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산행기(일흔네번째) - 04:00 잠을 깼다. 미적대다가 스토리에 어제 일을 대충 적어놓고 04:50 알람소리로 일어난다. 오늘은 한라산에 올라가는 날이다, 어제 사온 채점식 단팥빵 두개와 냉장고에 오랜동안 들어 있어 쭈굴어진 사과를 배낭에 넣는다. 산꼭대기는 바람불고 추울지도 몰라 긴팔셔츠와 파카도 챙겨 넣었다. 우유를 끓여 마시고 05:40 아파트를 나선다. 날은 훤하게 밝아 있는데 흐리고 비가 올 것 같기도 하다. 바람은 불지 않는다. 차를 몰고 아파트를 나와 중산간도로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에서 유자차와 초콜릿을 사고 하례리 환승정류장으로 간다.이른 시간이라 길은 전세낸 것처럼 한산하다. 주차장 한 구석에 차를 세워두고 배낭을 챙겨 정거장으로 가본다. 281번이 지나가고 있다. 급한 것도 없어 차를 보내고 기다리는데 잠시 후 181번이 도착한다.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일 것 같다. 성판악에서 늦은 나이와 같이 버스에서 내린다. 늦은 나이는 산에 올라가는 것 같다.. 주차장은 가득차서 새로 들어오는 차는 돌려보낸다. 안내원은 주차장이 있는 버스정거장을 알려주고 그 곳으로 되돌아가 차를 세워두고 다시 버스를 타고 성판악으로 오라고 한다. 남자 안내원은 친절한 목소리로 말하지만 내용은 친절하지가 않다. 차를 몰고 들어왔던 운전수는 무슨말을 중얼거리면서 차를 돌려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안내원의 말대로 차를 세워두고 다시 성판악으로 되돌아올지 재수없다고 생각하고 다른데로 가버릴지는 알 수 없다. 비닐우비와 얼음물을 사려는데 매점이 없어졌다.매점만 없어진 것이 아니고 매점과 식당이 들어 있던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건물은 없어지고 잘 정리된 공터만 남았다. 산행지도원이 입구에서 큰소리로 산행시 주의사항을 반복해서 이야기해준다. 다행히 배낭속에는 오래전에 사용했던 우비가 있었다. 입구에 있는 관리사무실에서는 삼다수만 원가로 팔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는데 전작가가 버스를 타고 성판악으로 오는 중이라고 전화를 해왔다. 07:00 좀 지나 입구에서 전작가를 만나고 반갑게 인사하고 QR코드를 찍고 산으로 올라간다. 안개가 끼고 비도 조금씩 오기도 한다. 까마귀들도 여기저기서 인사를 한다. 돌길은 조금은 미끄럽다. 전작가는 스틱도 없이 앞장서서 빠르게 올라간다.전작가는 거의 20년만에 만난 것 같다. 무주 산림조합에서 머루주 루시올뱅을 만들때다. 전작가는 그 당시 산람조합 상무로 근무하여 전상무님이라 불렀다. 머루주 술공장을 기획하고 설계하였다고 하였다. 술공장에 갈 때마다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갔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동행했던 이정호사장은 3년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후 얼마 있다가 전상무는 무주산림조합을 그만두고 임실산림조합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하였다. 지금도 임실산림조합에서 근무중이고 임금피크제 해당자라고 하였다. 전상무는 글쓰는 재주가 있어 얼마전 시인에 등단하고 시집도 만들었다. 전병일 시집 제목은'거꾸로 사는 세상이 편하다'이다. 시집을 만들었다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속밭대피소에서 잠깐 쉬면서 갈증을 해소하고 산행을 계속하였다. 안개만 끼고 비는 오지 않는다. 평소에 하체단련에 정진했는지 전작가는 산에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서둘러 산행을 계속한다. 앞장서서 빨리 올라가는 전작가를 쫓아 올라가는데 숨이 차 오른다. 전작가는 임업인이라 나무들 이름도 잘 알고 관심도 많았다. 고사목사진도 찍고 마가목이니 주목이니 구상나무니 나무들 이름도 알려준다. 개활지에 올랐을 때 시원한 바람이 분다. 개활지부터 산꼭대기에 이르는 계단은 깔딱고개다. 경사가 가팔라서인지 산소가 부족해서인지 아주 힘들다. 힘이 드는 이유는 알지 못한다. 힘들게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표지목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데크에 배낭을 벗어놓고 앉아 본다. 11:00시다. 잠깐 쉬다가 갖고온 단팥빵과 김밥을 먹어본다. 꼭대기에서 오늘처럼 바람이 불지 않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날씨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 안개가 바람에 실려 날라가고 백록담이 보이기 시작한다. 늘 보던대로 물은 많지 않다. 백록담을 본 것으로 만족하고 산을 내려온다.산을 마주쳐 올라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코로나 때문인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인지 예약제 때문인지 산에 오는 사람들이 줄었다. 진달래밭 대피소로 내려와 쉬는데 꼭대기로 올라가는 통제시간이 임박했다고 몇번이고 반복해서 방송을 한다. 하절기라 13:30까지 입구를 통과하면 된다. 하산길은 멀고도 길다. 전작가의 의견에 따라 사라오름에 올라 산정호수를 본다. 여기는 물이 많이 고여 있다. 제주도에는 7개의 산이 있고 수백개의 오름이 있다. 산과 오름이 어떻게 다른지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발바닥병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작가를 따라 산을 올라가려면 체력단련에 정진해야 할 것 같다. 15:00 좀 지나 성판악에 도착한다. 매점이 없어 막걸리도 마시지 못하고 전작가와 헤어져 아파트로 돌아온다. 2021. 6.28 05:00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