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자꾸 어디론가 도망가는 날
컴퓨터 앞에 앉아도 티브이를 보아도 마땅찮다.
도서관으로 달려가 단박에 읽어버릴 듯이 들떠서 빌려온 책마저도
눈이 자꾸 밖으로 도망간다.
군입 거리 옆에 놓고 영혼 없이 멍을 때리는데
띠 문자가 왔다.
어제저녁 동네 친구와 밥 먹고 이차 가자 하여 나갔다가 늦게 문자 봤어.
그런데 청소하는 일 설렁설렁하는 줄 알았는데 좀 힘드네.
지난 한주가 어떻게 지났는지 정신이 없었어.
힘들어도 좀 지나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친구야 고마워. 문자 넣어주고. 대충 이런 문자였다.
이제는 쉬어야 할 나이에 무료하다면서 소일거리를 찾다가
아파트 청소일을 시작했다는 친구의 말에 안쓰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했다.
평소 그냥 지나치던 아파트 청소 아주머니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내 친구도 일하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친구가 생각났다.
어제저녁
“일은 익숙해졌어? 안 하던 일이라 힘들지.
잘할 것이라 믿지만 매일 생각이 났어.”
문자 몇 마디에 눈물이 났다니
전화하고 싶어도 처음 하는 일 괜스레 마음이 산란할까 봐 꾹 참았다
얼마 전 티브이 다큐멘터리에서 586세대들의 성장과 변화에 대해서 재조명이 되었다.
요즘 MZ세대들이 들으면 이해가 가지 않을 이야기였다.
나 역시 가난한 시절을 보냈지만,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았다.
버스 안내양들의 애환을 그린 프로그램이었다.
시대의 주역이었던 그 여자의 마지막 말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때 그렇게 일을 했음에도 이제 살만한데 손자를 보거나 일을 한다고 했다.
일이 몸에 배어서 아무것도 안 하면 불안하다. 일할 수 있는 건강을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래,
치열하게 산 것이 어디 그대들만이겠소.
사람, 사람 만나 이야기해보면 사연 없는 사람 있을까만
허허 웃으며 옛이야기 하지만 또 세월이 흐른 뒤에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문밖으로 도망간 눈 잡아다 빌려온 책 날자 어기지 말고 읽자 읽어.
첫댓글 에구 그러게나.
건물가진 사람도
그랜저타고 파출부 다닌다던데
진실인지는 몰라도
일이 몸에 베인 사람은
일을 해야 행복한가 보네요.
글쓰기 좋아 하는 사람은
하루라도 손 놓고 있으면
자신이 퇴보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
도망간 눈 달래서
어여 빌려온 책 읽고 행복하세요. ^^
그러게요.
친구 말이 모두 멋쟁이 분들이랍니다.
아직은 좌충우돌하지만 매우 긍정적인 친구지요. 친구가 속히 익숙해졌으면 좋겠어요.
ㅎㅎ모든 인간은 죽는 날까지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사는 것
그게, 곧 생의 의무이니까요...
네~
일에도 의무가 있거나 생계가 있을수도 아니면 남는 시간의 활용법 같은것
모든것이 현실에 직면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마인드겠지요.
건강만 허락한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생활할만큼(넉넉하지는 않지만) 연금을 받기에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2년간 백수였다가
2024년 3월 4일부터 아파트 2개단지 택배(2시간~ 2시간 30분 소요)하는데
하루 5~6,000걸음 걸으니 건강에 도움 되고요.
70만원 배달비 받으니 용돈 빵빵하구요. 완존 일석 2조더라구요.
두 발로 걸을 때까지가 진정한 삶입니다.
지팡이, 유모차(미는 것), 휠체어나 전동 휠체어 탈 정도면 완존 인생 황혼기라고 봐야 될 겁니다.
장수의 비결은
무엇인가 하자(적당한 운동, 취미생활이나 자기 체력 자기 수준에 맞는 일),
나누자(재능을 갖고 계시다면 재능기부로, 돈이나 재물이 넉넉하다면 동기간, 친인척, 이웃사촌간에 나누자),
배우자(죽는 날까지 배우는 게 사람이라고 하죠).
이 세 가지라고 합니다.
저도 장수의 비결은 움직임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집에는 시간만나면 잠을 자는 사람이 있답니다.
먹고자고 마치 신생아처럼요.
바퀴장님 글 그대로 잠자는 머리맡에 큼직하게 써놔야 겠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일을 열심히 하는분들도 많더라구요
친구분 대단하시네요
아파트 청소 힘드실텐데요
큰 박수 보내드립니다
네~
저도 그 친구로 인해 청소하시는 분들을 예사로이 안보게 되었어요.
저마다 다 사연은 있겠지만 이제부터는 멋진 분들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동정이 아닌 멋쟁이요.
봄이오면 눈이 문밖으로 도망가지요...
무리하지 마시고 눈이 가는대로 놔두어도
괜찬을 것 같습니다.
통 집중이 안되는 날들이 많아집니다.
나이가들어서 점점 단순해지는 것같아요.
아침에 먹은 마음 낮에 변하고 다시 저녁에는 다잡아보는데요
그런 횟수가 자꾸만 늘어가요.
비온뒤님 말씀대로
그냥 놔두어 보겠습니다.
가출한 눈과 생각을
잘 설득해서 독서를 시키셨는지요.
책이 머리맡에 있으면 숙제가 되더군요.
친구가 '채식주의자"를 선물로 주었는데
읽지는 않고 부담만 되네요.
도통 책이 눈에 안들어오고 글도 안써지는 때가 있지요.
눈인지 마음 때문인지 잘모르겠습니다.
베리꽃님 글 읽을 때마다 놓아던 글을 끄적여봅니다.
글이 참좋아요.
어쩌다 들어오지만 님의 글은 꼭 읽고갑니다. 왕펜이예요.
자주 들어오도록 하겠어요.
이렇게 직접 글 참여도 해보니 소통도 되고 위안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집에서 독서를 못합니다
웬수같은 숏츠나 유튭에 눈이 박혀서리 그래서 책을 들고 조용한 찻집을 가곤하지요
단 몇줄이라도 읽으려면 집을 떠나야 합니다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무궁무진하거든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