찌 그런
냄새를 생산해 낼 수 있으랴.
내 곁에 있던 아주머니 한 분도 나와 거의 동시에 그 냄새를
맡았던 것인지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며 황급히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코를 싸 막고는 몇 걸음 옆으로
걸어가고 나서야 그 아저씨를 무서운 눈초리로 째려보았
으나, 아저씨는 누가 옆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태연히 현재
엘리베이터가 몇 층에 있는지 알려주는 상단의 디지털
숫자판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날의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그 후로 길을 걷는 중에
어떤 아주머니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면서
'뿡뿌르르르 뿡뿡뿡!'
하고 박자를 맞추듯 방귀를 뀌어대며 걷던 특이한 사건도
이제는 머리를 쥐어짜야 간신히 떠오를 정도의 평범한
기억으로 머무르고 있을 정도이다.
거기에 비해 나는 어떤가.
물론 아내 앞에서는 연애 기간 중 참고 참았던 방귀를
보상이라도 받자는 심사였는지는 몰라도 결혼하자마자
쉴 새 없이 방귀를 뀌어댄 것은 사실이나, 친구들이나
친한 사람 있는 곳에서 참지 않고 장난처럼 뀌어대기를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내의 일일 정도로 평소 자기관리가
철저했던 나였다.
그러니 하물며 낯선 사람 앞에서 방귀를 대놓고 뀐다는
것은 꿈에서조차 꿔본 일이 없는 것이 당연지사.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성인남녀라면 기본적으로 괄약근을
옴찔대며 방귀를 참아내거나 때로는 조금씩 표 안나게
배출할 수 있는 조절 능력을 갖추었으리라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큰 소리의 방귀를, 주위 사람
신경쓰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뀌어댄다는 것은 작정하고
뀌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으리라.
백 번 양보해 위에 소개된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방귀가
뿜어져 나왔다고 치자.
그렇다면!
인두겁을 쓴 자라면!
최소한 자신의 느닷없는 실수에 부끄러워 하는 시늉이라도
내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혹 '방귀를 참으면 몸에 해롭다'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참으라 했나.
말인즉슨, 지인들과 가족들 앞에서 그러는 거야 한 번
웃어 넘길 수 있지만 적어도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는
일부러 작정하고 뀌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지켜야 할 기본 예절이라는 뜻이다.
정히 참고 참다 실수로 삐져 나온 것까지야 누가 뭐라
하겠는가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버스, 전철, 엘리베이터 등 밀폐되고
사람 많이 모인 장소에서 누군가 나처럼 때 아닌 봉변을
당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단지 생각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정신이 아찔해져 온다.
아아, 대한민국의 모든 작정하고 뀌는 방귀쟁이들이여!
당신을 포함해 당신의 딸, 아들, 아내, 친구, 부모가
밀폐된 공간에서 낯선 이의 방귀 냄새를 맡아야 하는 곤욕을
치르는 모습을 떠올려 보고 그들이 받는 고통을 부디 조금만
헤아려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신성한
코구멍은 깨끗하고 맑은 공기를 듬뿍 들이마시며 건강하게
살아가라고 만들어진 것이지, 밀폐된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이
뀐 방귀를 통해 배출되는 형용할 수 없는 구린내나 맡으라고
만들어진 게 아님을 명심하길.
카페 게시글
유쾌방
이 땅에 방귀쟁이들에게 고함! (네이트에서 읽다 너무 웃겨서~)
조아요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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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220
05.01.21 18:32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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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너무너무너무 ....자세히도.. 적어주셨군-┏
하릴없이=할 수 없이 할 일 없이 와 같은 뜻이 아닙니다.
3줄요약 필수
푸하하하하하하하~ 우껴 죽는줄 알았어요~묘사가 정말 절묘한걸~ㅍㅎㅎㅎㅎㅎㅎㅎㅎ
좋은 생각, 풍경 이런 잡지에 있는 글같다........
ㅋㅋㅋ 뿡뀌리링;;ㅋㅋㅋㅋㅋㅋ
↓요약부탁
ㅋㅋ 무슨 남학생이 쓴 줄 알았더니 아저씨였잖아용.ㅋㅋ 아저씨가 쓴글인데 웃기다,ㅋ
↑글쓴이는 대충 암.↓요약부탁
방귀를 가려서 뀌자 끝
↑요약반사
'뿌르르륵 뿌웅~쀵뀌리링~" <-올인.ㅋㅋㅋㅋ
이건 요약보단 -_-저 글의 절묘한 표현에 감상하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자 모두함께 스크롤바를 올리세요-_-!!!!
나도... 학생이쓴건줄알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줌마가 박자에 맞춰 방귀를 꼈다는 그 명장면 꼭 보고 싶은데...어떻게 생각하시오?↓
재연해드리겠습니다.
ㅎㅎ넘 잼잇게 썻네요... 난 골목을 걷는중 내앞에 가는 한 할아버지가 방구를 심하게 뀌던데..거리가 좀있엇찌만..그소리 좀 불괘했뜸..ㅋㅋ 군데 냄새까지 맞은 저분은 오죽했겠습니까? ㅋㅋ
방구뀌고 부끄러워하자.
뿌르륵 뿡 쀵뀌리링 대박임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