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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동향
■ 복지부 “진료과목별 외국 의사 1명씩만 있어도 외국 영리병원 가능” 논란
○ 정부가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서는 외국 영리병원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정부는 외국인 의사 고용 의무 비율 등 설립 조건이 까다로워 외국 병원이 들어오지 않아서라고 그 이유를 대지만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조처라며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영리병원에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을 전체 의사의 10% 이상으로 채워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 영리병원이 개설하는 진료과목 가운데 내과·신경과·외과·정형외과 등 16개 과목의 경우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의사가 한 명만 있어도 설립이 가능해진다.
○ 개정안은 또 의료서비스 질 향상 등을 책임지는 ‘병원 진료 관련 의사결정기구’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외국 면허를 가진 의사로 구성해야 하고, 기구의 대표자가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앴다. 외국 병원이라지만 국내 면허를 가진 의사가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병원 진료 의사결정기구의 대표자도 국내 의사가 맡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 의사들이 많으면 그만큼 인건비도 늘어나는 탓에 외국 병원 설립이 쉽지 않은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 외국 영리병원 설립은 경제자유구역 안에 거주하는 외국인 진료를 목적으로 2002년 처음 허용됐다. 그러나 환자가 적어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004년에는 국내 환자도 진료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을 바꿨다. 이후 미국의 뉴욕장로병원과 존스홉킨스병원이 영리병원 설립을 검토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각각 2006년과 2011년 포기했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 마지막해인 2012년 10월 말에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는데, 그동안 외국병원의 외국인 의사 비율에 대한 규정이 없어 외국인 의사만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때 외국인 의사 비율을 10% 이상으로 정했다.
○ 당시 보건의료 단체들은 외국인 의사 비율을 대폭 완화한 것에 대해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만든 조처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의사가 대다수가 되고 진료 결정 기구도 국내 의사가 하게 되는데 무슨 외국 병원이냐”며 “정부가 영리병원을 도입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빚장을 풀고 있다”고 짚었다. 의료계에선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게 되면 의료비 폭등과 함께 건강보험의 존립도 위태롭게 된다고 비판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설립 조건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국내 영리병원으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 대형병원 ‘3분 진료’ 사라졌다
○ 대형병원의 외래 환자 진료시간 및 대기시간이 예전에 비해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진료시간은 4.2분, 대기시간은 12.6분이었다. 이는 ‘30분 대기 3분 진료’라는 그동안의 관행보다 개선된 것이지만, 여전히 환자들의 희망 진료시간(6.3분)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연구팀은 2013년 10월 28일~11월 17일 이 병원의 19개 진료과(감염내과 등 각종 내과, 외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를 찾은 외래환자 11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환자가 느끼는 진료시간은 5.1분이고, 환자가 만족할 만하다고 제시한 진료시간은 6.3분이었다.
○ 하지만 각 환자당 실제 진료시간은 4.2분에 그쳤다. 실제 진료시간을 성별과 초·재진으로 나눠보면, 남자 환자 4.3분, 여자 환자 4.1분이었고, 초진 환자 5분, 재진 환자 4분이었다. 외래 진료를 받기까지 기다린 대기시간은 12.6분이었다. 실제 진료시간(4.2분)과 환자가 느끼는 진료시간(5.1분)은 모두 환자가 만족할 만한 진료시간(6.3분)보다 짧았다.
○ 진료과목 중에서 실제 진료시간이 가장 길었던 진료과는 감염내과로 7분이었다. 진료시간대별로는 오후에 진료받을 때가 오전에 진료받을 때보다 실제 진료시간과 환자가 느끼는 진료시간이 길었다. 연구팀은 “환자가 진료시간에 만족하느냐 만족하지 않느냐를 가르는 적정 외래 진료시간은 5.6분 이상으로 확인됐다”면서 “환자의 외래 진료 만족도를 높이려면 한 환자당 진료시간이 적어도 5.6분 이상은 되도록 예약지침을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진료과별 적정 외래 진료시간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보건행정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 간호사들 “병원 내 위험 1순위는 감염…예방은 마스크·장갑 정도”
○ “서울의료원에 들어와 신참으로 일할 때니까 20년 전쯤 됐네요. 워낙 가난한 환자들이 많았는데 호흡기내과나 중환자실에서 결핵 환자를 돌보다 저도 결핵에 감염된 것 같아요. 그때는 병원 안에서 감염됐다는 게 인정되지 않고 간호사 개인의 잘못이나 부주의 탓으로 돌려졌죠. 올해도 벌써 우리 병원에서 간호사 3명이 결핵에 걸렸습니다.”
○ 서울의료원에서 2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성미(가명)씨는 지난 6일 <한겨레>와 만나 시간이 흘러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병원 내 감염 실태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서울의료원에서 간호사 결핵 환자가 발생한 건 2월과 3월, 10월이다. 모두 ‘환자 안심 병동’에서 벌어진 일이다. 환자에겐 안심을 줄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늘 불안해한다. ‘환자안심병동’은 환자의 식사 관리, 대소변 처리 등 간병인의 구실까지 간호사가 맡는다. 그만큼 간호사와 환자의 접촉이 빈번하다.
○ 김경희 새서울의료원분회(서울의료원 노동조합 중 하나) 사무장은 “병원 의료진이 감염 피해를 입거나 환자한테 병을 옮기는 일은 모든 병원에서 다반사로 이뤄진다. 병원이 감염 예방 투자를 게을리하고 정부도 무관심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장은 이어 “결핵에 걸린 간호사 3명은 모두 음압시설이 없는 병실에서 결핵 환자를 돌봤다”고 덧붙였다.
○ 음압시설은 병실의 압력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공기를 통해서는 결핵과 같은 감염균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로 감염 예방을 위한 필수 시설이다. 김 사무장은 “이곳에서 음압시설이 갖춰진 병상은 전체 623개 가운데 17개뿐이다. 결핵 환자가 많이 몰리다 보니 일반 병실에 결핵 환자를 입원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의료진의 감염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다”고 짚었다. 최재필 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이 일반인보다 결핵에 걸리는 비율이 10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른 질병으로 입원한 환자가 감염 질환도 갖고 있는데 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환자를 대하다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환자와 더불어 생활해야 하는 병원 내 의료진의 건강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이들은 환자한테서 직접 감염되거나, 다른 환자한테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 구실을 하기도 한다.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결핵 등 위중한 감염병에 걸리면 당사자는 물론 가족·환자의 생명까지 해칠 수 있어 병원 노동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8월 펴낸 ‘2014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사 3명에 1명꼴(34.5%)로 감염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둘째로 많은 ‘위해 물질’(25.7%)보다 9%포인트나 높다.
○ 감염을 우려한 병원 쪽의 만류로 병실에 직접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이날 둘러본 음압병상 17개는 모두 결핵 등 감염 위험이 높은 환자들로 차 있었다. 이들은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 알려진 반코마이신에도 내성을 보이는 장내세균 등에 감염된 이들이다. 이인덕 의료원 간호부장은 “다른 병원을 찾았던 결핵 환자도 그곳에 음압병실이 없으면 여기로 이송된다. 음압병실이 꽉 차 있으면 다른 환자와 접촉을 차단하려고 할 수 없이 1인실에 입원시키는데, 공공병원이라 환자한테 병원비를 청구할 수 없어 하루에 10만원씩을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 병원 감염 문제는 서울의료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집계한 ‘병원에서 일어난 다제내성균 감염 신고’는 모두 8만1천여건이다. 새로 결핵에 걸렸다고 신고한 환자 수(3만6천명)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다제내성균은 원래 쓰던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돼 새로운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더 큰 문제는 병원 내 다제내성균 감염 신고가 매해 두배씩 급증하는 추세라는 사실이다. 2011년에 2만3천여건이던 신고 건수는 2012년과 2013년엔 각각 4만5천여건, 8만1천여건으로 늘었다. 그런데도 국립대 병원조차 음압병실이나 격리실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달 국립대 병원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서울대병원은 음압격리실 6병상, 일반격리실 19병상만을 확보하고 있다. 경상대병원은 각각 7, 28병상, 충남대병원은 5, 20병상, 전남대병원은 5, 20병상 등이다. 감염력이 높은 신종플루와 같은 질병이 유행하면 감당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마저도 공공병원이라는 이유로 서울의료원과 마찬가지로 손해를 보며 운영하고 있다.
○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나 일회용 장갑 등 감염 예방에 필요한 용품마저도 건강보험에서는 개수가 제한돼 있다. 격리병실도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사립대 병원이나 중소 병원은 운영이 어렵다. 환자 및 의료진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병원의 감염 관리에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병원 내 의료인력이 감염에 워낙 취약하다 보니 에볼라와 같이 치명적인 감염병에 대해서는 의료 전문인력도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 에볼라 환자가 들어오거나 생기면 치료를 맡아야 할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간호사 4명이 에볼라 환자의 입원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퇴사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이유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내용의 보도가 나온 건 감염 관리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일부 종합병원이나 중소 병원 대부분은 감염내과 전문의도 두지 않을 정도다. 수익이 되는 분야에만 인력이나 시설을 투자하고, 환자의 안전이나 건강에 필요한 공공성을 지키는 데에는 무관심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의료 분야가 바로 병원 감염”이라고 짚었다.
■ 당직의사ㆍ간호사 부족 병원 무더기 적발
○ 야간 당직의사를 아예 배치하지 않거나 간호사 등 당직의료인을 규정보다 적게 둔 요양병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김해중부경찰서는 김모(55)씨 등 관내 요양병원 8곳의 병원장 등 의료기관 대표 8명을 의료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의료법 상 정신병원과 재활병원, 결핵병원을 제외한 모든 병원은 입원환자 200명까지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 그 이상일 경우 같은 비율의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혐의이다. 한 요양병원의 경우 입원환자 수가 204명이었지만 실제 배치된 의료인은 의사 없이 간호사 1명에 불과했다. 규정대로라면 이 병원은 의사 2명, 간호사 4명을 배치해야 한다.
○ 경찰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 보건복지부, 김해시청 공무원과 합동 단속을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요양병원은 대부분 의료법에 정해진 관련 규정을 숙지하고 있었으나 인건비 등을 이유로 법률을 위반한 채 운영을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한편, 지난 5월 화재사고로 21명의 사망자를 낸 전남 장성 효사랑요양병원도 사고 당일 당직의료인 배치 관련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경찰은 지역 의료기관들의 안전기준 위반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방침이다.
■ 국립서울병원, 국립정신건강센터 앞세워 혁신
○ 국립서울병원이 오는 2015년 12월 완공되는 ‘국립정신건강센터’를 계기로 ‘혁신’에 가까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입원위주의 중증정신질환 치료에서 벗어나 우울증, 불안장애, 스트레스 등 사회문제적인 정신질환 치료와 연구는 물론 국가적 이슈에 대비해 사회 안전망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토대 마련에 나선 것이다. 서울병원 하규섭 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구나 편안하게 같이 어울리고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언제든 의논하고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며 인식개선을 바탕으로 한 공공성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 지상 1층부터 12층 규모로 신축되는 국립정신건강센터는 1층은 외래, 2~5층은 병동, 6~12층은 연구 및 행정업무를 볼 수 있도록 구성된다. 지금까지 결핵이나 암 등 타 질환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민간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웠다는 점도 '개방병동' 개설을 통해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개방병동'과 '보호병동'은 50:50으로 꾸렸다. 정신건강 분야 기술개발 및 현장 적용·확산을 위한 R&D 수행에도 박차를 가한다. 올해 R&D 수행을 위해 정부로부터 20억원의 지원을 받은 것은 물론 내년에는 3배 가까이 되는 금액이 예산으로 책정된 상태다. 특히 ▲인터넷·게임 중독 해결형 정신건강기술 개발 ▲성범죄 예방 사회안전망 구축 정신건강기술 개발 ▲주요 정신질환 환자 코호트 등이 과제로 선정됐다.
○ 국립정신건강센터 설립으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전국민 대상의 다각적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활성화 한다는 게 골자다. 무엇보다 가벼운 우울증 등이 중증정신질환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적재적시에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 접근성 강화와 지역사회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높은 담'과 '쇠창살'로 연상되는 정신병원과 정신질환자는 막연히 '무섭다'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 개선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로 꼽혔다.
○ 이에 서울병원은 '이제, 터놓고 이야기 합시다' 캠페인을 통해 지역주민과 스킨십을 유도하는 홍보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역기반 중심의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해 경찰, 소방관 등 재난관련 업무 종사자나 사회복지사와 같은 스트레스 고위험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직무스트레스 관리는 물론 ‘개방병동’, ‘24시간 정신건강응급실’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 회장은 “우울증 등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5~10% 있는데, 이 의미는 회사에 몇 명 있다는 소린데 주변에는 우울증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며 “모두 감추는 거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냥 터놓고 이야기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숨겨야 하고 쉬쉬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신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쉽게 발들일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면서 “최근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자살 문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정신건강 관련한 국가데이터베이스 구축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정신건강 R&D 기획과 관리를 체계화시켜 인터넷 중독, 성범죄 등 주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의료 현장에서 바로 적용시킬 수 있는 R&D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정신분열병 환자가 100명 생기면 어떻게 진단했고 어떤 약을 썼는지, 1년이 지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등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데 전혀 없다”며 “국가 정책을 세우려고 해도 데이터가 있어야 세울 것 아닌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근거 중심의 연구를 하고 국가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라고 했다.
■ 방만경영 경북대병원 3병원 건립 괜찮나? 퇴출위기 논란
○ 제3병원 건립을 추진 중인 경북대병원이 방만한 경영 탓에 퇴출위기에 놓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경북대병원 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경북대병원분회)는 “4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14년 역시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하며 “제3병원 문제는 경북대병원의 장기적인 미래를 진지하게 고려하면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이현제 새누리당 의원 등이 5년 연속 적자 공공기관을 퇴출하도록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자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 경북대병원은 2010년부터 지난 해까지 4년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노조는 2011년 적자 폭이 증가한 이유로 칠곡병원(제2병원) 건립을 꼽았다. 그러면서 노조는 현재 경영 상황에서 임상실습동(제3병원) 건립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2013년 국립대병원 국정감사에서 건물 공사비에 국립대병원 중 두 번째로 많은 비용을 지출해, 경영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외형을 키우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경북대병원 기획조정팀은 “순손실을 줄이기 위한 비용절감 및 수익증대를 위해 현재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정부의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정상화 이행계획에 따라 전 국립대병원이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 병원도 경영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편, 경북대병원은 지난 10월 31일 “칠곡병원이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칠곡병원은 신생병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며 “개원초기에 도입한 고가의료기기의 감가상각비가 당기순손실 발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의료기기 감가상각비가 현실화되는 2015년에는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 간협, 중소병원 간호 인력난 해소 '팔 걷는다'
○ 지방중소병원 채용난 해소와 간호대학생에게 취업정보 제공 위해 대한간호협회가 취업박람회에 운영에 나섰다. 대한간호협회(회장 김옥수)는 맞춤형 회원복지사이트 널스라이프(www.nurselife.or.kr)를 통해 지난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2014 간호대학생 온라인 취업박람회’를 운영한다. 이번 채용박람회는 중소병원 취업시즌인 10월과 11월에 맞춰 정보 공유가 쉽지 않은 지방중소병원의 취업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일정기간 온라인으로 제공함으로써 미취업 간호대학생들의 취업을 돕고 만성적인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난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 참가기관은 전국의 500병상 미만 중소병원 1000여 곳으로 구직희망자는 널스라이프 내 개별 페이지에서 온라인 이력서를 작성하면 참여가 가능하다. 온라인 취업박람회와 관련 널스라이프 관계자는 "간호사 구인난을 겪어 온 지방중소병원에게는 채용난 해소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방중소병원에 대한 정보가 없어 그동안 구직을 꺼려왔던 간호대학생들에게는 이들 병원에 대한 상세한 취업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서로 윈윈(win win)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간협은 온라인 취업박람회를 위해 지난 10월 7일부터 22일까지 구인 병원을 모집한 바 있다.
■ 포괄간호서비스 간호인력 기준 완화…인력에 따라 수가차등화
○ 내년부터 지역 종합병원과 병원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포괄간호서비스 수가시범사업에서는 병원이 간호인력 상황에 따라 간호사 배치기준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포괄간호서비스 수가는 현행 입원료보다 약 1만5,000원~3만3,000원 정도 인상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같은 내용의 '2015년 포괄간호서비스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 계획'을 공개하고, 지난 19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설명회에 돌입했다.
○ 공단에 따르면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가장 우려되는 간호인력 확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들에게 간호인력 상황에 따라 간호사배치기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배치기준을 환자 특성, 간호인력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다양화함으로써 병원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자 한 것이다.
○ 이를 테면 종합병원의 간호사당 환자수는 1:10을 '표준'으로 하되, 1:12로 '하향' 또는 1:8로 '상향'이 가능하도록 했다. 병원은 1:12를 '표준'으로 하되 1:14로 '하향' 또는 1:10으로 '상향'할 수 있다. 간호조무사당 환자수는 종병과 병원 모두 1:25, 1:30, 1:40도 가능하다. 배치기준을 상향하고자 하면 재원일수, 노인환자 비율, 수술률 등 별도의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가능하다.
○ 인력 배치 수준에 따라 수가는 차등 지급된다. 때문에 같은 종병이라도 지급되는 수가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가는 기존 입원료 대신 새로운 포괄간호병동입원료(의학관리료+병원관리료+포괄간호료+정책가산(5%)) 형태로 지급되는데 병원들이 선택한 인력배치 수준에 따라 6인실 기준으로 1일당 6만1,000원에서 7만9,000원까지 세분화된다. 현재의 입원료인 4만6,000원과 비교하면 약 1만5,000원에서 3만3,000원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공단은 병원의 인력배치기준, 병상가동률 등에 따라 비용변화가 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향후 시범사업 모니터링을 통해 수가 수준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환자 본인부담금은 통상적인 입원환자 부담률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따라서 포괄간호병동입원료 수가의 20%가 본인부담금이다. 종합병원을 기준으로 보면 6인실 입원료 본인부담금이 1만2,000원~1만6,000원 수준으로 변경, 현재보다는 3,300원~6,600원 정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간호 서비스 제공인력은 기존대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기본으로 하되 환자이송, 행정보조, 환경정리 등 간호인력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반 업무를 담당할 병동도우미 1명을 병동 당 배치하도록 했다.
○ 공단은 이렇게 포괄간호서비스 인력이 배치되면 현재 병원의 평균 간호사 배치수준보다 최소 2배 이상 간호인력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다.
○ 포괄간호서비스 병동 입원자격은 별도로 제한하지는 않지만 정신과 환자 등 담당주치의의 판단하에 부적절한 경우는 제한할 수 있도록 했으며, 병동 운영은 별도의 지침을 따르도록 했다. 병동운영지침에는 병원 내 포괄간호병동 운영위원회 구성, 간호인력 교육 및 업무 규정, 환자 안전관리체계 구축, 보호자 및 면회객 관리방안 등이 담겨지게 된다. 또한 질적 서비스를 보장하고 운영 효율화를 위해 병동 매뉴얼도 구비해 둬야 한다. 이같은 준비가 되어 있는 서울 외 지역의 종합병원과 병원급 요양기관은 1개 병동 단위로 시범사업에 신청할 수 있다. 신청기간은 12월부터로 연중 언제든지 신청이 가능하고 운영개시 1달전에 접수하면 된다.
○ 공단 관계자는 "내년도 포괄간호서비스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은 요양기관의 병동단위 자율적 참여를 기반으로 해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병원의 1개 병동이라도 인력 충원 등 수행여건이 갖춰지면 참여후에 전체 병동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호서비스 질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시범사업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 제공모형과 수가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한편, 공단은 19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5개 권역을 순회하며 수가시범사업 계획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병원별 간호인력 산출 기준 등 맞춤별 상담을 진행할 방침이다.
■ 병원에 '굿 닥터'가 없는 진짜 이유는…
○ 드라마나 영화가 그리는 많은 의사들은 멋있다. 실력은 물론이고 인간성도 그만이다. 최근 것으로는 2013년 배우 주원이 주인공 역할을 한 드라마 <굿 닥터>가 생각난다. 자폐증을 가진 소아과 전공의의 '영웅적' 활약을 그린 것이다. 현실의 의사는 드라마나 영화가 그리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 가운데서도 전공의의 생활과 '활약'이 특히 차이가 크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다음에야 어차피 꿈과 환상을 좇는 것이라 해도, 현실의 전공의는 그처럼 '폼'이 나는 일이 드물다.
○ 우선 전공의라는 말부터 자세하게 설명을 해야 하겠지만 여기서는 줄인다. 전보다는 덜 헛갈리니 사정이 나아졌다. 다만 '전공'이라는 말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공이라는 말이 전문 영역을 나타내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이 전문의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는 과정에 있다는 것은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모호함은 전공의의 이중적 위치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전문성을 갖기 위해 훈련받는 과정에 있으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는 역할을 하는 상태. 이들을 고용한 입장(예를 들어 병원장)에서 생각해 보면 쉽다. 그들은 훈련생이면서 동시에 환자 진료에 큰 몫을 하는 직원이다.
○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이들에게 월급을 주어야 하는가, 비용을 받아야 하는가. 물론 실제로는 두 가지 역할을 다 한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전공의 스스로는 병원에 고용된 직원이라는 생각이 강하고, 고용한 병원 쪽에서는 '수련생'이나 '수습'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이런 이중성 때문에 어느 나라건 전공의의 불만은 폭발성을 내재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큰 사건으로 처음 기록된 것은 1970년을 전후한 '수련의 파동'이다. 당시 신문 기사가 많지만, 2007년 대한의학회가 펴낸 <대한의학회 40년사>에서 요약을 볼 수 있다(24~25쪽).
"1971년 6월 16일 오전 국립의료원 인턴 32명 전원은 월급 1만9000원을 50% 인상하고 의무직 수당 1만 원을 지급할 것 등을 요구하며 집단 사표를 제출한다. 이후 대학병원 인턴과 수련의들이 봉급 인상과 신분 보장을 요구하며 병원을 떠나 이 사건을 '1차 수련의 파동'이라고 부른다."
"국·공립대 인턴·레지던트들은 인턴은 일반공무원 3급을 레지던트는 3급갑 대우를 할 것,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을 보장해 줄 것, 의무직 수당을 지급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 정부 당국은 병원을 떠난 인턴·레지던트가 복귀하지 않을 경우 사표를 수리하겠다며 강경책으로 맞섰으나 (…) 인턴 사표 제출에 동조한 서울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 국립대병원 레지던트 400명은 1971년 7월 6일 보수 개선 요구를 내걸고 48시간 총파업에 돌입했고, 7월 13일에는 사립대 부속병원 및 일반 병원의 수련의들도 시한부 동조 파업을 벌여 전국 사태로 번졌다."
○ 당시 전공의의 근무 조건은 아주 열악했다. <나라경제> 2008년 8월호에 안선경 기자가 쓴 기사를 보면, 1972년에 쌀 한 가마 값이 1만 원이었다고 한다. 앞의 인용에 포함된 인턴의 월급 1만9000원이 정확한 수치인지 다시 확인해야 할 정도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전공의와 전문의 시험 제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한의학회가 해석한 역사적 의미다. 그 틀이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으니 충분히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이 문제는 보건사회부와 문화교육부뿐만 아니라 국무총리실 심지어는 청와대까지 파급되었고, 이 문제의 해결에는 의협이나 병원협회는 물론 대학이나 분과학회협의회도 무관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전공의수련제도 개선 및 전문의 시험 개선에까지 확대되었다." (24쪽)
○ 이제 거의 40년 만에 전공의 제도가 다시 갈림길에 선 것으로 보인다. 크게 바뀐 사회와 의료가 몸이라면 전공의 제도라는 옷은 옛날 그대로인 꼴이다. 시시때때로 속과 겉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전공의들의 요구와 불만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며칠 전에도 또 그런 일이 또 벌어졌다. 강원도에 있는 큰 대학병원의 내과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핵심 이유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낸 보도 자료가 적은 대로다.
"내과 전공의들의 살인적인 업무량과 열악한 수련 환경을 타개할 비전의 부재로, 더 이상 젊은 의사들의 소신만을 강요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내·외·산·소 모든 과가 의사들의 기피 과가 된 셈이다."
○ 오죽하면 파업까지 갔을까 싶지만, 한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심각하다. 주로 큰 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의 역할이 큰 병원일수록 더하다. 전공의의 수가 모자라고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으며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비교적 간단하고 명확하다. 1970년대 초와 비교해도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의 '단순성'에 비해 해결의 방법과 그 경로는 복잡하다. 병원이 전공의를 더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하기 쉽지만 그리 간단치 않다. 전공의 수를 늘리기 위해 의과대학 졸업생 수를 늘리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인데다, 그래 봐야 '언 발에 오줌 누기 이상'이 되지 않는다. 병원이 필요로 하는 전공의 수요가 훨씬 더 크고 빨리 늘어나기 때문이다. 과목 사이의 불균형도 점점 더 심해진다.
○ 한국 병원의 경영 구조라는 문제를 건드려야 하는 것이 더 어렵다. 현재 큰 병원의 입원 환자 진료는 전공의에 의존하는 정도가 극심하다. 전공의가 모자라고 근무 시간이 지나치게 길면 전공의가 아닌 의사라도 늘려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그런 인력을 잘 구할 수 없다는 것도 있지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병원 경영의 핵심 구조란 질을 얼마간 희생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싼 인력을 써야 수입과 지출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낮은 진료비 수준(진료 수가)이 한 가지 직접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진료 수가를 억제하는 이유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 이제부터는 익숙하다. 충분하지 못한 건강 보장의 재원, 비효율적인 지출 구조, 지나친 민간 부문의 비중과 경쟁 격화 등, 근본으로 갈수록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겹치고 서로 맞물린다.
○ 다시 강조하지만, 현재 전공의들의 처지와 수련 환경을 결정하는 것은 개별 병원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다. 한국 의료와 병원의 '시장적' 특성과 전공의 훈련의 '공공적' 요구가 갈등과 긴장을 만들어낸다. 전공의들의 불만과 항의는 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 좋은 의사를 육성하는 것은 공공성에 기초한 사회적 활동이다. 스스로의 직업적 전문성을 높이고 노동의 가치를 키우고자 하는 만큼, 공공성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사 양성 과정은 의사 자신의 이익을 넘어 환자를 보호하고 더 나은 치료를 하기 위한 노력을 포함하는 것도 분명하다. 결국 전문의 문제의 해결은 이와 같은 공적 요구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 여러 과제 중에서도 전공의 수련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가장 급하다. 우리는 그 가운데서도 노동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약 30년 전 미국에서 전공의의 연속 근무 시간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도 일차적으로는 환자의 안전 때문이었다. 1984년 뉴욕 시립병원에서 18세 된 환자가 사망한 것이 도화선 구실을 했다. 당시 이 병원의 전공의는 정신없이 바쁜 나머지 간단한 처치만 한 채 환자를 방치했고, 제대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했던 환자는 결국 생명을 잃었다.
○ 이후 전공의 수련 업무를 관장하는 기구들이 전공의들의 당직 근무시간을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2003년부터 24시간 이상 당직 근무를 계속하는 것을 금지했고 2011년부터 이 시간은 16시간으로 줄었다. 한국의 지금 상황이 바로 규제 이전의 미국과 비슷하다. 2013년 대한의사협회가 조사한 결과로는 전체 전공의의 54%가 주당 80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했다. (☞관련 자료 : 대한의사협회 보고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집중력과 주의, 그리고 성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 한국의 의사와 정부가 아주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전공의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온 덕분이다. 바로 지난 4월부터 전공의 수련 시간을 주당 최대 80시간, 연속 근무 시간을 36시간으로 제한하도록 규정이 개정되었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작동한다고 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런 저런 부작용도 함께 나타난다고 한다. 시간은 줄이는 대신 업무 강도는 훨씬 강화된다든가, 정작 수련에 꼭 필요한 수술이나 중증 환자 진료에서는 빠지는 일도 벌어진다. 정책의 적실성과 효과를 의심할 만하다.
○ 이 정도도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충분히 예상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현실이 엄중하다. 우리는 다시 전공의의 노동 시간(이는 동시에 전공의의 삶의 질과 수련의 질을 결정한다) 제한 규정이 충실히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무 시간 문제는 출발에 지나지 않는다. 전공의 제도가 사회의 공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새로운 틀로 전환하는 것이 다음 차례 과제다. 많은 사람이 어려운 현실 여건을 말하는 것처럼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의 수련의 파동이 그랬듯, 작지만 획기적인 조치 하나가 근본 변화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 전공의 제도가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그래서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한 가지가 남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 이 때문에라도 이 제도와 환경을 고치는 논의에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 전공의들에 허위 근무시간 강요하는 수련병원 “살인적 초과근무”
○ 전공의 들이 최근 내과 전공의 파업 사태와 관련해 병원들의 수련근무 현황표 등의 수련환경 문제에 대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6일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은 대한의사협회관 1층 프레스센터에서 ‘내과 전공의 파업사태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대전협은 보건복지부가 올해 제시한 수련환경 개선안에 대한 각 병원의 시행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으며, 전공의 수련환경의 개선 없이는 환자 안전이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 최근 일선 대학병원 내과 전공의들이 자신들의 수련 환경과 근로여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집단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전공의들은 이전과 달리 문제제기 하는 수준을 넘어 병원 측에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입원 전담 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의 고용을 직접적으로 요구했을 뿐 아니라 병원 측의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대전협 측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목격하며 세간에서는 ‘내과의 위기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작금의 사태는 결코 개별 병원이나 특정 진료과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의료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수련환경과 근로여건에 대해 가진 불만은 특정 진료과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서도 수련환경 개선이나 입원 전담 전문의 고용에 관한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진료과 또한 내과에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 또한 “전공의들의 근로 시간은 주당 평균 80시간 이상으로 근로기준법이 제한하는 근로 시간을 한참이나 상회한다”며 “전공의들은 근로자일 뿐 아니라 수련생이기도 하다며 법의 적용을 느슨하게 받고 있지만 정작 초과근무 때문에 수련을 위해 할애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인력 확보에 힘써달라고 요구했다.
○ 전공의들에게 거짓말을 강요하는 병원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올해 7월부터 주당 근무 80시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없으며 각 수련 병원은 개정안에 따른 ‘수련현황표’를 작성해서 보건복지부에 보고해야 하는데 의료 현장에서는 수련규칙 표준안 개정 이후 자신의 근무 여건이 나아졌다고 하는 전공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대전협에 따르면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련환경은 나아진 바가 없고 수련 병원들이 복지부에 보고하는 내용은 실제 근무시간과 일치한다는 보고는 23.9% 에 그쳤다. 특히 지난 4월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무려 22%의 전공의가 신체적으로 폭행당한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는데 이 중 50.3%가 교수와 상급 전공의에게 당한 폭행이었다.
○ 대전협은 “개인간의 문제라고 보기엔 너무 많은 비율이고, 이는 살인적인 초과 근무를 어떻게든 해내도록 강제하는 구조 속에서 전공의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할 경우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 마지막으로 대전협은 “정부와 병원이 수련 규칙 표준안을 개정했지만 이를 어겨도 감시할 독립 기구도 없고 처벌 조항조차 없으며, 이는 사실 상 개정안을 알아서 지키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며 “병원들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현실 상 어렵다는 태도이고 기댈 곳 없어 정부에 수련환경평가기구 개설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 순천에 종합병원 설립” 해외서 2억달러 유치
○ 전남도는 비즈포스트그룹과 베일러 글로벌헬스그룹, 전남대병원,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순천시와 함께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신대배후단지에 의료기관 설립을 위한 2억 달러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투자협약에 따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 교포기업인 비즈포스트그룹과 베일러 글로벌헬스그룹 등 6개 기관은 순천시에 있는 신대배후단지에 500병상 이상, 1000여 명 고용 규모의 종합병원을 설립한다. 존 김 비즈포스트그룹 회장은 협약식에서 “금명간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종합병원 운영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곳에 의료기관이 들어서면 주민에게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광양만권을 포함한 전남의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중국 부유층 의료관광객 유치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비즈포스트그룹은 1995년 설립된 자원 및 부동산 개발 분야의 세계적 기업이다. 투자 파트너인 베일러 글로벌헬스그룹은 세계적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갖춘 기관으로,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8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베일러 글로벌헬스그룹과 별도의 협약을 체결하고 교수 연구진 상호 교류, 의료 연구와 교육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 의료계 패러다임 변화 시기, 병원에 필요한 생존전략은?
○ 불확실성과 불연속성이 증가하고 있는 패러다임 변화시대에 병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국인 환자 유치와 차별화 전략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송재용 교수는 지난 12일 서울 63빌딩에서 개최된 KHC 2014(Korea Healthcare Congress) 워크숍 중 ‘패러다임 변화시대 병원의 전략경영’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송 교수는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2010년대에 병원들에게 전략적 민첩성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패러다임 변화시대에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신이 필요한데, 병원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 송 교수는 외국인 환자 유치의 확대가 병원들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송 교수는 “서울대병원과 연세의료원이 최근 각각 중동과 중국에 진출했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외국인 환자들을 한국에 끌어들이는 것이 더 쉽다”며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국내에서만 적용할 수는 없다. 외국인 환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태국은 이미 150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있는데, 한국이 22만명을 유치했다고 해서 박수칠 일이 아니다. 병원과 의사들은 기득권을 버리고 어떻게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고용을 창출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송 교수는 일명 ‘의료관광’이 현재 비급여 영역에 치중돼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중증도 높은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도 전망했다. 한국 의료가 위암, 대장암, 장기이식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여론 수렴을 통해 중증도 높은 치료를 외국인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병원 발전전략 수립 시 집중화와 차별화 중 어떤 부분에 치중해야 할 것인지도 병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유디치과가 저렴한 임플란트를 제공한다고 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원가우위라는 면에서는 좋은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른 병원들도 유디치과처럼 갈지 아니면 차별화를 할지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환자중심의 진료병원이고 존스홉킨스는 연구와 진료의 균형을 갖춘 병원”이라며 “(병원들이) 존스홉킨스와 메이요클리닉 중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이외에도 송 교수는 ▲차별화와 혁신에 대한 매진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 구축 ▲전략적 민첩성 함양 ▲인적 자원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
■ 국제 공통관심사인 대학병원 환자쏠림, 해법은 ACO?
○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대형병원 환자쏠림 문제의 해결책으로 책임진료기구(Acountable Care Organization, 이하 ACO)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병원연맹(International Hospital Federation, IHF)는 지난 12~13일 서울 63빌딩에서 제 4차 IHF 리더십 서밋을 개최하고 세계 보건의료계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번 리더십 서밋에서는 대학병원의 미래와 환자 쏠림현상 해법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 IHF 김광태 회장은 지난 13일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통계에 따르면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간 진료비의 차이는 1.5배 이상이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분배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ACO는 대학병원을 한 데 묶어 진료를 하게 해 의료비 절감과 의료의 질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미국 ACO 모델은 일차의료를 포함한 모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대학병원, 병원, 의원, 요양원 등의 기관이 한 그룹으로 묶여 있다. 정부는 환자 1인당 연간 급여액수만 지급하고 ACO는 요양기관에 따라 급여비 배분율을 정해 나눈다. 김 회장은 대학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이 한 데 묶인 통합의료 제공이 의료비의 절감과 의료공급체계 붕괴로 인한 환자쏠림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는 병원들 간 조화가 안 돼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병원들이 연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 대학병원이 전문성을 키워 해당 분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IHF 에릭 노만 차기 회장은 “병원별로 가장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해 그 분야에 대한 환자를 치료하고 적정 수준을 보상받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며 “리더십 서밋에서 이야기했는데 한국 병원계에서도 동의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 이외에도 이번 IHF 리더십 서밋에서는 ▲구매대행회사와 혁신을 지속하는 법 ▲보건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위한 환자단체의 역할 ▲대학병원의 생애 말기 치료 ▲다수의 인증 프로그램 ▲보건의료경영자를 위한 글로벌 핵심역량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김광태 회장은 “이번 리더십 서밋을 통해 전 세계 보건의료 지도자들은 지식과 정보 공유가 국제적 보건의료 현안을 해결하고 대응하는데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점에 동의했다”며 “IHF 회장 재임 동안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세계 20개국 70여명의 보건의료 경영자들에게 한국의 의료와 시스템을 보여주기 위해 KHC 기간 동안 리더십 서밋을 개최했다”며 “앞으로도 한국 병원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 인천·남원의료원 셔틀버스 운행 가능했던 이유
의료법 허용 환자로 이용 제한…"지역 관련단체 등과 소통·협조 덕분"
○ 충주의료원이 셔틀버스 운행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남원의료원과 인천의료원은 셔틀버스를 도입한 지 이미 10여 년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내 관련 단체의 반발이 있었지만 갖은 노력과 다양한 합의를 거쳐 상생을 모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인천의료원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시 외곽 공단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동구 보건소 승인을 받아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열악한 의료원 접근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이후 10여 년 간 모든 의료원 이용 환자를 대상으로 운행됐던 셔틀버스는 2011년 제동이 걸렸다. 지역 의료기관이 해당 행위가 의료법 제27조 3항이 금지하고 있는 ‘환자 유인·알선행위’에 해당된다며 보건소와 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관련 조항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다만 환자의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개별적으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승인을 받아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예외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의료원은 고육지책으로 의료법과 복지부 지침에 따라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의료취약계층에게만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운행 재 승인을 받았다. 인천의료원 관계자는 “일반인에게는 이용이 제한돼 있다”며 “의료원 자부담으로 지역의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루 8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남원의료원 역시 16년 전 운행 추진 당시 지역 의료계 및 운수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원의료원 관계자는 “도시에 비해 지역사회의 유대감이 끈끈한 농촌지역이라서 그런지 의료원이 여러 번 설득한 결과 취약계층에게 공공의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 공감해줘 운행할 수 있었다”며 “특히 시에서 조정 역할에 적극 나서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택시기사들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요즘에도 간혹 민원이 발생하고 있긴 하지만 좋은 뜻에서 양보해줘 고맙게 생각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남원의료원은 셔틀버스 2대를 1시간 간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도의회 감사에서 낡은 셔틀버스로 인해 환자 안전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내년 중 5~6000만원의 병원 자체 예산으로 새 차량을 구입할 예정이다.
○ 대한공공의학회 관계자는 “충주의료원, 인천의료원 등 지방의료원들은 대부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해 이용 환자들이 불편할 뿐 아니라 의료원 수익 저하에도 치명적”이라며 “노인, 행려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곳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교통 불편 해소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충주의료원 셔틀버스 운행 추진 차질
○ 산 중턱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충주의료원이 무료 셔틀버스 운행을 추진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충주시가 의료법 위반 소지와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운행 승인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충주의료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도심에서 4km 떨어진 시 외곽으로 이전한 뒤 하루 평균 800~900명에 달하던 외래환자 수가 절반가량 줄었다.
○ 의료원까지 오는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오후 6시30분이면 운행이 종료되는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오전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오후에는 배차 간격이 1시간으로, 개인차량이 없으면 의료원 찾기 힘든 실정이다. 시내에서 택시를 타더라도 외래 진료비의 두 배인 7000~8000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부담이다. 이에 의료원은 무료셔틀버스 운영 계획을 세우고 승인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시는 셔틀버스 운영이 의료법이 금지하고 있는 ‘환자 유인·알선 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 관련법 27조 제 3항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나 이를 사주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다만, 환자의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개별적으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승인을 받은 경우는 예외다. 충주시는 지자체장이 승인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을 우려했다. 택시회사, 버스회사 등 관련 이익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관내 대학이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시내버스, 택시 종사자들이 강력히 반대해 무산됐다”며 “무엇보다 충주의료원의 운행을 허용하면 다른 병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방의료원의 경우 일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충주의료원이 공공의료 수행기관인 만큼 타 시도의 사례를 찾아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충주의료원 측은 “예전 문화동 부지에서 지금 안림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줄곧 흑자였다”며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어렵더라도 셔틀버스 운행 승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 "2만원으로 병원 간병환경 확 바꿔보겠다" 공단, 내년 시범사업 시행
○ 2015년 1월,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 전환에 따라 적용될 수가가 확정・공개됐다. 보건당국은 지방 2차의료기관을 향한 러브콜을 시작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직무대행 박병태)은 지난 19일 부산에서 '포괄간호서비스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 설명회 테이프를 끊었다. 공단은 첫 설명회에서 시범사업 전환・확대에 따른 변경사항들을 공유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 먼저 공단은 정책가산 5%와 사업확대를 위한 한시적 인센티브가 포함된 '포괄간호병동 입원료' 체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확정된 수가는 지난달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제시된 포괄간호서비스 수가안대로 다분화된 입원료 수가형태의 차등 보상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시설개선, 행정비용 보상차원에서 정책가산이, 의학관리료와 병원관리료 등을 종별 평균보다 높여 반영한 한시적 인센티브가 포함됐다. 이들 모두를 고려했을 때 포괄간호병동입원료는 종합병원 간호인력 배치 수준에 따라 6만5000원에서 8만3300원 수준으로 정해졌다. 평균 입원료 4만6010원에 비하면 1만5000원에서 3만7510원까지 오른 금액이다. 환자 본인부담은 6인실 기준 3300원에서 6600원 가량 오른다.
○ 목표 병상수도 92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존 28개 병원 2643개 병상을 훌쩍 넘는 1만3000여병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서울 및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전국 의료기관 중 20%에 해당하는 300여개 병원에 1개 이상의 포괄간호서비스 병동이 운영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를 초과 달성하더라도 요건이 된다면 사업기관으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괄간호서비스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 신청은 공단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은 신청서 및 관련 서류를 작성해 12월 이후 언제든 우편 혹은 온라인을 통해 가능하다.
■ 군산의료원, '무(無) 보호자·간병인' 50병상 운영
○ 전북도 군산의료원이 보호자·간병인이 상주할 필요가 없는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군산의료원은 "오는 11월24일부터 의료원 간호인력이 24시간 전문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포괄간호서비스를 50병상에 대해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포괄간호서비스 병동에 입원할 수 있는 환자는 입원기간이 14일 이내인 급성기질환자 가운데 의사의 판단으로 결정된다.
○ 이번 포괄간호서비스 시행을 위해 군산의료원은 간호인력 15명을 충원하고 병동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군산의료원은 포괄간호서비스 도입으로 간병부담 경감을 비롯해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의 전인 간호서비스를 통한 입원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군산의료원 관계자는 "간호인력 등이 충원되면 포괄간호서비스 병동 확대와 호스피스 완화병동을 운영해 지역거점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 중증외상수가 파격적인 '2배 인상' 추진
○ 중증외상에 대한 파격적 수가인상이 추진된다. 기존 대비 최소 2배 이상 수가를 올림으로써 중증외상 관련 의료의 질 제고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권역외상센터 지정 사업 실무 담당자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응급의료과 장영진 사무관은 19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중증외상 수가 개선 계획을 밝혔다. 장영진 사무관은 “현재 응급의료와 함께 중증외상 수가인상을 추진 중”이라며 “기존 수가 대비 2배 이상 인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다만 모든 의료기관이 아닌 권역외상센터에 한해 인상된 수가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즉 중증외상 환자가 일반 의료기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기존 수가가 적용되지만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으면 인상된 수가를 반영해 주겠다는 얘기다. 복지부의 이 같은 방침은 현행 수가 수준으로는 일반 응급실 대비 운영비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권역외상센터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실제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인력, 시설 등에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정부가 8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제공하지만 개소 이후가 문제다. 장영진 사무관은 “지원금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개소 후 운영은 각 센터의 몫”이라며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 일단 복지부는 현재 중증외상 환자에게 여러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대표적 수술에 대해서만 수가를 인정하는 문제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문제로 다른 진료과 의료진에게 수술 협조를 구하더라도 미온적 태도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는 동시수술 모두 수가를 인정해 적극적인 협진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기관에 대한 수가인상과 함께 보장성 강화도 동시에 추진, 권역외상센터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본인부담을 대폭 줄여 나가기로 했다. 다만 논란이 될 수 있는 중증외상 기준에 대해서는 현재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로, 관련 학회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가이드라인을 정할 예정이다. 장영진 사무관은 “향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 적잖은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실제 수가인상이 적용되기까지는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현재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된 기관은 길병원(인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강원), 단국대병원(충남), 목포한국병원(전남), 경북대병원(대구), 아주대병원(경기남부), 을지대병원(대전), 전남대병원(광주), 울산대병원(울산), 부산대병원(부산), 의정부성모병원(경기북부) 등 11곳이다. 이 중 길병원과, 목포한국병원, 단국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로 공식 지정돼 운영 중이다.
○ 한편 복지부가 중증외상 전담 인력 양성을 위해 처음 도입한 국가장학 수련의 모집결과 총 12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료과 별로는 외과 6명, 정형외과 5명, 신경외과 1명 순이다. 복지부는 이 중 10명을 선정해 외상전문의 수련센터로 선정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 수련을 의뢰할 방침이다. 선발된 전문의는 국가로부터 월 500만원씩 연간 7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다만 중도 포기할 경우 수령한 인건비는 반납해야 한다.
■ 공단에 이어 민간보험사와도 싸워야 하는 의사들
○ 국정감사에서까지 다뤄진 경찰의 병원 수술실 압수수색 사건에 의료계가 분노한 이유 중 하나는 그 이면에 민간의료보험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험 상품을 판매해 놓고 관련 상품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면 의료기관을 보험사기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불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경찰의 이비인후과의원 압수수색 당시 민간보험사 직원이 동참했으며 이후 이 의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보험사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건강보험 급여이면서 실손의료보험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비중격성형술(septoplasty)이 수사 대상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비중격성형술에 대한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자 관련 수술을 많이 하는 이비인후과를 대상으로 표적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비중격성형술 실손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민간보험사는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며 관련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민간보험사와 의료기관 간 갈등은 이번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또 다른 민간보험사가 하지정맥류를 시행하는 의원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D보험사는 K의원이 하지정맥류 수술을 하면서 불필요한 레이저 시술을 하고 환자를 입원시켜 보험금을 지급하게 했다며 해당 의원에 1,0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이 민간보험사의 횡포라고 판단하고 K의원을 지원하기로 내부 방침을 확정했다. 의협은 지난 2012년에도 경찰과 금융감독원 등이 하지정맥류 수술에 대한 기획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회원들을 대상으로 피해 사례를 수집하는 등 대응해 왔다.
○ 이처럼 민간보험사와 의료기관 간 갈등은 민간의료보험 가입률과 비례해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3년 한국의료패널 심층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의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은 2008년 70.96%에서 2009년 73.94%, 2010년 75.38%, 2011년 76.86%로 4년 동안 5.9%p 증가했다. 총 가구를 기준으로 평균 보험가입 개수도 2008년 2.90개, 2009년 3,12개, 2010년 3,35개, 2011년 3.61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08년 17만3,273원이던 월평균 납입료는 2009년 18만4,556원, 2010년 19만4,463원으로 증가해 2011년에는 20만원을 넘었다(20만8,153원).
○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민간의료보험 가입률도 높았다. 소득5분위(최상위 20%) 가구의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은 2008년 88.26%에서 2011년 94.97%로 증가했으며 전체 평균보다 18%p나 높았다. 민간의료보험급여 수령률은 2011년 기준 13.7%로 가구당 평균 연간수령금은 280만원 정도였다. 연도별 수령률은 비슷했지만 가구당 평균 연간수령금과 수령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구당 평균 연간수령금은 2008년 180만원에서 4년 만에 100만원이나 늘었다.
○ 의료계는 민간보험사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보장성이 높은 상품을 판매해 놓고 지급률이 높아지자 지급 규정을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 환자와 의사간 필요 없는 갈등이 생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민간의료보험 중에서도 실손보험 혜택을 줄이기 위해 지급 과정을 복잡하게 하고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늘리고 있다. 또 보험금 지급 규정 중 애매한 게 있으면 무조건 보험사기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보험 상품을 설계할 때 보험료는 낮게 책정하고 보장성은 높였기 때문에 손실을 막기 위해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이사는 “암에 대한 실손보험 상품들이 많이 나왔고 뇌졸중 증 성인병이 증가하니까 4대 중증질환 관련 보험 상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초기에 많이 팔아야 하니까 광고비와 보험설계비 등 많은 비용을 들였고 민간보험사끼리 경쟁하다보니 보장 범위를 줄이기 못하니까 지급 과정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 주는 의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의협에 민간보험과 관련해 가장 많이 접수되는 민원도 진료확인서 등 서류 작업이라고 한다. 서 이사는 “의사가 써준 진단서로 인해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며 의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민간보험사도 있다”며 “의협에 들어오는 민간보험 관련 민원 중 가장 많은 게 이런 문제들”이라고 말했다. 서 이사는 “어떤 환자들은 보험금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라며 A4 2~3장을 출력해 와서는 써달라고 요구한다”며 “이 서류로 인해 몇억원이 왔다갔다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도 관련 서류를 작성하려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의사들이 받는 비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가 서류 작성을 거부하면 보험사에서는 의사가 돈을 받기 위해 안써주는 거라고 환자들에게 말하기도 한다”며 “일부 보험사에서는 처방전이나 통원확인서에 상병을 적어오라는 꼼수를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가져간 서류로 문제가 생기면 의사들이 보험사기범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했다.
○ 의협 신현영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최근 민간보험 사기 조사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참여해 조사하는 움직임과 관련해 민간보험사와 공단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공단에서는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혹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며, 불법적이고 초법적인 요양기관 현지확인의 피해가 해당 의료기관은 물론이고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명심해 철저한 직원 교육을 통해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간보험사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당국이 오히려 그들을 보호해 주고 있다는 불만이 의료계 내에서 커지고 있다. 당장 금융감독원이 추진하고 있는 ‘처방전 이용한 통원의료비 간편청구제도’도 민간보험사를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보험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적정수준인 동일사고에 대한 건당 3만원 초과 10만원 이하 실손의료보험 통원의료비 청구 시 진단서나 소견서 없이 보험금 청구서, 병원 영수증, 처방전(질병분류기호 기재)만 제출해도 보험금을 심사·지급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처방전을 이용한 통원의료비 간편청구제도가 시행되면 의료기관들은 의무적으로 처방전을 2매씩 발행해야 한다. 3만원 이하 청구건은 종전대로 보험금 청구서와 병원영수증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도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에 공문을 발송해 처방전 2매 발행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업무 규정 개정 등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2015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며 금융감독원은 질병분류기호가 기재된 처방전 발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판단되면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을 정비해 처방전을 질병확인을 위한 사고증명서류에 포함시켜 구속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사가 봉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환자의 권리문제도 아닌 민간 보험사의 요구에 따라 제도 강제화를 획책하는 정부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처방전 2매 발행으로 인한 비용 증가 및 자원 낭비 논란을 떠나 오직 실손보험 청구 업무 간소화만을 위해 처방전 2매 발행 강제화 및 처방전 질병분류기호기재까지 의무화하라는 것은 도무지 해도 너무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 내과 전공의 미달, 심각한 신호다
○ 내과 전공의 모집이 쉽지 않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지원자가 줄더니, 급기야 올해부터는 미달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몇몇 지방병원들은 지원자가 아예 없다. 의학의 메이저 4개 과목 중에서도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내과에서 이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지원자가 급감하니 내과 1년차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여차하면 1년차 기간이 연장될 판국이니 이해가 된다. 일부 병원에서는 4년차가 1년차의 일도 함께 하고 있다지만, 일부 병원의 1년차 근무 환경은 한계를 넘고 있다. 그리하여 내과 1년차들은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불사하기도 했다.
○ 이런 현상의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거와 달리 초음파나 내시경과 같은 술기를 배우려면 전임의 과정까지 해야 해서 사실상 수련기간이 길어졌다. 둘째, 내과 전문의가 되더라도 개원은 물론이고 취직자리 찾기도 쉽지 않다. 셋째, 최근 정부의 정책이 외과 중심으로 중증도 보상을 해, 상대적으로 내과의 매력이 떨어졌다. 넷째, 약가 리베이트라는 거품이 사라지면서 약 처방 위주로 운영하던 내과가 타격을 받았다. 다섯째,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내과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근거없는 소문까지 가세했다.
○ 사실 전공의뿐 아니라 병원들도 비상이다. 내과는 다른 과들이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최후의 보루였다. 이런 역할을 하고 있던 내과에 지원자가 없다는 것은 나머지 인력의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환자안전이나 병원경영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급한 대로 병원 자체적인 예산을 통해 내과 전공의에 대한 봉급을 인상하고, 전공의 인력을 대신해줄 보조인력 채용을 약속한 병원들도 있지만, 그래봐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 아직 크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내과의 최근 위기는 사실 매우 심각한 위기 신호로 보인다. 지난 수십 년간 임시변통으로 일관되어 온 한국의 의료체계가 이제 뿌리까지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과는 비급여 시술도 많지 않고 눈에 띄는 화려한 시술도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이지만, 모두가 인정하듯이 의학의 근간이며 의사라는 직업의 본령에 가장 가까운 분야다. 내과가 어렵다는 것은 의료제도가 완전히 잘못 디자인되어 있다는 반증이며, 내과가 무너진다는 건 곧 의료체계 전반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신호다. 붕괴 직전에 들려오는 마지막 경고음마저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시했을 때 닥칠 비극의 상흔은 상당히 크고도 깊을 것이다.
○ 초응급 대책이 필요하다. 전공의 양성 과정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고,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의 도입 등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역시 수가 문제가 근본이다. 진찰료 등 핵심 진료행위에 대한 저수가 문제의 해결 없이는 어떤 대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 남원의료원 비의사 출신 원장 임명 논란
○ 남원의료원장에 비의사 출신이 임명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남원의료원은 지난 20일 원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1순위 추천자인 박주영 씨를 원장에 임명하기로 했다. 지난달 6일 남원의료원 원장추천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원장 후보자를 공모한 바 있다. 공모에는 3명이 지원했으며, 원장추천위가 후보자를 심의한 결과, 원장으로 추천하기에는 경영계획서가 미비해 2차 공모를 실시했다. 원장추천위는 2차 공모에 지원한 6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경력, 운영능력 등을 평가한 결과, 서류 및 면접에서 1순위 후보자로 지목된 박 씨를 추천했다.
○ 박 씨는 비의사 출신으로는 남원시보건소장, 전북도 보건위생과장, 전북도 보건환경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남원의료원 최초로 비의사 출신이 원장에 임명되자 의료계는 지방의료원 운영이 성과주의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그동안 지방의료원 원장에 의사를 임명했던 것은 의료를 공공성으로 보고 지방의료원을 공공성 강화 측면으로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이었다”라며 “하지만 비의사 출신 의료원장이 임명될 경우 의료가 공공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인식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순간부터 의료를 상업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나면서 공공성보다는 경영논리가 앞서게 됐고, 이로 인해 비의사 출신 지방의료원장의 임명이 잦아졌다”며 “비의사 출신은 지방의료원 전체를 운영하는 원장 보다는 원장을 서포트할 수 있는 행정부원장 정도가 적당하다”고 강조했다.
○ 또다른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의사 출신이 아니다보면 공공의료에 대한 주관적 관점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기에 전북도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며 “그동안 비의사 출신 지방의료원장들이 연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운영해왔던 선례를 볼 때 남원의료원도 전북도의 정책방향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하루는 24시간, 일주일은 168시간... 일주일 120시간 근무하는 의사들
○ 하루는 24시간이고 일주일은 168시간이다. 그런데 일주일에 120시간 가까이 근무하는 직종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7월 개정된 전공의 수련규칙 표준안이 시행되면서 주당 근무시간이 8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지만 일선 수련병원에서 별다른 개선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내과계 레지던트 1~2년차의 주당 근무시간은 110~120시간에 달했다. 주당 근무시간이 120시간일 경우 일주일 내내 하루평균 17시간을 근무한다는 말이다. 주 6일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하루평균 근무 시간이 20시간이다.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고, 자칫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환자를 보다가 실수를 할 수 있는 우려도 높다.
○ 전공의들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수련환경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내과학회는 지난 19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빅5' 병원 중 한 곳인 A대학병원 소속 전공의 근무시간 사례를 소개하며 전공의들이 여전히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근무를 대체할 인력이 없다보니 주 80시간 근무제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과학회가 공개한 자료는 주 80시간 근무제 시행 전후로 A병원 소속 레지던트들의 연차별 근무시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비교한 내용이다. 주 80시간제를 전후로 근무시간 변화를 을 보면 내과계 레지던트 1년차는 118.2시간에서 100.3시간으로, 2년차는 107.3시간에서 91.2시간으로 줄었다. 또 내과계 3년차는 93.6시간에서 74.2시간으로 , 4년차는 66.9시간에서 60.4시간으로 각각 근무시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과계의 경우 레지던트 1년차는 116.1시간에서 104.7시간으로, 2년차는 109.4시간에서 97.2시간으로 근무시간이 감소했다. 이어 3년차는 96.4시간에서 89시간으로, 4년차는 95.2시간에서 77.9시간으로 줄었다. 모든 진료과목 근무시간을 합산한 평균값은 1년차 111.1시간에서 94.6시간, 2년차 1006시간에서 86.3시간, 3년차 91.2시간에서 78.6시간, 4년차 79.9시간에서 69.6시간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1~2년차 레지던트는 여전히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턴의 주당 근무시간은 105.8시간에서 93.3시간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학병원이 이 정도라면 다른 수련병원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게다가 상당수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근무시간을 허위로 작성해 보고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최근 전공의 1,617명을 상대로 실시한 수련환경평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80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에도 근무시간에는 변화가 없다'고 한 응답자가80% 가까이 됐다. 8.9%는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수련환경표가 실제 근무시간과 같으냐는 질문에도 64%가 '수련현황표가 실제 근무시간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44.5%는 '병원으로부터 수련현황표를 거짓 작성하라는 직접적인 압력을 받았다'고 답했다. 주 80시간제에 맞춰 전공의 근무시간을 조작하고, 이를 허위로 보고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대체할 수 있는 의료인력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만 수련환경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 대한내과학회 정훈용 수련이사는 "정부의 제도개선 효과가 미미한 이유는 전공의 공백을 대체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미국도 10년 전에 우리처럼 수련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했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그러다 호스피탈리스트제도를 도입하면서 급격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며 전공의 근무를 대체할 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는 현재 약 3만명의 호스피탈리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입원환자 전담 전문의 도입은 내과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진료 과목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환자안전법’ 입법 급물살…병원의 포괄적 안전체계 구축 의무화
○ 의료기관에 대해 포괄적인 환자 안전체계 구축을 의무화 하는 내용의 환자안전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복지위는 지난 1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환자안전 및 의료 질 향상에 관한 법안'(오제세 의원 대표발의), '환자안전 및 의료질 향상 법안'(신경림 의원 대표발의) 등 2개 법안을 '환자안전법'이란 이름의 통합법으로 전체회의에 올리기로 했다. 복지위는 오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환자안전법을 의결할 예정이다.
○ 두 법안은 지난 4월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지만 관련단체간 의견이 엇갈리는 쟁점법안으로 분류돼 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신해철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환자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법안 심의 논의에 급물살을 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법안은 환자안전체계 구축과 환자안전관리를 위한 국가 차원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는 환자안전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하며,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정보보고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은 환자 안전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의사와 간호사로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두도록 했다.
○ 다만, 이같은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나 폐쇄까지 명할 수 있도록 한 처벌조항은 법안에서 빼기로 했다. 논란이 되었던 의료기관 인증 평가에 환자안전을 반영하는 조항도 제외시켰다.
○ 한편 이학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명 '의료인폭행 방지법'(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19일 법안소위 심의가 예정되어 있어 두 법안이 나란히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의료인폭행 방지법안은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을 폭행·협박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 디지털 헬스케어, 사악해지지 말자!
○ '헬스케어 3.0' 시대라고 한다. 천연두와 같은 감염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막는 것에 치중한 1.0 시대를 지나 각종 질병을 치료함으로써 기대수명을 연장하는 게 2.0 시대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일상적인 질병의 예방∙관리를 통해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헬스케어 3.0 시대의 개념이다. 헬스케어 3.0 시대를 여는 가장 중요한 도구는 '디지털' 기반의 의료기술이다. IT와 의료기술의 융합이 헬스케어 3.0 시대를 구현하는 요체다.
○ 지금까지 개발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보면 헬스케어 3.0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짐작게 한다. 의사가 멀리 떨어진 환자를 원격진료하는 건 기본이고, 일상 생활 속에서 항시 생체신호를 감지하고 이를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구글은 옷처럼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컴퓨팅인 '구글 글래스'를 개발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의 일부 병원에서는 구글 글래스를 의료진에게 보급했다. 의사가 구글 글래스는 안경처럼 착용하면 바로 눈 앞에 환자의 진료기록을 불러와 보여주고, 멀리 떨어진 곳의 의사에게 자신이 수술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은 개인의 생체신호를 측정∙저장하고 전송하는 헬스케어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 IT와 의료기술의 융합은 언제 어디서나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를 예고한다. 머지 않았다고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각종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가 상용화되고,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이라며 재촉한다. 병원과 의사들은 조급해진다. 발빠른 일부 병원은 벌써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을 준비한다.
○ 환자들에겐 관심 밖의 일이다.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장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엑스레이 필름이 사라져도,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진료기록이 담긴 종이차트가 사라져도 그저 그런가 싶었다. 벌써 10여년 전부터 E-헬스케어니 U-헬스케어니 하고 떠들었지만 당장 몸이 아플 때면 어느 병원을 찾아가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 헤맨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진료를 받으면서도 고통과 함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건 진료비 걱정이다. 디지털이 됐건 아날로그 헬스케어가 됐건 병을 낫게 하는 대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기를 바랄 뿐이다.
○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의 유비쿼터스 헬스케어가 구현되면 '누구나'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측면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면 '디지털 헬스피아'와의 접속은 차단된다. 보건의료기술의 혁신은 의료비 상승을 초래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만 보더라도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혈압계와 활동량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의 장비가 필요하다. 시범사업 때야 정부가 지원한다지만 그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개인 부담으로 구매하거나 대여해야 한다. 당연히 이용자의 비용 부담이 수반되기 때문에 시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이런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 문제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지닌 시장성이 초래할 차별과 양극화다. 가장 먼저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자와 비이용자가 발생한다. 디지털 의료소외계층의 등장이다. 원격의료 관련 기술이 더 발달하고, 관련 장비의 성능이 더욱 나아지면 비용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기업과 시장의 속성이다. 그렇게 되면 스마트폰이 등장하던 초기 피처폰과 스마트폰 이용자가 혼재하던 것처럼 원격의료 이용자 간에도 서비스의 차별화가 생길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원격의료 기술이 등장할 것이고 이용자간 서비스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게 뻔하다. 시장은 그렇게 더 큰 니즈(Needs)와 구매력을 지닌 소비자를 흡수하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과 그 유효성에 무한한 신뢰를 보이는 사람과 집단은 IT와 의료의 융합, 나아가 통섭적 접근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게 해서 도래할 건강수명의 연장이라는 헬스케어 3.0 시대는 어떨까. 아마도 의료생태계에 환원주의가 만개할 가능성이 높다. 건강권과 의료접근권 보장이 개개인한테 책임이 주어지고, 공공의료를 기반으로 한 국가의 책임은 더 줄어든다.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보건의료 제도와 사회구조, 정치, 가치체계 등의 포괄적인 요인에 대한 고민은 0과1의 디지털 매트릭스 속으로 사라진다. 건강권과 의료접근권 보장이 개인의 책임으로 단순화될 지 모른다.
○ 디지털 헬스케어가 간과하는 점이 있다. 의료서비스의 공급이 자유로운 시장원리에 맡겨져 있지 않다는 거다.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거의 대부분 질병의 사후적 치료에 대해서만 보장한다. 질병 예방은 보장의 대상이 아니다. 원래 건강보험제도는 질병의 치료와 함께 예방에 대해서도 보장하도록 설계됐다. 질병의 예방과 건강증진에 대해 보장하는 것이 국민건강보험법의 핵심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급여 혜택은 질병의 치료에만 그친다.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구현되더라도 건강보험제도의 영역 밖이다. 비싼 비용부담이 따른다는 말이다. 인구 고령화와 급증하는 만성질환자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은 항상 위태위태하다. 질병의 예방과 관리 영역까지 보장성의 온기가 미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현재로선 디지털 의료기술이 제공하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는 SF영화 속 '엘리시움' 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의료이용의 불평등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 얼마 전 영국의 20대 청년이 바람을 넣으면 튜부처럼 부풀어 오르는 휴대용 인큐베이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그가 개발한 인큐베이터는 1회 충전으로 약 24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으며, 바람을 빼면 부피가 줄어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 이 인큐베이터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낮은 가격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인큐베이터와 동일한 성능을 갖췄지만 제작비용은 40만원에 불과하다. 그 영국 청년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인큐베이터를 개발했을까. 그는 "난민캠프에서 미숙아의 높은 사망률에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나의 희망은 이 인큐베이터를 통해 생존한 아이를 만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발명품이 상용화되면 아프리카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신생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갖게 한다. 그가 무슨 생각에서 휴대용 인큐베이터를 개발하게 됐는지 짐작게 한다.
○ 반면 지금껏 이야기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활용과 발전을 촉진해온 모티베이션(motivation)이 어디에 있는가 의심도 든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시장성이 가장 큰 자극제로 작용하는 것 같다. 미지의 의료시장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선보일 때마다 강조한 대목이 이를 반증한다. 상용화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서 얼마나 큰 시장이 열릴 것인가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원격의료 활성화를 주장하는 기업과 정부 관료들의 눈은 장밋빛 미래에 젖어 있다. 원격진료가 제도화되면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산간 오벽지 주민,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인가.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과 IT 접근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 디지털 헬스케어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 다만 관련 기술의 개발과 적용에 있어서 필요성이 분명하고, 의료가 갖는 공익적 성격을 감안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호주 등의 국가가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것은 광활한 국토에 무의촌 지역이 넓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국토도 크지 않고 의료기관이 과포화 상태다. 지금의 의료접근성 문제는 의료자원 배치의 불균형과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그리고 공공의료 부족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걸 시장성에 눈먼 디지털 헬스케어로 극복하겠다는 건 그럴 듯한 명분 속에 불순한 의도를 숨긴 것에 다름아니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 다국적 제약사 일반약 11품목 판매가격 외국보다 한국 더 비싸
○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일반의약품 가격이 미국과 영국 등 외국의 평균가격보다 더 비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의 국가별 가격비교와 유통채널별 판매가격의 비교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소비자연맹은 이번 조사에서 국내에서 많이 소비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의 일반의약품 16종, 의약외품 10종 등 총 26개 품목을 선정해 한국,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 6개국의 단위가격을 비교했다.
○ 조사대상 유통채널은 일반의약품의 경우 한국에서는 약국 판매만 허용되기 때문에 약국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해외 조사대상국은 약국 뿐 아니라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도 함께 확인했다. 조사 결과, 다국적 제약회사의 일반의약품 16개 중 11개 제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비교대상 해외 5개국 평균가격보다 비쌌다. 가격 차이가 큰 품목은 옥시레킷 벤키저사가 판매하는 개비스콘 더블액션 현탁액으로 약 2.5배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 개비스콘 더블액션 현탁액의 국내 평균가격은 ml당 119원인 반면 해외 평균가격은 47.7원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화이자가 판매하는 애드빌 정은 국내 평균가격이 ml당 288.4원인데 반해 해외 평균가격은 157.8원으로 1.8배 더 비쌌다. 화이자의 센트품 실버정은 국내 평균가격이 ml당 359.7원이고 해외 평균가격은 237.0원으로 1.5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고, GSK의 드리클로는 국내 평균가격이 ml당 607.7원이고 해외 평균가격이 416.5원으로 1.4배 이상 더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화이자의 센트룸 정(35.0%), 노바티스의 오트리빈 멘톨 0.1% 분무제(32.2%), 바이엘의 카네스텐 크림(22.3%) 등의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 약국에서만 판매되는 일반의약품은 국내 약국 간에도 최고값과 최저값의 차이가 최대 3배 차이가 났다. 약국간 가격 차이가 큰 대표적인 일반의약품은 베링거잉겔하임의 둘코락스 좌약으로 가장 비싼 약국은 3,000원이었고, 가장 싼 약국에서는 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또 노바티스의 라미실크림과 화이자의 애드빌정은 각각 약국간 가격차가 2.6배에 달했다.
○ 약국 유형별로도 판매가격에 차이가 났다. 조사대상 제품 중 약국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18개 제품(일반의약품 16개 및 의약외품 2개)의 단위값 평균을 약국 유형별로 비교한 결과, 동네약국의 가격을 100으로 놓고 볼 때 클리닉약국(96.0), 병원 문전약국(95.7), 대형약국(85.8) 등의 순으로 가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둘코락스 좌약의 ml당 가격은 동네약국이 512.5원, 클리닉약국 498.1원, 문전약국 440.0원, 대형약국 400.0원 등의 순이었다.
○ 소비자연맹은 "조사 대상 일반의약품 16개 제품 중 11개 제품이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 판매가격보다 비싼 것은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일반의약품이 판매되고 있는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약국에서만 일반의약품의 판매가 허용돼 유통 채널간 경쟁이 부족한 데 일부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서는 일반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충분이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일반약 판매채널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한편 대한약사회의 소비자연맹 일반의약품 가격조사 결과와 관련 "최고값과 최저값의 차이가 최대 200%인 것으로 나타난 것은 판매가격 착오 또는 약사법을 위반해 구입가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한 불법약국 사례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약사회는 "또한 일반의약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 평균가보다 비싼 것으로 발표되었으나 이는 제약회사 및 도매상이 약국에 출하하는 가격이 높은 것이지 판매장소를 약국으로만 한정해 가격이 높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며 "실제 외국과 가격 차이가 크다고 발표된 의약품의 약국 마진율은 센트룸실버정 12.6%, 카네스텐크림 16.3%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 소비자연맹의 일반의약품 판매채널 확대 제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약사회는 "이미 24시간 편의점 대상으로 안전상비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고 있으며, 대한약사회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실태조사 결과 73.5%가 판매량 제한 등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판매채널 확대는 의약품 오남용 증가 등 국민건강을 훼손하는 문제점이 이미 입증되었으므로 절대 수용 불가"라고 주장했다.