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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쿨투라 cultura (월간) : 11월 [2025] 제137호 쿨투라 cultura (월간) : 11월 [2025] 새창이동
편집부 작가 2025년 10월
책소개
11월호 Theme ‘굿즈’
『쿨투라』 11월호 테마는 ‘굿즈’이다. 우리는 왜 어떤 것을 ‘갖고 싶다’고 느끼며, 또 왜 그것을 손에 넣음으로써 위로받는가. 응원과 기억, 취향과 책임, 그리고 삶의 어딘가에 남겨두고 싶은 흔적들. 굿즈는 그 모든 감정의 모양과 무게를 품고 있는, 가장 작고도 밀도 높은 문화의 언어다. 이번 호는 굿즈가 오늘, 우리의 문화와 삶을 매개하는 방식을 바라본다.
목차
갤러리
08 강수미와 ‘함께 보는 미술’ | 조각이 야누스가 될 때: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_강수미
16 전시 | 보는 것을 넘어 느끼는 예술로 .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기획전 《감각의 서사》 _박예진
22 전시 | 영화음악의 물성매력에 빠지다 . 《디깅 사운드트랙》 _이주승
인터뷰
26 애드리언 그런버그, 밀라 요보비치 “〈프로텍터〉는 ‘액션이 곁들여진 드라마’입니다” _설재원
테마 굿즈
46 이토록 친밀한 굿즈 _한유희
50 영화를 기억하고 소유하는 방식 | 영화 굿즈가 말하는 오늘의 극장 _송석주
54 기억을 품은 새로운 문화향유의 수단 _백제나
58 마음이 들쑥날쑥한데요? _이지혜
62 취향이라는 사치 _한석준
66 자연이 주는 대로, 전통을 입혀서 _올리비아
문학
70 작가가 만난 작가 | 기준영 소설가 _고승철
76 에세이 | 책임이라는 각오 _함은세
80 시조 안테나 | 또랑광대의 물구나무 인생 - 이달균 시조 「또랑광대의 노래」 _이송희
82 새 시집 속의 詩 | 배인숙 손수남 류성훈 김해솔
영화·드라마
86 드라마월평 | 배우 고현정 옆에 한석규 옆에 이영애 옆에 -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신사장 프로젝트〉 _김민정
92 영화월평 | 시간의 폐허 위에서 .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와 미국 신화의 잔해 _최소담
102 미쟝센단편영화제 | 반가운 재개, 새로운 도약 _이정훈
106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 다양성과 자긍심의 축제, 경계를 허무는 퀴어 시네마 _신승필
리뷰
110 제60회 잡지의 날 | 잡지, 116년의 시간 위에 선 60번째 축제의 날 _해나
114 이영주콜렉션 30주년 기념 패션쇼 | 변치 않는 오뜨꾸뛰르의 정신 _손희
118 공연 | 부조리한 세계에서 몸으로 존재를 묻다 - 국립현대무용단 〈코레오 커넥션: 서울〉 _박영민
122 북리뷰 | 류 모니카 『병원 밖 세상』, 박재연 『두 번째 미술사』 안보윤 『종말 같은 외로움 속에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책 속으로
이 회고전은 전시 공학의 차원에서 한 예술가의 미학적 세계를 집대성한 크고 다층적인 규모와 시각 장치의 스펙터클을 통해 총체성을 이뤘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보 이 각자가 작품의 미시적 요소까지 내밀하게 보게 되고, 지극히 사적인 기분으로 작품에 연루되는 단자(monad)의 성질 또한 갖췄다. 전시에 갖춰진 이와 같은 양가적 성격 혹은 양가적 생리는 앞서 핀치의 다큐멘터리 속에서 부르주아가 (아마) 무의식적으로 표출한 자신의 밀고 당기기 성향과 연관 있어 보인다. 이를테면 타자 초대와 방어, 자아 노출과 폐쇄, 유혹과 거부가 뒤섞여 돌았던 부르주아의 심리와 독특한 예술성이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전시의 미적 향유 체제와 결과 질을 같이 한다는 말이다.
--- p.12 「강수미와 ‘함께 보는 미술’ | 조각이 야누스가 될 때: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강수미 평론가, 동덕여대 교수) 중에서
《감각의 서사》에 참여한 6인의 작가들은 저마다의 신체와 세계를 매개로 감각의 흔적을 시각화한다. 곽요한 작가는 신체적 제약과 사회적 고립의 경험을 화면에 드러낸다. 삶의 균열과 긴장은 화면 속 구조물과 공간으로 표현되며 존재의 경계에 선 자아가 고립된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그의 작업은 붕괴와 단절의 감각을 환기하면서도 내면 깊숙한 고독과 불안을 사유하게 한다.
--- p.17~18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기획전 《감각의 서사》 | 보는 것을 넘어 느끼는 예술로」(박예진 기자) 중에서
2025년 소비자 트렌드 중 하나는 물성매력이다. 손에 잡히는 사물의 질감과 감각적 경험이 디지털 시대에 정서적 만족과 몰입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손끝의 촉감을 기점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은 디지털 환경에서 결핍된 감각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감수성을 일깨운다. 손끝을 통해 전해지는 촉감을 기점으로 사물을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은 디지털 환경에서 결핍되었던 감각을 채우고 그 층위를 되살린다.
--- p.23 「한국영화박물관 《디깅 사운드트랙 - 엘피, 카세트, 시디로 듣는 한국영화의 음악들》 | 영화음악의 물성매력에 빠지다」(이주승 기자) 중에서
모든 부모가 공감할 거예요.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말이죠. 아이를 낳고 나면 모두가 “순간순간을 소중히 하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긴 어렵죠. 인생은 너무 빨리 흘러가니까요. 특히 니키처럼 군인이라면, 언제나 임무 때문에 타국으로 불려가야 하니까 그 시간의 손실은 더 크죠. 아이의 성장, 가족의 일상, 그 모든 걸 놓치게 되니까요.
--- p.31 「인터뷰 - 애드리언 그런버그 & 밀라 요보비치 | “〈프로텍터〉는 ‘액션이 곁들여진 드라마’입니다” - 〈프로텍터〉」(설재원 편집장) 중에서
사랑하는 대상이 생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일들이 있다. 대상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지며, 공유하고자 한다. 일상에서의 닿는 면적이 넓을수록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속감일 수도, 일체감일 수도 있다. 결국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고 싶기에. 특히나 팬으로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 표현의 방식은 소비인 경우가 다반사다. 사랑의 양을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물화된 ‘어떤 것’들을 마주할 때, 물품은 효용의 가치를 넘어선다. 내 손으로 직접 쥘 수 있는 굿즈가 주는 얄팍하지만 충만한 행복이 있다.
--- p.46 「테마 - 굿즈 | 이토록 친밀한 굿즈」(한유희 평론가) 중에서
오늘의 영화 애호가들은 이 오래된 잠언에 새로운 항목을 하나 더 추가했다. 바로 좋아하는 영화의 굿즈를 구매하는 것. 영화 속 캐릭터가 새겨진 티셔츠 입기. 대형 영화 포스터를 방 한쪽 벽에 붙이기. 영화의 한 장면이 그려진 컵이나 접시를 주방에 두기. 이 같은 행위는 영화의 감동을 현실과 맞붙여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내는 몽타주다. 요컨대 굿즈 문화는 스크린 내부의 추상적인 감정을 스크린 바깥의 구체적인 물질로 치환하는 새로운 영화 향유 방식이다.
--- p.50 「테마 - 굿즈 | 영화를 기억하고 소유하는 방식 - 영화 굿즈가 말하는 오늘의 극장」(송석주 평론가) 중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로 국립중앙박물관 오픈런이 한동안 이어졌다. 이로 인해 박물관에서 개발한 굿즈들이 새롭게 주목받게 됐다. 사실, 박물관 굿즈에 대한 관심은 방탄소년단 RM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처음 시작되었다. RM이 포스팅한 반가사유상 복제품 굿즈부터였던 것 같다. 박물관 굿즈가 대중에게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 말이다. 굿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 전부터 여러 분야에서 꾸준히 있어 왔다. 특히, 취미의 영역과 밀접한 문화 분야에서 그렇다. 아이돌, 영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 굿즈의 영향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져왔다. 그렇게 기발하면서도 매력적인 굿즈가 탄생했다.
--- p.54 「테마 - 굿즈 | 기억을 품은 새로운 문화향유의 수단」(백제나 작가) 중에서
사람의 기분이나 마음은 순간과 같은 온도를 유지할 수 없다.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가 말했던가.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첫 번째 집에서 꼬박 삼 년을 살고 이사하는 길, 설레지 않는 것들을 몽땅 버리고 오는 길. 반듯한 섀시 사이로 양지바른 햇볕이 들고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새 집으로 들어서면서 오랜만에 봐도 할 수 없이 설레는 것들을 상자에서 꺼낸다. 마침내. 포스터를 벽에 붙이고 책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굿즈를 진열하면서 곤도 마리에에게 답한다. “설레는데요. 여전히 마음이 들쑥날쑥한데요.” 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꼭 끌어안는다. 여전히 마음이 들쑥날쑥한 채로.
--- p.60 「테마 - 굿즈 | 마음이 들쑥날쑥한데요?」(이지혜 평론가) 중에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취향을 개발하라고 권한다. 내가 취향이 생긴 후로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취향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꽉 차 있다. 어떤 종류의 취향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즐겁다는 것뿐이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취향을 갖는 게 아니다. 그저 내가 행복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뭔데 나의 취향을 평가하겠는가. 취향은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존중이다. 이번 기회에 당신 자신에게도 취향을 선물해 보면 어떨까? 거창할 필요 없다.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좋아하는 커피잔, 좋아하는 펜,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산책길. 당신만의 작은 사치를 허락하는 것. 그것이 바로 취향이다.
--- p.65 「테마 - 굿즈 | 취향이라는 사치」(한석준 아나운서) 중에서
1년 뒤, 올해 초봄이 됐어야 다시 예전처럼 해변에 앉아 명상하듯 조개를 줍는 내가 있었다. 기도 중 떠올랐던 단어 하나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노리개’. 한국의 전통미를 늘 좋아했지만, 장인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만든 조개 노리개가 한국공예품 대전 제주 예선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새 시작은 좋다. 그래서 오늘도 자연이 주는 대로, 전통을 입혀 창작을 이어간다.
--- p.68 「테마 - 굿즈 | 자연이 주는 대로, 전통을 입혀서」(올리비아 작가) 중에서
이질적인 것들이 함께 있는 순간을 맞닥뜨리면 사로잡히곤 해요. 그게 어떤 사람들일 때도, 특정한 단어들이거나 재료들, 풍경, 소리일 때도 있는데, 그렇게 뜻밖의 것들이 만나고 부딪치며 영향을 주고받는 순간을 매우 잘 포착하고 싶습니다. 또 세상이 그 사람을 무엇이라고 부르고 규정하든지 간에 저마다의 삶은 고유한 것이고, 거기 분명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어요. 누구든 혼자서는 그 신비를 알 수 없기에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것 아닐까 싶네요.
--- p.74 「작가가 만난 작가 - 기준영 소설가 | “이질적인 것들이 함께 있는 순간을 맞닥뜨리면 사로잡히곤 해요.”」(고승철 소설가) 중에서
나는 나를 분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안에 ‘내’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무지와 무의식이 분명 세상 어딘가의 누구 한 명은 해쳤으리라고 생각하며, 내가 기울이는 관심과 노력이 세상 어딘가의 많은 이들을 구해내리라고 믿는다. 주어를 다시 ‘나’ 대신 ‘우리’로 바꿔도 여전히 의견은 동일하다. 인간이 제아무리 잔혹해도, 우리는 본능적 잔혹함을 넘어설 무기인 사랑을 안다.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질 어렵고 위대한 책임이야말로 우주가 우리에게 준 선물일 것이라고 감히 확신한다.
--- p.79 「에세이 | 책임이라는 각오」(함은세 작가) 중에서
‘판소리도 못하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를 가진 제목부터가 이 시의 정조를 압축해 드러낸다. 주체는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을 품지만, 그 욕망마저도 스스로 조롱한다. 동시에 이 조롱은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광대처럼 웃기지만, 그 웃음 뒤엔 씁쓸함과 체념이 겹쳐있다. “아서라 말아라”는 타인을 향한 경고처럼 들리지만, 실은 자신에게 건네는 체념 어린 고백이다. “넘지 못할 경계”란 단순한 공간적 한계가 아닌, 사회적 계급, 예술의 위계, 혹은 자아 내부의 한계를 의미한다. ‘광대’는 궁중의 ‘어전광대’와 시장판의 ‘또랑광대’로 양분되던 존재다. 시인은 이 둘의 경계에서, 혹은 그 바닥에서 목소리를 낸다. 그는 넘을 수 없는 경계를 체념하되, 그 경계를 비틀고, 조롱한다.
--- p.81 「시조 안테나 | 또랑광대의 물구나무 인생 - 이달균, 「또랑광대의 노래」(이송희 시인) 중에서
2025년 가을은 풍요롭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가을, 수확의 계절을 맞이하였다. 배우 고현정을 시작으로 배우 이영애와 배우 한석규를 TV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우리의 마음은 너무나 풍요롭다. 여기에 배우 송중기, 전지현, 강동원, 그리고 전 세계가 사랑하는 K-김은숙 작가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복귀하였으니 올해는 풍년이다.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풍성한 가을, 아니 하루가 24시간밖에 안 된다는 걸 한탄하게 되는 아름다운 11월이다.
--- p.87 「드라마월평 | 배우 고현정 옆에 한석규 옆에 이영애 옆에 -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신사장 프로젝트〉 」(김민정 교수) 중에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몇 시인가?”라는 암구호를 반복하며, ‘지금’을 묻는다. 팻 칼훈/밥 퍼거슨은 초반에는 의욕적이면서도 나약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붉은 색 로브를 걸친 채 조바심과 무기력에 잠겨 있다. 방전된 휴대폰 충전에 대한 집착은 그가 세상과의 연결을 잃은 인물임을 드러낸다. 16년 전 혁명 조직의 암구호를 잊은 그는 그 질문의 의미를 기억해 내지 못한다. 대신 라틴계 무술 사범 세르지오 산 카를로스가 “여덟 시 십오 분이야”라고 담담히 답한다. 이 짧은 장면은 영화의 핵심을 압축한다. 혁명의 언어가 목적과 분리되는 순간, 시간은 사라진다. 그러나 그 ‘사라진 시간’의 잔재는 여전히 우리를 붙든다. 죽은 언어와 정지된 시간이 오늘의 미국을 지배한다.
--- p.93 「영화월평 | 시간의 폐허 위에서 -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와 미국 신화의 잔해」(최소담 평론가, 전주대 교수) 중에서
지난 20년의 성과와 정신을 계승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는 동시대 젊은 창작자들과의 역동적인 만남으로 한국영화의 내일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 유일의 장르 경쟁 단편영화제로 장르 불문 새로운 시각을 가진 영화를 발굴한다는 영화제의 취지에 맞춰 선보인 올해의 슬로건은 ‘What’s Next?’이었다. 급변하는 영화 산업 환경과 불확실한 생태계 속에서 익숙한 규범을 거부하고 장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실험과 도전, 그리고 불확실한 현재와 미래를 향한 과감한 질문과 탐색, 자유롭고 열린 감각으로 새로운 서사와 영화언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는 영화제의 포부가 담겼다.
--- p.102 「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 반가운 재개, 새로운 도약제」(이정훈 기자) 중에서
올해 개막작은 영국 작가 아담 마스-존스의 소설 『박스 힐』을 원작으로 한 해리 라이튼 감독의 장편 데뷔작 〈필리언〉이다. 제목이 뜻하듯 ‘오토바이 뒷좌석’을 상징으로 삼은 이 영화는 내성적인 청년 콜린과 미스터리한 바이커 리더 레이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욕망, 지배와 복종, 그리고 유머가 교차하는 영국식 감정의 문법을 섬세하게 그린다. BDSM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인간 내면의 자유와 자아의 균형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이미 유럽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폐막작은 독일의 거장 톰 티크베어 감독의 신작 〈라이트〉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된 이 작품은 독일 사회의 난민 문제를 가족의 재구성이라는 서사로 풀어낸다. 시리아 출신 여성의 입을 통해 유럽의 경계와 타자에 대한 시선을 되묻는 이 영화는, 차분하면서도 뜨거운 윤리적 울림으로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 p.106~107 「제15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 다양성과 자긍심의 축제, 경계를 허무는 퀴어 시네마」(신승필 기자) 중에서
잡지가 다시 한 번 시대의 중심으로 돌아온다. (사)한국잡지협회(회장 백동민)는 오는 10월 3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콘래드서울 파크볼룸에서 ‘제60회 잡지의 날 기념식’을 연다. 1965년 제정된 ‘잡지의 날’은 근대 잡지의 효시로 불리는 육당 최남선의 《소년》 창간일(1908년 11월 1일)을 기념하는 뜻깊은 날이다. 한 세기를 넘어, 올해로 제정 60주년을 맞는다.
--- p.110 「제60회 잡지의 날 | 잡지, 116년의 시간 위에 선 60번째 축제의 날」(해나 에디터) 중에서
〈코레오 커넥션〉은 국립현대무용단이 지역과 수도권 예술 생태계를 잇는 순환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지역상생 프로젝트다. 지역에서 제작된 동시대 무용을 한 번의 발표로 소멸시키지 않고 지속 가능한 유통 구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 창작자들은 자신만의 미감과 언어를 지켜낸 작품을 수도권 관객에게 다시 선보이며, 관객은 지역에서 비롯된 감수성과 문제의식을 직접 경험한다. 작품의 재생과 확장은 한 지역에 머물던 시선을 확장해 예술의 다양성을 실제로 체감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를 통해 지역 기반 안무가의 성장 모형을 제안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동시대 무용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 p.119 「국립현대무용단 〈코레오 커넥션: 서울〉 | 부조리한 세계에서 몸으로 존재를 묻다」(해나 에디터) 중에서
출판사 리뷰
■ 《쿨투라》 11월호 테마는 ‘굿즈’이다. 우리는 왜 어떤 것을 ‘갖고 싶다’고 느끼며, 또 왜 그것을 손에 넣음으로써 위로받는가. 응원과 기억, 취향과 책임, 그리고 삶의 어딘가에 남겨두고 싶은 흔적들. 굿즈는 그 모든 감정의 모양과 무게를 품고 있는, 가장 작고도 밀도 높은 문화의 언어다. 이번 호는 굿즈가 오늘, 우리의 문화와 삶을 매개하는 방식을 바라본다.
■ 한유희 평론가는 사랑의 크기를 시각화하는 “이토록 친밀한 굿즈”를, 송석주 평론가는 영화 굿즈가 말하는 극장의 현재를 짚는다. 백제나 작가는 굿즈를 “기억을 품은 향유 방식”으로 서술하고, 이지혜 평론가는 들쑥날쑥한 마음들이 쌓인 “삶의 궤적을 품은 비밀 상자”를 풀어낸다. 한석준 아나운서는 취향이 빚어내는 사치로운 행복을 이야기하며, 올리비아 작가는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자연과 전통을 입힌 수공예 굿즈의 세계를 소개한다.
■ 인터뷰 코너에서는 한국 제작사와 협업한 첫 할리우드 작품 〈프로텍터〉의 애드리언 그런버그 감독과 밀라 요보비치를 설재원 편집장이 만났다. 갤러리 코너에서는 강수미 교수가 루이스 부르주아 회고전 《덧없고 영원한》을 논하고, 박예진 기자가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기획전 《감각의 서사》를 전하며, 이주승 기자는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 《디깅 사운드트랙》을 다룬다.
■ 문학 코너에서는 소설집 『내일을 위한 힌트』를 펴낸 기준영 작가를 고승철 소설가가 만났고, 이송희 시인은 이달균의 시조 「또랑광대의 노래」를 소개하고, 함은세 작가는 ‘책임’이라는 마음가짐을 이야기한다. 월평 코너에서는 김민정 교수가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과 〈신사장 프로젝트〉를, 최소담 교수가 폴 토마스 앤더슨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다룬다. 또한 이정훈 기자와 신승필 기자가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와 제15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를 전하고, 손희 문화부장은 이영주콜렉션 30주년 기념 패션쇼를 리뷰한다. 해나 에디터는 제60회 잡지의 날 기념식과 프로그램을 다루고, 박영민 기자는 국립현대무용단 〈코레오 커넥션: 서울〉을 소개한다.
■ 굿즈는 ‘기억을 소비한다’는 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꺼낼 때의 작은 미소, 손끝에 닿는 감정의 온도, 사소한 물건이 건네는 용기. 그런 마음의 표정을 기록하는 도구다. 이 특집이 그 다양한 감정의 결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623374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