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생명 문예 공모전 시상식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기산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제2회 생명 문예 공모전 시상식을 12월 14일(월) 오후 2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개최했다.
□ “살아 숨 쉬는 모든 이 두 번째”라는 주제로 올해 공모전은 수필부분에서 일반부와 청소년부로 나뉘어 실시됐고, 특히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들과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
□ 일반부에서는 △생명상에 이준범(내가 사람이기에) △평화상에 김동화(소중한 생명), 유미영(‘삶’을 말하는 세상을 위하여) △정의상에 이신창(모든 피조물을 위하여), 김윤식(사형은 국가가 저지르는 또 다른 살인)씨가 받았다.
□ 청소년부에서는 △생명상에 김예은(따뜻한 눈물의 기회) △평화상에 라유진(사형제도에 대한 진솔한 고민 또는 자신의 생각), 한진규(인권과 생명은 모두에게 소중한 것!) △정의상에 이유리(사형제도), 채주희(사형제도 폐지에 대하여)양이 받았다.
□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국민들과 함께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지난해에 생명단편시나리오 공모전을 실시한 바 있고, 2010년에는 단편소설 공모전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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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총평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청소년부 생명상을 수상하게 된 경주 근화여중 김예은 학생의 [따뜻한 눈물의 기회]는 중학교 1학년의 사고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형제도, 생명존중에 대한 깊고 넓은 접근이 인상적이었으며 사형제도의 다양한 문제점들과 피해자들의 입장까지 고려하는 균형잡힌 시각 속에서 사형제도의 폐지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평화상을 수상한 양정중학교 2학년 한진규 학생의 [인권과 생명은 모두에게 소중한 것]은 흉악하고 잔인한 범죄들을 없앨 수 있는 길은 사형제도 같은 극한 형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인권과 생명은 다 똑같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리게 하는 것뿐이라는 성숙한 결론을 가져온 것이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역시 평화상을 수상한 신성여고 1학년 라유진 학생의 [사형제도에 대한 진솔한 고민]은 매우 논리적이고 잘 정리된 본인의 의견이 담겨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검사가 꿈이라는 라유진 학생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성장해 온 생명과 인권, 사형제도에 대한 본인의 고민을 진솔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정의상을 수상한 진해여고 1학년 이유리 학생의 [사형제도]는 사형수에 대한 따뜻한 정서적 접근을 하였고 사형집행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기에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렸고 인권 공부에 대한 열정도 읽을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역시 정의상을 수상한 성의여중 2학년 채주희 학생의 [사형제도 폐지에 대하여]는 비록 잔혹한 범죄자들에게 선고될 사형제도는 유지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솔직한 심정을 담았지만 원고지에 연필로 빽빽이 써내려간 글들에서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반부 생명상은 대구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준범씨가 수상하시게 되었습니다. 신종플루와 교정당국의 사정상 오늘 시상식에는 함께 하실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사람이기에...]는 한순간의 판단착오로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도피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재판받던 시간들 그리고 차가운 교도소 안에서 지낸 세월들, 하느님을 만나 회개하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깊은 반성과 후회를 하게 되면서 느낀 진솔한 심정이 담겨있습니다. 쉽게 죽음을 말하고 폭력을 행하는 우리들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생명의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이준범씨의 이야기는 깊게 공감이 갑니다. 수형생활이 생명이 소중한 이유, 사람이 소중한 이유를 깨달아가는 하루하루라는 이준범씨에게 오늘의 수상이 격려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평화상 첫 번째는 순천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김동화씨의 [소중한 생명]에 돌아갔습니다. 수형 생활 중 보았던 광주교도소 사형장 철문에서부터 시작된 사형제도에 대한 김동화씨의 깊은 생각은 교도소에서 만난 여러 사형수들과 사형에서 무기수로 감형된 수형자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더욱 깊어진 듯합니다. 행간에서 읽을 수 있는 삶에 대한 강한 애착 역시 김동화씨의 글을 다시 한 번 꺼내 읽게 합니다.
두 번째 평화상 수상자인 유미영씨의 [삶을 말하는 세상을 위하여]는 죽음에 대한 묵상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형수였던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그리스도의 부활을 이야기 하며 죽음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범죄는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게만 그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는 말과 우리 사회가 그 범죄가 발생하도록 방치한 책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유미영씨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들을 하나씩 일깨워줍니다.
정의상을 수상한 이신창씨의 [모든 피조물을 위하여]는 친척들을 살해했다는 살인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되었다가 다시 재심을 받게 된 육촌 형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사형제도와 살인자에 대한 절절한 체험을 하게 되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었습니다. 남다른 독서량을 알아 챌 수 있는 곳곳의 대목은 글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였습니다.
역시 정의상을 수상한 김윤식씨의 [사형은 국가가 저지르는 또 다른 살인]은 수필이라기 보다는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한편의 연구논물을 읽는 듯 했습니다. 수상작 중 가장 논리적이고 잘 정리된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필’이라는 장르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일들에서 출발하기를 기대한다는 차원에서 정의상으로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김윤식씨께서 정리해 주신 이론들과 인용문들은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의 향후 활동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수필부문의 생명문예공모는 지난해의 생명단편시나리오 공모전보다 쉽고 편안하게 도전할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고 여겨집니다. 참신하고 생기발랄한 청소년들의 글과 삶에 대한 진지하고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는 교도소 수형자 분들의 글을 많이 접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글들을 심사해야하는 심사위원들의 고충을 덜게 해주는 반가운 일들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이나 존치를 주장하는 의견들을 모두 균형있게 접하고 고민한 흔적들을 볼 수 있었으며 생명에 가치와 보편적 인권의 소중함을 깊게 이해하는 글들이었다는 점에서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의 글이 반가웠습니다. 훈련된 글쓰기를 찾아보기는 힘들었지만 오히려 이런 점들이 생명문예공모전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의 매력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허락하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와 사형폐지, 생명존중의 문화를 위해 수고해 오신 최기산 주교님, 조성애 수녀님, 이기락 신부님, 이영우 신부님 등께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생명문예공모전이 끊임없이 계속 이어져서 대중들이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생명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공모전에 참가해 주신 모든 분들과 준비해 주신 손길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2009년 12월 14일
생명 문예공 모전 “살아 숨 쉬는 모든 것 두 번째” 심사위원 일동
- 보도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