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 - 감자캐기, 방울토마토 따기 체험 후기
-개망초-
생협회원 가족분들과 또 생협 회원이 되셨으면 좋을 분들과 함께 생산지 방문을 갔다 왔다.
가는 길이 놀토(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는 토요일)라 그런지 서울을 벗어나면 바로 그 곳인
‘팔당’이 도심에서부터 막혀 2시간이란 먼 곳이 되었다.
아침을 못 챙겨 먹고 나온 회원들을 위해 생협 빵과 주스를 나눠주는 센스!
덕분에 지리함속에서도 맛있게 갈 수 있었다.
날씨는 정수리가 뜨거워 어지러울 정도로 햇볕이 아침부터 내리쬐는 한 여름 날씨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자 그리고 도로에서 지체된 시간을 메우고자
우린 전세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방울토마토가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로 발걸음을 훌러덩 옮겼다.
그 안은 덥고 습해 나가자고 애들이 보챌 만큼 후덥지근했다.
방울토마토 나무는 멀쩡한데 사람들 얼굴과 목줄기에선 싸우나에서 땀 빼듯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덥다 덥다 하면서도 500g 용기에 예쁘고 잘익은 토마토를 담기위해 부지런히 자리를 옮겨가며
머리 숙여 방울토마토를 따고 있는 모습이 억척스럽기도 하고
마치 집에서 기다릴 누군가에게 최상급으로 상납해야될 사람들처럼
필사적으로 크고 둥글고 빨간 방울토마토를 찾아다녔다.
빨간 방울토마토가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아직 덜 익은 주황색 방울토마토를
몇 개 섞어 넣기도 했고 손이 느린 애들은 마지 못해 푸르딩딩한 것도 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경쟁?속에서 누군가가 쪼글거리는 빨간 토마토가 맛이 아주 좋다고 하자
사람들은 무시하고 지나쳤던 늙은 토마토를 따서 먹어봤다.
아래쪽은 바닥을 기어가는 줄기에 방울토마토가 쪼글쪼글 메달려 있었고
우리 종아리에서 무릎정도의 높이엔 먹음직스럽게 빨갛게 익어가는 방울토마토가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눈높이 정도엔 노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렇듯 방울토마토는 한꺼번에 꽃이 피었다 한꺼번에 열매가 맺는 식물이 아니라
아래쪽에선 열매가 익어가고 위쪽에서는 꽃이 피는 화방구조로 되어있었다.
우리가 본 방울토마토는 3화방정도 크기였다.
방울토마토를 따는 방법 이라던지 화방구조를 설명해 주던 농부는 그 밭의 주인이 아니였다.
밭주인은 4대강정비사업(대운하삽질)때문에 서울시청광장에 나가셨다고 했다.
팔당 주변이 평당 8000원의 보상을 받고 9월까지 다 쫓겨날 판이란다.
게다가 작년에 촛불집회에 나갔다는 이유로 정부보조금도 끊겨 생산지 방문이 더는 유지할 수 없는 사업이 됐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라 하셨다.
유기농법이란 것이 산성화된 땅을 친환경 농법으로 적어도 10년간은 일구어야 되는 것이고
거기 농사꾼들은 땅소유자도 아닌 소작농이다. 그리 20~30년을 사셨다.
그런 그들을 점유권 인정하여 8천원 받고 다 나가라니 어찌 흙이 손에 잡히겠는가.
손톱 까지게 애지중지하며 팔당 주변을 옥토로 만들어 오신 그 분들께 너무도 억울한 처사임에 틀림없다.
팔당에 온 일차 목적을 달성한 우린 다음 일정인 감자캐기체험을 하기 위해 전세버스에 냉큼 올라탔다.
근데 방울토마토랑 감자가 옆동네 친구사이였는지 우린 금세 버스에서 내려 밭으로 걸어 들어갔다.
‘와~개구리다, 형, 개구리가 있어~’ 흥분한 아이들 목소리에 갑자기 여기까지 데리고 온 보람이 생겼다고나 할까.
내 어깨가 쫙 펴졌다. ‘많이 보고 느끼란 말이야 이것들아, 우린 땐 개구리, 맹콩키, 두꺼지 이런 거 많이 보고 자랐단 말이다 이것들아~’ 개콘 분장실 안영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감자 생산자께서 감자 줄기와 잎을 낫으로 제거를 해 논 상태여서
우린 그저 땅속에 숨겨 논 보물 찾듯 호미로 슬슬 땅을 파서 감자를 주어 담기만 하면 됐었다.
다 짜 놓은 각본대로 감자는 나오기 마련인데
감자 하나 하나 손에 움켜쥘 때 마다 아이들의 표정은 개선장군과 같았다.
지렁이며 딱정벌레며 감자 말고도 여러 가지 이쁜 것들이 나왔는데 땅이 건강히 살아있다는 증거들이다.
우린 밭에서 2kg의 감자를 챙겨 나왔다.
감자 밭 옆 개천에서 뜨거운 발을 좀 식히고 가마솥 밥을 먹기 위해 버스에 다시 올라탔다.
산자락 끝에 밭도 있고 나무가 우거진 한적한 곳에 야외수업하기 딱 좋은 장소가 있었다.
우린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피해 된장국과 나물 비빔밥을 먹었다.
고기식단에 익숙한 애들은 나물이 즐비하게 테이블에 놓여 있는 걸 보더니 악 소리를 낸다.
‘고기 없어요?’ 식당 개 삼년해도 나물 무치기는 어렵다는 걸 아는 난 나물을 보는 순간 애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회는 찬스! ‘지대로 한번 먹어주마’. 그런데 고기를 찾던 애들이 가마솥 밥을 받아 오면서 낼름 낼름 혀로 밥을 맛보더니
다섯 가지 나물에 고추장 넣고 쓱쓱 비며 잘도 먹어치우는 것이었다. 한 그릇 더 먹어도 되냐고 묻길래 ‘당근이지’ 답을 해주고
난 반성했다. ‘역시 내 요리솜씨가 문제였군. 애들이 나물을 안먹었던건-_-’
후식으로 누룽지며 감자가 나왔지만 배가 불러 먹을 수가 없었다.
밥을 먹었으니 쉬어가는 꼭지로 ‘퀴즈 퀴즈’를 진행했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탕 하나에, 귀이개에
목메는 모습이 어찌나 우끼고 귀엽던지. ‘냉장고에 참기름과 들기름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섞으면 어떻게 될까요?’
정답은 ’엄마한테 혼난다 입니다.’ 난 이 넌센스 퀴즈가 젤 재밌었다.
생산자의 즉흥 제안으로 우린 산지에서 배추를 살 수도 있었다. 한통에 천원씩 주고.
감자도 배추도 덤으로 더 주는 장사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산지까지 찾아온 조합원들에 대한 생산자님들의 애정표시가 아닐까.
방울토마토에 감자에 배추에 차 트렁크에 가득 싣고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있는
한강물환경연구소로 견학을 갔다.
요구르트 한 병에 900리터의 물이,
컵라면 국물은 300리터의 물이,
기름 한 방울은 3천 리터의 물이,
우유500ml엔 2700리터의 물이 소비된다고 한다.
라면국물보다 유제품 정화시키는 데 물이 몇 배 더 든다는 사실이 놀라왔고 그보다 기름 한 방울 정화시키는 데
내 머리론 가늠도 안되는 3천 리터가 든다는 사실에 기름기는 꼭 종이로 닦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꽃위를 걷는 듯한 곳, 석정원은 심신이 피곤하여 한강물환경연구소 앞뜰에서 대신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토끼한테 풀도 먹이고 물놀이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어른들은 그냥 바닥에 긴의자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낮잠을 잤다.
가는 길은 그리 막히더니 올 땐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생협에서 15000원 내고 감자캐기 체험 간다고 할땐
무슨 감자를 캐는데 돈을 내느냐 돈을 받아야지 했는데.. 가보니 그게 아니였다.
오늘 느낀 행복지수를 돈을 환산한다면 음~ 한 20000? 2만5천원?
한편 내년 딸기 농사도 포기하고 계신 우리 생산자님들께 힘을 보태드려야 될텐데..걱정이다.
사대강죽이기 사업을 죽여야 우리 생산자님이 살 수 있다는 거.
블러그에라도 글을 남겨 세상에 알려 달라는 말씀, 그 절박한 심정
생협회원들이 도울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첫댓글 생산지견학을 다녀온 후 저의 답답한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해주신 후기글이 있어 이곳에 퍼왔습니다. 평당8천원에 10년이상 일군 유기농사땅을 내놓고 쫓겨나야하는 그분들의 심경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기름정화에 페트병 150개분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도 놀라왔구요.
서울 경계선 밖으로만 나가도 자연이 저래 살아있네요. 10년이상 흙땀 흘린 농부에게 8000원이라니... 4대강 삽질, 쳐죽일넘들입니다.(쪼끔 과격해졌심다. 지송)
지송하긴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그나저나 농부님 사연이 딱하네요...
우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