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당연히 거울이 있다. 그러나 세면대 전면에 거울이 있을 뿐 사워실에는 거울이 없다. 그러다 보니 면도는 당연히 세면기에서 해야 하는데 늘 이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조심해도 비누물이 바닥에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어김없이 마눌님의 호통이 뒤따른다. "화장실에 넘어져서 다시 오지 못나오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는지 알아?", "마누라가 화장실에 넘어져서 뒷머리 다치면 좋겠어?" , 물론 작은 거울을 사다가 사워실에 두기는 했지만 뻑하면 수증기가 끼어서 도대체 사용할 수가 없다.
"내 분명히 사워실에 거울을 붙이리라"고 다짐했지만 "돈가지고 사람사고 거울사서 붙이면 못할사람 아무도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법, 어떻게든 혼자서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든중 지난 목요일 조금 한가한지라 드디어 시작했다.
그런데 첫번째 난관이 "거울을 어디서 구한다?" 였다. 우선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지만 온라인 거래를 한다는 것 뿐이고 모양도 다양하지 않다. 그런데 근무처 근처 어디에 거울집이 있는지 알수가 없어서 일단 을지로로 향했다. 을지로는 참 다양한 물건들이 있다. 전기, 수도, 변기, 문장식, 등 등 그중에서 철물점이 눈에 들어오기에 가서 물어 보았다. "욕실에 붙이는 거울을 살려고 합니다." 했더니 "거울집에 가보세요" 라고 한다. "혹시 거울집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하니 "몰라요" 다. 겨우 묻고 물어서 거울집에 갔지만 문만 열려있고 사람은 없다. 주인없는 거울가게에서 적당한 거울을 찾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2시간이 지났다. 빨리 사무실에 들어가야 윗분에게 깨지지 않는다.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오는 것으로 거울붙이기 1일차를 끝냈다.
다음날, 즉 금요일날은 세면대, 변기, 비데등를 판매하는 가게에 가서 거울을 물어 보았다. 여기는 있단다. 그런데 가격이 빗싸다. 6만원, 4만원정도인데, 마음에 들고 조건에 맞는 것(사워실 구조상 못 한개로 고정해야 하고 거울의 지름이 60cm를 넘으면 안된다)을 찾기가 어렵다. 세번째 가게에서 다소 마음에 드는것을 발견했다. 지름 60센티미터의 원형거울인데 보오미제품이다. 거기다가 가장자리가 예쁘게 컷팅되어 있다. 그래서 좀 깍자고 했다.
누군가는 "나이가 들면 말을 줄이고 지갑을 열라"고 했지만 아직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나는 어쩔수 없이 속물인간이 되어 깍자고 덤빈다. 가게 주인의 눈치가 영 아니다 이다. 겨우 2만원에 낙찰되었는데 거울뒤에 못을 고정하는 스텐레스판을 붙여야 하는데 3천원이 더 내란다. 그래서 23,000원에 거울을 사서 손에들고 사무실로 왔다.
다음날은 토요일 회사를 쉬므로 거울붙이기를 시작했다. 우선 붙여야 할 자리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또 거울뒤에 붙은 못 고정장치를 측정했다. 결과는 눈 높이보다 약 15cm정도 위에 붙이면 문에도 안걸리고 옆에 있는 비누판에도 걸리지 않는다. 그곳에 볼펜으로 표시를 하고 드릴로 타일에 구멍을 낸다. 벽에 드릴로 구멍을 낼때 늘 걱정되는 것은 "혹시 수도관을 구멍내면 어떻하지?" 하는 것이다. 다행이 수도관을 건드리지는 않은것 같다. 그리고 혹시 거울을 못에 걸다가 거울뒤가 긁히지 않도록 못 머리에 스카치 테이프를 붙인후 거울을 걸었다. 내가 봐도 참 잘했다.
다음문제는 실리콘처리다. 거울 뒷면으로 물이 스며들면 안되므로 실리콘 처리를 꼭해야 한다. 처음으로 실리콘을 사러 갔다. 실리콘을 짜는 장치가 있는 것은 17000원이고 실리콘만 치약같이 트뷰에 들어있는 것은 2800원이다. 그래서 2800원짜리를 샀다. 그리고 타일과 거울사이에 실리콘을 짜면서 빙둘러 붙인다. 그러나 이것도 만만치 않다. 위쪽은 못이 있으니 사이가 넓어서 실리콘이 그냥 밑으로 들어가 버리고 옆과 밑은 꼭 치약을 짜놓은것 같이 도톰하게 보기가 싫다. 어찌할까 고민하다. 옆과 밑은 인지손가락으로 빙돌아가면서 눌렀다. 좀 모양이 나온다. 그리고 위는 밑으로 들어간 것을 그대로 두고 굳기를 기다리가 조금 굳은 다음에 그 위에 또 실리콘을 발랐다. 그리고 또 손으로 모양을 낸다. 처음하는것 치고는 잘 됐다.
그런데 또 다음의 문제는 손가락으로 거울과 타일사이를 눌러 붙이다 보니 거울에 실리콘이 많이 붙었다. 이것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혹시나 해서 약국에가서 소독약을 한병(1000원)사와서 이 알콜을 휴지에 뭍혀서 거울을 닦아보니 거짓말같이 깨끗하게 지워진다. 다 해놓으니 흐뭇하다. 아마도 사람불러서 했으면 10만원은 들었을 텐데, 27000원으로 최고 품질의 거울을 붙였으니 돈절약하고 경험까지 얻었다.
장장 4시간에 걸친 대공사를 마치고 마누라에게 큰소리 친다. "봐라! 신랑을 얼마나 잘 얻었는지!"
저녁에는 김치찌게에 소주까지 한잔 곁들인다. 기분좋은 하루다.
첫댓글 김치찌개에 소주 ^^:: 캬 .. 쉬는 날 집안일을 한다는것은 참 힘든일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